산이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어떻게 판별할 것인가. 그것은 바로 산의 변화에 달려있다. 좌우 및 상하로 산의 변화가 많을수록 용의 움직임은 더 활발하다고 본다. 마치 용이 살아 힘차게 요동치는 것처럼 말이다. 변화가 많을수록 기운이 솟구쳐 더 많은 생기(生氣)가 나온다는 것이다. 이게 생룡(生龍)이다. 산에서 변화의 모양이나 징후를 찾을 수 없으면 죽은 것과 같다. 사룡(死龍)이다. 죽어 움직임이 없는데서 어떻게 기가 나올 수 있겠는가.
용은 주산에서 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이다. 용의 변화로서는 어떤 것이 있나. 솟아올랐다 내려가거나 내려가다가 솟아오른다.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틀기도 한다. 이것을 각각 좌선룡(左旋龍),우선룡(右旋龍)이라 한다. 이들은 변화의 대표적 형태다. 또 주산과 혈 사이를 움직이는 주룡은 개장(開帳)과 천심(穿心)이란 과정을 거친다. 개장이란 장막을 편다는 뜻으로 산이 주산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넓게 펼쳐지는 것이다. 독수리가 양날개를 편 것과 같다. 천심이란 용맥이 양쪽 산 사이를 힘차게 뚫고 혈로 향하는 모양을 말한다. 기세가 강하고 험한 용이 진행하면서 부드럽게 변화하는 과정을 박환(剝換)이라 한다. 과협(過峽)은 혈로 가기 위해 통과하는 목처럼 가늘고 긴 용을 지칭한다. 어떤 산이 다른 산으로 이어지기 위해 양쪽에 골짜기가 나타나며 갑자기 목이 좁아지며 낮아진 산줄기다. 이 경우 끈으로 묶은 꼴 같은 강한 기운이 통과된다 하여 속기(束氣)라고도 한다. 용의 힘찬 진행을 위해 뒤에서 받쳐주는 산 형태도 있는데 이게 지각(枝脚) 또는 후장(後杖)이다. 용의 거친 기운은 다양한 변화와 진행의 과정과 절차를 거쳐 비로소 부드러운 기운이 돼 혈에 안착한다. 이는 발전소의 위험한 고압전기가 변전소 등의 여러 변압 과정을 거치며 가정용으로 바뀌어 마지막으로 전등이 켜지는 것과 유사한 이치로 비유된다.
용의 대표적 형세로는 12개가 꼽힌다. 왕룡(王龍),반룡(盤龍),은룡(隱龍),비룡(飛龍),회룡(回龍),독룡(獨龍),쇄룡(碎龍),광룡(狂龍),천룡(賤龍),편룡(片龍),기룡(騎龍),직룡(直龍) 등이다. 왕룡은 강하고 밝은 기운을 띠며 힘차게 진행하는 용으로 좌우 균형을 이뤄 큰 명당을 이룬다. 반룡은 뱀이 둥글게 또아리를 튼 형태로 생기를 갖는다. 은룡은 땅속에 숨어 있는 용으로 바위나 흙으로 연결돼 있고 명당 기운을 갖는다. 비룡은 좌우 상하로 움직임이 많은 용으로 강한 생기를 낸다. 회룡은 주봉에서 출발한 산능선이 회전해 다시 주봉을 돌아보는 용의 모습으로 회룡고조(回龍顧祖)형<그림>이라고도 하며 명당을 이룬다.
독룡은 한가닥의 산능선만이 길게 뻗어 죽은 용인 경우가 많다. 쇄룡은 산 능선에 기운이 없으며 토질이 흐물흐물해 생기가 없다. 광룡은 험한 바위들이 산 곳곳에 있는 등으로 미친 용이 흉포하게 날뛰는 형상이다. 천룡은 기운이 음습한 용으로 모양이 지저분하고 어지럽다. 편룡은 한쪽이 급경사 등으로 기우뚱해 불균형을 이뤄 불안한 꼴이다. 기룡은 용이 급하게 달리는 모양이다. 직룡은 변화없는 직선형 산으로 대표적인 사룡이다.
풍수 고수들도 사룡과 생룡을 순간 착각할 정도로 구별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8년 전 울산 근교의 산에 부친 묘소를 만든 풍수가 K씨는 그곳이 명당혈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지난해 그곳을 다시 세밀히 살펴보니 사룡이라 깜짝 놀랐다. 입수맥과 혈판의 용이 아무런 변화없이 밋밋하게 일직선 그대로 이어지는 산형세였던 것이다. 이 묘소는 형국론에서 말하는 '용두혈(龍頭穴)'로 주위 산세나 수세는 비교적 잘 짜여져 있다. 그럼에도 사룡이란 결정적 결함을 갖고 있기에 다른 요건은 소용없다. 용은 그만큼 중요하다. 이동걸 논설위원 ldg53@ |
첫댓글 한 오일간 집안사정으로 바쁠 것 같아 한꺼번에 다섯개의 연재분을 올립니다.^^ 적은 수이긴 하지만 제가 올린 글을 읽어주시는 회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행복하세요.오일 뒤에 뵙지요.^^
좋은일이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