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눈물의 고백'들이 조직화된다
30,40대 전국조직 '희망연대' 결성
오는 5월 14일 세종문화회관에서 1천여명 발기인대회
오연호 기자 oyh@ohmynews.com
(오마이뉴스는 노풍을 일으킨 주역들인 개혁지향 30,40대의 향후 움직임을 심층취재해 연재합니다. 이 기사는 주간 OhmyNews2002에도 연재됩니다....편집자주)
▲유기홍씨(왼쪽 앞), 박창일 신부(오른쪽 앞) 등 '희망연대' 제안자들이 발기인대회 준비회의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기자
5월 14일 '희망연대'가 뜬다
'눈물의 고백'들이 조직화된다. 노풍(노무현 바람)을 타고 다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개혁지향 30,40대들이 전국적 조직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가칭) '희망연대'(www.charmnet.or.kr) 발기인대회가 오는 5월 14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다.
발기인에는 유기홍(한청협 전국동지회 회장), 박창일(신부, 정의구현전국사제단 통일위원장), 법안(스님, 실천불교승가회 종책위원장), 정진우(목사, 정의평화실현목회자협의회 총무), 이정우(변호사, 제3의힘 운영위원), 강영추(자치연대 부위원장), 정해구(성공회대 교수), 김형태(변호사), 김명인(문학평론가) 정남준(민예총 사무총장) 씨 등 80년 민주화의 봄과 87년 6월 항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던 30,40대의 각계 전문가들 1천여명이 참여한다.
학계, 종교계, 법조계, 문화예술계, 시민사회단체 등의 인사들이 망라된 희망연대는 젊은 민주화운동 세력의 '총동창회'를 지향한다. 이 모임의 제안자 가운데 한사람인 유기홍씨는 "우리사회의 허리 역할을 담당할 30, 40대를 주축으로 하는 젊은 개혁 세력의 대통합을 이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희망연대에 참여하는 세력으로는 1) 80년대 민청년, 한청협 등의 청년운동세대 2) 민통련, 전국연합 출신의 활동가들 3) 제3의힘 회원들 4) 자치연대 (풀뿌리 정치운동) 회원들 5) 전대협 동우회 회원들 등이 주축이 되어 있다.
386세대 정치개혁세력의 집합체였던 제3의 힘은 최근 내부논의를 통해 희망연대에 조직적으로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자치연대와 전대협동우회는 조직적 참여까지는 결론을 내지 못했지만 큰 틀에서는 '힘을 보태자'는 데 내부적으로 합의한 상태다. 전대협동우회는 5월초에 운영위원회를 열어 '조직적 참여'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대선에서 손 떼지 말자!"
희망연대의 시발은 지난 1월 2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각계의 젊은 전문가 40여명은 87년 6월행쟁 현장의 하나였던 한 수도원(서울 단국대 옆)에 모였다. 이들은 "개혁세력의 통합을 이루고 다가오는 대선에서 개혁적 흐름을 만들어가며 중장기적으로는 정치세력화한다"는 데 공감했다. 이어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노풍이 본격적으로 불었던 3월말경에는 이정우 변호사, 강영추 씨 등 제3의힘과 자치연대(지역 정치개혁 운동세력) 핵심 인사들이 논의에 참여했다. 이들은 5월초 현재 50여명으로 구성된 '희망연대 제안자' 명의로 발기인 1천명 모집 작업을 하고 있다.
희망연대 제안자 명단
김형태(변호사) 박창일(가톨릭 신부) 법안(금선사 주지) 정진우(기독교 목사) 유기홍(한청협 전국동지회 회장) 이정우(변호사, 제3의힘 운영위원) 양관수(고려대 교수) 정해구(성공회대 교수) 이광택(국민대 교수) 최교진(전 전교조 부위원장) 정명수(전대협동우회 회장) 문태룡(자치연대 기획단장) 서동만(상지대 교수) 김익한(명지대 교수) 홍영표(노동운동가) 송재형(전 전청련 의장) 복기왕(전대협 서울지역동우회 회장) 오정해(국악인) 강영추(자치연대 부위원장) 김명인(문화평론가) 김택수(변호사) 백준기(한신대 교수) 신동호(시인) 윤영규(변호사) 이규희(제3의힘 운영위원) 정남준(민예총 사무총장) 이승환(민화협 사무처장) 정도상(소설가) 최민 (Open-Se 대표이사) 홍만희(한청협전국동지회 부회장) 함운경(군산미래발전연구소 소장) 김종원(한청협 전국동지회 부회장) 한홍구(성공회대 교수) 이남주(성공회대 교수) 박영호(전 청주민청회장) 이상근(동국대민주동문회 부회장) 조재형(방송감독, 서울에서평양까지 작사자) 노동진(공인회계사) 신기동(공인회계사) 김환근(민솔유통 대표) 김성복(인천, 목사) 송재형(전 전청련 의장) 강기정(21C새정치연구소 소장) 김영집(광주 참여자치연구소장)김전승(광주자치연대 북구대표) 강성휘(목포 시의원) 김진희(원주참여자치시민센타 대표) 김태년(성남(사)디딤돌 부이사장) 김기봉(원주생활협동조합 부이사장)김학기(춘천 참여자치연대 운영위원장) 박인균(강릉종합자원봉사센타 기획개발이사장) 김필중(충남대민주동문회 부회장) 유성찬(전 포항KYC 대표) 박형룡(새대구경북시민회의 사무처장) 안세찬(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 이사) 유문종(21C수원만들기협의회 사무국장) 이기동(전 진주참여인권시민연대 사무처장) 이경률(전 남청협 의장) 이광희(충북) 조양익(전 전국연합 민생위원장) 정 훈(전주 비엔테크놀러지지 이사) 곽오열 (㈜온누리 대표이사, 군산) 이재경(국제 타조사업대표, 익산) 김상기(전 익산경실련 사무국장) (이상 무순)
희망연대는 '옛날방식의 명망가 중심 조직'을 지향하지 않는다. 제안자들은 30,40대 개혁세력의 조직화를 주도할뿐 전국 네트워크의 주인은 노무현 바람의 주역이었던 '이름없는' 개혁지향 젊은이들이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그런 풀뿌리들이 회원으로 참여하는 50-100개의 시군구단위 조직을 향후 2-3개월에 걸쳐 만들고 8월을 전후해 희망연대 중앙조직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이들의 조직화가 예사롭지 않은 것은 말 그대로 전국 네트워크를 지향하며 그것이 일부 지역에서는 서울보다 더 발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는 점이다. 부산에서는 (가칭) '희망2002 부산개혁연대'가 전국네트워크와 똑같은 취지로 별도로 준비되어 왔고 오는 5월초에 발기인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문재인 변호사, 김재규씨(부산 민주공원 상임의사) 등 부산민주화운동의 '선배'들이 주축이 되어 각계의 젊은 개혁세력들이 조직화되고 있다. 희망연대와 부산연대는 앞으로 지역독자성을 존중하되 전국적인 흐름을 형성하는데 서로 발을 맞추기로 했다. . 광주에서는 이형석 광주시의원과 정찬영 조선대 교수 등 10여 명이 지난 4월25일 모임을 갖고 '개혁세대의 결집'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내부문건 "정계재편에 능동적 참여"
희망연대는 올 대선에서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할 것인가? 유기홍씨는 "노무현 후보나 그 켐프와는 완전히 독립적인 조직"이라면서 "우리는 특정정당, 특정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를 실현하는데 목적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또다른 참여자는 "결과적으로 개혁적 흐름을 형성하는데 기여할 것이므로 노무현지지 분위기가 강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들의 한 내부문건은 '대선시기의 활동과 이후 전망'에 대해 "정책운동, 후보검증운동, 투표참여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개혁세력의 승리를 위해 노력하고, 향후 정계재편 등의 계기를 맞아 정치개혁을 위한 능동적 참여를 통해 새로운 사회-정치적 리더십 형성에 기여한다"고 밝히고 있다.
희망연대는 조직운영에 드는 비용은 회원들의 회비로 충당할 예정이다. 발기인들은 연회비조로 10만원을 내며 그 중에 경제적 여유가 있는 발기인 2백여명은 2백만원씩을 내 초기 조직화 경비로 쓸 예정이다.
성공의 조건: 꽃과 뿌리의 조화
'아줌마' 조선희 씨(성남시 분당, 36)는 요즘 바람이 났다. 초등학교 3학년 딸, 유치원생 아들을 둔 그가 2002년 봄에 정치바람이 난 것이다. 아이들 교육과 가사에 하루의 모든 시간을 쏟아온 그가 노풍이 본격적으로 일어났던 민주당 광주경선(3월 16일)때부터 하루 평균 2-3시간씩 컴퓨터 앞에 앉아 '정치'에 참여한다. 그는 오마이뉴스(ohmynews.com)의 대선관련 정치기사들에 리플을 달고, 노하우(노무현 후보 홈페이지)에도 들러 토론에 참여한다.
정치바람난 두 아이의 엄마
86학번인 조씨의 종아리에는 사연이 담긴 흉터가 있다. 87년 6월항쟁때 학우들과 전두환 독재정권에 맞서 거리시위를 하다 경찰이 쏜 최루탄의 파편에 맞아 생긴 것이다. 졸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바쁜 하루하루는 그 '투쟁과 상처의 시절'을 추억 속에 초라하게 묻어둬야만 했다.
그러던 조씨는 요즘 '잃어버린 나'를 되찾았다. 그것은 키보드 위에 뿌려진 눈물들과 함께 왔다. 한때는 세상을 바꾸려고 '모든 것'을 던졌으나 현실 속에서 그 꿈을 접고, 죄인처럼 살아왔던 386들이 노무현 홈페이지 등에서 '눈물의 고백'을 시작했고 그 글들을 읽으며 조씨도 그들의 뒤를 따랐다.
노풍을 만든 이들은 '눈물로 고백하고 돌아온 풀뿌리 6월항쟁세대'들이다. 그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꽃'이 아니다. '386세대 대표주자' 등으로 거명되며 언론의 화려한 조명을 받아왔던 꽃들이 아니다. 시대와 대결하고도 이름없이 현실속에 묻혀지내던 이들, 90년대 중반부터 정치권에 진출한 꽃들에게 희망을 가져봤지만 그들마저 현실정치의 벽 속에서 시들시들해지자 '우리세대도 별수 없는건가'하는 상처를 다시 받았던 그들. 그러나 2002년 봄에 이 풀뿌리들은 꽃들보다 먼저 일어섰다.
희망연대의 성공여부는 뿌리와 꽃의 조화에 있다. 눈물로 고백하며 되돌아온 뿌리들의 '희망2002만들기'에 꽃들은 낮은 자세로 도와야 한다. '나는 꽃이었다'는 기득권을 과감히 내던질 필요가 있다. 전국네트워크 제안자들은 발기 취지문에서 "상향식 조직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며 전자민주주의 시대에 부합하는 개방성과 참여의 원칙을 지켜나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 원칙이 5월 14일의 발기인대회와 그 준비과정에서부터 지켜지는지 두고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