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억 회원의 아버님 제삿날이었습니다. 서울사는 섬놈들이라 이런 날은 마음이 좀 그렇습니다. 어린날 고향에서의 제사는 유별난 날이었지 않습니까? 옛적에는 동네친척들이 모두 모여 제사를 지냈는데 말입니다. 子時(밤 11시)가 지나야 제사가 시작되는데, 맛있는 제사음식을 먹으려고, 졸음을 이기느라 애쓰던 그 때가 생각납니다. 오늘은 연락이 되는 친구 몇 명이서 작당을 하여 祭酒를 사들고 제삿집으로 갔습니다. 승훈이, 진우, 경중이, 양훈이...ㅎㅎ 아마도 한세대가 흐르고 나면 서울에서 고향 제주식 제사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현대를 살다 이 세상을 떠난 제주고향 혼백들은 없어진 제삿상을 이해할 것입니다. 그러나 몇대 위의 혼백들은 어떤 당혹감을 가질런지... 오늘은 김상훈 회원의 할아버지 제삿날이기도 했습니다만, 아버님 제사가 우선이라 상훈이의 양해를 구했습니다. 오승훈 회원이 엠비를 대표해서 상훈이 할아버지 제삿상에 됫술을 올려 드렸습니다. ^^
제사 끝나고, 개잔술을 음복했습니다.

제주에서 올라 온 보리떡입니다.

맛있는 돗괴기영 많았는데, 찍는걸 잊고... 이 정도만 올립니다.

동넷집 식게 넘어나민 사을 불 아니 솜나
[제주어기획 “어망아방 영 살았져”] <28> 식게 풍속
2010년 12월 08일 제민일보
식겟날 줴기떡 착 들렁 나오문 동네가 온통 내 세상이라
심에 든 사만 적씩 끊어먹게 멍 호량가달 여서

요즘의 제사상 - 전통 제사상과는 달리 제물이 바뀌고 간소화되었다.
(제주특별자치도 여성특별위원회「제주여성의 삶과 공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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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가락 꼬부리멍 세어간다 세어온다.
우리가 두린 땐 먹을 것이 하도 어신 때라노난, 어떵사 경 식게가 지드려져신지 몰라. 안에만 들문 양짝 손가락 다 여도 못 셀 건디, 세어간다 세어온다 멍 월력에 크게 동글레기 쳥 놔둠서, 교 강 오문 베력베력 엿주기. 경디 어른덜은 일가방상은 물론 동네 식겟날도 좔좔 외와서.
식게가 점점 디어 강 보름 안에 들어가민, 장에 강 바릇궤기 사당 배캉 널곡, 곤도 받아당 놔두주기. 요즘엔 돈만 들르문 싱싱 궤기 아무 때나 가민 사지주마는 잇날이사 어디 경여서. 경당 날 궂엉 름이나 불문 실수카부덴, 뭇 멩심엿주기. 잘못 널엇당 고넹이나 가마귀 밥 되카부뎅 구물로 씨왕 높은 디서 류왕 항에 담앙 놔두민 고린 내 약간 나도, 그걸 정성이엔 엿주기.
열흘 안에 들어가민 시리에 콩지름 놩 물도 주곡, 방엣공장에 강 하간 를도 아당 놔두메. 잇날이사 방에나 남방에, 레에 직접 앗주마는 우리 클 땐 다 방엣공장에 강 아서. 밧디 갓당 올 때엔 송펜 멘들 솔가지도 꺾어오곡, 루 전쯤은 돗궤기도 두어 근 사당 놔둬. 꼼 부제칩이선 식게 디어 갈 때 어디서 쉐추렴 염시민 사당 놔두메.
# 식겟집 아인 몹씬다
식겟날 돌아와가문 몸도 조심영 비리지 말아사 곡, 정성을 들영 집 안팎을 깨깻게 치왓당, 식겟날이 되문 밧디 가지 아니영, 친척 예펜덜이 모다들주기. 교 갓당 왕 보문 줴기떡 나와서. 예펜덜도 사이라 식겟떡 멍 그거 먹고정 난 쉰다리에 밀주시 놩, 동글락 납조록이 대충 멘들앙 쳥 먹는 거주. 아이고, 베고풀 땐 그것도 어디 십디강이라.
그거 착 들렁 나오문 동네가 온통 내 세상이라. 심에 든 사만 적씩 끊어먹게 멍 큰냥멍 호량가달 여서. 경난 ‘식겟집 아인 몹씬다’ 는 말이 생겨난 거 아니라. 하도 먹을 것이 귀 때난게. 물아가문 이번엔 중듸떡이 나오메. 그건 밀주시보단 꼼 더 좋은 를로 나부죽게 멩근 거라. 그거 먹젠 정짓무뚱에 얼르당 시리에 떡 선덴, 욕도 바가지로 퍼 먹곡.
부름씨나 잘 염시민 상방에 얼르당, 적 써는디 드러앚앙 닥살 두 점 얻어 먹으문 탁상이주. 경난 ‘궤기 써는 다슴아방 피는 가도 낭 깨는 원아방 아피는 가지 말라’ 는 말이 신 거주. 강 긋긋 베려가민 어떵 거라. 먹어지문 뭇 지꺼정 우랑탕우랑탕게 터정 놀레 라나곡.
# 진진 밤, 파제 지드리멍
어떤 사은 무사 돌아간 날 식게 안 영 전날 염신고 주마는 사실은 전날 준비영 진설엿당 돌아간 날에 지네는 거주기. 조상님 혼백이 조용히 오가기 좋은 한밤 중 시(子時)에 지내는 거난에. 밤이 되민 친척덜이 식게 먹으레 제주(祭酒) 들르곡 영 오메. 왕 방 진설이 끝나시문, 제주 올령 절 영 상방에 자리잡앙 앚주.
그제사 ‘옵디강?’ 멍 주인이나 친척 어른덜신디 인사를 나누메. 요즘은 밥상이나 술상도 나오는디, 잇날은 그자 조침떡이나 중듸떡에 채소 정도라. 채소는 콩지름에 삐 섞은 거나 미나리, 철에 따랑 양애깐 나올 때도 싯곡. 요즘은 테레비에 컴퓨터가 셩 아이덜이 심심치 아니주마는 잇날엔 식게때 지드리젠 민 조라왕 눈 비비멍 바득바득 애를 썻주기.
집안에 들엄직이 이약 잘는 하르방이나 이시문 좋앗주. 잇말을 듣는디, 우리가 클 땐 동안 6·25전쟁 무용담이 인기라낫주. 그런 이약 여줄 사이 으시문, 아이덜은 족은구들에나 강, 이불에 발 찔렁 앚아둠서 예숙제낄락을 든가 실뒈쓸락을 여서. 이나 훤게 뜬 날은 베겻디 나강 곱음재기도 곡.
# 돗궤기 점에 곤밥 두어 적
메 거리렌 소리가 나곡 곤밥 내우살이 풍기문, 졸당도 바짝 깨어나주. 시상에 질 몰멩 건 이녁 반 지대로 못 타먹는 놈이렌 난 정신 바짝 려사 여. 메영 개영이영 올리문 대문을 향영 젯자리 앙 문전상 들러당 문전제 지내메. 문전젠 토속신앙인디 집을 관장는 신안티 지내는 거주. 끝낭, 다놓은 거 지붕 우터레 캐우린 다음엔 정지레 들러당 다시 그릇에 다놩 조왕에 올리메.
그것이 끝나문 상물에 손을 싯엉 제를 지내주. 몬저 집(執事)가 절 영 방안에 들어 가곡, 고인과 가차운 사 싯을 뽑앙 삼헌관을 세왕 절을 는디. 제 지내는 레나 방식은 가문가례엔 영 집안마다 꼼씩 틀리메. 삼헌관이 제주 올리곡 첨작영 숭늉 올령 읍 다음, 어른이 심잔 드리곡 식게 먹으레 간 사덜이 레로 절을 문 지방 멍 하직영 파지(罷祭)주.
다음은 음복(飮福) 레. 조상덜이 들엇던 걸 먹으민 복을 받넨 는 건디, 조상 숭배를 잘 민 복받넨 는 숭조사상에서 온 거주. 개잔그릇 져당 꼼썩 갈라먹은 다음 제주(祭酒) 먹어서. 잇날은 못 살 때난 곤밥도 어려완 두어 숟가락 정도 담앙 주곡, 개영쿡도 하영 안 줘. 제물 올렷단 거 가지썩 쟁반에 놩 태와주는 걸 떡반이엔 는디, 아이덜은 쟁반 모지레영 적꽂이에 꿰영 줫주기.
레 령 올리젠 문 실과는 대추, 밤, 배, 감을 올려사 는 건디, 잇날 제주에 그런 거 셔서. 진상단 남제기 댕유지 나 올리단, 해방후에 꼼 나사가난 사과 몇 개 올령 반 갈를 땐 조각조각 썰언 놧주기. 막끗에 가민 그것도 으성 안 주곡, 돗궤기 적도 메기독닥이라. 눈물 숙닥영 이시문, 하르방이나 아방이 받아줭 반분이 풀리곡 엿주. 하르방 으신 아인 울멍 집이 가서.
# 동넷집 식게 넘어나민 사을 불 아니 나
제주에서 식게떡은 세미와 인절미, 송펜, 곤떡, 침떡과 제펜 등이주마는 어멍아방 식게엔 시집간 이 지물(祭物)로 빙떡 한 차롱 영오는디, 모멀를로 크게 지졍 그 소곱에 삐채 놩 떡이라. 또 세미나 인절민 여름엔 보리나 밀를로 숙성시켱 멘들곡, 저실엔 보통 모멀를로 엿주. 조침떡은 올리지 아녕 먹기만 는디, 좁를에 감저 썰어놩 시리 아래쪽에 놓곡, 상에 올릴 제펜은 우티만 를로 놩 쳐서.
제파지 끝낭 우알녘집의 불 싸져시문 차롱착에 침떡 두어빗 고 떡 꼼 놩 “삼춘, 잠수강?” 멍 울담으로 넹기곡, 불꺼져시문 새벡이 나먹엇주. 경곡 동네 나이 든 어른이나 얻어먹은 디 시문 핑계에 가프멍 살아서. ‘동넷집 식게 넘어나민 사을 불 아니 나’ 는 속담은 그만큼 어렵게 살앗젠 소리고. 이젠 우알녘집의 누게가 살암신지도 몰르곡, 시상 인심은 갈수록 으서가난 큰일이라.
글 김창집 작가·㈔제주어보전회 운영위원
㈔제주어보전회(www.jejueo.com) 제공
<제주 말 풀이>
*두린 땐 : 어렸을 때는 *놔둠서 : 놓아두고 *베력베력 : 보고 또 보고
*디여오다 : 정해 놓은 시기나 거리가 가까워지다
*실수카부덴 : 실수할까봐 *콩지름 : 콩나물
*방엣공장 : 정미소 *하간 : 여러 가지의 *방에 : 연자방아
*남방에 : 나무를 깎아서 만든 방아 *레 : 맷돌 *부제칩 : 부잣집 *비리지 : 몸을 궂게 하지
*쉰다리 : 쉰밥에 누룩을 섞어 발효시킨 토속 음료. 단술 *밀주시 : 밀기울
*큰냥멍 : 거드럼 피우며 *호량가달 : 상황에 맞지 않게 떠벌리는 짓
*중듸떡 : 밀가루의 거친 감으로 나부죽하되 네모지거나 둥글게 만든 떡
*정짓무뚱 : 부엌 출입구 *부름씨 : 심부름 *닥살 : 규격에 못 미치는 부스러기 고기
*다슴아방 : 의붓아비 *조침떡 : 좁쌀 가루에 팥소 따위로 켜를 앉혀서 찐 시루떡
*양애깐 : 양하의 꽃봉오리*예숙제낄락 : 수수께끼 놀이 *실뒈쓸락 : 실뜨기 *곱음재기 : 숨바꼭질 *조왕 : 부엌에 연관된 일을 관장하는 여신
*상물 : 향을 푼 물 *멍 : 태우면서 *개잔그릇 : 상에 올렸던 술을 모아놓은 그릇 *남제기 : 나머지 *댕유지 : 당유자 *메기독닥 : 아무 것도 없거나 끝남을 강조한 말 *숙닥영 : 가득해
*세미 : 새미떡. 메밀가루나 쌀가루 따위를 반죽해 반달 모양으로 만든 후에 안에 팥소 등을 넣어 접어서 솥에서 찌거나 삶아낸 떡
*침떡 : 시루떡 *제펜 : 쌀로 만든 시루떡 *차롱 : 대나무로 네모나게 만든 그릇의 하나
*모멀를 : 메밀가루
첫댓글 어릴때 감회가 지그시 눈을 고망 생각케햄쩌, 경헌디 빈칸이 하신디 혹시 옛날 간첩암호문?
역시 순철이는...ㅎㅎ
암호 혼번 풀어보라~! ㅎㅎ
세억아! 아버님 제삿날에 함께하지 못하여 미안하다!! 나도 할아버지 제삿날이라 어찌 할 수가 없었다. 한 날에 제사를 지내는 것 또한 어떤 인연이 있는게 아닐런지~~~승훈아! 고맙다!! 오랜만에 됫술(백화수복)을 보니 겁이 바락 나라!! 어찌나 오승훈다운 발상인지 한참 넋을 잃고 쳐다보고 있었다!!!
넋나가시믄
넋들이를 혀야허는디...? ㅎㅎ
세억님, 상훈님 조상님의 영혼안식을 하느님께 기원드립니다. 세억과 상훈의 효심에 박수를 보냅니다. 양훈님이 첨부한 제주 식게 풍습 글을 보면서 새삼 감회에 젖어보네. 철(?)없는 애들과 동네사람들은 제삿날 맛있는 음식 맛볼려고 들뜨고 즐거워했지만 집, 밭 팔면서 제사비용 마련하느라 가세가 점점 기울어져 가던 가난한 시대의 우리의 종손, 조상들의 눈물도 이면의 모습으로 함께 떠오르는군.특히 돈이 마른 봄철에 제사가 많은 집은 어려움이 배가되었지.
영철님! 감사합니다!! 옛날 어릴적 싯게집 갔을때 졸리는 잠을 참아가며 파제후 나누어주는 곤밥과 고기국,반을 받아 그 밤중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아주 소중한 경험을 소개하자면, 외가댁에서 제사 지낼때는 친척들이 워낙 많다보니 성가쪽 손지들은 빽(?)이 좋아 집안에 들어가서 반도 제대로 받기도하고 도감도 잘 알기에 돗괴기나 수웨 간 같은 것들도 얻어 먹을수 있었지만 외가쪽 손지들은 마당에 펴 놓은 멍석 구석에 앉아있다가 겨우 테우다 남은 지름이 허연 돗괴기 한두점이나 빵떡 하나 얻어 먹기만해도 기분좋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가난했던 추억을 모처럼 회상해 보면서 지금의 자신을 돌아봤습니다.
어젠 보리떡 반도 탕 왔져덜~!^&^
문전제도 지내고 고팡제는 안지내는지 못봩져!!!
문전제나 고팡제는
어서도 됨직허다마는...
시골에서도 고팡제덜은 안허지덜 오래되었고,
우리도 내년부턴 문전제 안해볼까 햄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