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八泰伯(제팔태백)
-凡二十一章(범이십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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子曰(자왈) :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恭而無禮則勞(공이무례즉로) : “공손하되 예가 없으면 수고로워지며
愼而無禮則葸(신이무례즉사) : 삼가되 예가 없으면 두려워지며
勇而無禮則亂(용이무례즉란) : 용맹하되 예가 없으면 혼란스러워지며
直而無禮則絞(직이무례즉교) : 강직하되 예가 없으면 박절하다.
君子篤於親則民興於仁(군자독어친즉민흥어인) : 군자가 친족에게 후하게 하면 백성들이 인(仁)을 할 것이요
故舊不遺則民不偸(고구불유즉민불투) : 예전의 친구들을 잊어버리지 아니하면 곧 백성들이 야박해지지 않는다.” 하였다.
但知恭之爲恭而無所執以自立(단지공지위공이무소집이자립) : 다만 공손한 것이 공손한 줄만 알고 잡아서 자립(自立)함이 없으면
則僕僕之恭(즉복복지공) : 종들이 하는 공손이니
寧不勞乎(녕불로호) : 어찌 수고롭지 않겠는가.
橫渠之說太强(횡거지설태강) : 횡거(橫渠)의 말은 너무 강하므로
朱子所以不敢取也(주자소이불감취야) : 주자가 감히 인용하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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曾子有疾(증자유질) : 증자(曾子)께서 병환이 위독해지자
召門弟子曰(소문제자왈) : 제자들을 불러 말씀하시기를
啓予足啓予手(계여족계여수) : “이불을 걷고 내 발과 손을 보라.
詩云(시운) : <시경(詩經)>에 이르기를
戰戰兢兢(전전긍긍) : ‘두려워하고 삼가기를
如臨深淵(여림심연) : 깊은 연못가에 선 듯이 하고
如履薄氷而今而後(여리박빙이금이후) : 살얼음을 밟는 것같이 하라.‘하였으니
吾知免夫(오지면부) : 이제야 내가 면한 것을 알겠노라
小子(소자) : 제자들아.” 하였다.
啓手啓足(계수계족) : 이불을 걷고 손과 발을 보라는 말은
尙慮其或有一毫毀傷也(상려기혹유일호훼상야) : 혹 털끝만큼이라도 상한 곳이 있을까 염려함이요
及視而知其無所傷毀然後(급시이지기무소상훼연후) : 보고서 상한 곳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乃始自言平日敬愼其身(내시자언평일경신기신) : 비로소 자기가 평일에 몸가짐을 삼가서 조심조심하여
凜凜然常唯傷毀之是懼(름름연상유상훼지시구) : 오직 상할까 두려워하였으며
至於今日而方知得免於此也(지어금일이방지득면어차야) : 오늘에 이르러서야 바야흐로 면하였음을 알고신 말씀이니
語畢而復呼門人(어필이부호문인) : 끝으로 다시 제자들을 불러서
其深自幸其得全之意(기심자행기득전지의) : 자기가 온전함을 얻은 것을 매우 다행스럽게 여기니
千載之下亦可默而想也(천재지하역가묵이상야) : 몇 천년 뒤 사람들도 묵묵히 생각하게 된다.
註謂(주위) : 주에 이르기를
以其所保之全(이기소보지전) : “잘 보존한 것을
示門人(시문인) : 제자들에게 보여서
言其保之之難(언기보지지난) : 보존하기가 이처럼 어렵다는 것을 말씀하시고
語畢而又呼之(어필이우호지) : 말씀을 마치고서 다시 제사들을 불러
以致丁寧(이치정녕) : 간곡한 뜻을 다하니
其警之也深矣(기경지야심의) : 그 경계한 뜻이 깊다.” 하였다.
啓手啓足(계수계족) : 이불을 걷어 손을 보고 발을 본 것은
但是思所自省爾(단시사소자성이) : 다만 스스로 살필 것을 생각해서이지
初非欲以示人(초비욕이시인) : 애당초 사람에게 보이려 함은 아니다.
其又呼門人(기우호문인) : 또 제자들을 부른 것도
亦不過使知自幸於得全之意爾(역불과사지자행어득전지의이) : 자기가 상한 곳 없이 지낸 것을 다행하게 여긴 것이지
未見其在於警人(미견기재어경인) : 다른 이를 경계하기 위하여 한 뜻은 보이지 않는다.
讀者苟能深味曾子之言(독자구능심미증자지언) : 독자가 진실로 증자 말씀을 깊이 음미한다면
則當識其意之所存(칙당식기의지소존) : 그분의 말한 뜻이 어디에 있다는 것을 바로 알 것이요
若乃門人見曾子所言如此(약내문인견증자소언여차) : 만약 제자들이 선생의 말씀이 이와 같음을 듣고
皆知所以自警則有之矣(개지소이자경즉유지의) : 모두 스스로 경계할 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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曾子有疾(증자유질) : 증자께서 병환이 있자
孟敬子問之(맹경자문지) : 맹경자(孟敬子; 성은 중손仲孫 이름은 첩捷)가 문병을 왔다.
曾子言曰(증자언왈) : 증자께서 말씀하시기를
鳥之將死(조지장사) : “새가 장차 죽으려 할 때에는
其鳴也哀(기명야애) : 그 울음소리가 슬프고
人之將死(인지장사) : 사람이 장차 죽으려 할 때는
其言也善(기언야선) : 그 말[言]이 착한 법이다.
君子所貴乎道者三(군자소귀호도자삼) : 군자는 도를 행하는 데 세 가지 귀한 것이 있으니
動容貌斯遠暴慢矣(동용모사원폭만의) : 용모(容貌)를 움직일 때는 포악하고 거만한 빛을 멀리 할 것이요
正顏色斯近信矣(정안색사근신의) : 얼굴빛을 바르게 하여 신(信)에 가깝게 할 것이며
出辭氣斯遠鄙倍矣(출사기사원비배의) : 말을 낼 때는 비루하고 도리에 어긋나는 것을 멀리할 것이니
籩豆之事(변두지사) : 제기를 다루는 등의 소소한 일은
則有司存(즉유사존) : 맡은 사람이 있느니라.” 하였다.
曾子之於敬子(증자지어경자) : 증자께서 경자에게
先致丁寧(선치정녕) : 먼저 간곡하게
使知其言之可思(사지기언지가사) : 그 말이 생각해 볼만한 것임을 알게 한 다음에
因言道之所貴不在於辨名物而識品節(인언도지소귀불재어변명물이식품절) : 도의 귀중한 것이 명물(名物)을 분별하고 품절(品節)을 아는 데에 있지 않고
唯克謹乎容貌顏色辭氣之間(유극근호용모안색사기지간) : 오직 용모(容貌)와 안색(顔色)과 말을 근신하여
無此三者之病而後(무차삼자지병이후) : 이 세 가지 병통을 없앤 뒤라야
可也(가야) : 가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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曾子曰(증자왈) : 증자께서 말씀하시기를
以能問於不能(이능문어불능) : “능하면서 능하지 못한 이에게 물으며
以多問於寡(이다문어과) : 문견이 많으면서도 적은 이에게 물으며
有若無(유약무) : 있되 없는 것같이 하며
實若虛(실약허) : 실하되 빈 것같이 하며
犯而不校(범이불교) : 자신에게 잘못을 범하여도 따지지 않는 것을
昔者吾友嘗從事於斯矣(석자오우상종사어사의) : 옛날 나의 벗이 이 일에 종사하였다.” 하였다.
顏子好善(안자호선) : 안자가 착한 것을 좋아하여
無有己(무유기) :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까닭에
故初不知己之果能果多(고초불지기지과능과다) : 애초에 자기가 과연 능하고 과연 많이 아는 줄을 알지 못하고
而唯恐一善之或遺(이유공일선지혹유) : 오직 한 가지 착한 일이라도 놓칠까 두려워서
必以問人(필이문인) : 반드시 다른 이에게 물으며
及其問於人也(급기문어인야) : 다른 이에게 물을 때에도
又未嘗有自挾之心(우미상유자협지심) : 일찍이 스스로 품은 마음이 없이
旣有而似於無(기유이사어무) : 이미 있으면서도 없는 것같이 하고
旣實而似於虛(기실이사어허) : 이미 실하면서도 허한 것같이 하는 까닭으로
所以人樂告以善(소이인악고이선) : 사람들이 착한 일을 고하기를 좋아하고
喜怒不以累故其或橫逆之來(희노불이루고기혹횡역지래) : 기뻐하고 노함으로 마음에 누(累)가 되지 않게 하여 혹 거역해 오더라도
有自反而無所校(유자반이무소교) : 스스로 반성하고 따지지 아니하기 때문에
所以恥遠於其身(소이치원어기신) : 자기 몸에서 수치스러운 것이 자연히 멀어지는 것이다.
朱子釋(주자석) : 주자는 해석하기를
犯而不校(범이불교) : “잘못을 범하여도 따지지 아니한다.”는 것은
曰不見物我之有間(왈불견물아지유간) : “다른 이와 나와의 간격이 있는 것을 보지 못한다.” 하였으니
犯而不校(범이불교) : 만일 잘못을 범하여도 따지지 않는 것을
若謂是物我無間(약위시물아무간) : 다른 이와 나와의 간격이 없다 하면
則於義甚妨(칙어의심방) : 본뜻에 매우 해로우니
恐不如謝氏說(공불여사씨설) : 사(謝)씨의 말만 못한 것 같다.
又云(우운) : 또 이르기를
有犯者(유범자) : “잘못을 범하는 자는
如蚊蝱過前(여문맹과전) : 모기나 등에[蝱]가 앞을 지나가는 것과 같아
自不覺得(자불각득) : 스스로 신경쓸 것도 없는데
何暇與校耶(하가여교야) : 어찌 따질 여가가 있겠는가.” 하니
與前說又甚不同(여전설우심불동) : 또 앞의 말과 매우 다르니
深所未喩(심소미유) : 심히 알 수 없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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曾子曰(증자왈) : 증자께서 말씀하시기를
可以託六尺之孤(가이탁륙척지고) : “6척(尺)의 어린 임금을 맡길 만하고
可以寄百里之命(가이기백리지명) : 백 리(里) 지방의 명(命)을 부탁할 만하며
臨大節而不可奪也(림대절이불가탈야) : 나라의 흥망이 달린 큰 고비[大節]에 임하여 그의 굳센 뜻을 빼앗을 수 없는 이라면
君子人與(군자인여) : 군자라 할까.
君子人也(군자인야) : 참으로 군자다운 사람이다.” 하였다.
託孤寄命(탁고기명) : 어린 임금을 맡기고 정치를 부탁할 수 있다는 것은
謂其忠信之可仗(위기충신지가장) : 충성되고 믿음직해 부탁할 만하다는 것을 일컬음이고
臨大節而不可奪(림대절이불가탈) : 나라의 큰일[大事]을 치룰 고비에 임하여 그의 굳은 뜻을 빼앗을 수 없다 함은
謂其强毅之有立(위기강의지유립) : 강하고 굳세게 버티고 선 것을 일컬음이다.
夫强毅者(부강의자) : 대저 강하고 굳센 자는
忠信之所以立也(충신지소이립야) : 충성과 믿음을 바탕으로 하여 확고히 선 사람이니
兩者備然後(량자비연후) : 이 두 가지를 겸비하고 나서야
可以爲君子(가이위군자) : 가히 군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朱子以爲託孤寄命(주자이위탁고기명) : 주자는 어린 임금을 맡기고 정치[命]를 부탁함은
有才者能之(유재자능지) : 재주 있는 자라야 능히 감당한다고 하였다.
夫託寄小物(부탁기소물) : 대개 조그마한 물건을 맡길지라도
尙擇其人(상택기인) : 사람을 가리는데
況託子與寄國乎(황탁자여기국호) : 하물며 어린 임금과 나라를 맡기는 데에 있어서야 어떻겠는가.
自古此事(자고차사) : 자고로 이런 일에는
但問忠信(단문충신) : 다만 충성되고 믿음직한 것만을 묻고
未嘗問才(미상문재) : 재주는 묻지 아니한다 하니
吳起田文之事可見(오기전문지사가견) : 오기(吳起)와 전문(田文)의 일에서 이런 예를 볼 수 있다.
起之所不足者(기지소불족자) : 오기가 부족한 인물이었던 것은
非才(비재) : 재주 때문이 아니라
顧不足於忠信故耳(고불족어충신고이) : 충성과 믿음이 부족한 탓이었다.
如使有才者(여사유재자) : 가령 재주가 있는 자에게
皆可以託寄大事(개가이탁기대사) : 모두 큰일을 맡길 수 있다면
則世必無操懿也(즉세필무조의야) : 세상에 반드시 조조(曹操)나 사마의(司馬懿) 같은 자가 없었을 것이다.
才如操懿而終不可託寄者(재여조의이종불가탁기자) : 재주가 조조나 사마의 같아도 마침내 부탁할 수 없게 되었으니
將如何哉(장여하재) : 어떻게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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曾子曰(증자왈) : 증자께서 말씀하시기를
士不可以不弘毅(사불가이불홍의) : “선비는 마음이 넓고 굳세지 아니할 수 없으니
任重而道遠(임중이도원) : 책임은 중하고 길은 멀기 때문이다.
仁以爲己任(인이위기임) : 인(仁)으로 자기의 의무를 삼으니
不亦重乎(불역중호) : 얼마나 무거운가.
死而後已(사이후이) : 죽은 뒤라야 그만두게 되니
不亦遠乎(불역원호) : 그 얼마나 먼가.” 하였다.
仁是德之大(인시덕지대) : 인의 덕은 큰 것이니
其任重(기임중) : 그 책임이 얼마나 무거우며
行之而至死(행지이지사) : 죽을 때까지 어진 일을 행하여야 할 것이니
其道遠(기도원) : 그 길이 얼마나 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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子曰(자왈) :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民可使由之(민가사유지) : “백성들은 도리대로 따르게 할 수는 있으나
不可使知之(불가사지지) : 그 이치를 알게 할 수는 없다.” 하였다.
朱子謂(주자위) : 주자는 이르기를
不可使知之(불가사지지) : “알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은
謂凡民爾(위범민이) : 보통 백성을 지칭(指稱)함이다.
學者固欲知之(학자고욕지지) : 배우는 자들이 진실로 알고자 하는 것도
亦須積累涵泳(역수적루함영) : 그 공부를 쌓고 쌓아서 그 도에 젖어 들어
由之而熟(유지이숙) : 익숙해지면
一日脫然自有知處(일일탈연자유지처) : 하루아침에 저절로 깨닫게
乃可(내가) : 되는 것이니
亦不可使之强知也(역불가사지강지야) : 억지로 알게 할 수는 없다.” 하였으니
此與補亡格致之說(차여보망격치지설) : 이것은 <대학(大學)>보망장(補亡章)의 격치(格致)설과는
少異(소이) : 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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子曰(자왈) :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如有周公之才之美(여유주공지재지미) : “주공(周公)과 같은 훌륭한 재주를 가졌다 하더라도
使驕且吝(사교차린) : 교만하고 인색하다면
其餘(기여) : 그 나머지는
不足觀也已(불족관야이) : 보잘것없다.” 하였다.
矜己爲驕(긍기위교) : 자기를 뽐내는 것도 교만이요
凌人亦爲驕(릉인역위교) : 다른 이를 업신여기는 것도 교만이지만
難於舍己爲吝(난어사기위린) : 자기를 버리는 것을 어렵게 여기는 것도 인색함이요
嗇於與人(색어여인) : 남에게 주기를 아끼는 것도
亦爲吝(역위린) : 인색함이다.
兩者皆本心之失(량자개본심지실) : 이 모두 본마음을 잃은 것이니
本旣失(본기실) : 본마음을 잃고 나서
雖才能之美其盛如此(수재능지미기성여차) : 비록 훌륭한 재능(才能)이 이같이 성하더라도
亦末也(역말야) : 말단적인 일이니
何足觀乎(하족관호) : 무엇을 볼 만한 게 있겠는가 하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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子曰(자왈) :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三年學(삼년학) : “3년 동안을 배우고서도
不至於穀(불지어곡) : 벼슬할 뜻을 품지 않는 사람을
不易得也(불이득야) : 얻기가 쉽지 않다.” 하였다.
此夫子所以說漆雕開也(차부자소이설칠조개야) : 이 장(章)은 공자께서 칠조개(漆雕開)가 그러하였음을 말씀하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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子曰(자왈) :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篤信好學(독신호학) : “독실하게 믿고 배우기를 좋아하며
守死善道(수사선도) : 착한 것은 죽기를 맹세하고 지키고
危邦不入(위방불입) : 위태로운 나라에는 들어가지 않으며
亂邦不居(란방불거) : 어지러운 나라에는 살지 말 것이요
天下有道則見(천하유도즉현) : 세상에 도가 있을 때에는 나타나고
無道則隱(무도즉은) : 도가 없을 때에는 숨을 것이다.
邦有道貧且賤焉(방유도빈차천언) : 나라에 도가 있을 때에는 가난하고 천한 생활이
恥也(치야) : 부끄러운 일이고
邦無道(방무도) : 나라에 도가 없을 때에는
富且貴焉(부차귀언) : 부귀(富貴)한 생활이
恥也(치야) : 부끄러운 일이다.” 하였다.
篤信者(독신자) : 독실하게 믿는다는 것은
嚮道之誠也(향도지성야) : 도에 향하기를 정성껏 함이요
好學者求道之力也(호학자구도지력야) : 배우기를 좋아하는 것은 도를 구하는 힘이요
守死者秉道之確也(수사자병도지확야) : 죽기를 맹세하고 지킨다는 것은 도를 잡기를 확고히 함이다.
善猶爲善之善(선유위선지선) : 선(善)은 선을 행한다고 할 때의 선과 같고
善道云者(선도운자) : 선도(善道)란 것은
善之道也(선지도야) : 선하게 하는 도이다.
篤信此善道(독신차선도) : 이 선도를 독실히 하고
好學此善道(호학차선도) : 이 선도를 배우기 좋아하며
守死此善道(수사차선도) : 죽도록 이 선도를 지킨다면
爲學終始乃全矣(위학종시내전의) : 배움의 시종(始終)이 온전해질 것이다.
危不入(위불입) : 위태한 데에 들어가지 않으며
亂不居(란불거) : 어지러운 곳에 거하지 않으며
無道隱(무도은) : 도가 없을 때에
能守之而不失也(능수지이불실야) : 숨어 사는 것은 능히 뜻을 지켜 잃지 않음이요
邦無道富且貴則失其守矣(방무도부차귀즉실기수의) : 나라에 도가 없는데 부귀로운 생활을 하는 것은 그 뜻 지킴을 잃은 것이다.
蓋有道而貧賤則無好學之實(개유도이빈천즉무호학지실) : 대개 나라에 도가 있는데도 가난한 생활을 하면 배우기를 좋아하는 실상이 없고
無道而富貴則無守死之節(무도이부귀칙무수사지절) : 나라에 도가 없는데 부귀한 생활을 한다면 이는 죽기를 맹세코 뜻을 지키는 절조가 없는 것이다.
然此章下兩節之意(연차장하량절지의) : 그러나 이 장(章) 아래 있는 두 마디 뜻은
皆以明守死之義(개이명수사지의) : 모두 죽음으로써 지킨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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註(주) : 주에
以善道爲善其道(이선도위선기도) : 선도를 “그 도를 착하게 하는 것이다.” 하고
而遂不明言篤信守死之所信所守者(이수불명언독신수사지소신소수자) : 독실하게 믿어서 죽기를 맹세하여 지킨다는 소신(所信)과 지키는 바가
果爲何事(과위하사) : 과연 무슨 일인가 하는 것은
乃有愈信而愈不正(내유유신이유불정) : 밝혀 말하지 않고 이에 믿을수록 더욱 바르지 않은 것과
及荊聶之死徒死而已之說(급형섭지사도사이이지설) : 형가(荊軻)와 섭정(聶政)의 죽음은 공연히 죽었을 뿐이라는 설까지 있다.
夫以荊聶爲能守死(부이형섭위능수사) : 대저 형가와 섭정이 죽음으로써 자신의 믿음을 지켰다 한다면
則信老佛者(칙신로불자) : 노자(老子)나 불교(佛敎)를 믿는 자도
亦可謂能篤信(역가위능독신) : 또한 독실히 믿은
如此而後(여차이후) : 뒤에야
方合於愈信愈不正之義(방합어유신유불정지의) : 비로소 믿을수록 더욱 부정이 된다는 뜻이 된다.
由是以言(유시이언) : 이러한 논법으로 말한다면
篤信守死(독신수사) : 독실히 믿어서 죽기를 맹세하고 지킨다는 것이란
善惡初不分(선악초불분) : 착함과 악한 것을 처음에는 분변하지 않다가
至好學善道(지호학선도) : 배우기를 좋아하고 착한 도를 구한다는 구절이 와서야
始歸於正(시귀어정) : 비로소 바른 데로 들어간다는 뜻이 된다.
然彼荊聶且可謂能守死而不善其道矣(연피형섭차가위능수사이불선기도의) : 그러면 저 형가와 섭정은 죽음으로 지키긴 하였으되 도에는 옳지 못하였다고 이르겠다.
其信老佛而學老佛者(기신로불이학로불자) : 노자나 부처를 신봉하여 배운 자에게
何以明其爲能篤信而不好學也(하이명기위능독신이불호학야) : 어떻게 그 믿음은 독실하나 학문을 좋아하는 것이 아님을 밝힐 것인가.
若學異端不可謂好學(약학이단불가위호학) : 만약에 이단(異端) 배우는 것을 배움을 좋아한다고 할 수 없는데
則信異端猶可爲篤信耶(칙신이단유가위독신야) : 이단을 신봉함은 오히려 독실히 믿는 것이 되겠는가.
信之學之(신지학지) : 믿는다 배운다 함은
其事一也(기사일야) : 한 가지 일이라
信彼則學彼(신피즉학피) : 저 편을 믿으면 저 편을 배워야 하고
信此則學此(신차즉학차) : 이 편을 믿으면 이 편을 배워야 하니
天下未有信彼而學此者也(천하미유신피이학차자야) : 천하에 저 편을 믿으면서 이 편을 배우는 자는 없으니
求以正之(구이정지) : 바로 되기를 구한다 한들
其可得乎(기가득호) : 그것이 되겠는가
且荊聶比干之死(차형섭비간지사) : 또한 형가(荊軻)나 섭정(聶政) 비간(比干)의 죽음이
其所守道則同(기소수도즉동) : 도를 지킴은 같은데
而特其爲之有善有不善耶(이특기위지유선유불선야) : 유독 그 행위에 있어 착하고 착하지 못함이 있다는 것인가.
抑所守之道(억소수지도) : 아니면 지키는 바의 도(道)에
其善不善不同耶(기선불선불동야) : 착하고 착하지 못한 차이가 있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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子曰(자왈) :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學如不及(학여불급) : “배우되 따라가지 못할 것같이 하며
猶恐失之(유공실지) : 오히려 잃어버릴까 두려워하듯 하여야 한다.” 하였다.
爲學孜孜常如不及(위학자자상여불급) : 학문을 할 때에는 부지런히 하되 항상 부족한 것같이 하며
尙恐失之(상공실지) : 오히려 잃어버릴까 두려워해야 하는데
況不自力(황불자력) : 하물며 자기 스스로 힘쓰지 않으면
其能有得乎(기능유득호) : 얻음이 있겠는가.
註謂(주위) : 주에
爲學旣如不及(위학기여불급) : “배우면서 이미 미치지 못할까 하되
其心猶恐或失(기심유공혹실) : 마음으로 오히려 잃어버릴까 두려워하여야 하니
蓋以爲力旣殫而心愈勤(개이위력기탄이심유근) : 대개 그 힘을 다하고서도 마음이 더욱더 힘쓰는 것이다.” 하고
又云(우운) : 또
如此猶恐不獲(여차유공불획) : “이같이 하여도 오히려 얻지 못할까 근심한다.” 하였으니
今却只在此坐(금각지재차좌) : 이제 여기에 단지 고식적인 말만 취하여
前後說(전후설) : 앞뒤 말이
微有不同(미유불동) : 조금 같지 않는 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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子曰(자왈) :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巍巍乎(외외호) : “위대하도다.
舜禹之有天下也(순우지유천하야) : 순(舜) 임금과 우(禹) 임금이 천하(天下)를 차지하되
而不與焉(이불여언) : 어진 신하에게 일을 맡기고 간여하지 않았도다.” 하였다.
與干與也(여간여야) : 여(與)는 간여한다는 뜻이며
不干與(불간여) : 불간여는
言不以天下自私(언불이천하자사) : 천하가 자기의 개인적인 것이 아니므로
無所累其心也(무소루기심야) : 그 마음에 누(累)됨이 없다는 것을 말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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子曰(자왈) :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大哉(대재) : “크도다.
堯之爲君也(요지위군야) : 요(堯)의 임금 노릇 하심이여
巍巍乎唯天爲大(외외호유천위대) : 높고 높아서 하늘의 크신 것을
唯堯則之(유요칙지) : 오직 요 임금이 본받으니[則]
蕩蕩乎民無能名焉(탕탕호민무능명언) : 호탕하여 백성이 능히 이름할 수 없다.
巍巍乎其有成功也(외외호기유성공야) : 높고 높게 성공하심이여
煥乎其有文章(환호기유문장) : 찬란한 그 문장(文章)이여.” 하였다.
則朱子訓以準(칙주자훈이준) : 칙(則) 자의 뜻을 주자는 표준이라 하였고
尹氏以法爲義(윤씨이법위의) : 윤씨(尹氏)는 법이라 해석하였는데
恐當從尹氏(공당종윤씨) : 윤씨의 말을 따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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舜有臣五人而天下治(순유신오인이천하치) : 순(舜) 임금은 다섯 신하를 데리고 천하를 다스렸고
武王曰(무왕왈) : 주 무왕(周武王)은 말하기를
予有亂臣十人(여유란신십인) : “나는 천하를 다스리는 신하가 열 사람이 있다.” 하였다.
孔子曰(공자왈) : 공자께서 이 일에 대하여 말씀하시기를
才難不其然乎(재난불기연호) : “재능(才能)이 있는 사람을 구하기가 어렵다 하니 그렇지 아니한가.
唐虞之際(당우지제) : 당요(唐堯)와 우순(虞舜) 이후로
於斯爲盛(어사위성) : 주 나라 때에 인재가 더욱 성(盛)하였다.
有婦人焉(유부인언) : 그러나 주 나라에는 부인(婦人)이 있었으니
九人而已(구인이이) : 아홉 사람뿐이었다.
三分天下(삼분천하) : 주 문왕(周文王)은 천하를 3분(分)하여
有其二(유기이) : 그중에 둘을 차지하고서도
以服事殷(이복사은) : 은(殷) 나라를 섬겼으니
周之德(주지덕) : 주 나라의 덕은
其可謂至德也已矣(기가위지덕야이의) : 지극하다 하겠다.” 하였다
註言(주언) : 주에
才者德之用(재자덕지용) : “재주[才]라는 것은 덕의 쓰임[用]이다.” 하였는데
恐不必如此(공불필여차) : 꼭 이와 같지는 않을 듯하다
反傷辭繁而意淺也(반상사번이의천야) : 이렇게 풀이하면 도리어 말만 번다 하고 뜻은 얕으니
三分以下(삼분이하) : 셋으로 나누었다고 한 것 이하(以下)는
當從或說(당종혹설) : 마땅히 혹자(或者)의 설을 좇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