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8일 어버이날 저녁 좀처럼 보기 드문 정가 공연이 있어 남산국악당을 찾았습니다. 여창가곡 인간문화재이신 김영기 선생과 제자들이 함께 극 형식으로 발표회를 준비했습니다.
남산국악당(전문위원 이상균)은 두달 단위로 공모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국악연주자들에게 무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5월과 6월 금요상설공연의 주제는 '꽃은 피어 웃고 있고'로 봄날의 서정을 담은 정가, 판소리 등 다양한 공연이 펼쳐집니다.
5월 8일의 공연은 명창 故 김월하 선생님의 제자인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예능보유자인 김영기 명창과 제자들이 함께 마련한 공연으로 남여간의 사랑과 이별의 정과 회한을 주제로 가곡, 시조, 가사 등 12곡의 정가를 들려주었습니다.
창작가곡 <청초 우거진 골에 - 소리 김희성, 작곡 김철호>
시창 <봉별소양곡세양> - 김영기 명창
김영기 선생은 월하여창가곡 보존회 회장으로 스승이신 김월하 선생의 유업을 이어 가곡 발전과 교육에 여념이 없으시며 공연은 물론 음반 작업에도 많은 성과를 거두셨습니다.
가사 <권주가> - 이현정, 이현서, 장보람
조선시대 사대부의 사랑방이나 풍류모임에서 불리웠던 시조나 가곡, 가사는 그 사설의 내용이 교훈적이며 서정적이어서 선비들은 정신수양을 위해 즐겼다합니다.
가곡 우조 평거 <어져 내일이여> - 박민희
하지만 시절과 인심이 변하니 사람들은 어렵고 재미없는 것을 외면하고 있지만 국악 또한 기초가 튼튼해야 다양한 변화와 발전이 가능하기에 오늘의 이 공연은 더욱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지름시조 <마음이 어린 후니> - 김영근
오늘의 연주회는 남녀간의 사랑을 담은 내용을 중심으로 영상과 자막을 도입해 청중의 이해를 돕도록 구성하였습니다.
여창 지름시조 <내 언제 신의 없어> - 김승예
또한 무용을 통해 주인공들의 심정을 표현해 단순한 공연에 볼거리와 활력을 불어넣어 공연에 대한 집중도를 높였습니다.
평시조 <동짓달> - 김유라
그리고 극중 극(액자극)의 형식을 차용해 스승과 제자의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가곡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고 국악인(가곡 전공자)들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평시조 <동짓달> - 김유라, 무용(김형진, 서한솔)
기존의 차분하고 관조적인 정가공연이 아니라 관객과 소통하며 친밀한 느낌을 주고자 스토리를 덧입히고 영상, 무용을 도입한 시도는 의미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가곡 반우반계 환계락 <사랑을> - 이기쁨
앞으로 더욱 이야기를 치밀하게 가다듬어 완성도를 높인다면 어렵게만 느껴졌던 정가를 보다 쉽고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좋은 공연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창작가곡 <청산은 내뜻이요> - 소리; 하윤주, 김영근 작곡: 김철호
느림과 절제를 통해 자신을 수양하고자 했던 옛 선비들 처럼 연주자들 스스로가 일희일비하지 않고 더욱 정진하여 소중한 문화계승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것을 당부드립니다.
창작가곡 <산은 옛산이로되> - 소리 이아름, 김희성 작곡 : 김철호
개인적으로 공연장을 찾을때 마다 느끼는 아쉬움은 판소리던 민요던 남자 소리꾼이 적다는 것입니다.
꼭 직업이나 전공으로 삼지 않더라도 국악전공자나 동호인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가 있어야겠습니다.
극중 극 형식으로 이뤄진 공연에서 깜짝 등장한 김희성
그간 공연무대가 적었던 정가가 최근들어 새롭게 조명을 받는 것 같아 한편으로 기쁘면서도 조심스러운 심정입니다.
시창 <상사몽> - 김영기, 박희수
창덕궁 연경당의 풍류음악회의 줄풍류와 정가 연주 문화관련 부서의 정가축제 및 발표회 지원, 최종민, 이동규, 이오규, 김영기, 송인길 선생 등이 함께하는 정가모임 등이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평시조 합창 <청산리 벽계수야>
귀한 공연을 통해 전통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옛 사대부의 풍류를 즐길 수 있게 해주신 김영기 선생님과 김영기가곡연구회의 전수생 및 회원 여러분께 감사 드립니다.
창덕궁 연경당 풍류음악회 : http://blog.daum.net/yerim95/17511137 광주군 퇴촌면 고갯마루 풍류모임 : http://cafe.daum.net/yunsori/UzP/405
사진제공 : 김영기가곡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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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전통문화와 한스타일의 세계화를 위하여 원문보기 글쓴이: 느티나무
첫댓글 참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정가공연이지만 세세한 해설과 함께 공연사진 너무 좋고 감사합니다..
정가는 민요나 판소리와는 또다른 매력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