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
Blue Aquarium.
등퇴장구가 눈에 띠지 않는, 그저 높은 벽채로 이루어진 사각의 공간.
주요 공간은 짙은 청색조(Ultra Blue)의 푸른 빛으로 둘러싸인, 마치 거대한 어항 또는 냉동실과 같은 분위기이다.
모든 인물들은 그러한 색조에 영향되고, 심지어 오브제화 된다. 모든 대도구와 소품 역시 그렇다. 후면 벽 중앙에 비석과 같이 생긴 모뉴멘트, 어느 때와 장소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곳엔 어떤 문자들이 빼곡이 쓰여있고, 그 좌우측에 모니터가 한 개씩 달려 있다.
무대 한 모퉁이. 햄릿의 서재,
햄릿, 상복 차림을 하고 창가에 앉아 깊은 사색에 빠져있다.
조곡이 울리면서 개막..
모니터 켜지면
화면에 박수소리와 함께 클로디어스가 등장한다.
박수에 답하고는 자리에 앉는다. 곧이어 대국 성명을 한다
[왕] (좌우에 있는 프롬모터를 번갈아 보며, 천천히 읽어 내려간다) 우리의 영웅이자. 태양이셨던. 선왕에 대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여. 우리의 슬픔 가눌 길 없고. 한결같이 온 나라, 수심에 쌓여 있소. 그러나. 다같이 국상을 슬퍼함은. 선왕께 바치는. 응분한 추모의 정이나. 한편 잃어버린 질서와 국기를 되찾기 위해. 우리 서로 총매진을 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사료하오. 그래서 과인은 비록 부덕하지만, 더 이상 나와 같은 불행한 지도자가 없음을 바라는 뜻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 주위를 닦는다) 슬픔에 빠져있는 지난날의 형수를. 왕비로 맞아 국난을 극복하고. 영원한 나의 동반자로 삼아. 대대손손 이 왕권을 이어 갈 생각이오.
말하자면 슬픔과 기쁨을 같이하여 한눈엔 웃음을. 또 한눈엔 눈물을 담고. 장례식에서는 찬가를. 결혼식에서는 만가를. 노래하는 심정으로. 환희와 비통을 똑같이 저울질하게 됐소. 이는 이지러진 기쁨이라고나 할까요. 아무튼 이 일에 대해서는 경들의 슬기로운 충언을 마다하지 않았고 경들 역시 쾌히 동의해 준 점 이 자리를 빌어 치하하오.
다음 건은 다 알고있다 싶히 저 포틴브라스 사태에 관해서 인데, 선왕의 서거로 이 나라의 국기가 흔들리고 시국이 어수선해서 인지. 이때다 싶어 일고의 가치도 없는 영토를 반환하라는 둥, 시장을 개방하라는 둥 엉뚱한 소리들을 늘어놓고 있소.. 이에...(컷 아웃)
(햄릿, 리모콘으로 TV를 끈다. 무대 좌측에서 긴 여명
햄릿 의자에 길게 빗대 누워, 깊은 침묵...3일 동안이라는 긴 무음의 시간을 갖는다. 이 시간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한 조각의 빛으로 그것을 암시하며, 그 빛의 길이와 밝기는 관객이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그 모양을 달리한다. 이 상황을 관객은 햄릿의 긴 몽상이라 상상해도 좋고, 현실이라 생각하여도 좋다.
(클로디어스, 거트루드. 시중들과 함께 등장.
클로디어스 손엔 반짝이는 캔이 들려있고, 거트루드 손에는 노란색 바탕에 남색 무늬가 있는 밀크 스네이크가 들려있다. 벽 뒤에서 등장하며 햄릿을 부른다)
[거트루드] (조용히)햄릿,....(좀 크게 )햄릿! 제발 이제 그만 얼굴을 들어 부드러운 눈길로 이 에미 좀 쳐다보렴.
[왕] (약간 술에 취한 목소리로) 햄릿,.....나의 아들....그래, 아직도 여기는 먹구름이 잔뜩 하니 내 어찌하면 좋을꼬...
[햄릿] (일어서며) ..........아닙니다. 이렇게 햇살이 듬뿍 들어오고 있질 않습니까?
너무 햇볕이 따스하게 비춰 개송장에 구더기가가 뒤끓고 있답니다.
저는 그 더러운 곳에 키스를 하고 있지만요.
[왕] 허허허
[거트루드] 애는! 이제 제발 그만하거라... 언제까지 그렇게 눈을 아래로만 돌려 이미 지하에 계신 아버지만을 찾을 수만은 없지 않는 일이 아니냐. !
[햄릿] .......................
(왕, 무대 하수 쪽으로 가서 의자하나를 질질 끌고 와, 그의 곁에 앉는다)
[왕] (그 동작을 하며)옛날에 이런 이야기가 있단다. 장례식을 따라가는 행렬을 보며 어떤 성인이 이런말을 했다는데.... "하나의 살아있는 사람을 여러 죽은 사람들이 따라가고 있구나......... 쯧쯧쯧.."......................................
그래 그래 (그에 옆에 바싹 기대어 은밀하게 속삭이는 듯이 )
아버지의 죽음에 너의 그 효성 지극한 애도도 가상할만하지만, 결국 이렇단다. 죽은 사람을 기리는 것도, 죽은 사람의 업적을 찬양하는 것도, 죽은 사람의 흔적을 낱낱이 파헤쳐 비판하는 것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모두 사라질 일이야, 우리가 죽은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은 죽은 삶과 상관없다. 죽은 사람을 기리는 것은 그 사람이 떠나가 버려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의 대문에 걸린 문패를 한없이 바라보는 어리석은 일에 지나지 않을 것이야.......알아듣겠니?
그러니 그 부질없는 슬픔, 이제 내던지고, 나를 친아버지로 대 다오. 너는 곧 이 나라를 책임 질 몸이며, 너는 이제 홀몸이 아니다. 그리고 에또... 위텐버그에 가서 영화공부를 하겠다는 생각... 물론 그 뜻은 알겠지만....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여기 없는 것이 어딨냐? 응? 그러니 제발 그냥 당분간 여기에 머물면서. 우리의 소중한 가족으로, 또 아니 아들로서 나 좀 도와주길 바란다..응?
[왕비] 그래. 아들아 제발 우리와 같이 있자. 응?
[햄릿] (사이) .............알겠습니다.
[왕] 우와! 그래 그래야지...정말로 듣고 싶었던 대답이다. 그래 그래. 우리와 같이 이 곳에 머무는 거다.
(거트루드를 감싸 안으며) 자 거트루드, 우리 햄릿! 어떻소?
[왕비] 좋다마다요(웃음)
[왕] 아 그러지 말고...(시중들에게)
이 기쁨을 축복하기 위해 오늘 또 한번 파티를 준비하도록 하시오. 어떻소 들? 하하하
[일동] 좋습니다.
(햄릿만 남고 일동 퇴장)
[햄릿] 아, 이 더럽고 더러운 이 몸뚱이, 이슬이 되어 녹고 녹아 흘러 없어졌으면....(사이) 이 세상은 자랄 때로 내버려둔 잡초의 뜰... 썩고 더러운 열매가 득실거리는 뜰... 이로써 덴마크는....수치스러운 명예를 가지게 되었다. 없어져야 한다. 포틴브라스가 쳐들어 오면 그들을 오게 하라. 이로써 덴마크는 끝났다..
(사이---호레이쇼 등장)
[호레이쇼] 햄릿.
[햄릿] 오! 호레이쇼,
(둘 포옹한다)
[햄릿] 어쩐 일인가?
[호레이쇼] 선왕의 장례식에 참례 차 오질 않았겠는가?
[햄릿] 웃기는군. 어머니 결혼식을 보러 왔겠지.
[호레이쇼] 사실이지, 경사가 뒤따르긴 했지만 .
[햄릿] 이것도 일종의 절약이지 절약... 초상 때 군 고기를 식기 전에 결혼 잔칫상에 올려놔야지 되질 않겠는가.(웃음)
(사이)
[햄릿] 땅속에 계신 아버지만이 불쌍하시지. 아버지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
(사이 주연회에서 쓰이는 음악과 흥청망청 대는 소리)
[호레이쇼] 훌륭한 분이셨지. 저 소리는 뭔가?
[햄릿] 왕이 주연을 열어 마시고 비틀거리며 춤추는 소리 아니겠나?
[호레이쇼] 좀 이르지 않는가?
[햄릿] 이르긴 뭐가 이른가? 아버지의 채취를 어서 씻어내야지...
(잠시 둘 사이 다시 침묵)
[햄릿] 호레이쇼
[호레이쇼] 음.
[햄릿] 하늘을 보게
[호레이쇼] 구름 한 점 없는 깨끗한 하늘이군.
[햄릿] 나는 그것을 믿지..
[호레이쇼] 무엇을?
[햄릿] 이렇게 텅 빈 하늘을 말일세. 저기엔 아무 것도 존재치 않지.....
(잠시 둘 사이 다시 침묵)
[호레이쇼] 햄릿.
[햄릿] .........................
[호레이쇼] 햄릿.
[햄릿] 위로하려 들지 말게, 이렇게 있어봐야 하나 산사람을 여러 죽은 사람들이 따라가는 일이랑 무엇이 다르겠는가?
[호레이쇼] 무슨 말인가?
(사이)
그런데......당시 사인(死因)은 무엇이라 하던가.
[햄릿] 밤늦게까지 서재에 계시다가. 아침에 들어가 보니...... 심장마비로 인한 돌연사로 판명이 나왔지. 하기사 평상시 심장이 좀 안 좋으셨지...
[호레이쇼] 잠시 귀 좀 빌려 줄려나? 불경스런 말 하나 전해 되겠네.
[햄릿] 무슨?
[호레이쇼] 용서하게.
위텐버그에 있을 때 말이네 만, 그 곳은 얼마나 분주한 곳인가. 밤낮이 따로 없지. 알지 자네도.... 그 곳에서 선왕의 서거를 접하게 되었고...
[햄릿] .................
(사이)
[호레이쇼] 용서하게! 괜스리 아픈 시간들을 들추어내려 해서 대단히 미안하네 만. 자네한테 한번 물어보겠네 ..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지 쩔쩔매며)
아, 내 이야기는 다시 말해. 음.....
선왕이 돌아 가셨을 때의 그 옥체를 기억하나 ?
[햄릿] 왜 이러는 가?
[호레이쇼] 용서하게
[햄릿] 무슨 소린가? 그야 아들 된 도리로서 당연하지.
(아버지를 그리며)죽음의 순간까지 그 기상을 잃지 않으려는 듯한 그 수려한 모습을 어찌 기억을 할 수 없겠나?
[호레이쇼] 머리부터 발끝까지?
[햄릿] 머리부터 발끝까지
[호레이쇼] 얼굴은 어땠나?
[햄릿] 분장한 상태라 거의 산 사람 같았네
[호레이쇼] 분장? 그래... 분장
[햄릿] 왜 그러는가?
[호레이쇼] 지금 와서 확인할 길이 없네 만은....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네. 지금 외국에선 모종의 소문이 파다하다네.
[햄릿] 모종의 소문?
[호레이쇼] 독살설.
[햄릿] 뭐라구? 뭐라구! 그게 정말인가? 자네..
(호레이쇼의 멱살을 잡으며) 자네의 말 책임 질 수 있나?
[호레이쇼] 진정하게..진정하게... 루머는 어디까지나 루머일 수 있네.
그러나 이 지점에서 중요한 사실은 그 루머의 진원지가 선왕이 돌아가셨을 때 입회했던 검시관이라는 점과 그 스스로 여러 정황들을 하나씩 입증하고 있다는 사실이지
[햄릿] 그 검시관이 왜 그곳에 있나? 그리고 여때까지 이곳에서만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이야기인가?
[호레이쇼] 견딜 수 없는 양심 때문이었겠지 그리고 이 사실은 며칠 전 내가 귀국할 때 보도되었고. 이곳의 삼엄한 언론 통제 또한 한 몫을 하고 있었겠지.
아 그리고 또 하나, 왕이 이야기하고 있는 포틴브라스 사태는 여기서 알고 있는 내용과 거리가 있네. 아무튼 그곳 상황은 지금 매우 좋질 않네...
[햄릿] 이럴 수가. 이럴 수가....오 하나님!
[호레이쇼] (다소 단호하게)자네도 책임 있네
[햄릿] (돌아서며) 책임이라니.
[호레이쇼] 이런 자네의 칩거 말일 세
(암전)
2
(무대 한쪽 켠에 긴 테이블 왕. 왕비. 로젠크란츠, 길덴스턴 등장. )
[왕] 혹시 요사이 햄릿을 만나 보았나?
[로젠크란츠] 아직 뵙지를 못했습니다.
[왕] 한번 만나 보게.. 이미 소문을 들었겠지만.. 햄릿이..
아주 맛이 갔네. 외양은 물론 정신 상태까지도..
대체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그 원인을 알 수가 없다니까.(한숨을 지며) 선친이 돌아가신 지도 이미 수주일...
[길덴스턴] 얼마나 슬픔이 크시겠습니까?
[왕비] 그야 그렇겠지. 하지만 이제 그만... 좀 했으면... 참, 제가 무척 속이 상해요.
[왕] 그래서 말인데....요즘 뭐 흥미있는 일 좀 없나?
[로젠크란츠] 그거야 찾기 나름이죠.
[왕] 그래서 말인데... 두 사람 이곳에 머물면서 햄릿 좀 돌보게. 무엇보다도 우정어린 벗이 되어 가깝게 지내면서 무슨 재밋거리가 없나 같이 찾아보고.. 뭐 그러고 보면 저렇듯 괴로워하는 원인 또한 알 수 있을거네. 원인을 알게되면 치료도 가능하지 않겠나? 두 사람에게 부탁하네..
[로젠.길덴] 당연하옵지요
[왕비] 그래요. 햄릿이 그래도 가장 의지하는 사람들이니까요....
[로젠.길덴] 알겠습니다.
[왕] 자, 그럼...
(로젠크란츠 길덴스턴 퇴장 / 폴로니어스 등장)
[폴로니어스] (폴로니어스는 심하게 말을 더듬는다, 왕과 왕비는 이러한 모습에 매우 답답해 하며 자주 짜증스런 표정을 내야 한다. 더듬거리며: )폐.페. 폐하, 히.히. 희소식을 갖고 도.도 돌아왔습니다.
[왕] 어서 오시오. 그래 어찌 알아보았소? 어떻소.
[폴로니어스] 드. 드. 드
[왕] 드디어?
[폴로니어스] 예. 드 드디어 알아낸 것 같습니다.
아, 말해보시오 어서 듣고 싶소 .
[왕] 거투르드, 저 사람이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냈다고 하오.
[왕비] (관심없다 듯)무슨 원인이 있겠어요? 부친의 서거 그리고 우리의 갑작스런 결혼 같은 것이겠죠.
[왕] 글쎄 좀 알아봅시다
[폴로니어스] 폐하, 도.도.도대체 왕권은 무엇이며 시.시 신의 의무는 무엇이며 왜 나.나.낮은 낮이며 밤은 밤이며 또한 떼.떼.때는 때인가를 논한다는 것은 고. 고. 곧 밤과 낮과 시간의 낭비 이외에 아무 것도 아. 아닙니다... 그러니 가, 가.간결은 지혜의 으뜸이요, 장황함은 사. 사족에 지나지 않으니, 가.가. 간단히 말씀 드리면...(큰소리로)해.해.해
[왕비] (답답해 하며)햄릿!
[폴로니어스] 예...와.와. 왕비 전하 죄송합니다. 예! 해.해. 햄릿은 실성하였습니다. 고.고.곧 실성이란 '미쳤다'라고 정의하는데 그 말 외엔 가. 감히 달리 표현할 말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그. 그건 그렇다고 치고 .
[왕비]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예요? 그의 에미 앞에서. 수다는 그만 떨고 핵심을 말하시오.
[폴로니어스] 왕비폐하, 조. 조. 죄송합니다. 그. 그. 그러나 소신은 수. 수. 수다를 떨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해.해. 햄릿은 단적으로 미쳤습니다.이. 이건 사실이며 애.애석한 일입니다. 애.애.애.애석한 일이지만 사실입니다. 어리석은 말이니 그만 두지요. 저는 수다를 떨고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우. 우. 우선 미쳤다고 인정합시다. 그럼 남는 것은 그 겨.겨. 결과의 원인이라기 보다는 그 결함의 원인을 파악하는 일입니다. 외. 외. 왜냐하면 원인이 있기에 그 결함의 결과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이 이리하여 문제가 남았는데 그 남은 문제는 이러 합니다. 신중히 고려하시기를 빕니다(웃옷 속에서 몇 장의 쪽지를 꺼낸다) 소. 소신에게는 딸이 있습니다. 하기야 출가 전까지 신의 것인 바, 저.저.적어도 내 논 딸년은 아니 온데.. 거두절미하고 잘 들어 이걸 보십시오. 그. 그년이 글쎄. 아. 아이쿠 죄송. 따. 따. 딸년이 글쎄 이것을 흘렸습니다. 야. 야. 양찰하옵시기를 (읽는다) "처.처.천사와 같은 내 영혼의 우상 더없이 아름다운 오필리아에게" 이건 문장이 졸렬하고 서툴군. "세. 새. 새하얀 가슴속에 이 글을" 등등 ....
[왕비] 햄릿이 딸에게 보냈단 말이요?
[폴로니어스] 폐하, 조.조. 좀만 기다려 주세요. 읽어 드릴 테니까. (읽는다)"별이 불타지 않는다 의심을 해도 태양이 움직이지 않는다 의심을 해도 진실을 가짜라 의심을 해도 의심을 마시오. 내 사랑을 오.오.오.오. 오필리아는 나는 시에 서툴고, 연정을 남김없이 음률로 표현할 재주가 없습니다. 그러나 믿어주오. 그대를 제일 가장 제일 사랑한다는 사실만을. 안녕. 이 육체가 살아있는 한, 가장 사랑하는 여인이여, 영원히 그대의 것인 헤.헤 햄릿으로부터....
[왕] 그런데 오필리아는 햄릿의 사랑을 어떻게 받아드렸지요?
3
(아래 장면은 #2와 #4장면과 동시적으로 오버래핑 된다. 테이블 의자 2개 테이블 위에는 책과 신문. 서류 뭉치들이 잔뜩 쌓여있고, 햄릿 뭔가를 열심히 메모하며 뒤적거리고 있다. 그 사이 오필리어 등장)
[오필리아] 별 하늘의 별을 의심 마오. 태양이 움직임을 의심 마오 . 비록 진리를 허위라 의심해도 나의 사랑만은 의심 마오. 오 사랑하는 오필리아. 나는 이러한 시구에는 서툴러 이 뜨거운 마음 전할 길 없지만 오직 당신을 사랑하오. 이 마음을 굳게 믿어 주어. 안녕.. 이 생명 다할 때까지 목숨처럼 사랑하는 오필리아. 이 몸 마음 그대의 것이오... 햄릿으로부터....깔 깔 깔(웃는다)
[햄릿] (관심 없다는 듯이)웃어라 웃어... 그건 햄릿이 아니야.
이제 나에게 있어 예술이란, 그래 사랑이란 날씨와 같은 것이라 옆에서 단지 지켜볼 뿐이다.
아니다. 아니지. 술과 같은 것이다. 도취와 마비상태.
아니다. 모든 거짓말의 시작과 끝. 모든 정신병의 시작과 끝. 아니다. 아니다. 그것도 아니다.
아무튼 끝이야.
[오필리아] 왜 이렇게 시니칼해?
[햄릿] 글쎄...
[오필리어] 글쎄?
[햄릿] 도망칠 수도 없이, 눈앞에 닥친 일들, 싸움들, 투쟁해야 할 일들 (사이, 오필리어 움직인다) 눈을 떠서 부터 눈감을 때까지-. 때로는 꿈속에까지-. 안개처럼 흐릿하고 희미하게, 모든 것들이 밑도 끝도 없이 실타래처럼 엉켜있어. (사이 오필리어 움직인다) 멍하니 그저 몽유병자처럼.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어.
[오필리아] (한숨을 쉬며) 무엇을?
[햄릿] 모르겠어.
나는 너무 약해.
[오필리아] 그래 너무 약해. (사이) 왜 약해?
[햄릿] 그래. 일생동안 내 가슴에 못을 박고, 일생동안의 적대감, 혼란 속에서 생을 마치고 죽음... 언젠가 한순간의 각성으로 세계를 이해하다. 그뿐. 남는 건 침묵이겠지.
[오필리어] 세계를 이해한다는 착각? 진정한 각성이 아니고, 곧 이어서 퇴폐의 수렁으로 한없이 밑바닥으로...삼류 우울증. 꿈으로 도망치고, 추상성에 매달리고. 나에 대한 아무런 이해도 구함 없이, 참여도 없이. 따로 떨어진 것처럼?
[햄릿] 고통을 무기로 하고 자학을 방패삼아 현실을 보다-.
[오필리어] 건. 너. 다. 보. 다.
4
(무대 하수 조명 다시 밝아지며)
[폴로니어스] 폐.폐.폐하께서는 소신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왕] 아! 충실하고 존경할만한 인물이지 .
[폴로니어스] 저저.저. 또한 그러하기를 원하옵니다. 그런데 어찌 생각하고 계십니까? 이 여.여. 열렬한 사랑의 날개를 펴는 꼴을...
[왕] 열렬한 사랑이기보다는 무슨 토론을 보는 것 같은데? 우리 연애할 때는 저렇게 안 했어요.
[폴로니어스] 아.아.아닙니다. 폐하. 실은 감히 아룁지 않을 수 없지만, 소.소.소신을 즉시 손을 써 딸년에게 이렇게 타일렀습니다. "미.미. 미천한 네가 어떻게 그분과?...노 노. 이 사랑은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고 했죠. 그. 그리고서는 금족령을 내려 버렸습니다. 그러자 햄릿께서는 간단히 말씀 올리겠습니다만 슬픔에 빠져 음식도 전폐하시고 자.자.잠도 못 주무셔서 허약해지니 곧 시.시. 신경쇠약증세가 찾아오게 되고, 고.곧 이어 결국 실성하고 전락을 거듭한 끝에 지.지금처럼 '이런 지경'에 이르르게 되지 않았나 신은 생각합니다요..
[왕] (방백)말도 안돼.. 왕비도 그렇게 생각하오?
[왕비] 글쎄요 그럴 것 같고...?(자신 없게)남자들은 그런가요? 그 깐 일에?
[폴로니어스] 여.여.여태껏 소신이 "그. 그. 그렇다"고 단언한 것이 그렇지 않아 본 적이 이. 이.이 있습니까?
[왕] 내가 아는 한...? 없었지!
[폴로니어스] (자기의 머리와 어깨를 가리키며) 마. 마.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저를 자르십시오.. 다. 다. 단서만 잡힌다면 어디에 진상이 있건 간에 지.지. 지구 끝까지 가서 찾아내고 말겠습니다.
[왕] 어떻게?
[폴로니어스] 조.조. 좀 더 지켜보시겠습니까?
[왕비] 그럽시다.
5
(다시 무대 상수 쪽 L. I)
[햄릿] 틀렸어. 환멸만으로 건너다보고 있진 않아. 저기를 봐. 그리고 저기도, 그리고 여기도 (가운데를 가리킨다) 이곳에 죽음이 있어. (아래를 가리킨다) 보이니?
[오필리어] (주변을 둘러보며)뭐가?
[햄릿] 그래. 너는 이해하지 못 할 꺼야. (사이, 오필리어 움직인다)
그런데 네 말을 들으니까 새삼 슬퍼지는 구나. 이 보잘 것 없는 신념이. 모든 살가죽과 생각을 빼버리고 남을 건 골격 하나, 물론 그것도 곧 썩어 없어질 신념이겠지만-.(사이, 오필리어 움직인다)
[오필리어] 아버님께서 돌아가시고 난 후로 너는 뭔가가 위태로워.
[햄릿] 그래 뭔가가 나를 괴롭히고 있지. 마치 유혼처럼 떠돌고 있는 뭔가에 의해...........
[오필리어] 적어도 이제 그만 이 현실을 받아들여. 사랑하도록 노력해 봐.
[햄릿] 사랑? 사랑? (소리친다) 틀렸어 이미. 어떤 곳에 있던 나는 이미 아무 곳에도 속해 있지 않아. 그들이 아무리 옳다고 하는 일에 매달리거나 더러운 놈이라도 이미 내게는 부질없어.
사랑? 그것만으로는 이제 지겹다. 사랑? 적어도 보통사람들이 매달리려는 신념. 몸을 맡기려는 정의! 이젠 너무 너무 지겹다.
[오필리어] 그럼 도대체 너는 뭐야? 나는 뭐야!
[햄릿] 분명한 건 너와 나는 남이야. 아니야. 그것도 그렇게 명쾌하게 말할 수 없지.
이 세계에서 인간은 혼자이듯이 혼자야.
[오필리어] 뭐야..?
[햄릿] 누군가를 죽이고 말겠어.
[오필리어] 누구를
[햄릿] 몰라... 네가 될는지. 내가 될는지.
[오필리어] ......................
(햄릿 .오필리어 포옹한다. 격렬하게 키스한다. 오필리어 반항하지만 이내 그의 품에 안기고 만다)
[햄릿] 사랑해 . 그리고 날 용서해.
(오필리어 퇴장 . 암전)
6
(아래 상황은 #4의 상황과 조우한다; 곧이어 흩어진 옷차림을 한 햄릿이 무대 하수 쪽으로 다시 들어선다. 실내에서 말소리가 들리자 멈춰 섰다가 들어선다. 왕과 왕비 황망히 퇴장. 햄릿의 손에는 파일이 들려져 있다)
[폴로니어스] 아.아.안녕하십니까 ? 우리 왕자님?
[햄릿] 잘 있네, 고맙군
[폴로니어스] 저.저.전하, 신을 아십니까?
[햄릿] 알다 뿐인가. 자네는 포주가 아닌가
[폴로니어스] 껄껄껄.. 처.처 천만에, 햄릿
[햄릿] 그럼 포주만큼 정직하면 좋겠군
[폴로니어스] 저.저 정직이라니,
[햄릿] 그럼 요즘 세상 같아서야 정직한 사람. 만에서 하나나 고를 수 있을까
[폴로니어스] 옳은 말씀입니다
[폴로니어스] 모.모.모. 뭣을 읽고 계십니까, 전하?
[햄릿] 말들이지, 말, 말 수 없는 말들...
[폴로니어스] 그.그. 글 사이의 내용은 뭐죠?
[햄릿] 누구 사이냐고?
[폴로니어스] 아니요 . 이.이.읽고 계시는 내용 말입니다.
[햄릿] 이건 유언비어야. 말 좋아하는 외국 친구들이 이리저리 말도 많아. 지금 엘시노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또 어떤 자는.............
[폴로니어스] 어.어.어디 좀 볼 수 있을까요 햄릿?
[햄릿] (뿌리치며) 뭘 볼려고 그러나? 무덤 속의 말들을 자네도 곧 알텐데..
[폴로니어스] 그.그.그래도 바람을 피하려면 오히려 무.무.무.무
[햄릿] 무덤!!?
[폴로니어스] 예....무.무 무덤 속이 안락할 수 있죠. 아.안 그렇습니까..
[햄릿] 여보, 듣기 스러우이, 자 내가 기꺼이 줄 수 있는 것은 '물러가라'는 말뿐일세
내생명, 내 생명, 내 생명을 빼놓고서는 말이야
(폴로니어스 퇴장)
7
(로젠크란츠와 길덴스턴 등장)
[길덴스턴] 존경하는 전하!
[로젠크란츠] 경애하는 전하!
[햄릿] 이번에는 또 누구들이신가? 잘 있었나 길덴스턴? 아, 로젠크란츠도! 어떻게 지냈나?
[로젠크란츠] 그럭저럭
[길덴스턴] 행복하지만 지나치게 행복한 것도 아니고 행운의 여신이 쓰는 모자의 꼭대기까지는 가지 못했습니다
[햄릿] 그렇다고 여신의 구두창 밑은 아닐 테지?
[로젠크란츠] 그렇지도 않습니다
[햄릿] 그럼 자네들은 그녀의 허리께 쯤 인가 아니면 소중한 곳의 가운데쯤인가?
[길덴스턴] 실은 여신의 은밀한 가운데인 셈이죠
[햄릿] 뭐 여신의 그 행운의 골짜기라구? 오 그럴 테지 그녀는 창녀이니까...
좋은 소식이라도 있나?
[로젠크란츠] 아뇨 세상이 정직해졌다는 사실 외에는.
[햄릿] 그럼 세상이 종말에 가까워졌군 그렇지만 자네의 말은 틀렸어 좀 자세히 묻겠네 만 자네들은 무슨 팔자로 이런 감옥에 쫓겨왔나?
[길덴스턴] 감옥이라니요, 왕자님!
[햄릿] 덴마크는 감옥이야
[로젠크란츠] 그럼 온 세계가 다 그렇겠죠
[햄릿] 큼직한 감옥이지 그 안엔 독방도 있고 토굴도 있는데 덴마크가 제일 심해
[로젠크란츠] 신들은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다, 전하
[햄릿] 그렇다면 자네들에겐 무관하군 세상엔 좋고 나쁜 것이 없어 다만 생각이 그렇게 정해줄 뿐이야.
나에겐 감옥이야
[로젠크란츠] 그건 전하의 포부가 너무 크니까 그렇겠죠. 이 나라가 전하의 뜻에는 너무나 협소합니다
[햄릿] 이런 참, 나는 호두껍질 속에 틀어박혀 있어도 무한한 공간의 주인으로서 만족할 수 있는 몸이야 꿈자리만 사납지 않다면 말이야 .
[길덴스턴] 그 꿈이 실은 포부일겁니다 그 포부의 실체란 것은 꿈의 그림자에 불과하니까요
[햄릿] 꿈 그 자체가 그림자에 불과한 거야
[로젠크란츠] 그렇습니다. 포부란 공기처럼 허무해 가치가 없는 것, 그림자의 그림자에 불과할 겁니다.
[햄릿] 오 제법이군 그래...많이 늘었어. 하하
(사이)
[햄릿] 참, 친구들. 절친한 우정으로 묻겠다만 엘시노어에는 왜 왔지?
[로젠크란츠] 전하를 뵈려고 왔을 뿐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햄릿] 그 고마운 소리. 자발적으로 왔나? 자유로운 방문인가? 자, 정직하게 말해 보게 자, 어서
[길덴스턴] 뭐라고 말씀 드려야 할지, 전하?
[햄릿] 호레이쇼 랑 같이 왔나? 아 내가 대답하지. 첫 번째 나의 질문에 대한 답은 '왕과 왕비가 불러서 왔다'는 것일 테고, 두 번째 질문은 자네가 대답 좀 해 보게.
[길덴스턴] 실은 그렇습니다.
[로젠크란츠] 그리고 호레이쇼는 이곳에 와 본 것이 전부입니다.
[햄릿] 흠... 그런가. 그 곳은 어떤가 ? 자네가 사는 행운의 골짜기는 어떤가? 별다른 소식은 없고?
[로젠크란츠] (다소 당황하며)무슨 일 때문인가요?
[햄릿] 예민하게는.. 쯧쯧.. 그걸 나에게 일러 달라는 거야. 젊었을 때 우리들의 우정을 생각해서라도 말일세. 아! 내가 좀더 구변이 좋으면 멋지게 호소를 하련만--- 하여튼 솔직히 털어 놔보게 ....
[길덴스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햄릿] 그래... 잘 가게. 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젠크란츠와 길덴스턴 퇴장)
이제는 나 혼자! 어쩌면 나는 이렇게 게으르고 비열할까. (머리를 쥐뜯으며) 아무리 정신을 집중해도 손발은 떨리고 눈에서는 자꾸 눈물이 나오고, 목은 자꾸 메이는 데, 어쩌면 이렇게 몸과 마음이 일치하지 않는가. 꿈꾸듯 멍하니 앉아 무기력한 채, 몽유병자처럼 서성대며 덜어내고. 깍아내고. 무너뜨리고. 그리고 다시 세우고...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이 사실이라면?
나는 겁쟁이인가? 비둘기 간처럼 약해 빠지질 않았는가. 다들 나를 보며 실실대고 비웃고 있질 않는가? 아, 빌어먹을 이 모욕을 감수할 수밖에. 빈정거릴 만도 하지. 비웃음을 당해도 싸지.
(일어서며)비겁한 이 인간 병신이라 부르고, 골통을 후려갈길 자 없는가? 이 수염을 뽑아 내 얼굴에 내 던지고, 코를 쥐여 뜯어 허파가 찡 하도록 큰소리로, 너는 뭐하냐! 이 병신아! 라고 소리지를 자가 없는가? 이 일을 할 자는 없는가?
(사이) 호레이쇼! (큰소리로 절규하듯) 호레이쇼!!!!!
(호레이쇼 등장)
[호레이쇼] ............
[햄릿] 결심했네
8
달밤 .
무대 중앙에
햄릿. 호레이쇼. 검시관1.2가 모여 있다.
중앙에 스포트(너무 밝지 않아야 한다)
[햄릿] 자! 어서
무대하단에서 굉음.
리프트에 실려 선왕의 관이 올라온다. 지면에서 60cm정도 솟으며 정지
푸른빛의 관.
그들은 재빠른 동작으로 관 주변으로 달려들어 사방에 있는 경첩을 푼다.
조심스레 관 뚜껑을 여니, 그곳서 하루살이와 같은 작은 곤충들이 날아 나온다 .
일행들 손으로 젓는다.
흰 염포를 걷으면,
하얀 제복 차림을 한 선왕의 모습
순간.
시신이 서서히 공중으로 솟는다.
이때 천둥 번개
모두들 기겁들을 하며 뒤로 나자빠진다
일행들은 떠있는 시신을 밑에서 벌벌 떨고 있다.
[소리] 이 아빌 잊지마라
이 아빌 잊지마라.
이 아빌 잊지마라...
다시 시신 가라앉으며
[햄릿] (일어나며) 아버지! 아버지!
무슨 말씀을 하러 이러십니까.
(모두들 식은땀들을 닦으며 일어난다.)
[호레이쇼] 어서!
[검시관] 예
아래 동작부터는 마치 무언극을 하듯 정교하고 주의 깊게 다뤄져야하고
이러한 모든 상황은 극장 좌우.후면에 배치되어 있는 3대의 CCTV카메라에 의해 관객이 모니터링 할 수 있게 되어있다.
그들의 움직임은 여러 상황을 감안해서 면밀하게 계획되어야겠지만 대략적인 작업 순서는 다음과 같다.
1.작은 랜턴을 들고 시신의 안면 상태와 목부분을 비추며, 살핀다.
2.시신이 입고 있는 상의의 윗 단추를 푼다.
3.목부분이 노출되면 검시관1은 동맥 부위를 더듬으며 찾는다.
4.검시관2에 의해 전달받은 주사기로 혈액을 뽑는다.
5.검시관 2에게 주어지고. 작은 기구를 전달받는다.
6.목 부위의 피부에서 약간의 조직을 떼어낸다.
7.사이 검시관2는 뭔가를 열심히 메모를 한다.
8,모든 샘플은 시험관에 담아 지며, 그 사이 그들 간에 주고받는 기구와 동작은 거의 기계적에 가깝다.
9.이 모든 과정은 한편 호레이쇼에 의해 촬영된다.
10.상기 과정 중에는 들리는 소리는 오직 쟁반에 놓이는 수술기구들의 금속성 뿐, 이때 배경 음악은 베토벤의 월광소나타 1악장을 생각한다.
(그 사이에 삽입되는 대사)
[법의학자] 시신이 심하게 부패되어 있습니다.
[햄릿] 오, 하느님! 돌아가신 지 20여일밖에 되지 않은 몸이 이럴 수가 있는가?!!
(이내 햄릿은 석고처럼 굳어져 서있다)
[호레이쇼] 예상대로 군.
(호레이쇼 역시 모터드라이버가 달린 카메라로 시신의 부분 부분을 이곳 저곳으로 분주하게 옮겨다니며 찍는다. 작업이 거의 끝나 갈 무렵 천둥 번개 소리 금방이라도 폭풍을 동반한 폭우라도 쏟아질 전망이다.)
[호레이쇼] 아직도 멀었나. 자 이제 빨리 끝내세.
[법의학자.검시관] 다 됐습니다.
[햄릿] 결과는 언제 쯤 나오는가?
[검시관] 빨라야 두주 후 쯤입니다만, 제가 추측컨데...죄송합니다. 거의 결정적인 것 같습니다.
[햄릿] 그래.
(그들은 시신에서 채취한 샘플들을 들고 황급히 자리를 뜬다. 햄릿 그 자리에 멍하니 서있다)
[호레이쇼] 햄릿.. 햄릿 (호레이쇼 퇴장)
[햄릿] (거의 절규에 가까운 대사로)그래 대지여! 또 뭣이 있더라? 지옥이라도 불러낼까? 쓸데없는 소리! 악착같아라. 내 마음, 내 근육아! 폭삭 늙지 말고 굳게 버티어 다오 잊지 말라고...., 아 불쌍한 아버님.. 제아무리 당황한 머리이지만 기억이 차지할 자리는 있다. 그렇지, 내 기억의 수첩의 온갖 자질구레한 기억일랑 싹 씻어 버리겠다. 책 속의 격언, 어릴 때보고 기록해 둔 모든 사상과 인상일랑 일소해버리고 여기. 지금 이 현장... 내 뇌리 속에.... 그래야지! 내 좌우명이다 "아버지. 아버지! 결코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조명 아웃. 햄릿 퇴장)
9
(왕, 왕비 폴로니어스 오필리아 로젠크랜츠 길덴스턴)
[왕] 그래 경들이 말을 돌려서 물어봐도 왕자가 뭐 때문에 그런 소리를 지르며 미친 것처럼 떠도는지, 본인의 말을 들을 수 없었다는 건가?
[로젠크랜츠] 스스로도 이상해졌다는 고백의 말씀은 계셨습니다만 그 원인을 말씀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길덴스턴] 누가 알아보려고 하는 생각을 원치 않는 듯, 그 진상을 털어놓게 끔 몰고 가면 슬쩍 미친 듯이 피해 버리시곤 했습니다.
[왕비] 경들은 잘 대해주던가요?
[로젠크랜츠] 반갑게 대해 주셨습니다.
[길덴스턴] 그러나 마음엔 내키지 않은 듯한 면도 많았습니다.
[로젠크랜츠] 말씀은 안 하셨지만, 저희들이 물으면 거침없이 대답해 주셨습니다.
[왕비] 혹시 오락이라도 권해 보았소?
[길덴스턴] 마침 이곳에 오던 길목에서 영화 순회단을 만났습니다. 주로 20-30년대의 영화를 갖고 다니는데. 작품성이 매우 뛰어나죠. 그래서 햄릿 왕자께 여쭈었더니 퍽 기뻐하던 기색이었습니다. 아마 내일 밤 상연하라는 분부를 내린 걸로 돼있습니다.
[폴로니어스] 사실 그렇습니다. 양 폐하께서도 관람하셨으면 하는 왕자님의 분부를 받았습니다.
[왕] 기꺼이 응하겠오. 왕자가 만족을 한다는 말 기쁘기만 하오. 경들도 왕자가 그런 재미에 몰두 할 수 있도록 좀더 바싹 밀어주게.
[로젠크랜츠] 명심하겠습니다 폐하
[길덴스턴] (폴로니어스 눈치를 보며) 그런데 폐하.. 잠시드릴 말씀이..
[왕] 뭔가? 아 거트루드, 폴로니어스 자리를 좀 비켜주오.
(거트루드.폴로니어스 퇴장)
[로젠크랜츠] 어제 밤 그러니까..
천둥이 칠 무렵쯤으로 추정하옵니다만..
[왕] 뭔가?
[길덴스턴] 선왕의 무덤이 누군가에 의해 훼손된 것 같습니다.
(왕을 기겁을 하며 다가선다)
[왕] (주변을 돌아보며)뭐라고 하였는가? 지금..
[로젠크랜츠] 선왕의 무덤 주변엔 세대의 관리 카메라가 있지요. 그런데 어제 친 벼락으로 일부 카메라가 파손되었고 다행히도 그 중 한대가 현장을 잡게되었는데. 아쉽게도 그 필름 역시 상태는 썩 좋질 않습니다. 그러나 감히 저희들이 분석한 바로는 선왕의 무덤을 누군가 열고 모종의 도굴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걸 보십시오.
(길덴스턴, 리모트로 화면을 돌린다)
[왕] 도굴이라? 도굴? 차라리 도굴이라면 좋겠네.
[로젠크랜츠.길덴스턴] 예?
[왕] 아니네.. 도대체 ..누구들인가?
[로젠크랜츠] 서너명쯤 추정되옵는데... 형체만 겨우 알아 볼 뿐입니다.
[왕] 아니 이런 일이 있을 수가.....
[길덴스턴] 주변의 면식범들인 것 같습니다. 용의 선상에 오른 자가 몇몇 있기는 있사온 데. 잡아들이라 할까요?
[왕] 그래야지.................(사이, 곰곰히 생각하더니) 아니다. 그럴 것 없다. 소리 소문 없이....
[로젠크랜츠.길덴스턴] 예?
[왕] 그리고 이일 자네들 말고 누가 또 알고 있는가?
[로젠크랜츠.길덴스턴] 저희들뿐입니다.
[왕] 그래. 시국도 어수선한데 이번 사건으로 또 한번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싶진 않네. 그러니 말이네 만, 이번 사건은 자네들과 나만 알고 있는 것으로 하세. 확대하고 싶진 않네.
무슨 말 인줄 알겠나.
[길덴스턴] 예? 예. 그럼? 덮어두라는 말씀인가요?
[왕] 덮어두라는 것이 아니라 우매한 시민들의 의해 확대 재생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네. 무슨 뜻인지 알겠나.
[로젠크랜츠]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왕] 그러지 말고 내 앞에서 맹세를 하게.
[로젠크랜츠.길덴스턴] 맹세하겠습니다.
[왕] (칼을 뽑으며)아니다. 이 칼에 걸고 맹세하라
[로젠크랜츠.길덴스턴] 맹세하겠습니다.
[왕] 그리고 조사는 은밀하게. 결과는 신속하게 나에게 알려주어라
[로젠크랜츠.길덴스턴] 알겠습니다.
[햄릿]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야. 가혹한 운명의 화살이 꽂혀도 죽은 듯 참는 것이 장한 일이냐. 아니면 총칼을 들고 노도처럼 밀려드는 재앙과 싸워 물리치는 것이 옳은 일인가. 죽는 건 잠시 잠드는 것. 그 뿐 아닌가 잠들면 마음의 고통과 육체에 끊임없이 따라 붙는 무수한 고통을 없애 준다? 죽음이야 말로 지금 여기서 열렬히 바라는 결말 아닌가? 죽은 건 잠드는 것.! 잠들면 어쩌면 꿈꾸겠지. 아, 그게 괴로운 일이다. 이 세상의 번뇌를 벗어나 죽음 속에 잠든 때에 어떤 악몽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망설여지는 것...
그 때문에 결국 괴로운 생애를 그대로 이끌고 가는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으면 누가 세상의 채찍과 모욕을 참겠는가. 폭군의 횡포와 권력자의 오만함을, 좌절한 사랑의 고통을, 지루한 재판과 안하무인의 관리근성을 덕망 있는 사람에게 가하는 소인배들의 불손을 참을 수 있겠는가. (권총을 꺼내 관자노리에 갖다대며) 한방의 총성이면 깨끗이 끝장을 낼 수 있는 것을.... 죽은 뒤에 밀어닥칠 두려움과 한번 이 세상을 떠나면 다시는 못 돌아오는 미지의 나라가 사람의 결심을 망설이게 하는 것이 아닌가. 알지도 못하는 저 세상에 뛰어드느니 차라리 익숙한 이승의 번뇌를 감내하려는 마음만 없다면 그 누가 무거운 짐을 지고 괴로운 인생을 신음하며 진땀을 뺄 건가? 이래서 분별심은 우리들을 겁쟁이로 만들고 만다. 그리하여 결심이 갖는 선명한 혈색 위에 사색의 창백한 병색이 그늘져 이글이글 타오르던 웅지도 잡념에 사로잡혀 길을 못 가고..., 결국 실천과는 멀어지고 마는 게 아닌가....
(오필리어 등장하며)
[오필리어] 앞으로 나가야 할 것인가? 뒤로 갈 것인가? 머물러 있어야 한단 말인가? 앞으로 가도 제자리. 뒤로 기어도 제자리. 다람쥐 쳇바퀴로구나. 하늘로 올라도 감옥. 물 속에 들어가고 쇠창살. 사방이 꽉 막힌 감옥이로구나. 제자리에서 기어야지. 벽을 더듬고 기어야지. 아, 무릎에 피흘리고 기어야 하지. 쯧쯧
[햄릿] 오필리어.
[오필리어] 햄릿. 너의 미혹하는 이런 버릇 때문에 너는 네 자신에 대해 지겨워지는 거야. 너의 그 미워하는 마음 때문에 네 자신을 망가뜨릴지 몰라. 너는 이 세계를 싫어해.
(돌아서며 독백) 그는 정말로 사람들을 미워하는 것일까? 사람들을 정말로 좋아하는 것은 아닐까? 그가 의심하는 버릇은 무슨 숨은 믿음이 있어서가 아닐까?
[햄릿] (독백) 그녀는 나를 사랑하는 것일까? 나는 그녀를 사랑하는 것일까? 그녀는 정말로 이 세계에 대해 관대하단 말인가?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오필리어] 제발 슬쩍이라도 건너다 봐.
아주 슬쩍 말야...오필리어의 대사는 효과음으로 연결된다)
(오필리어 퇴장)
[햄릿] 슬쩍? 슬~쩍?
내가 본 아버지의 모습이 꿈이 아니라면...? 잠재의식처럼 그늘져 있는 죄의식에 관한 잔상들... 그리고 그것을 훔쳐보기...그래. 어거다.
(햄릿 퇴장)
[왕] 오필리어와의 사랑이라? 실연이라? 햄릿의 마음은 그것이 아니야! 말은 횡설수설하지만 미친 사람의 소리 같진 않아. 필경 무엇인가가 있다. 그것이 나를 이렇게 불안하게 하고 있다. 혹시..?
(퇴장) L. O
10
(햄릿. 호레이쇼. 영화 편집자 등장)
[햄릿] 자 이렇게 하자.
자네가 가지고 온 필름을 복사할 수 있겠나?
[영화] 물론입죠
[햄릿] 이렇게 해주게. 호레이쇼 엊그제 현장에서 찍은 필름 갖고 있나?
[호레이쇼] 여기 있네.
[햄릿] 자 지금부터 내 말을 잘 듣게. 이것이 자네의 테이프이네. 이것이 우리의 테이프와 필름이네. 이것과 이것이 오늘밤 서로를 품네.
[영화] 예?
[호레이쇼] 무슨 소린가?
[햄릿] 짜깁기. 짜깁기도 모르나. 두 필름을 합쳐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걸세. 처음 10분간의 그림은 이 작품일세. 그런데 적소(適所)의 순간, 이 필름의 그림을 삽입하여 주게. 그런 순간이라 함은 예를 들어 24분의 1초의 순간이랄까? 그런 다음 12분의 1초의 순간, 6분의 1초. 3분의 1초. 1초, 2초 ,3초, 4초..이런 식으로 숨은 그림을 키워 가는 거지. 이렇게 편집할 수 있겠나?
[영화] 가능합니다.
[호레이쇼] 무슨 뜻인지 알겠네.
[햄릿] 죄의식을 일깨우게 하는 일종의 덫이지 덫. 이 작품을 '햄릿의 덫'이라 부르지..
호레이쇼 만약 숙부의 숨은 죄악이 우리가 숨긴 어떤 한 장면에서도 드러나지 않는다면 어제 밤에 봤던 선왕의 상태는 분명 하나의 환상일 테고, 자네가 가지고 온 모든 정보는 그야말로 루머에 지나지 않게 될 걸세. 그러니 무엇보다 왕의 표정을 잘 봐두게
[호레이쇼] 알겠네. 명심하겠네.
11
(그날 저녁. 왕 왕비 폴로니어스 오필리아 로젠크랜츠 길덴스턴 그리고 가신 등장 그들은 객석을 향해 앉는다, 스크린 위에서 내려온다.)
[왕]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햄릿
[햄릿] 썩 잘 지냅니다. 카메레온 처럼 거짓 약속으로 꽉 찬 공기만을 마시구 살죠.
[왕]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 햄릿 내 말에 대한 대답이 아니지 않느냐?
[햄릿] 이젠 저 역시 그렇습니다. 자 준비들이 다 되었는가?
[로젠크랜츠] 예. 지시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왕비] 햄릿. 이리 와서 어미 곁에 앉으려무나.
[햄릿] 아뇨 어머님 여기 더 강한 자석이 있습니다
[햄릿] 오 오필리어! 아가씨 무릎에 누워도 괜찮을까요
[오필리아] 싫어.....요
[햄릿] 무릎에 머리를 기대인다는 말이요.
[오필리아] 그래요.
[햄릿] 내가 지저분한 짓을 할 줄 알았나?
[오필리아] 아니 그런 생각은 전혀
[햄릿] 처녀의 가랑이 사이에 눕는다는 게 괜찮은 생각이야
[오필리아] 무슨 말인지 원...
[햄릿] 아무 것도 아냐
[오필리아] (꼬집으며) 매우 즐거우신 것 같네...요?
[햄릿] 누가? 나?
[오필리아] 네 왕자님
[햄릿] 그거야 물론 나는 유일 무이한 어릿광대니까 인간이 유쾌하지 않고 서야 살맛이 있겠나? 저것 봐 어머니가 얼마나 유쾌하게 보여.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두 시간밖에 안 되는데 .
[오필리아] 10일의 3배는 됐을 텐데..
[햄릿] 그렇게 오래됐나? 그렇다면 검은 상복은 악마에게 입히고 나는 수달피 옷이나 입어야겠군 .하하
[오필리아] 햄릿, 난데없이 이 영화의 의미는?
[햄릿] 흥, 뭐랄까? 오필리어도 떠나고, 아버님도 떠나구 . 응큼한 치기랄까? 관심을 보이기 함일까? 음모 같은 거라구 할까.
[오필리아] 무슨 의도인지..통
[햄릿] 아무튼 잘 봐도.. 영화 속에 그 비밀이 숨겨있거든.
[오필리아] 뭔데?
[햄릿] 그대가 원하는 나의 의미든...내가 원하는 그대의 의미든... 아무튼, 여기 모여 있는 모든 사람들의 몸뚱이를 서서히 발가벗겨 나간다고 할까? 핍 쇼!!!! 바로 그거야.. 오필리어의 모든 것을 저쪽에서 부끄러움 없이 죄다 벗겨줄 거야 ....
[오필리아] 뭔 말인지... 통. 영화나 보는 게 낫겠군.
(영화 시작된다. 영화시간은 15분에서 20분 정도의 단편영화를 고려하고 있다. 내용은 클로디어스의 죄의식과 상반되는 찰리 채플린의 작품을 고려한다. 이 영화가 상연되는 동안 클로디어스를 비롯한 여러 등장인물들은 매우 즐거워한다. 그러나 영화의 내용 안에는 며칠 전 밤에 선왕의 무덤을 개봉할 때 호레이쇼가 촬영한 그림 몇 점이 교묘히 숨겨져 있다.
영화가 상연되는 처음 10여분은 영화내용에 흠뻑 빠져들어 폭소를 터트리는 등, 매우 즐거워한다. 그러나 순간, 선왕의 모습이 찰라처럼 스쳐지나간다. 처음에 이 순간은 모든 등장인물이 인식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장면은 차츰 빈번해 지며 나타났다 사라진다. 그때 보이는 장면은 선왕의 생전 모습, 죽음. 무덤가, 관, 관을 여는 장면, 시신, 부패한 얼굴, 일그러진 눈 코 등으로 차츰 확대되며 영화 속에 교묘히 삽입되어 있다. 클로디어스는 처음에 영화를 보는 순간 이러한 현상을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차츰 영화의 내용에 의문을 품게되고 이윽고 그는 내면 속에 가로놓여져 있는 죄의식과 조우하게된다. 그는 차츰차츰 굳어지며 창백해져 간다..)
(사이 대사)
[햄릿] 어머님 아버님 이 영화가 무척 재미있으신가 보죠?
[왕비] 호호 호호
[왕] 하하하 하하하 너무나 재미있구나. 이 영화의 제목이 무엇이냐?
[햄릿] '햄릿의 덫'이라구 제가 제목을 붙였습니다. 왜냐고요? 비유죠. 비엔나에서 있었던 살인사건에 쓰여졌던 필름인데 수사관은 이 필름 속에 들어있는 그 어떤 것에서 보석처럼 귀중한 단서를 발견했다 합니다. 자신만이 알고있는 자신만의 수첩 속에 꽁꽁 묶여 잔상처럼 남아있는 죄의식에 관한 기록들이라고나 할까요?
아주 오래 전 어머님 몰래 지갑에서 돈을 훔쳐갔던 일. 벽 틈을 통해 훔쳐봤던 속옷차림의 옆집 소녀에 대한 인상. 구멍가게에서 물건을 훔쳤던 일.. 내 자신만이 알고 있었던 비밀스런 수치심들을 자신도 모르게 발가 벗기워지는 것입니다.
아무튼 곧 아시게 되겠지만 흉직한 흉계가 숨어있었던 작품이죠. 검찰은 이 필름 속에 숨겨있는 어떤 죄의식을 통하여 살인용의자에 대한 심증을 굳힐 수 있었때나요 뭐? 그런 영화입니다. 그렇지만 무슨 관계가 있겠습니까? 폐하나 저희들처럼 깨끗한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마음에 걸릴 것이 없지요. 피부 곪은 망아지가 아파서 날뛴다고 우리의 몸이 가려울 리는 없으니까요.
[왕] 영화의 내용과는 전혀 관계없는 말을 하는구나? 하하하..저 것 참.. 하하. 낄낄
(사이)
[오필리아] 뭔가가 지금 금방 지나갔어요.
[왕비] 화질이 좀 안 좋은 거 같구나.. 햄릿.. 아! 지금도 뭔가가?
[오필리아] 아 저것이 뭐지?
[햄릿] 날카롭군. 날카로워
[오필리어] 아 지금도! (왕비를 향하여)보셨나요? 마마?
[왕비] 응? 응.? 뭐가?
[오필리어] 전혀 관계가 없는 듯한.. 아 또..
(왕이 앉아 있는 위치에 스포트가 한줄기 떨어진다. 그렇게 재미있어 하던 왕, 뭔가가 심상치 않다)
[오필리아] 어른께서 일어나셔요.
[햄릿] 저런! 그렇게 웃으시더니 그만 어딘가 불편하신가?
[왕비] 어쩐 일입니까?
[폴로니어스] 영화를 중지해라.
[왕] 불을 켜라! 들어가겠다.
[일동] 불, 불, 불을 켜라! (햄릿과 호레이쇼만 남고 모두 퇴장)
[햄릿] 울어라 울어라 화살 꽂힌 사슴아
놀아라 놀아라 성한 사슴아
밤을 새는 놈, 잠을 자는 놈.
세상만사 여차여차.
호레이쇼 호레이쇼! 어떻게 보았나?
[호레이쇼] 흐흐흐
[햄릿] 선왕의 썩은 눈이 휑그러니 달 덩어리처럼 떠오를 때 장면도?
[호레이쇼] 물론. 이 눈으로 똑똑히.
[햄릿] 하,하.하! 자 음악이다! 풍악을 올려라!
폐하께서 영화를 싫어 하니 어쩌면 좋다는 이야기인가!
하하하
(전원퇴장)
12
(햄릿이 서재; 로젠크랜츠와 길덴스턴 등장)
[길덴스턴] 왕자님 한 말씀 여쭙코저 왔습니다
[햄릿] 한 말씀 아니라 천말 씀이라도
[길덴스턴] 실은 폐하께서-
[햄릿] 그래 폐하께서 어떻다는 거야?
[길덴스턴] 내전하신 후 심기가 매우 안 좋으십니다.
[햄릿] 과음인가?
[길덴스턴] 아닙니다, 진노하신 것 같습니다.
[햄릿] 그렇다면 의사한테 알리는 것이 좀더 현명한 일일 것 같은데 내가 그 처방을 썼다가는 것 잡을 수 없이 화를 낼지 모르니까.
[길덴스턴] 죄송하지만 그렇게 엉뚱한 말씀만 하시지 말고 제 말씀 좀 들어주십시오.
[햄릿] 그래 그래 어서 말해보게.
[길덴스턴] 왕비 즉 어머님께서도 대단히 상심하시고 계십니다. 그래서 신을 이리로 보냈습니다.
[햄릿] 잘 오셨습니다.
[길덴스턴] 전하, 그 인사말씀은 이 자리에서는 합당치 않습니다. 전하께서 이치에 닿는 대답을 해주신다면 어머님의 분부를 전해 드리겠지만 그렇잖으면 죄송하오나 물러가겠습니다. (돌아서려한다)
[햄릿] 그럴 수는 없지.
[길덴스턴] 뭐가 말입니까 전하?
[햄릿] 이치에 맞는 답변을 해주게. 나는 돈 사람이야. 그렇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정도의 답변이라면 해주지. 아니 자네 말대로 어머님 분부대로 해 주겠네. 그러니 더 이상 감추지 말고 용건에 들어가세. 어머님이 어떻다는 거야 이 너무 당돌하시어 매우 놀라셨다는 말씀이옵이다.
[햄릿] 훌륭한 아들이군..쯧쯧. 어머니를 그렇게 놀라게 했다니. 그래 그렇게 놀랐셨다는 끝이 어떻게 됐다는 얘긴 없던가? 계속하게.
[로젠크랜츠] 그 말씀은 침소에서 말씀을 나누시기를 원하십니다.
[햄릿] 그래 물론 분부에 따라야지. 지금의 어머니의 열 곱절 만한 어머니 되신다면 말이네.--. 아직 할 일이 남아있나?
[로젠크랜츠] 왕자님 한때는 소신을 친구로 대해 주셨습니다 .
[햄릿] 지금도 마찬가지야. 이 손버릇은 나쁘지만 열 손가락에 대고 맹세하네.
[로젠크랜츠] 전하 고민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그 고민을 친구에게 감추신다면 스스로의 자유를 구속하시는 결과 뿐 입니다.
[햄릿] 실은 야망이 좌절돼서 그러네.
[로젠크랜츠] 그건 말씀도 아닙니다. 폐하께서 스스로 왕자님을 덴마크의 후계자로 선포하시지 않았습니까?
[햄릿] 물론 그렇지만 글쎄...! "목초는 자라는데. 말은 굶어죽고" 이 속담이 좀 낡은 것 같군. 흠.....
(둘을 한 구석을 데리고 가며) 저리로 좀 가세.. 아, 여보게. !어쩌자고 자네는 날 그처럼 떠보려고 그러나? 마치 하이에나 처럼 말이야? 이래야 속이 좀 시원하나?
[길덴스턴] 왕자님, 저의 행동이 좀 지나쳤다면 용서하십시요.
[햄릿]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이 피리나 좀 불어보게.
[길덴스턴] 불 줄 모릅니다. 전하
[햄릿] 제발 불어 보게나.
[길덴스턴] 사실입니다. 못 합니다 .
[햄릿] 간곡히 부탁하네.
[길덴스턴] 만져 본 적도 없습니다.
[햄릿] (로젠크랜츠에게)그럼 자네가 좀 불어보게
[로젠크랜츠] 죄송합니다. 저도 불 줄 모릅니다.
[햄릿] 거짓말하는 것보다는 쉬울 텐데. 이 구멍을 엄지 손가락으로 막고 입으로 불기만 하면 되. 그럼 기찬 소리가 나올걸. 이것 봐 이게 구멍이야.
[길덴스턴] 그렇지만 신은 그걸 조절할 줄 모릅니다. 재주가 없으니까요.
[햄릿] (다그치며)이것 보게. 그렇다면 자네는 나를 하찮은 인간으로 보았어! 자네는 나를 피리처럼 불려고 했어. 내 구멍이 어디 있는지도 알았고 내 마음속의 비밀을 끄집어 낼 심사지. 내 속에 있는 저음에서 고음까지 불어 낼 생각을 했겠지. 이러한 조그만 악기 속에는 풍부한 음악 절묘한 음향이 가득 차 있네. 그런데도 자네들은 피리를 불 줄 모른다? (피리로 내리치며) 이 인간들.. 그래! 날 피리 보다 불기 쉬운 존재라 알고 호락호락 덤벼들었나? 나를 어떤 악기로 취급해도 상관없고 그리고 좀 괴롭힐 수도 있겠지만 소리를 낼 수는 없을걸. 이렇게 뚜껑이 열리게 할 수 있을지언정!!!!! 개자식들!(길덴.로젠도망치듯, 퇴장)
(그 사이 폴로니어스 등장)
[햄릿] 와.와 왕자님. 왕비께서 곧 뵙자고 하오십니다.
[햄릿] 저, 낙타같이 생긴 구름이 보입니까?
[폴로니어스] 그.그. 그렇군요. 참말이지 낙타 같습니다.
[햄릿] 쪽제비처럼 보이는데.
[폴로니어스] 드.드.드 등이 쪽제비 같군요.
[햄릿] 가만. 고래처럼 보이지 않소?
[폴로니어스] 오.오. 옳아, 고래를 닮았습니다
[햄릿] 그럼 곧 어머님 뵈러 간다고 아뢰시오.
[폴로니어스] 예. 그.그. 그렇게 말씀 올리겠습니다. (폴로니어스 퇴장)
[햄릿] 곧 간다고? 말이야 쉽지. 지금은 한밤중 마녀들이 날뛰는 시각. 무덤은 아가리를 벌리고 지옥의 독기를 이 세상에 내뿜는다. 지금 같아서는 생피를 마시고 어떠한 잔인한 행동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아...
진정하자. 아 그러나 지금은 어머니한테 갈 때. 아, 이 마음이여 자연의 정을 잊어서는 안돼. 모친을 죽인 네로의 혼이 이 굳은 마음속에 들어오게 해선 안 된다. 가혹 하기는 해도 모자의 정은 지키자. 어머니께 칼날 같은 혀는 놀리지만 그 칼을 휘둘러서는 안될 일-. 내 혀와 마음이 서로 엇갈려 있어다오. 아무리 비수같은 책망을 할지 언정 나의 영혼이여-. 절대로 그 말을 행동으로 옮기지 말아 주기를-.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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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비석 앞에서)
[왕] 아 더러운 죄의 악취가 하늘을 찌르는구나. 형을 죽이고 최초의 저주를 받은 카인의 죄를 범하고도! 기도하고 싶은 심정과 의지가 아무리 간절하도 해도 부질없는 짓. 죄책감이 이렇게 무거우니 나의 결심은 끝내 허물어지는구나. 으흐흐흐.... 형의 피가 엉겨붙어 덕개비를 이룬 이 저주 받은 손에, 하늘이 자비로운 비를 억수같이 내리게 해서 눈처럼 희게 씻어줄 수는 없을까? 이 죄인을 사해주지 못한다면 어찌 자비라 할 수 있는가? 어리석은 이 한 인간의 잘못을 죄악 위에 단비를 내리지 않는다면 무슨 자비라 할까? 죄를 미리 막고 또 일단 죄를 지은 뒤에 용서를 해주는 사랑이 있기에 기도를 올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나도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 보겠다. 내 죄과는 이미 지나간 일. 하지만.. 하지만... 어떤 기도를 올려야 하는가? "아...내 더러운 살인을 용서 해주십시오"라고? 안될 말. 나는 아직 살인에서 얻은 나의 왕관, 나의 야망, 그리고 나의 왕비를 손아귀에가 쥐고 있지 않은가. 죄 지어 얻은 것을 쥔 채 어찌 감히 죄를 용서받을 수 있는가? 이건 천상에서 통하지 않을 법. ........... 그럼? 그럼? 그럼? (절규한다) 그---럼!!!!--! 으으으흐흐흐흐흑(머리를 쥐뜯는다) (무릎을 꿇으며) 차라리 회개를 하자. 회개하면 될 것 아닌가? 하지만.. 하지만. 회개할 수 없는 경우엔?... 아 비참하구나. 오. 죽음같이 어두운 이 가슴 속! 덫에 걸린 영혼! 빠지려고 애쓸수록 더욱 심하게 말려드니!--- 신이여 도와주소서--.
[햄릿] 기회는 지금이다. 지금 같으면 쉽게 해 낼 수 있다. 놈이 마침 기도를 하고 있으니 자, 해치우자. (칼을 빼어든다) 그럼, 놈은 천국행이요 나는 드디어 복수를 할 수 있다. (다가선다)
허나, 아냐. 잠깐. 아버지를 죽인 자를 천국에 보낸다? 아뿔사. 이건 품삯주고 상주는 격이지 복수는 아니야. 저자에 손에 걸려들어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땐 아버님의 죄악은 5월의 꽃처럼 무성할 때였다. 그런데 그런데. 저자는? 영혼을 정화하고 저승에 갈 차비를 차렸을 때 죽는다? 이것이 바로 내가 원하는 복수였단 말인가? 아니다. 아냐!(칼을 도로 넣는다) 술에 취해 자빠져 있을 때, 노여움에 떨 때, 음란한 쾌락에 떨어졌을 때, 도박. 폭언. 또는 구원의 기미가 없는 행위에 몰두할 때, 이때를 잡아 일격을 가한다! 그 때를 잡아 스스로의 발뒤꿈치로 하늘을 차고 곤두박질해, 검게 그을린 영혼이 되어 깜깜한 지옥에 떨어지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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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의 내실 왕비와 폴로니어스 등장)
[폴로니어스] 곧 오실 겁니다. 따. 따끔하게 타이르셔야 합니다. 지.지.나치게 방자한 장난 때문에 폐하께서 화를 내셔 중간에 끼여 이를 막노라 고생 하셨다는 사실을 말씀 하셔야 합니다. 시.시 신은 여기 숨어 있겠습니다. 제발 모질게 말씀하십시요.
[햄릿] (밖에서)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왕비] 알았어요. 어서 피하세요 (폴로니어스가 그늘 뒤에 숨는다. 햄릿 등장)
[햄릿] 어머니, 무슨 일 입니까?
[왕비] 햄릿 너는 아버지를 매우 노하게 했다
[햄릿] 어머니 돌아가신 아버님은 어머니 때문에 눈을 못 감고 계십니다.
[왕비] 아니, 그런 객쩍은 대꾸가 어디 있니?
[햄릿] 참 딱하십니다.
[왕비] 도대체 어찌된 일이냐 햄릿!
[햄릿] 무슨 일 입니까?
[왕비] 너는 나를 몰라보느냐?
[햄릿] 천만 에요, 왕비이며 당신 남편의 동생의 아내 그리고 유감이지만 저의 어머니입니다.
[왕비] 그렇다면 얘기가 통하는 자를 불러 너와 대좌케 하겠다
[햄릿] 자, 자, 앉아 계세요. 움직이지 마세요 제가 어머니의 마음속 깊은 곳을 거울에 비쳐 보일 테니
그때 까진 나갈 수 없습니다
[왕비] 무슨 짓을 하는 거냐? 나를 죽일 생각은 아니겠지? 사람 살려, 사람 살려!
[폴로니어스] (뒤에서) 뭐라구? 사사사사사람 살려 사사람 살려 살려!
[햄릿] (칼을 빼들고) 이건 뭐야! 쥐새끼? 뒈져라 뒈져! (폴로니어스가 숨어있는 그늘과 반대 쪽 공간(하수)을 향하여 칼을 찌른다)
[폴로니어스] (반대 쪽에서(상수)) 아, 악...(쓰러진다)
[왕비] 아악...이게 무슨 짓이냐?
[햄릿] 나도 모릅니다 왕입니까?
[왕비] 아니, 아니.. 이게 무슨 잔인하고 끔찍한 짓이냐
[햄릿] ........... 끔찍한 짓! 잔인한 짓? 그렇죠...
왕을 죽이고 그 동생과 결혼한 것만큼이나 흉악한 일입니다.
[왕비] 왕을 죽이다니!
[햄릿] 암요, 그렇습니다 (폴로니어스를 발견한다)
이런 병신!!! 나는 너를 너의 상전일 줄 알았다. 잘 가거라.. 병신아. 이것도 네 팔자소관이려니 해라.
(돌아서며) 손만 쥐어짜지 말고 조용히 앉아 계세요. 제가 어머니의 마음을 쥐어 짜드릴 테니까요. 어머니 가슴이 감각이 통하지 않을 만큼 무쇠덩어리가 아니라면 말입니다.
[왕비] 내가 무슨 짓을 했기에 그런 못 쓸 혀를 놀리는 거냐?
[햄릿] 이런 짓을 했습니다. 여성의 아름다움과 꽃처럼 부끄러움을 타던 부덕을 멍들게 했고 정숙한 여성을 위선자로 불렀고 곱고 순진한 사랑의 이마에서 장미꽃을 앗아가, 대신 종기를 곪게 했으며 결혼의 서약을 도박꾼의 약속처럼 거짓으로 만들었습니다. 결혼 서약문의 알맹이에서 본 정신을 빼내고 아름다운 종교적 의식을 말장난으로 돌려버린 행위 하늘도 노해서 낯을 붉히고 이 견고한 지구의 땅덩어리도 최후의 날을 닦아 온 듯 슬픈 표정으로 당신의 소행에 상심하고 있어요
[왕비] 내가 무슨 행위를 했기에 그렇게 다짜고짜 큰 소리로 떠들어 대냐?
[햄릿] 어머님 모르셨습니까?
[왕비] 갑자기 무엇을 몰랐다는 게냐?
[햄릿] 아까 본 영화에서 무엇을 보셨습니까?
[왕비] 애가? 뜬금없이 영화얘길..?
[햄릿] 영화를 보시면서 허공만을 올려보진 않으셨겠죠? 촉각이 없었다면 눈이라도 계셨을 게고. 시각이 없으면 촉각이라도 있었을게구. 손과 눈이 없어도 귀가 열려있었을게구. 다른 감각이 없었다면 코라도 있었을 게 아닙니까?
[왕비] 보자보자 하니까
(햄릿의 뺨을 휘갈긴다) 무슨 헛소리냐!
[햄릿] 그러세요 때리세요... 살인자, 악당. 전 남편의 백분의 일의 값어치도 없는 놈 광대노름에 나오는 왕 왕국과 권력을 날치기하고 더할 바 없이 귀중한 왕관을 선반에서 훔쳐 호주머니에 집어넣은 놈
[왕비] 미친 놈!
[햄릿] 거지같이 누더기 옷이나 걸칠 (망령 등장) 하늘의 천사들이여 날개를 펴서 이 몸을
보호하소서! 무엇을 바라 나오셨나이까?
[왕비] 아, 미쳤구나!
[햄릿] 선왕은 독살되었습니다!
[왕비] 뭐?.....너! 정말로 왜 그러냐? 누더기 같은 영화를 보여주고 나서는 정신이 미친 듯 눈 밖으로 튀어 나와. 잠자다 봉창을 두드리고 있으니?
[햄릿] 어머니 보세요
(리모콘으로 TV를 켠다)
[왕비] 또 영화를 보라는 게냐?
[햄릿] 예
(며칠전 무덤에서 찍었던 선왕이 모습이 담긴 그림이 중앙 모니터를 통해 상연된다)
[왕비] 이게 뭐냐?
[햄릿] 하늘을 찌르는 듯한 정상에서 내려와 우리 앞에 선 군신 마르스와 같이 세상 남부럽지 않았던 분. 어머니의 남편 모습입니다.
[왕비] 뭐라구?
[햄릿] 저길 보세요. 그 늠름하고 수려했던 아버지의 모습 그리고 돌아가신 지 한 달도 안된 아버지의 비참한 모습입니다. 법의학자의 말에 의하면 사후 시신 징후에 나타나는 저런 상태로 봐서 독살이 틀림없고 법의학적 결과도 이미 나와 있습니다.
[왕비] 뭐야? 독살이라구? 그럼 선왕은 심장...으로 인한 돌연사가 아니라 독살이라구?
[햄릿] 이미 엘시노어라는 감옥만이 모르는 사실입니다.
[왕비] 이게 사실이냐? 이게 사실이냐? 이게 사실이야구?
[햄릿] 어머니 불행하게도 사실입니다. 우리는 그 동안 우리 스스로의 양심에 그럴싸한 고약을 발라놓고, 눈에 보이지 않게 썩어 들어가는 우리 스스로의 전신은 못 보았던 겁니다.
아버님 용서하십시요. 아버님 용서하십시요...
[왕비] 아! 햄릿! 아....악.........(절규한다)
(사이)
[햄릿] 어머니 제발 도와주세요. 그리고 제가 지금 드리는 말씀 명심하세요. (비장하게)
더러운 쪽을 버리고 나머지 쪽으로 ....그러나 오늘밤만은 참으세요. 돼지 같은 왕이 시키는 대로 침실에 드세요.. 음탕하게 뺨을 꼬집히고 귀여운 생쥐라는 말을 들으세요 한 두 번 몸서리치는 키스도 받고 그 빌어먹을 손가락이 목을 더듬으면 그 대가로 죄다 털어놓으세요. 햄릿은 진짜 미친 것이 아니라 미친 척 할뿐이라고요. 왕에게 알려주는 것이 좋을 겁니다.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신의 가호가 있길 빌어주세요.
(햄릿. 폴로니어스의 시체를 끌고 나간다)
[왕비] 아.....(계속 절규한다)
(왕 등장)
[왕] 아니 왜 이러시오?
[왕비] 잠시 혼자 있게 해주세요.
[왕] 왜 그러시오 거트루드? 곡절을 이야기 해 보시오. 햄릿은 어디 있소?
[왕비] 폴로니어스가 죽었어요.
[왕] 아니. 이럴 수가. 윽 이 피.....누가 죽였소?
[왕비] 당신 아들이..
[왕] 뭐라구!!! 햄릿이?
[왕비] 예 그래요. 햄릿이.
죽은 폴로니어스의 시체를 끌고 나갔습니다. 글쎄. 소위, 미치긴 미쳤어도 광맥 속의 한줄기 황금처럼 순진한 마음이 작용했는지... 눈물까지 흘리며 나갔습니다..
[왕] 뭐라구... 소위? 한줄기 황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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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됐어!
[로젠크랜츠 길덴스턴] (밖에서) 햄릿 전하!!! 햄릿 전하!
[햄릿] 누구냐? 하, 오라.. (로젠크랜츠와 길덴스턴 등장)
[로젠크랜츠] 왕자님, 시체는 어떻게 하셨죠?
[햄릿] 흙에 섞었지 서로 친척 관계니까
[로젠크랜츠] 어디 있습니까 성당에 모셔야 합니다
[햄릿] 믿지를 말게
[로젠크랜츠] 뭣을 믿어요?
[햄릿] 자네들의 비밀은 지켜지지만 이쭈 것은 지킬 수 없다는 걸 말야 뿐인가 해면 같은 자들의 물음에 국왕의 자식이라는 신분이 어떻게 데꾸를 해?
[로젠크랜츠] 신을 해면이라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전하?
[햄릿] 아 물론 왕의 은총 보수 권력을 빨아 드리는 해면이지 그렇지만 이런 관리들이 왕에겐 가장 요긴한 존재지 원숭이가 먹는 사과를 먹는 격이랄까 왕은 그런 자들을
입속 한구석에 넣었다가 나중에는 삼겨 버리거든 왕이 그런 자들이 주서 뫄은 것을 뺏으려면 쭉짜기만 하면 되 그럼 이 해면은 이전처럼 메말라 버리는 거야
[로젠크랜츠] 뭐라구요?
[햄릿] 반가운 일이군 험담은 어리석은 귀에는 통하지 않는 법이니까
[로젠크랜츠] 전하 시체가 어디 있는지 말씀해주세요.
[햄릿] 시체는 왕하고 같이 있는데 왕은 시체와 같이 있지를 않거든 왕이란 물건은 말야..
[길덴스턴] 물건이라니요 전하
[로젠크랜츠] 시신을 내놓으세요
[햄릿] 하찮은 물건 , 왕한테 안내하게. (크게) 여우야 꼭꼭 숨어라 찾으로 간다---
(그 때 클로디어스 등장)
[로젠크랜츠] 시체를 어디에 감추었는지 말씀을 안 하십니다
[왕] 자, 햄릿! 폴로니어스는 어디 있어?
[햄릿] 저녁을 먹고 있어요.
[왕] 저녁? 어디서?
[햄릿] 먹고 있는 게 아니라 먹히고 있는 중입니다. 구더기 같은 정치가들이 무슨 모임을 열고 폴로니어스를 파먹고 있습니다 구더기는 먹는 일에 관한 왕이죠. 인간은 살찌기 위해 다른 동물을 살찌게 하지만 결국 구더기를 위해 우리는 살 찌는 격이죠 살 찐 왕이나 메마른 거지나 맛은 다를지 몰라도 같은 식탁에 오른 두 가지 접시 그것뿐이죠
[왕] 아, 이럴 수가!
[햄릿] 왕을 먹은 구더기로 몰고 물고기를 낚고 그 구더기를 먹은 물고기를 먹기도 하죠
[왕] 그게 무슨 뜻이냐?
[햄릿] 아무 것도 아닙니다 다만 왕이 거지의 뱃속을 행차하시는 순서를 엿주었을 뿐입니다
[왕] 폴로니어스는 어디 있어?
[햄릿] 천국 에요. 거기 사람을 보내보세요, 만약 거기 없으면 반대쪽. 반대쪽에 직접 가셔서 찾아보세요. 그래도 이 달 내내 찾지 못하면 어디에선가 냄새나는 곳이 있을 겁니다. 바로 그곳이죠.
[왕] 미친 놈!(햄릿을 가격한다)
[햄릿] 욱!....갈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거야 .
(순간 왕이 길덴스덴과 로젠크랜츠에게 눈치를 준다. 셋 사이는 잠시 몸싸움이 벌어지며 순간 길덴스턴을 햄릿을 가격한다)
[길덴스텐] 개쌔끼
[로젠크랜츠] 죽여버려
[길덴스텐] 빨리 폴로니어스의 시신을.. 폴로니어스의 시신을..
[왕] 적당히 병신을 만들어라.
(왕 퇴장)
(로젠크란츠. 길덴스턴 나둥그라져있는 햄릿을 향해 돌진한다.
햄릿 피하며 길덴스턴의 팔을 꺾는다. 돌진하는 로젠크란츠를 향해 길덴스턴을 밀어제끼고 그 둘은 충돌한다. 한동안 그들의 싸움은 계속된다. 그러나 이내 그 둘의 완력에 의해 햄릿은 어깨를 내어준다.
둘은 햄릿의 겨드랑이를 틀어쥐고 머리를 쥐어박은 채
햄릿의 서재 근처에 있는 어항에 처박는다.
햄릿, 몸부림-. 그러나 두 사람은 매우 완강하다.
햄릿 거듭 반항하며 물속에서 빠져나오려고 용틀임을 하지만
햄릿의 머리는 이내, 어항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이때 어항 속에 있던 금붕어들 튀어나와 바닥에서 팔딱거리고......
햄릿의 몸 풀린다. 그리고 죽은 듯 바닥에 나자빠진다.
로젠크랜츠. 길덴스턴 잠시 당황하며 쓰러진 햄릿의 안면을 살핀다)
[로젠크랜츠] 어디있어!! ........어? 죽었잖아?
[길덴스턴] 이런!
[로젠크랜츠] 어서! 빨리! 살려봐....(길덴스턴 인공호흡을 하려한다)
(이 때 호레이쇼 등장)
[호레이쇼] 이 미친 놈들!!! 무슨 짓이야!
(호레이쇼 총을 꺼내 로젠크랜츠를 쏜다. 로젠크랜츠 비틀하고 무릎이 풀리며 주저 앉고, 곧이어 제2의 총성, 그러나 오히려 길덴스턴은 몸을 피하며 재빨리 총을 꺼내 호레이쇼를 향해 쏜다.
호레이쇼 쓰러진다. 길덴스턴을 옷을 털고 일어나서 자리를 뜬다. 순간 다시 호레이쇼 누운 자세에서. 길덴스턴을 향해 총을 쏜다. 그리고 호레이쇼 죽는다.
이 상황은 거의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 손쓸 틈 없이, 모든 상황은 죽음으로 종료된다......무대는 포약 연기 자욱하고 (음악..사이) 무대 서서히 어두워 질 때 오필리어 등장)
[오필리어] 아버지? 아버지....아빠! (햄릿의 시신에 걸려 넘어진다)아악!
햄릿.... 햄릿? 햄릿!!!(절규한다)
16
(햄릿의 사후. 호레이쇼와 함께 푸른 들판(blue field)을 걷고 있다. 아래 장면부터 모든 소리는 햄릿의 환청처럼 들리기도 하고, 연기는 마치 악몽을 꾸는 듯이 전개되어야 한다. 들판 어느 지역 / 광대1.2 등장, 무대 바닥에 있는 무덤 뚜껑을 연다. 광대2 광대 1쪽으로 오며, 양 무덤에 따뜻한 스포트)
[광대2]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제발 그러지 좀 말게..
[광대1] 별 소릴 다 듣겠구만.
[광대2] 아침부터 짜증 나.
하아....저기로 해가 솟구친다. (둘 동쪽을 바라본다.)
(흥분해서)아침이 되면, 잠자고 일어나서 해 뜨는 걸 보면,
오늘이 바로....오늘이구나 하고 감탄한다.
해는 또 솟고, 매일 보면서도 얼마나 기쁜지. 기뻐..(팔을 휘두루며)
그래서 나는 오늘부터 생각을 달리하게 됐어. 내 일생 동안 그런 생각은 안 하려고 혼자 이런 말을 해왔었지. '침착하자 최선을 다 하자.' 하면 된다 따위의 말을. 그리고 또 노력을 계속해 보았지.
[광대1] 아까부터 얘기하고 싶었는데.
[광대2] 해. 어려울 게 뭔가. 나처럼 시원하게 뱉어.
[광대1] (아래를 가르키며)왜 남의 발은 밟고있나?
[광대2] (내려다보며)제기랄, 지 발은 땅을 밟고 있지 않았나.
[광대1] 아파--
(광대2 자기의 위치로 돌아가서 작업을 한다)
[광대1] 일이 있네. 도적놈이 하나 구원을 받았다네.
[광대2] 그까진 놈들..
[광대1] 우리가 회개를 한다면.
[광대2] 무엇을 회개해? 난 잘못한 것 없어.
[광대1] 자네 바이블 아나?
[광대2] 바이블 - (그는 생각한다.)아마... 먹어 본 일은 있을 거야.
[광대1] 무식한 놈. 바이블을 먹어보았다고라 고라? 성경. 성경도 모르냐? 성경 말씀에 아담이 땅을 팠다고 하질 않았어...
[광대2] 아 성경?
[광대1] 그런데 삽도 없이 어떻게 팠겠어? 내 한마디 더 물어 보겠나만 알지 못하면 뒈지게.
[광대2] 잉? 지랄..
[광대1] 누군 줄 아나 석수장이나, 조선공, 목수보다도 더 튼튼한걸 만드는 사람이?
[광대2] 교수대 만드는 놈이지 그건 천명이 들락 날락거려도 끄떡없으니까. 히힛.
[광대1] 오라, 제법인걸,,. 교수대는 정말 끄떡도 안하지. 교수대는 무엇에 좋으냐?
[광대2] 정력에 좋은가?
[광대1] 저 저. 인간! 악질을 목조르는 데 좋다 이거지.. 그런데 자넨 교수대가 교회보다 더 튼튼하다 이거지? 떽! 하느님께 벌받아요. 다시 대답해 보게. 석수장이나 조선공이나 목수보다 더 튼튼한걸 만드는 게 누구냐? 정답을 맞추면 쉬게 해주지.
[광대2] .....옳지 알겠네.
[광대1] 뭐야?
[광대2] 모르겠는걸..
[광대1] 쯧쯧.. 자네 머릴 갖고 그걸 알아내겠다구... 까마귀가 학이 될 수 있나.. 이 사람아, 다음에 누가 이런걸 묻거든 무덤파기꾼이라구 그러게. 그가 파놓은 집은 최후의 심판 날까지 튼튼할 테니까. 주막에 가서 술이나 한잔 받아오게..
[광대2] 바이블이 나와서 이야기네 만 성지(聖地)의 지도(地圖)는 기억하고 있네. 색칠한 지도였어. 아주 예쁘고. 사해(死海)는 옥색이었고. 그것을 보기만 해도 내 목이 말랐지. '그리로 가리라 그리로 가리라 신혼여행은 그리로 가리라' 하고 말 하군 했지. '우리는 헤엄을 치리라. 우리는 행복 되리라' 하고.
[광대1] 킥.. 그저 한다는 말이고는... 얄미운 사람. 술이나 받아오라니까.
[광대2] 얄미운 년 시리즈 아나 자네?
[광대1] 얄미운 당신이 아니라 얄미운 년? 아니.
[광대2] 얘기를 해 줄까?
[광대1] 싫어. 또 싱거운 소릴 하려구.
[광대2] 그렇게 시간을 보내세.(잠깐 있다가) 그 중의 하일라이트는 역시 남편 놈이 돈 잔뜩 벌어다 놓고 죽는 마누라 년인데... 그런 마누라 년이라도 있었으면...
[광대1] 낄낄... 꿈이나 꾸게..
[광대2] 내 다녀오겠네. (퇴장)
(햄릿과 호레이쇼 등장 . 햄릿 무척 수척해진 모습. 그들은 라이트 커텐 밖에 서있다.)
[광대1] [노래]젊어서는 사랑도 하고 바람도 피웠지.
이 세상 즐겁고 달콤했지만
세월이 흘러 흘러 철이 들었는가
만사가 시드렁 망태로세
아무 것도 남지 않는 허무한 일
[햄릿] 저 친군, 제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게로군. 무덤을 파면서 콧노래를 하니.
[호레이쇼] 습관이 되면 모든게 가능하지...
[햄릿] 그것도 그럴 꺼야 손도 쓰지 않는 쪽이 더 민감하니까.
무덤--. 공동묘지. 죽은 자들이 비록 몸이 썩고 구더기가 들끓어도 죽은 사람들 옆에 있다는 것은 죽은 사람에게도 좋은 일이지. 저것들 좀 봐. 무덤들이 제각각 이렇게 팔을 옆으로 벌리고 얼굴을 반쯤 파묻고 있는 거야. 그래 보름달 환할 때, 자정쯤에서 말이야. 인간들이 아무도 없을 때, 이렇게 고개를 쳐들고는 자기들 까리 뭔가 이야기 할 테지.
[호레이쇼] 무슨 말을 나눌까? 내 얼굴 어때? 어제보다 많이 썩었나? (웃는다) 나는 하얀 백골,
너는 눈이 빠져나왔구나. 왼쪽만 더 빠지면 이제 장님이지.
[햄릿] 어이 이봐. 나는 죽었을 때 한 화장기가 그대로 남아있네-.
[호레이쇼] 아하, 내가 움직일 수만 있다면 달려가서 껴안아 줄텐데. 아직 내 뿌리는 살아 있거든.
[햄릿] (사이) 그래 죽음이란 어떤 끔찍한 일이 옆에서 벌어져도 꼼짝하지 않는 상태. 그리고 그것의 영원한 지속상태.... 그렇게 말해도 되겠지.
[호레이쇼] 영혼은 무한히 날아다니고 이놈의 육신은 흙으로 변해가는구나.
[광대1] (노래)백발이 슬그머니 다가와서는 모질게 이몸을 휘어잡더니 이제 가는 길은 눈물의 황천길인지 누가 알았나 꿈엔들 알았나. (해골을 하나 던져 올린다)
[햄릿] 저 해골에도 한땐 혀가 있어 노래를 불러겠지? 살인의 원조 카인이 형을 죽였을 때 쓴 나귀턱뼈처럼! 어쩌면 어떤 정치인의 해골일지도 모르지. 지금은 저자에게 저런 취급을 받고 있지만 귀신도 곡할 모사꾼이었는지 누가 알겠는가? 안 그런가?
[호레이쇼] 그럴테지.
[광대1] 곡괭이와 삽 한자루
시체에 입힐 수의 한벌
에헤라 디허 움집까지 파놓았구나.
이 손님 모시기엔 안성맞춤이구나.
(또 다른 해골을 내던진다)
[햄릿] 또 나오는군. 저건 어떤 법관의 것인지 모르지. 그 궤변과 논쟁, 그 뻔지레한 이빨 다 어디에 갔지? 지금 너 저 더러운 삽으로 골통을 얻어맞고도 할말을 못하니... (웃음) 흠! 이자는 생존엔 땅도 많이 사들였을 거야. 차압 집행증서다, 승인서다, 화해 양도증이다, 또는 이중 증인 토지양도 소송이라는 치사한 수단을 써서 말야. 그래 타인의 땅을 가로 챈 보답으로 이젠 요 골통에 흙만 가득 채우고 있단 말인가? (해골을 가볍게 두드리며)한 장 짜리 토지 양도증 조차 집어넣을 수 없을, 이 조그만 골통 한 개를 가지고.....쯧쯧...(해골에서 흙을 털어내며) 자네가 차지했던 땅덩어리가 골통 속에 들은 요 한줌의 흙뿐이란 말인가?
[광대] (노래)흙으로 돌아가서 흙 속에 잤네
흙의 집이 그 손님께 꼭 맞지요
[햄릿] 이게 누구의 무덤이요?
[광대1] 내꺼외다.
[햄릿] 허허.. 내 무덤에 틀림 없을 거다. 그 속에 들어 있는 것을 보니-.
[광대1] 댁은 밖에 있으니 댁 것은 아니겠죠 저는 이 속에 누워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역시 내 무덤이지요...
[햄릿] 그 안에 있으면서 내 무덤이 아니라니 거짓말이군. 이건 산 사람 것이 아니고 죽은 사람의 것이야. 그러니 거짓말 일 수밖에
[광대1] 그래요. 새빨간 거 말이죠. 자, 다음엔 댁의 차례입니다
[햄릿] 정말 까다로운 사람이군.! 정신차리고 얘기해야지 어정쩡하게 말했다간 말책을 잡히겠군. 자넨 언제부터 무덤 파는 일을 했는가?
[광대1] 일년 삼백 육십 오일간이 지속되는 동안에요 돌아가신 햄릿 대왕이 포틴브라스를 정복했던 날부터죠
[햄릿] 그게 몇 해 전이었지?
[광대1] 아니 그것도 모르슈? 바보들도 다 아는 걸... 이곳 분이 아닌가 보네..
아이쿠 또 하나가 나오네.....이 해골 좀 보시오 이게 5년 동안이나 땅속에 묻혀 있었어요
[햄릿] 누구 껀 데?
[광대1] 누구 것 같소?
[햄릿] 글쎄, 모르겠는걸.
[광대1] 참 불쌍하게도 돌아가셨지......바로 햄릿 왕자님의 것이죠.
[햄릿] 뭐라구!!
[광대1] 그렇다니까요. (햄릿에게 던진다)
[햄릿] 어디 보자... (라이트 커텐 밖에서 걸어나오며, 해골을 조심스레 줏어든다) 오 햄릿.... 불쌍한 햄릿... 언젠가, 언젠가 우리 만났었지? 꿈 많던 젊은 시절에 말야... 푸르른 들판, 수없이 쏟아지는 푸른 별들을 쫓아 우리 하나 처럼 지평에 다가서던 일... 내가 너를 꼬옥 안아 주던 일 .....
(해골의 흙을 딱으며) 그런데 햄릿... 창백한 얼굴에 눈물담고 광란하던 그 표정, 그 울부짖음.... 몽유병자처럼 서성대며 매달리던 그 신념, 그 눈빛, 다 어딜 갔느냐...그리고 너의 사랑하는 아버지는 왕권과 소중한 목숨, 사악한 자한테 다 빼앗기고, 자식 놈한테 복수하라고 하늘과 지옥이 다그치는데도 그저 창녀처럼 입으로 만 나불거리고 저주하던 이 인간... 그 어디 혀끝 좀 내밀어 봐라! 그처럼 그러한 굴욕에 사생결단한 배알이라도 있었다면 한번 눈알이라도 부아려 보아라!
보라! 너를 향해 있는 나를 향해.......아주 오래 전, 하지만 아주 선명하게 너에게 다가서는 나를 향해!!!!!!!!!!!
[호레이쇼] 햄릿...(그를 뒤에서 감싸 안는다)
[햄릿] 흐흑(운다)...............
여보게...호레이쇼.. 내 물어보겠네... 알렉산더 왕도 이렇게 흙 속에 묻혀서 이러한 몰골을 하고 있을까?
[호레이쇼] 그럴테지.
[햄릿] 푸... 썩은 냄새.... 내가 이렇게 죽어서 이런 대접을 받다니... 사람이 죽으면 무슨 천대를 받을 지 누가 알겠는가... 호레이쇼! 알렉산더의 고귀한 유해조차도 한줌의 흙이 되어보면 지금 쯤은 아마 술단지 마개가 됐을지도 몰라....
[호레이쇼] 자넨 아직도 전생에 대한 미련이 계속되고 있구만..
[햄릿] 아니지, 아냐 그렇지 않네. 현실이 이렇지 않은가? 햄릿이 죽었다. 햄릿이 매장됐다. 햄릿이 흙으로 돌아갔다. 흙은 진흙이니 진흙을 반죽한다. 그러므로 햄릿은 반죽이 되어 술통 마개로 변한다... 그럴 듯 하지 않은가? 그러니 황제 시저 역시 죽어 한줌의 흙이 되어 바람이 들어가는 벽 구멍을 막는 처지가 된다... 오 한 때 잘나가던 햄릿이, 저 흙덩어리, 한겨울 차디찬 바람 막는 벽땜이 되어 돌아오다.----
신이여. 한 순간만이라도 바람들어가는 그 구멍을 통해 저 현실을 건너다 볼 수 있게 해 주소서.
(음악: 반젤리스의 SO LONG AGO, SO CLEAR
Once, we did run / How we chased a million stars
And touched as only one can / Once, we did play
How the past delivered you / Amidsr our youth we dreamed away,away
As if I knew the words/ I,m sure you hear
Of how we met, as you recall / So clear
Once we did know / Long ago how did I forget
/ Hoiding you so closely
Look, how I move / Chance would I have me glance at you
To know how you move me,me
All barriers fall around us
As we hear
Of memories known and met us long ago
So clear..........)
18
에필로그
(무대는 매우 어둡고 모든 인물은 조소적(彫遡的)이다. 하수에 긴 테이블.. 중앙에 큰 원이 그려져 있다
왕. 왕비. 레어티스. 햄릿 시중들. 심판 등장)
[왕] 자, 햄릿 어서 와서 이 손을 잡아라. (레어티스의 손을 햄릿 손에 쥐어준다)
[햄릿] 용서하게 레어티스, 내가 잘못하였네. 사나이답게 내 잘못을 용서해 주게. (객석을 보며)여긴 계신 분들이 다 잘 알 걸세. 난 정신병으로 심한 고통을 받아왔네. 내가 한 일은 생각 없이 자네의 아버지를 죽이고 모든 사람이 분노를 사게 했지만 모두가 내 광증 탓이었네. 레어티스를 모욕한 것이 햄릿이었나? 그건 절대로 햄릿이 한 짓이 아니었네. 햄릿이 제정신을 잃고 제정신이 아닌 햄릿이 레어티스를 모욕했다면 그것은 햄릿의 소행이 아니껄세. 지금 내가 그것을 부정하네. 그럼 누가 그 짓을? 그야 햄릿의 광증이었지. 그러니 햄릿 역시 그 피해자 중의 한사람일세. 그의 광증은 이 가엾은 햄릿의 적이기도 하네. 자 레어티스. 내 무례가 고의가 아니었다는 것을 여기 계신 여러분에게 밝히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날 용서하게 .날 용서하게.. 지붕 너머로 쏜 화살이 오히려 형제를 상하게 했다고 생각해주게
[레어티스] 그 말들으니 마음이 풀리는 것도 사람의 인정이라면 인정이겠죠... 물론 솔직히 끓어오르는 복수심 내 스스로 자제할 길 없지만. 그러나 명예에 관한 한 어떤 화해도 할 수 없습니다 단지 신의 이름으로 이 화해를 받아드리라면 받아드리겠습니다. 용서하십시오. 그러나 그때까지는 전하의 우정을 우정으로 받아드려 지금 하신 말씀은 절대 욕되게 하지는 않겠습니다.
[햄릿] 그 말 고맙게 받아드리겠네. 자! 검을 주시오
[레어티스] 자, 내게도.
[햄릿] 레어티스 자넨 절대로 날 이길 수 없을 거네. 하지만 나는 그대의 검이 되어 주지. 레어티스. 그대를 돋보이게 하지. 미숙한 내게 비하면 자네 솜씬 어두운 밤의 샛별처럼 빛날 껄세.
[레어티스] 감사합니다.
(성수를 담은 은 쟁반을 들고 시중 1 등장, 햄릿 천천히 성수를 찍어 성호경을 긋고 양손바닥에 적셔 머리카락을 뒤로 넘긴다. 시중2, 단검 3-4개가 놓인 테이블을 그들 앞에 대령한다. 두 사람 칼을 고른다. 심판관 그들의 왼쪽 손목에 각각, 상대에게 연결된 약 3미터 길이의 가죽끈 달린 수갑을 채운다:음악/반젤리스의 엘 그레꼬 중 movement?)
[왕] 술잔을 저 탁자 위에 준비해 놓아라. 햄릿이 만약 첫판 또는 둘째 판에서 득점을 하던가 삼회전에서 이기면 내 과인, 햄릿의 건투를 위해 축배를 들것이요, 또한 덴마크의 4대의 왕이 계속 왕관에 달았던 것 보다 더 귀중한 진주를 술잔에 넣을 것이다. 자, 술잔을 이리로 ..자! 햄릿을 위해 건배를 한다
자 시작해라!
(이하 장면부터는 거의 햄릿과 레어티스의 동적인 움직임만으로 극이 진행된다. 그러나 그 움직임들은 거의 꿈결같다. 심판의 판정 역시 왼손과 오른손을 들어 그의 승부를 결정해 준다.
심판의 오른쪽 손이 번쩍 올려진다. 곧 이어 경기 재계를 표시하는 손이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모아지고 검투시합은 다시 2회전으로 이어진다)
[왕] 잠깐! 부어라! (시중, 잔에다 술을 붓는다 술은 거의 핏빛이다. 왕 햄릿을 향해 무표정하게 건배한다)
햄릿을 위하여!(햄릿 머리 숙여 감사를 표시한다)
[왕비] 잠깐. 아들이 땀에 젖어서 숨을 가빠해요.
(햄릿에 스포트: 거트루드, 지금부터 그녀는 그녀의 하얀 손수건으로
염 의식(儀式)을 하듯, 햄릿의 이마를 닦아준다. 뺨과 눈물을 닦아주고. 귀를 딱아주고, 목과 가슴을 닦아준다. 그리고 햄릿의 이마에 아주 슬픈 작별의 키스처럼 그렇게 하고....아주 천천히.. 그를 껴안는다. 그러고 나서는 햄릿의 눈을 맞춘 채 술잔을 든다.)
[왕비] 이 에미를 용서하거라. 햄릿....
(경기는 계속된다)
[왕] 거트루드 !
(-동작-)
1.왕비 술을 마신다.
2.왕의 위치에 핀이 머물렀다 사라진다.
3.두 사람 경기 계속된다
4.이 시점부터 천정에서 핏방울이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5.핏방울은 그 누구도 의식하지 못한 채 햄릿과 레어티스가 입은 햐얀 색의 상의에 한 가닥의 붉은 선을 그어 나가기 시작한다
6.왕비 쪽에 핀 스포트가 한줄기 떨어진다. 그녀 아주 서서히 슬로우 비디오를 보는 듯, 왼쪽으로 쓰러진다.
7.그 둘 매우 지친 모습으로 동작 정지. 거트루드를 향한다
8.핏방울은 떨어짐은 차츰 속도를 더해 간다.
9.그 둘 클로디어스로 향한다. 그들의 동작은 마치 쌍둥이처럼 일관되게 동작한다.
10.그 둘 클로디어스를 향해 칼을 번쩍 들어올린다.
11.이내 그들은 그들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쓰려져 죽는다
12.순간 무대 하수 쪽에서 굉음과 함께 톱날이 다가온다.
13.클로디어스의 몸은 굳어있다.
14.클로디어스는 굳어있는 그 자체로 톱날을 받는다.
(햄릿 등장; 음향, 천정에서 물떨어지는 소리..)
[햄릿] 꿈이었단 말인가? 환각이란 말인가? 그는 왜 그렇게 나타났고 나는 왜
그렇게 대응했단 말인가? 이해할 수 없는 이미지들. 알 수 없는 과거. 알 수
없는 미래, 무엇보다 알 수 없는 현재. 내 머리는 영감으로 꽉 차 있다. 이제 더 이상 생각할 여지도 없이 세계를 다 살아버린 내 생각 죽은 뒤의 세계까지...아니, 지금 세계에 대한 염증 때문에 그런 꿈을 꾸게 된 것일까? 공허한 평화와 썩어 가 안정의 투영으로써 그러한 꿈이 나타나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것은 나의 사색. 그렇다면 그것은 내 꿈. 저것들이 환각이라 해도 엄연히 존재하는 과거의 상처. 기억하지 않는 한 상처는 더 깊어지고 악몽은 빈번히 출몰하리라.
저 상처가 온 몸으로 퍼지기 전에, 뼈까지 스며들기 전에 치료하지 않으면 안될 것.
우리 스스로 고통 속에 잠기지 않으면 안될 일.
남은 건 침묵뿐이다.
(퇴장)
(음악/ 뉴 트롤즈의 아다지오; to die, to sleep, maybe to dream~~~~:4분50초~)
첫댓글 퍼가요~ 잘 읽겠습니다. 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