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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4분기 우수작품상
2019년 3/4분기 우수작품상 선정 결과를 아래와 같이 발표합니다.
[수상 작품]
♣동시 부문 : 박두순 「아, 벌집도」(시와동화 2019 여름호)
♣동화 부문 : 박소명 「진짜 안 보고 싶어」 (아동문예 2019 여름호)
[심사위원]
♣ 예심위원 : 김종헌, 추필숙, 안수자
♣ 본심위원 : 구옥순, 한은희
♣ 시상 내용 : 상패와 기념품
♣ 시상식 : 2020년 1월 정기총회 시
[심사 경위]
2019년 3/4분기 우수작품상 심사는 <시와 동화 여름호>, <아동문예 7·8월호>, <아동문학평론 여름호>, <어린이와 문학 여름호>, <어린이책이야기 여름호>, <열린아동문학 여름호>, <월간문학 7월호>, <월간문학 8월호>, <월간문학 9월호>, <창비어린이 여름호>, <동시먹는달팽이 여름호>, <동시발전소 2호> 10종 12권의 잡지에 실린 회원 작품을 심사 대상으로 하였다.
2019년 3/4분기 동시 심사대상은 215명이었고, 동화는 23명이었다. 예심을 통해 동시 6편, 동화 7편이 본심에 올라오게 되었다.
우수작품상 운영진은 심사위원 심사를 전적으로 존중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바쁘신 중에도 심사마감일 전에 결과를 보내주신 예심, 본심 심사위원님들께 고개 숙여 정중히 감사인사를 드린다. 그리고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우수작품상 선정이 공정하게 우수작품을 뽑아 기쁨을 주는 상이 되도록 더욱더 노력하겠다.
[2019년 3분기 우수작품상 심사평]
■ 동시 부문 ■
<위태로운 환경, 어떻게 지키나?>
점점 인간이나 동물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되어간다. 온난화 현상으로 대구 사과가 문경까지 올라가고 알프스 빙하 자리에 호수가 생기고, 북극곰 설 자리가 점점 좁아져 인가로 몰려오고 있다고 한다. 거기에 한 몫 더하는 게 초대형 산불이다.
지난 4월 강원도에서 3일 동안 대형 산불이 났다. 손쓰기 어려운 한밤중에 태풍급 강풍이불어 삽시간에 불길이 번졌다고 한다. 원인은 변압기 폭발이라고 하는데 불길이 지나간 자리는 시커멓게 폐허가 되어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집이 수백 채 타고 많은 사람들이 대피를 하고 울창한 숲은 잿더미가 되고. 또한 통계에 나오지 않은 동물들의 피해는 엄청나리라 생각한다. 허둥지둥 피했다 돌아와 보니 시커멓게 탄 집들을 보고 어깨 축 쳐진 사람들이 수천 명 이라고 한다. 산불피해지역을 복구한다고 하지만 생태가 복원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겠는가?
예심을 거쳐 본심으로 넘어온 작품은 일곱 편이었다. 모두 개성 넘치는 좋은 작품이었지만 재해가 얼마나 무서운지 어떻게 해야 천재지변을 피할 수 있을지 당면과제인 환경을 되새기게 하는 작품, 박두순 시인의「아, 벌집도」를 우수작으로 민다.
- 심사위원 : 구옥순
■ 동화 부문 ■
<세밀한 심리묘사, 결말이 열려있는 전개가 돋보여>
예심을 거친 작품은 일곱 편이었다. 본심에 넘어온 작품들인 만큼 다들 큰 장점을 지녔고 그래서 더욱 고심이 깊어지는 지점이었다. 일곱 편의 작품을 여러 번 정독하였으며, 결국 주 독자는 어린이여서 그들이 가장 읽고 싶어 할 작품을 뽑기로 마음먹었다.
그 작품이 박소명 작가의 「진짜 안 보고 싶어」이다.
「진짜 안 보고 싶어」는 다문화가정의 아이인 준호가 주인공이다. 준호는 외할아버지가 아프셔서 필리핀에 다니러 간 후 몇 달째 소식조차 없는 엄마가 보고 싶지만, ‘한 개도 안 보고 싶다’고 말하곤 한다.
이웃 할머니는 네 엄마에게도 다 사정이 있을 거라며 ‘보고 싶다. 얼른 오라’는 편지를 쓰게 하지만, 준호는 글을 모르는 할머니 몰래 ‘엄마가 안 와도 아무렇지도 않아요’라는 편지를 써서 집으로 돌아온다.
공교롭게도 그날 아빠도 네 엄마가 그렇게 떠나버린 건 아빠 잘못이다, 돈을 좀 마련해 주고 싶었는데 오해가 생긴 거라면서 네 편지를 받으면 엄마가 좋아할 거라며 편지를 쓰게 한다.
두 개의 편지와 하나의 봉투를 펼쳐 놓은 준호는 어떤 편지를 보낼지 아직 마음을 결정하지 못했다. 다만 ‘진짜, 안 보고 싶어.’라고 중얼거리며 눈물만 뚝 떨어뜨릴 뿐이다.
엄마가 정말 보고 싶지만 마음을 꽁꽁 숨기려는 어린이의 심리가 돋보였고, 생각해 볼 여지를 남겨둔 뻔하지 않은 결말이라 더욱 마음이 갔다.
- 심사위원 : 한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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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분기 수상 작품 - 동시 부문 ]
아, 벌집도
박두순
산불에 탄
560채 집 잿더미에
타버린
벌집도 한 채 있다.
허둥지둥 피했다 돌아온
날개 축 쳐진 벌들
시커멓게 탄
이 방 저 방 들여다보다
힘없이 돌아선다.
삽화 : 최현숙
■동시 부문 수상 소감■
선정 전화 연락에 갑작스럽고 당황스러운 느낌이 뒤섞였다. 전혀 생각지 못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이 동시가 한 분기의 여러 작품 가운데 정점 부근에 설 수 있는 것인가 라는 반문(反問)이 맴돌아서였다. 하지만 작품 쓰기에 느슨해 있던 나를 화들짝 놀라게 하고, 긴장의 끈을 더 당겨야겠다는 생각도 들게 해 무의미하진 않다.
이 작품은 고성 산불 진화 광경에서 출발했다. 불타버린 벌집에 벌 한 마리가 날개를 떨면서 맴돌다 가는 광경이 텔레비전 화면을 스쳐 지나갔다. 불탄 인가를 보는 것만큼이나 충격적으로 다가왔고, 가슴이 저렸다. 산불에 집을 잃은 사람들의 절망적인 모습이 이런 게 아니겠는가. 절박하고도 고통스런 삶의 현장을 시의 걸음으로 다가가 보려고 한 노력이 다소 공감을 얻었으니 다행이다.
*박두순
1950년 경북 봉화군 출7년 <생. *197아동문학평론><아동문예> 동시 신인상, 1998년 <자유문학> 시부 신인상 당선. *동시집 <사람 우산> 등 13권과 시집 <인간 문장> 등 4권 펴냄. *대한민국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 한국문협작가상, 자유문학상 수상. *한국동시문학회장, 한국현대시인협회와 국제PEN한국본부 부이사장 역임.
[2019년 3분기 수상 작품 - 동화 부문 ]
진짜 안 보고 싶어
박소명
회오리바람이 달려오며 먼지를 휙 뿌렸다.
“퉤! 퉤! 트아!”
먼지를 뱉으며 준호는 애꿎은 허공에 주먹질을 했다. 짝꿍 병오 때문에 속상한 터였다. 끄떡하면 ‘야, 필리!’라고 불러서이다. 필리는 필리핀의 줄인 말이다. 준호는 필리라고 부르는 게 정말 싫다. 준호는 지렁이처럼 느릿느릿 걸었다. 저만치 정류장에 버스가 섰다. 쫑아 할머니가 버스에서 내리고 있었다. 준호 눈이 커다래졌다.
“쫑아 할머니!”
준호는 정류장으로 달렸다. 쫑아는 준호가 좋아하는 할머니네 개다. 준호는 쫑아를 좋아하는 만큼 할머니도 좋아한다.
“학교 재미있었어?”
준호는 고개를 저었다.
“아이구, 재미없었나 보네. 누가 못살게 군 거여?”
“짝꿍이….”
“이런, 짝꿍 땜에? 자, 사탕 먹고 화 풀어.”
할머니는 준호 어깨를 토닥이며 사탕을 쥐여 주었다. 할머니 덕분에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입안에 퍼지는 달콤함도 좋았다. 준호는 할머니와 마을로 들어섰다. 양지쪽 담장에 늘어진 개나리가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다.
“할미 집에 가서 편지 좀 읽어 줄겨?”
“편지요?”
“그려. 미국 아들한테서 편지가 왔는디 돋보기가 깨져버렸지 뭐여.”
할머니가 침침해 보이는 눈을 부비며 말했다.
“네. 그럴게요. 아, 참! 근데 쫑아는 새끼 언제 낳아요?”
“오늘내일 혀.”
“얼른 가요.”
준호는 앞장서서 달렸다. 그리고 골목길에서부터 소리쳤다.
“쫑아야! 쫑아야!”
몸이 무거워도 달려 나오던 쫑아가 조용했다. 할머니는 마루 밑에 있는 쫑아네 집을 들여다보았다.
“새끼를 낳으려는 거여.”
할머니는 준호를 마루 위로 올라가게 했다. 그리고 마루에 난 작은 구멍을 가리켰다. 준호는 엎드려서 작은 구멍에 눈을 댔다. 처음엔 캄캄했는데 가만히 있으니 조금씩 환해졌다. 할머니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에휴, 힘들 거여.”
쫑아는 낑낑거리며 몸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불룩한 배가 움찔 거렸다. 정말 할머니 말대로 힘들어 보였다. 한참을 그러더니 드디어 쑤욱 하고 새끼가 한 마리 나왔다. 준호는 소리를 낮춰 말했다.
“나왔어요! 나왔어.”
“그려. 그려. 국 덥혀야겠구먼. 미리 끓여 놓길 잘혔어.”
할머니가 부엌 앞으로 가서 유리 미닫이문을 드르륵 열었다. 준호는 계속 마루 밑을 들여다보았다. 쫑아는 새끼가 뒤집어쓰고 나온 미끌미끌해 보이는 막 같은 걸 핥아주었다. 그러더니 다시 몸을 비틀며 괴로워했다.
‘힘내라. 힘내라.’
준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쫑아가 다시 끙끙거리며 힘을 쓰자 또 한 마리가 나왔다. 쫑아는 그렇게 다섯 마리를 낳았다. 쫑아를 닮은 누렁이가 두 마리, 점박이가 세 마리였다. 쫑아는 새끼들을 정성스럽게 핥아주고 또 핥아 주었다. 준호가 중얼거렸다.
“진짜 힘들겠다.”
부엌에서 나온 할머니가 말했다.
“에미라서 저 힘든 줄도 모르는 거여.”
준호는 코끝이 시큰해졌다. 엄마를 못 본 지 몇 달이 되었다. 한동안은 엄마가 보고 싶었지만 이젠 모르겠다. 아니, 안 보고 싶다. 전화조차 안 하는 엄마가 밉다. 할머니가 혀를 끌끌 찼다.
“쯧쯧. 저도 에미라고 저러지. 에미는 다 그려.”
준호는 자기도 모르게 불쑥 물었다.
“우리 엄마도요?”
“그럼. 니 엄마도.”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준호는 괜히 물어봤다고 생각했다. 엄마 생각 안 하려고 했던 다짐이 무너진 게 속상했다.
“엄마들은 다 똑같혀.”
할머니는 중얼거리며 다시 부엌으로 갔다. 곧 김이 모락모락 나는 그릇을 가지고 나왔다. 어서 식으라고 입으로 후후 소리를 내며 불었다. 숟가락으로 훌훌 저었다.
“쫑아야, 애썼다. 미역국에 밥 말았어. 어여 먹어.”
하지만 쫑아는 꼼짝도 안 했다.
“기특도 허지. 지 새끼 어찌 될까 봐 움직이지도 않는구먼.”
할머니는 머리를 숙여 마루 밑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손으로 밥을 퍼서 쫑아 입 앞에 내밀었다. 그제야 쫑아가 할머니 손에 입을 댔다.
준호는 마루에서 내려와 할머니 옆에 쪼그리고 앉아 쫑아를 지켜보았다. 쫑아 품에 새끼 다섯 마리가 꼬물거렸다. 준호도 엄마 품에 안겨 어리광을 부릴 때가 있었다. 손잡고 유치원에도 같이 갔다. 유치원 소풍 때는 함께 달리기도 했다. 엄마가 입학 선물로 가방이랑 운동화도 사주었다. 입학식날 아빠랑 함께 학교에 와서 축하해 주었다. 엄마가 가끔 필리핀 음식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지난여름엔 워터파크에 물놀이도 갔다.
‘그럼 뭐해. 지금 없는데.’
준호는 입술을 꽉 물었다. 필리핀에 있는 외할아버지가 아프다며 엄마는 걱정했다. 엄마는 당장 필리핀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아빠는 당장은 안 된다고 했다. 엄마랑 아빠는 큰소리를 내며 다투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엄마는 필리핀으로 가버렸다. 준호에게는 몇 밤만 자고 온다고 했다.
“쫑아 쉬게 우리는 저쪽으로 갈까?”
할머니가 일어섰다. 쫑아는 다시 새끼들을 핥아주고 있었다. 새끼들은 쫑아 품속에서 젖을 먹느라 애벌레들처럼 꼬물꼬물 움직였다. 준호는 할머니와 부엌으로 가서 식탁에 앉았다. 할머니가 김치를 송송 썰어 부침개 반죽을 시작했다. 곧 치지직 소리가 나며 맛있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아, 참 할머니 편지 읽어드릴게요.”
준호가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그렇지. 쫑아 새끼 낳는 거 보다가 깜빡 잊을 뻔했구먼.”
할머니는 가스 불을 줄이고 서랍에서 편지를 꺼내왔다. 준호는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보고 싶은 어머님께, 어머님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허리 아픈 건 좀 어떠셔요.”
“그려. 그려. 허리도 괜찮고 잘 있구먼.”
할머니는 벌써 눈이 촉촉해졌다.
“가을쯤에 어머님 뵈러 가겠습니다. 마침 일도 있고 해서요.”
“그려. 그려. 가을에….”
할머니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준호도 마음이 뭉클해졌다.
“우리 준호 고맙구먼. 2학년이라 편지도 잘 읽네.”
할머니는 편지를 잘 접어서 다시 서랍에 넣었다. 그리고 노릇노릇 부쳐진 부침개를 접시에 담아왔다.
“맛있겠다.”
준호는 부침개를 입 가득 넣었다. 그때 할머니가 말했다.
“준호야, 엄마한테 편지를 써 봐.”
“싫어요.”
준호는 단숨에 말하고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그럼 못써. 엄마가 연락이 없는 건 사정이 있을 것이여. 사람마다 다 사정이 있구먼. 니 엄마는 엄마대로. 아빠는 아빠대로. 니 아빠가 속마음을 다 말 안 해서 그렇지 엄마 걱정 많이 하고 있을 거구먼. 넌 아들이니까 니가 편지를 써야 하는 거여.”
준호는 고개를 세차가 흔들었다. 이젠 엄마가 안 보고 싶었다.
할머니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외할아버지 보살피다 엄마도 병이 났을지도 모르지.”
‘흥, 안 아플걸.’
하지만 준호는 정말 엄마가 아플까 봐 걱정이 되었다.
“편지 쓰면 강아지 한 마리 주지.”
“강아지요?”
“그래. 젤 이쁜 놈으로 줄 것이구먼.”
준호는 머리를 긁적였다. 엄마가 전화를 한다 해도 안 받을 생각이었다. 그러니 갑자기 마음을 바꿀 수 없었다.
“왜? 강아지 안 받고 싶은 겨?”
“받고 싶어요.”
“그럼 뭐여? 나 같으면 까짓거 편지 쓰고 강아지 한 마리 받겠구먼.”
할머니가 편지지를 가지고 와서 식탁에 놓았다.
“‘엄마 보고 싶어요.’ 하고 어여 써 봐.”
할머니는 준호 손에 연필을 쥐여 주었다.
엄마에게
나는 엄마가 한 개도 안 보고 시퍼요
아빠랑 나랑은 엄마보다 엄청 재미써요
쫑아도 있고
쫑아 새끼들도 있고
쫑아 할머니도 있어서
엄마가 한 개도 안 보고 시퍼요
물놀이 같이 안가도 괜차나요.
판싯 안 만들어 줘도 괜차나요
엄마 안 와도 아무러치도 안아요
준호 드림
준호가 연필을 놓자 할머니가 물었다.
“뭐라 쓴 거여?”
“엄마 보고 싶으니까 얼른 오라고요.”
준호는 편지를 재빨리 가방 속에 넣었다.
“에구, 뭘 그리 숨기는 거여? 봐도 눈 어두워 안 보여. 집에 갖고 가서 아빠한테 주소 써 달라고 해서 부치면 되겠구먼.”
할머니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때 경운기 소리가 들려왔다.
“쿵쾅쿵쾅 털털털.”
할머니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준호도 따라 나왔다. 아빠가 경운기 시동을 끄며 말했다.
“오늘도 준호를 돌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고맙기는요. 준호가 저를 도와줬구먼요.”
“아니, 뭘 도와드렸나요?”
“준호가 내 돋보기여요. 미국에서 온 편지를 읽어줬구먼요. 내 돋보기가 깨져서….”
“아하, 아드님 한국에 안 나온대요?”
“가을에 나온다고 하네요.”
“아이구 잘 됐습니다. 올해는 그렇게 그리던 아드님을 만나겠네요.”
아빠가 손을 높이 들었다. 준호도 손을 흔들며 아빠 경운기에 올라탔다. 다시 경운기가 털털 털털 쿵쾅쿵쾅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달려갔다. 저녁을 먹고 나자 아빠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아무래도 엄마한테 편지를 쓰는 게 좋겠어.”
“또 편지요?”
“또라니? 언제 편지를 썼어?”
“아니, 아니에요. 갑자기 편지를 쓰라해서요.”
준호는 머리를 긁적였다.
“갑자기가 아니야. 벌써부터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농사일 때문에 미루고 미루고 했지. 쫑아 할머니가 편지 이야기를 하니 지금이라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엄마랑 싸웠잖아요.”
준호가 고개를 떨어뜨리며 말했다.
“필리핀에 못 가게 하다 그렇게 됐지. 그런데 아빠 마음은 말이야 엄마에게 돈을 좀 마련해 주고 싶었단다. 하지만 그땐 돈이 없었어. 에구 내가 너한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냐. 아무튼 오해가 있었어. 늦었지만 편지를 써라. 전화해도 안 받으니 무슨 일이 있는 게 맞아. 혹시 외할아버지 간호하다 엄마가 병이 났을 지도 모르지.”
아빠도 쫑아 할머니하고 똑같은 말을 했다.
“아빠가 쓰세요.”
준호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엄마는 나보다 네가 쓴 편지를 더 좋아할 거야. 넌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잖니. 자, 연필.”
준호는 어쩔 수 없이 연필을 들었다.
“엄마에게, 엄마 저 준호예요.”
망설이는 준호를 보며 아빠가 첫 문장을 불러주었다. 준호는 연필을 꼭꼭 눌러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엄마에게
엄마 저 준호예요.
잘 지네요?
아빠랑 저는 잘 지네요
학교에도 잘 다니고 이써요
아빠는 농사도 잘 짓고 이써요
외할아버지는 괜찬나요?
왜 전화가 않되나요?
엄마 아픈 거 아니지요?
우리는 엄마 걱정을 해요.
답을 해 주세요
준호 드림
들여다보던 아빠가 말했다.
“‘엄마, 아빠가 다음엔 필리핀에 함께 가고 싶대요.’라고 써넣어.”
준호는 아빠가 시키는 대로 편지 끝에 썼다.
“‘엄마, 보고 싶어요. 얼른 오세요.’라고 한 마디 더 써라.”
이번에도 준호는 한 줄 더 써넣었다. 그러자 아빠가 봉투에 주소를 써서 내밀었다.
“자, 여기 넣어라. 내일 읍내 우체국에 나가서 부치마.”
“더 쓸 거 있나 한 번 읽어보고 내일 아침에 줄게요.”
준호가 봉투를 받으며 말했다. 아빠는 고개를 끄덕였다. 준호는 방으로 와 가방을 열었다. 낮에 쓴 편지를 꺼내 방금 쓴 편지와 나란히 펼쳐 보았다. 아빠 앞에서 쓴 편지는 준호 마음이 아니었다. 쫑아 할머니랑 같이 쓴 편지가 준호 마음이었다. 아빠랑 쓴 편지는 보내고 싶지 않았다. 준호는 낮에 쓴 편지를 봉투에 넣어 책상 위에 놓았다. 아빠랑 쓴 편지는 찢어버리려다 가방 속에 넣었다. 풀은 아침에 붙이기로 했다. 준호는 침대에 누웠다. 천장 벽지 꽃무늬가 아른거렸다. 꽃무늬 사이로 엄마 얼굴이 자꾸 떠올랐다.
“아니야. 안 보고 싶어!”
준호는 중얼거렸다.
“엄마가 혹시 아프다면?”
한 번도 엄마가 아플 수 있다는 생각은 못 했다. 준호는 아파서 누워 있는 엄마 모습이 떠올랐다. 새끼를 핥아주고 안아주던 쫑아도 떠올랐다. ‘에미라서 저 힘든 줄도 모르지.’ 할머니 말도 생각났다.
“한 개도 안 보고 싶다고요!”
준호는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편지가 놓인 책상으로 다가갔다. 봉투에서 편지를 꺼내고, 가방에 있는 편지도 꺼냈다. 또 나란히 펴 놓고 들여다보았다.
“진짜, 진짜 안 보고 싶어.”
준호 눈에서 눈물이 똑 떨어져내렸다.
삽화 : 최현숙
■동시 부문 수상 소감■
줄줄이 이어지는 생각
수요 낮예배를 마치고 도서관을 향했습니다. 주어진 것들에 만족하고 감사해야지 하며 흥얼흥얼 걸었습니다. 수리산 아래 펼쳐진 느티나무 길은 평온하고 아름다웠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비탈진 산자락에 상사화가 줄지어 피어있었습니다. 꽃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을 때 반가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걸음을 멈추게 한 꽃과 기쁜 소식이 머릿속에 이런저런 생각을 불러왔습니다. 오래전 힘들게 새끼를 낳던 누렁이와 교회에서 만났던 다문화 아이가 떠올랐습니다. 웬일인지 제 조막손 가득 들꽃을 쥐어 주던 엄마 생각도 이어졌습니다. 함께 동화를 쓰며 서로 힘이 되는 동화세상 문우들이 떠올랐습니다. 곧 이어 지난 유월 새싹회를 통해 간 독도도 떠올랐습니다. 빈자리가 생겨 운 좋게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독도에서 아동문예 박옥주 선생님을 처음 만났는데 얼마 후에 원고 청탁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동화를 싣게 되었고, 이 같은 소식이 왔습니다. 세상은 서로 어우러지며 이어지며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더 즐겁게, 더 감사하며 글을 써야겠습니다. 더불어 아름다운 관계를 가꾸며 살아야 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부족한 작품을 꼼꼼하게 읽어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 박소명
어릴 때 실컷 뛰며 놀며 자랐고, 어머니와 선생님의 영향으로 글과 가까워졌습니다. 월간문학에 동시가 동아일보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어 동시와 동화를 쓰고 있습니다.
동시집 <뽀뽀 보다 센 것><올레야 오름아 바다야><꿀벌우체부><빗방울의 더하기> 동화책 <슈퍼 울트라 쌤쌤보이><흑룡만리><알밤을 던져라><든든이와 푸름이> 지식교양책 <세계를 바꾸는 착한 똥 이야기><착한 마을 이야기><착한 식탁 이야기> <질문으로 시작하는 세계 신화>등 여러 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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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두분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박두순 선생님! 박소명 선생님! 우수작품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조소정 선생님 감사합니다.
우수 작품 수상을 축하합니다♡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박두순 선생님, 박소명 선생님, 듬뿍 축하드립니다~.^^
축하 말씀 감사합니다.
박두순 선생님
박소명 선생님
우수 작품삼 수상 축하드립니다~^^
배시인님, 축하 감사해요.^^*
두 분 선생님, 축하축하 드립니다^^
안선모 선생님 감사드려요^^*
박두순 선생님, 박소명 선생님!
우수작품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축하 감사드립니다^^*
박두순 선생님, 박소명 선생님!
우수작품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두 박 선생님께 축하 인사 드립니다.
서금복 시인님 감사드려요^^*
두 분 좋은 작품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