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정보
카페 프로필 이미지
국제한의사 커뮤니티(International Asian Medicine Community)
 
 
 
카페 게시글
컴투더월드LIFE 스크랩 여행기 위장된 섬_괌에 관하여
뮤즈신 추천 0 조회 36 08.03.17 17:00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1월 말, 엄마와 함께 괌 여행을 다녀오게 되었다.

시집가기 전 엄마와 딸이 함께 한 여행은 자못 멋스러워보이지만 첫날 괌 관광을 한 후로는 마음이 내내 불편해 착잡한 기분이 계속되었다. 나름 특급 리조트에서 해변의 경치와 갖가지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패키지로 떠난 여행, 우리나라 사람들의 신혼여행지로도 손꼽히는 아름다운 곳에서, 나는 화려함에 휩싸인 채 가려진 자본주의의 무서운 손길을 느꼈다.

  

 

# welcom to Gaum?!

 

  추운 한국은 뒤로 한 채 비행기에 몸을 실은 나는 몹시 흥분됐다. 그곳의 따뜻함과 여유로움에 움크렸던 몸을 활짝 필 수 있을 거란 기대로...

새벽 261명의 승객을 꽉 채운 괌행 비행기가 이룩한지 3시간여..승무원들이 식사그릇을 치우고 건넨 것은 출입국신고서였다. 역시나 무엇인가 써야하고 틀리지 않고 바르게 적어야 한다는 것은 모든이의 압박!

승무원들은 여러차례 "괌은 미국령으로 입국심사가 까다롭습니다. 번거로우시더라도 꼼꼼하게 작성해주세요."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이름, 주소, 머물 곳, ...

그리고 괌입국거부자_ 조항 중 1.2.3.4."공산당이나 그 관계 조직의 일원이었던 자"가 있었다.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공산주의. 공산당. ...관계 조직? 훗;; 참으로, 애매한 범위설정이다. 공산당과 관계 조직과, 그리고 -이었던..과거의 기록까지 생각해서 체크해야 하는 웃기는 조항

4시간 30분동안 허리와 엉덩이에 무리를 주며 지난 시간 개운한 스트레칭으로 만난 괌 공기는 굉장히 습했고 나는 미국에 왔나했다. 공항 곳곳에 꽂혀있는 성조기를 보며, 하긴..여긴 미국땅이니까_

 

 #존재 속 부재

 

 

*첫날 코코스 섬과 괌시내를 관광하며 가이드가 설명해준 내용을 바탕으로 적어본다.

괌에는 원래 차모로족이라는 원주민이 있다. 그들은 항아리체형에 까무잡잡한 피부, 느긋한 성격을 지녔다. 16세기 포르투갈 탐험가 마젤란에 의해 발견 된 괌은 그 후 스페인 통치 300년, 미국, 일본, 미국에게 줄곧 빼앗겨 왔단다.

괌의 자랑 중 하나가 스페인, 일본, 미국 문화가 뒤섞여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자랑일 수 있을까?

빼앗길 수 밖에 없던 역사의 아픔을 마치 맛난 비빔밥에 비유하듯 이야기 하는 것...맞는 것일까?

 

괌에는 원래 노루가 없다. 스페인 침략시절 들여와서 생기게 되었다.

괌에는 원래 대나무가 없다. 일본 침략시절 들여와서 생기게 되었다.

괌에는 원래 뱀이 없다. 침략국들의 건물 건설등을 목적으로 동남아에서 목재를 들여오는 과정에 뱀이 들어오게 되었다. 이 뱀들은 동그란 전봇대를 타고 올라가 종종 전기 사고를 일으키기도 하다.

원래 없던 것이 들어와 괌에는 도마뱀 천지다.

그리고....정말 원주민은 없다. 스페인계가 섞여 있는 원주민이 존재할 뿐이다.

순수혈통을 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침략의 역사 속에서 사라져 버린, 괌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노동으로부터 소외

 

 원주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을 지난다. 솔깃하지만  꽤나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진다. 한국의 청년실업난을 생각했을 땐 우와!지만 이것도 잠시, 과하게 말하자면 인간을 동물로 만드는 것과 진배없는 행위가 벌어진다.

원주민들의 절반은 일을 하고 절반은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미국정부는 괌원주민 한명당 영세민보조금이든, 뭐든 두가지 명목으로 매월 300달러를 지급한다고 한다. 한달에 30이면 작은 돈인듯하지만 다산을 복이라 여기는 괌원주민 풍습에서 많은 아이는 괜찮은 수입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일을하지 않고 보조금을 받아서 생활하는 측이 절반이라는 말이다. 

괌과 같은 섬을 갈 때 무엇을 기대하는가?

싱싱한 해산물과 달콤한 열대과일 뭘 이런 먹을거리가 당연히 떠오를 것이다.

꿈도 꾸지마라. 물론 몇 레스토랑에서는 먹을 수 있지만 대부분이 근처 섬이나 다른 곳에서 수입해 들여온다. 하다 못해 코코넛 맛을 보기도 어려웠다. 바다의 많은 물고기들이 있으나 그들은 어업을 하지 않는다. 후덥지근한 날씨로 바나나나 망고나 코코넛등을 재배할 수 있지만 이걸 내다 팔지도 않는다.

공장하나 없는 괌에서 생산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노동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보기엔 새벽에 각종 여행사 차를 타고 속속들이 도착하는

70%의 동양관광객을 상대하는 일이 대부분이라..

그들은 왜 정부 보조금에 만족하며, 자신들의 특성은 궁금해하지 않고, 좀 더 나은 삶을 꿈꾸지 않은 걸까? 물론 내가 원주민과 대화를 나눠본것은 아니지만 가이드 말대로라면 원주민들은 노동으로 부터 소외되어 있는게 분명했다. 마치 원래 그렇게 태어나서 원래 그렇게 살다가 원래 그렇게 죽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그 외의 삶은 생각하지 않은 것 처럼

다시 돌아가 그렇다면 미국은 정말 멋진 나라다??

일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자기 가족 구성원을 늘리는 것에 집중해도 돈을 주니까.

자국의 할렘가 같은 곳에는 대체 얼마나 지원을 하는 걸까?  이보다 더 하겠지?

대가 없는 자선이 미국이라는 나라에게 있을 리 없다.

당연히 그들이 원하는 것은 원주민들이 조용히, 자기들이 원하는 것을 이룰 때까지 살아주는 것이다.

아름다운 자연을 해치지 않고, 그곳의 사람들도 살만하게 해주는 위선으로...

전략적 요충지인 괌 미군기지를 지켜내는 것이다

.

그렇다. 원주민 지원금정도면 미군기지 유지와 국제시선을 피하는 대가로 충분히 싼 것이다.

둥근 산의 최고 경치를 볼 수 있는 곳에는 미군들의 집이 즐비하고 미 해군만이 드나들 수 있는 병원이 있다. 높은 곳에서 그들은 괌을 주변을 그리고 세계를 손아귀에 넣을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같이 관광을 다니던 아저씨가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묻는다.

관광객:"여기는 독립운동같은 거 안해요?"

가이드:"안해요.해도 극히 일부가 ...."

관광객:왜 하면 미국이 독립시켜줄 거 같은데,,,"

가이드:"하하. 절대 안하죠. 여기가 군사적 요충지인데. 그럴일은 없어요"

 

#환락과 억압

 

 높은 층의 내 숙소에서 내려다 본 리조트는 정말 신나보였다. 수영장에서는 끊임없이 게임이 벌어졌고 스킨스쿠버,스노쿨링,카약.......밤마다 벌어지는 파티와 쑈...쑈가 끝날때즈음 무더기로 쏟아지는 새로운 관광객들이 로비를 가득 메웠다.

11시 즈음 고요해질때면 잠이 들어 8시에 일어나 생각하는 것은 오늘은 어느 식당엘 가서 먹을까였다.

이용할 수 있는 네개의 식당에서는 매끼 절대 소화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양의 음식이 쏟아져나온다. 아침부터 고기를 선택하는 나에겐 내 식탐도 있지만, 30가지는 족히 넘는 갖가지 음식을 맛보고자 하는 호기심이 그치질 않는다.

그리고 남은건 과식과 다 먹지 못한 음식.....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재료들 또한 모두 수입이라는 것이다. 결국 나는 괌에서 나는 신선한 것을 먹은 것이라곤 정글탐험 때 간단한 코코넛 쇼에서 본 코코넛 물과 하얀 살이 전부였다. 물가도 비싼 괌에서 수입된 재료들로 즐긴 맛이 과연 얼마나 근사했겠는가.

바다는 아름다웠다. 훈훈하지 못한 바람과 오락가락하는 하는 비를 빼면 괌의 바다를 보는 것은 행복했다. 파워에이드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으니까.

 하지만 산호섬이어서 맨발로 바다 속 모래를 느끼는 것은 할 수 없었고, 수영을 즐기기 위해 달려들어간 어마어마한 풀장에서는 소독약 냄새가 진동했다.

나름 특급리조트에서 매일 나오는 것은 방대한 음식물 쓰레기와 소독약, 그리고 보조금보다 많이 받기에 일을 하는 원주민들, 관광객들의 해외여행이라는 것에 대한 만족감...

 

괌을 비하하거나 괌 관광을 무시하려는 의도는 없다.

다만 괌은 생각보다 좋지 아니했고 괌은 생각보다 고민을 많이 들게 한 곳이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보이지 않은 것에 의해 억압당하고 이용당하고 있음에도

달콤한 사탕발림같은 것으로 덮어둔 나의 나라와 비슷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다음검색
댓글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