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DS에 걸렸어도, 내겐 너무 예쁜 당신!
박진표 감독의 통속 사랑극<너는 내 운명>에 전도연, 황정민 캐스팅 예정
전도연과 황정민. 대체 불가능한 개성과 탄탄한 연기력으로 충무로를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그 남자와 그 여자가 모든 것을 건 절대적인 사랑에 빠졌다. 통속 사랑극을 표방하는 박진표 감독의 멜러 <너는 내 운명>(가제)에 나란히 캐스팅 될 예정인 것. <죽어도 좋아>에서 70대 노인의 사랑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음을 보여주며, 사랑에 관한 통념에 일침을 놓았던 박진표 감독은 이번에도 역설적인 방식으로 사랑의 아름다움을 보여 줄 예정. 여주인공 은하(전도연)가 AIDS에 걸림으로써 일반적인 러브 스토리의 행로에서 비껴 가는 것이다.
황정민이 연기할 예정인 석중은 단 한번의 연애 경험도 없는 순진한 노총각. 인생 딱 한번 찾아 온 사랑이 AIDS에 걸린다는 엄청난 운명에 접하지만 세상 사람들 모두가 돌을 던질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던지는 남자. 세상과 맞바꾼 사랑이라 불러도 무방할 순애보의 당사자다. 한편, 은하(전도연)는 순진한 석중과 달리 ‘사랑’이란 이름으로 가해지는 온갖 상처를 겪은 인물. 사랑을 믿지 않기 때문에 석중을 받아들이기를 주저하지만 진심 어린 석중의 큰 사랑 앞에 조심스레 마음을 연다. 하지만 그 때는 이미 AIDS에 걸리게 됨으로써 뒤늦게 찾아 온 사랑을 지킬 수 없을지도 모를 위기에 처한다.
데뷔 이래 처음으로 죽음도 무릅쓸 수 있는 지극한 순애보의 주인공이 된 황정민. 순박한 노총각 석중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표현해내기 위해서 20kg이나 살을 찌워야 하는 강행군이 기다리고 있지만 “시나리오를 읽는 내내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는 말로 역할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했다. 지독한 사랑에 빠진 불륜녀, 9년간 수절한 정절녀, 그리고 엄마와 딸의 1인 2역까지. 극단적 캐릭터를 오고 간 전도연에게도 AIDS에 걸린 은하 역할은 일종의 모험. 그러나 박진표 감독은 순수함과 촌스러움, 그리고 섹시한 매력이 묘하게 어우러진 데다, AIDS라는 천형에 맞닥뜨리는 은하 역할에 처음부터 전도연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말해 그녀에 대한 신뢰감을 드러냈다. 연기 생활 14년차. 그녀의 선택이 한국 영화 속 여성 캐릭터의 폭을 넓혀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전도연의 또 한번의 변신이 어떤 결과를 낳을 지 주목된다.
사랑 받는 게 미안한 여자와 단 한번 사랑에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걸어 버린 남자의 지고 지순한 사랑 이야기 <너는 내 운명>(가제)은 내년 초 크랭크 인, 가을에 개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