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버그에 있는 소아 정신과 의사팀이 아주 특이한 연구를 몇년 전에 시행하였다. 권총에 대한 연구였다. 지난 40년 동안 미국의 청소년이나 젊은이들의 자살률은 턱없이 증가했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많은 부모와 의사, 그리고 여러 사회 기관들이 노력을 해왔다. 그러다가 발견한 사실은 다음과 같았다. 여성은 남성보다 자살 기도율이 높다.
그러나 이들은 음독에 의한 자살 기도가 많고, 다행히도 죽음에까지는 이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에 반해서 남성들은 자살 성공률이 높다. 특히 권총을 쓰는 경우에는 성공률이 크다. 미국에서 벌어지는 성공된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은 ‘권총 자살’이다. 피츠버그팀은 그래서 청소년의 자살과 그들 가정 내에 권총이 있는가 없는가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것이다.
대부분 자살을 목적으로 권총을 사는 젊은이는 드물었다고 한다. 그러나 집안에 이미 총기가 있다는 사실 자체는 높은 자살 성공률과 비례했다. 이 경우에 총기의 잠금쇠가 잠겨져 있느냐 아니냐 하는 것에는 큰 상관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비록 총이 금고 안에 있었다 하더라도 총알이 장전되어 있던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서 성공률이 높았다고 한다.
권총의 유무 다음으로 중요한 자살의 요건은 과거에 자살 시도를 했던 과거력이다. 비록 간단한 자살의 제스처였고 심각하지 않은 것이었더라도 시도를 했던 젊은이 중에서는 의도적이건 무의식적이었건 성공률이 훨씬 높아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처음 자살 시도가 있었을 때 숨기고 감추는 대신에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아시아 민족(그 중에는 한국인도 포함된다)들은 정신과 감정이나 치료를 받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아마 ‘감정’은 ‘의지력’으로 이겨내야 한다는 무의식적인 유교의 영향인지도 모른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요건은 과거에 누구에겐가 “죽고싶다”는 말을 한 경우에 자살 성공률이 높다는 것이다. 아마 말을 많이 했다는 것은 도움을 요청했다는 것이리라. “Cry for Help”라고 정신과 의사들은 본다.
그러면 이런 젊은이들을 도와주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집안에서 권총을 없애라고 이 연구팀은 강조한다. 자살 미수 후에 퇴원한 젊은이들 중, 한 그룹의 부모들은 계속 권총을 집에 두었고(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다른 그룹은 권총을 없애버렸다. 권총이 있던 집안의 젊은이들 중에서 결국에는 자살에 성공한 율이 훨씬 높았었다는 것이 이 연구팀의 조사 결과였다. 자식이 죽는 것을 원하는 부모가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원인이 무엇이었든 간에 자식을 죽게 하려고 권총을 집에 둔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이유야 어떻든 간에 결과는 무서운 차이를 나타냈다. 자살의 위험이 있는 청소년을 둔 부모에게 내가 수백 번도 넘게 되뇌는 말이 바로 이것이다. “제발 권총을 집에 놔두지 마십시오.”
그 외에 이 젊은이들을 도와주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적극적으로 친구가 되어주고 사랑을 느끼게 해야 한다. 인간에게는 언제나 ‘양가 감정’이 있게 마련이다. ‘양가 감정’이란 서로 반대되는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를 말한다. 예를 들면 누군가를 무척 사랑하지만 동시에 죽이고 싶도록 미운 마음이 드는 경우, 아니면 나 자신이 자랑스러운 반면에 아주 형편없는 바보로 느껴져서 미워지는 경우 등등…. 죽고 싶은 마음과 한편 살고 싶은 마음도 이렇게 한꺼번에 온다. 누구도 100% 죽고싶기 만한 사람은 없다. 다만 어느 순간 살아갈 이유를 잃어버렸거나 더 이상 살 기운이 없어졌기 때문에 죽음을 택할 뿐이다. 누군가 ‘사는 쪽’으로 조금만 이끌어 준다면 그들은 기꺼이 삶으로 향한다. 그런 친구가 필요하다. 지역 사회나 교회 등의 단체들이 좋은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런 곳에는 ‘만남’이 있기 때문이고, 만남을 통해 죽음을 이기는 힘을 얻기 때문이다.
자살 행위는 응급 상황이다. 응급 사태가 생기면 우선 의료 시설을 통해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응급실을 통한 적절한 치료와, 필요하면 입원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그 후에도 오랜 시간동안 참을성 있게 외래 치료와 약물 치료, 상담을 받아야 한다. 그것이 ‘삶’으로 이끄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