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헬기 추락 후폭풍...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논쟁 재점화
▲17일 오전 10시 50분께 광주광역시 광산구 도심 아파트 단지 인근에 헬기 한 대가 추락했다.
공군측은 사고 헬기가 소방헬기인 것으로 추정했다. 이 사고로 조종사 1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트위터, 뉴시스)
세월호 수색 지원 활동을 하고 돌아오다 헬기 추락으로 소방대원 5명이 순직한 사고를 계기로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논쟁이 재점화하고 있다.
지난 17일 소방헬기 추락 사고로 숨진 강원도소방본부 특수구조단 대원 5명 중 결혼을 두 달여 앞뒀던 이은교 소방사(31)는 순직 1시간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방관들의 정당한 외침' 기고문을 게재했다.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과 노후화한 구조 장비의 교체가 시급하다는 내용이었다. 앞서 이 소방사는 지난달 페이스북에 "안전들 하십니까. 지방재정에 따라 국민의 안전이 차별받는 세상"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런 사연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하면서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을 지지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시민들은 "소방관 국가직화, 순직한 이은교 대원의 유언이었다. 소방관 국가직화하라" "헬기 추락으로 순직한 5명의 소방대원, 시민안전과 본인 목숨 맞바꿔. 소방 가족을 위한 병원 하나 없는데." "세월호 참사로 위신 추락된 건 무능한 해경이었고 광주 헬기추락사고로 순직한 소방관들은 명예를 지켰다. 소방공무원들은 유서를 쓰고 일한다. 국민의 안전 책임지는 소방관들 처우나 개조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헬기 사고 당일인 지난 17일에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한 소방관이 무더위 속에 헬멧에 방화복까지 차려입고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요구 1인 시위에 나섰다.
군산소방서 소속 소방관인 그는 사고로 동료 소방관 5명이 순직한 소식에 "나와 내 동료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이제는 무덤덤하다"고 씁쓸해했다. 항상 주변에서 죽음과 싸우며 자신도 화재 현장에서 몇 차례 죽을 고비를 겪다 보니 이제는 죽음에 무뎌지고 희로애락도 느낄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일에는 순직한 소방대원들의 합동 분향소를 방문한 정홍원 국무총리 앞에서 소방대원들이 몰려가 국가직 전환을 요구했다. 순직한 5명의 대원과 함께 근무하던 강원소방 특수구조단과 소방본부 소속 소방공무원 5명은 조문을 마치고 나오던 정 총리에게 "소방관들을 국가직으로 전환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조문을 마친 정 총리와 면담을 마친 유가족 가운데 고 정성철(52·기장) 소방령의 미망인 방모(49)씨도 "마지막까지 남편과 대원들은 광주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대참사를 막는 대신 스스로 몸 바쳐 희생했다"며 "소방공무원들을 국가직으로 전환해 달라"고 했다.
현재 소방 조직은 4만명의 지방소방관과 300여명의 국가소방공무원으로 이원화돼 있다. 일선 현장에서 재난대응에 나서는 소방관들은 모두 지방공무원이지만, 시·도지사는 물론 소방방재청장의 지휘를 동시에 받는다.
그러나 시·도의 재정 여건에 따라 시설·장비 확충 정도는 차이가 심하다. 일부 지역은 폐차 기한을 넘긴 구급차가 운영되는가 하면 소방관이 자비로 소방장갑 등을 구입해야 한다. 이번에 사고가 난 강원도소방본부의 경우, 소방차량 572대 중 사용 연한을 넘긴 노후 차량은 25.7%인 147대에 달한다. 고가사다리와 펌프·화학차량은 노후율이 50%대에 이른다.
그럼에도 정부는 현장성이 중요한 만큼 지방정부와 밀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소방직의 국가직 전환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세월호 수색 지원에는 지역 소방대원을 동원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 소방관은 "정부가 지방 사무를 강조하면서도 세월호 수색 지원 등에 전국의 소방헬기와 구조대원을 동원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안전행정부는 지난 17일 직무 수행 중 헬기사고로 숨진 강원소방본부 소속 정성철(52) 소방경 등 소방공무원 5명에게 훈장을 추서하기로 했다. 안행부는 정 소방경 등이 헬기가 급격히 추락하는 순간에도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도로 주변으로 기체를 유도해 대형참사를 막은 점을 인정해 훈장 추서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