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五經,Pentateuchos)
1.오경 이름
구약 성경을 시작하는 첫 다섯 권에 대한 이름을 그리스 말로 오경(五經,Penta-teuch)이라고 한다. ‘펜타Penta’는 다섯을 뜻하고 ‘튜크teuch’는 상자를 그리스어 ‘테우코스teukos’에서 유래한다. 히브리어 이름은 ‘토라Torah’로 율법과 가르침을 뜻한다. 토라는 법적 의미에 한정되지 않고 설화와 역사를 아우르는 폭넓은 말이다. 모세오경이라고도 하는데 전통적으로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에게 율법을 중개해 준 사람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유다교는 오경 각 권 첫 문장의 낱말들 가운데 하나나 둘을 선택하여 책 이름으로 정했다. 그래서 직역하면 창세는 ‘한처음에’, 탈출기는 ‘이집트로 들어간 이스라엘 아들들)이름은 이러하다’ 레위기는 ‘ 주님께서 모세를)부르셨다’, 민수기는 ‘광야에서’ 신명기는 ‘이것은 ~ 말이다.’라고 한다.
그리스 이름은 내용을 근거한 것이다. 창세기創世記는 세상의 기원에 대한 책이라는 뜻이다.
탈출기脫出記는 이집트 탈출을 전한다는 의미에서 이름이 붙여졌다. (모세는 율법과 규정들을 전해준 인물로 소개되는데, 탈출기의 이 율법과 규정들은 탈출기 일부, 레위기 전체, 민수기 1-10장까지로 채우고 있다. 탈출기와 민수기 나머지 장들은 탈출 세대의 광야 여정 이야기를 담고 있다.) 레위기는 레위 지파인 사제들에 의해 기록된 경신례와 사회법을 담고 있다. 민수기民數記는 이스라엘의 광야 여정 동안 시행한 두 번의 인구조사를 담고 있다. 신명기申命記는 가르침)율법의 되풀이(그리스어 두 번째 법)라는 의미에서 제목이 붙었다.
오경은 이렇게 5권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하나로 이어지는 모음집으로 제시된다. 창세기에서 야곱 집안이 이집트로 내려간다는 보도는 탈출기의 이집트 이주 이야기를 준비하며, 탈출기는 그 시작을 또한 창세 46장의 족보를 요약 정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레위기는 탈출 20장에서 시작하여 민수기 10장에서 종료되는 시나이 율법을 이어주고 있으며, 민수기 11-25장의 광야 여정은, 율법 선포로 중단된 탈출 16-18장의 이야기 흐름을 되풀이한다. 신명기는 민수기 마지막 장에서 백성이 도착한 모압 평야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그러나 오경이 이렇게 이어지는 연대순으로 정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역사서의 일부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오경은 중세에 와서 지금의 장章으로 나뉘었는데, 이러한 구분은 오경을 연구하는 데 도움을 주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유다 교에서는 오경을 읽을 때 다양한 범위 설정과 단락 구분을 달리하는 독서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구분 역시 유다교 회당의 경신례를 위해 성경 본문을 독서 단락으로 맞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를 들어 요셉 이야기는 같은 단락을 이루며 37-50장의 많은 분량을 차지하나, 십계명 본문은 (탈출 20,1-17;신명 5,1-21) 한 개의 장도 채우지 못하는 분량이지만 독립된 온전한 단락을 형성한다.(주석서-오경 입문에서 발췌)
따라서 의미상 단락이나 단위의 다양성은 오늘날의 엄격한 구조로 찾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오경은 또한 연대순으로 배열되어 있으나 역사 안내서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2. 오경의 저자(모세의 친저성)
오경은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에게 율법을 주었다고 자주 언급한다. 특히 신명기는 “모세가 말씀”이라고 밝힌다. 기원전 538년 바빌론 유배가 끝나자, 공동체 재건 운동을 시행한 에즈라와 느헤미야는 모세를 오경의 저자로 확인하였다(에즈 3,2;7,6;느헤1,7-9;8,1.14;9,14;10,30;13,1)
신약시대에도 예수 그리스도, 유다 역사가 요세푸스, 철학자 필로도 모세가 오경의 저자임을 수용하였다.(참고:탈출17,14;24,4-8;34,27;민수32,2;신명31,9.22.24;마르10,5;마태19,8;루가24,44;사도3,22;13,39;로마10,5;19,1) 이렇게 모세의 친저성은 성서와 역사 안에서 18세기까지 확고하게 차지하였다.
그러나 오경 안에는 모세가 이 책의 저자라는 사실을 의심하게 하는 여러 모순이 드러난다. 첫째, 모세가 3인칭으로 나온다. 둘째, 모세의 죽음을 전하는 기록이 포함되어 있다.(신명 34. 5-12) 셋째,모세가 죽은 다음에 살았던 에돔 임금들의 명단이 소개된다.( 창세 36, 31- 39).
오경의 실제 저자가 모세가 아니라면 누구일까? 그리고 그 저자는 한 사람일까? 아니면 여러 사람 또는 여러 집단일까? 오경의 저자가 적어도 한 사람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증언해 줄 수많은 증거가 오경 안에 있다. 몇 가지 대표적인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첫째, 창세기에 보면 하느님 이름이 야훼와 엘로힘 두 가지로 나타난다. 탈출기 3,14-63은 야훼라는 이름이 어떻게 처음 등장하게 되는지 그 기원을 설명하고 있는데, 창세기 4장 26절에는 야훼 이름이 아담의 손자 에노스에게서 처음 불리게 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둘째, 모세가 십계명을 받은 산 이름도 문제가 된다. 내 레위기와 민수기는 시나이산이라고 부르고 신명기는 호렙산이라고 한다. 셋째, 가나안 주민들의 이름이 때로는 가나안족 때로는 아무리 족으로 불린다. 넷째, 창세기 6,19에는 노아가 온갖 동물을 그 종류에 따라 두 마리씩 광주에 데리고 들어갔다고 한다. 그러나 7, 2절에는 정결한 짐승은 일곱 쌍씩, 부정한 짐승은 한 쌍식으로 되어 있다. 홍수 기간은 7,17에서는 40일인데 7,24일에서는 150일이다. 다섯째, 더 중요한 모순은 사람의 창조에 관한 것이다. 창세 1,1~2,3절까지는 인간은 남녀 모두가 엘로힘에 의해서 창조의 마지막 엿새째 되는 날에 함께 창조되었다. 그러나 창세 2, 4~25절에는 야훼가 남자를 먼저 먼지로부터 창조하고, 그 다음에 짐승들을, 짐승들 다음으로 마지막에 남자의 갈비뼈로 여자를 창조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밖에도 많은 모순과 충돌을 오경 안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런 모순과 충돌해서 오경에 처자가 모세가 아니라는 사실은 물론 이 책이 서로 다른 여러 전승을 바탕으로 쓰였음을 전제할 수 있다. 오경 저자 문제는 전승 또는 사료의 문제로 비약하여 오경 출전 문헌 가설이 제기되었다.
3. 오경 출전 문헌 가설(J.E.D.P)
18세기 후~20세기 사이에 성서 해석방법인 ‘역사 비평학’(성서뒤)-출전,편집,전승.양식]에 의해 오경이 서로 다른 네 가지 주요 문헌들이 합쳐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야휘스트계J. 엘로힘계E. 신명기계D.사제계P로 구성되었다는 ‘출전가설’이다.
4. 오경의 완성
현대성서학은 오경에 대해 다양한 전승들이 모여 완성된 것에 관심을 기울인다. 현재 우리가 추정할 수 있는 것은 오경의 최종 편집자들이 이용했을 구전전승은 그 기원을 밝히기가 어렵다. 법전을 근간으로 하는 기록전승은 아시리아 유배(기원전 722)에서 바빌론 유배가 끝나기까지(기원전 538년) 그사이에 나왔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그리고 오경이 완성된 시기는 유다교가 완전히 확립된 기원전 400년 뒤가 될 것이다.
유다인들은 왕국의 멸망과 유배의 가혹한 시련이 하느님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은 결과라고 성찰하였다. 그리고 기초적 전승들을 수집하고 글 즉 ‘거룩한 책들’을 기록하기 시작하였다. 키루스가 일으킨 페르시아 제국 시대에는 토라의 편집을 위한 좋은 기회였다. 상당한 정치 종교 자치권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이 에즈라, 느헤미야기에 반영되고 있다. 에즈 7장과 느헤 8장은 페르시아 시대에 이루어진 오경의 초본 출판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듯 하다. 토라가 거룩한 책으로 엮어지는데 기여한 계층은, 사제계층 외에 신명기적 신학적 견해에 가까웠던 평신도 지식인 계층도 있었을 것이다.
5.오경의 통일성
1) 큰 책 토라가 다섯 부분으로 나누어졌다고 할 수 있다. 토라의 통일성은 한 책에서 다음 책으로 연결되는 대목에서 드러난다. 탈출기는 창세기 46장에 전개된 야곱 가문의 족보를 요약하고 요셉의 죽음을 알리는 창세기 마지막 절(50,26) 내용을 되풀이하면서 시작한다.(탈출 1,6) 레위기는 시나이산에서 모세에게 주어진 계시가 계속되는데 이것은 탈출 20장에서 시작하며 민수 10장에서 끝을 맺는다. 신명기는 전체적으로 탈출 20장에서 23장에 이르는 법전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것은 선택된 민족이 낯선 이방인의 땅에 정착하면서 하느님을 잊고 위험에 직면하게 될 때를 염두에 둔 것이다. 그러나 오경의 통일성이라는 것이 장편소설처럼 일목요연하게 연대순으로 이어졌다는 뜻이 아님을 유념해야 한다.
6. 오경의 문학 양식
오경은 서로 다른 기원을 가진 신화, 설화, 법령, 설교, 족보. 시 時 등 다양한 문학 양식을 포함한다. 이러한 문학 양식들은 저자나 편집자의 집필 의도와 목적에 따라 매우 주의 깊게 정리되어 일정한 이야기 틀 안에서 엮어졌다. 오경의 틀은 다섯 권에 다음과 같이 드러나고 있다.
선사시대와 원조 이야기:창 1-11장
성조 이야기:창세 12-50장
이집트 탈출:탈출 1,1-15,21(탈출 15,22-16,36은 이집트와 시나이를 이어줌)
시나이/호렙에서 지내던 이야기: 탈출 17-40장;레위기
시나안 광야에서 가나안까지 여정:민수기
모세의 고별 설교:신명기.
입력:최 마리 에스텔 수녀/2024년 2월 5일 22시 40분
참조:가톨릭 성경 주석서/정태현,거룩한 독서 1,모세오경,백주간 도움책 역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