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쉘위댄스 역설
1996년에 나온 일본 영화 ‘쉘위댄스’는 댄스스포츠 계에서는 명화로 꼽히는 작품이다. 단추공장 계장으로 무료한 삶을 살아가던 주인공 스기하라가 댄스를 접하고 삶에 활력을 찾는다. 댄스 경기에도 나가지만 아내와 딸에게 들켜 결정적인 실수와 함께 댄스를 그만둔다. 아내와 딸은 계속 댄스를 하라고 하지만 스기야마는 아내 몰래 댄스를 배우러 다닌 것에 대한 미안함과 속죄의 뜻으로 선뜻 마음을 돌리지 못한다. 마이선생이 영국으로 댄스 유학을 떠나는 것을 축하해주기 위한 댄스파티에 스기야마는 고심 끝에 제 발로 찾아가서 파트너가 되어 마지막 댄스를 춘다는 줄거리이다.
줄거리 자체는 건전하다. 댄스스포츠가 스기야마처럼 보통 사람도 배우고 경기대회까지 나갈 수 있다는 것도 큰 용기를 준다. 아내와 딸이 스기야마의 댄스를 밀어준다는 내용도 훈훈하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본 여성들의 입장은 좀 다른 모양이다. 전체적인 줄거리도 좋고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지만 현실이라면 좀 다르다며 토를 단다.
만약, 경기대회에 출전한 스기야마의 파트너가 젊고 예뻤다면 아내가 계속 춤추라고 했겠느냐는 것이다. 영화에 나온 파트너는 나이도 많고 뚱뚱했기 때문에 아내가 용서할 수 있었다는 얘기이다.
또 한 가지는 젊은 미모의 마이 선생이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지 않는다면 아내가 여전히 남편이 그 학원에 나가도록 했겠느냐는 것이다. 마이선생이야 말로 젊고 예쁘고 춤까지 잘 추니 강력한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댄스학원에 배우러 나간다는 사실을 아내가 안 이상, 아내가 같이 배우러 나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내는 감시자로서 남편이 다른 여자와 춤을 춰도 안심을 한다는 것이다. 아내가 같이 안 나가더라도 감시의 눈을 피하기 어려워 남편이 춤추면서 바람피우지는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아내의 존재를 확인 시켜준 만큼 다른 여자들도 거리를 둘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입장을 바꿔 아내가 남편 몰래 댄스를 배우러 나갔고 파트너와 경기대회까지 나갔다면 남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의외로 남자들이 더 완고했다. 대체로 말이 안된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나이 들어 아내 기가 더 세지고 남편은 기죽어 사는데 어쩔 수 없이 이해해줘야 되지 않겠느냐는 반응도 있긴 했다.
댄스스포츠는 커플댄스이기 때문에 묘한 심리적 긴장이 있다. 부부반에서는 친한 사이끼리는 파트너 체인지도 하지만 조심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부부가 나오는 커플이 있고 각자 싱글로 나오는 사람이 섞여 있는 단체반에서는 서로 불편해 한다. 엄연히 부인이 눈 시퍼렇게 뜨고 보고 있는데 남편에게 친하게 대하는 여성은 경계 대상이 된다. 남편이 하는 행동도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특히 뒤풀이 자리는 더 불편하다. 술의 양도 그렇고 귀가하는 시간도 시비의 대상이 된다.
나랑 파트너로 춤을 춘 여성들의 경우, 남편들이 별 이의가 없었던 모양이다. 일단 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보고 안심하는 눈치였다.
-글:강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