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에 불온의 씨앗을 품고 있는 미소녀 ’나오미’,
그녀에게 복종하며 기쁨을 느끼는 남자 ‘조지’
여성 숭배, 굴종의 쾌락으로 얼룩진 미친 사랑의 수기
일본 탐미주의문학의 상징,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대표작
이국적인 미모를 지닌 열다섯 소녀 나오미를 집으로 들여 자신의 취향에 맞는 아내로 키우려 했던 주인공이 결국 그녀에게 육체적, 정신적으로 예속되어 살아가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다니자키의 문학적 주제인 ‘여체에 대한 숭배’와 ‘마조히즘과 결합된 관능적 욕망’을 가장 잘 형상화한 그의 대표작이다.
《미친 사랑》은 《오사카아사히신문》에 처음 연재를 시작했으나 미풍양속을 해치는 내용이라며 검열 당국으로부터 여러 번 주의를 받다가 결국 중단되었고, 넉 달 뒤 《여성》이라는 잡지에 다시 발표되어 연재를 마쳤다. 당시 이 소설이 일으킨 반향은 실로 엄청나서, 대중 사이에 ‘인습적 정조 관념에 매이지 않는 신여성의 관능적 연애’를 뜻하는 ‘나오미즘’이라는 말을 유행시킬 정도였다. 하지만 노벨문학상 추천사에서 미시마 유키오가 잘 지적했던 것처럼 이 작품 속에는 단순히 탐미적 취향의 극단적 추구나 파격적인 소재로 인한 화제성 그 이상의 것이 있다. 후대의 평론가들이 지적하듯이 이 작품은 또한 서구적인 것에 매혹되어 문화적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던 개화기 일본에 대한 섬세한 풍속화로, 주인공 가와이 조지는 카페에서 서구적인 이름과 외모를 가진 나오미에게 끌리고 붉은 기와를 얹은 하이칼라한 문화주택에서 함께 살며 ‘서양사람 앞에 나가도 부끄럽지 않은 숙녀’로 키우기 위해 나오미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외국인이 있는 댄스홀을 다닌다. 서구 문명이 본격적으로 유입될 때의 일본 시민사회가 세밀하게 묘사된 시대성, 그리고 조지와 나오미를 통해 인간성의 미지의 분야는 무한함을 알려주는 영원성이 이 소설을 고전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