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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앙리 뮈르제의 소설 <보헤미안의 생활 정경>
대본 주세페 자코사 및 루이지 일리카
초연 1896년 2월 1일 토리노 왕립 오페라극장(현 토리노 레조 극장)
배경 1830년경 파리
<2012년 1월 노르웨이 국립극장 공연 / 한글자막 / 127분>
노르웨이 국립오페라 오케스트라 & 합창단 연주 / 에이빈드 굴베르크 옌센 지휘 / 스테판 헤르하임 연출
로돌포........시인...............디에고 토레스(테너)
마르첼로.....화가...............바실리 라디우크(바리톤)
쇼나르........음악가............에스펜 랑빅(바리톤)
콜리네........철학자............지오반니 바티스타 파로디(베이스)
미미...........수놓는 여인.....마리타 쇨베르크(소프라노)
뮤제타........가수...............제니퍼 로울리(소프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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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헤미안(Bohemian) : 보헤미아人 = 보헤미아 지방 출신 사람.
어원은 프랑스어 보엠(Bohême)이며, 체코의 보헤미아 지방에 유랑민족인 집시가 많이 살고 있었으므로, 15세기경 프랑스인은 집시를 보헤미안이라고 불렀다. 19세기 후반에 이르러 사회의 관습에 구애되지 않는 방랑자, 자유분방한 생활을 하는 예술가·문학가·배우·지식인들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고, 실리주의와 교양없는 속물근성의 대명사로 되고 있는 필리스틴(Philistine)에 대조되는 말이다. ‘보헤미안’이란 영어를 일반화시킨 작가는 사카레이다. 또한 이 말은 집시처럼 방랑하는 방랑자(vagabond)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출처 : 네이버사전)
=== 프로덕션 노트 ===
냉엄한 현실과 아스라한 과거를 교차하는 슬픈 사랑의 드라마
현재 유럽 오페라 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연출가의 한 사람으로 각광받고 있는 스테판 헤르하임이 2012년 1/2월 노르웨이 국립오페라 무대에 올렸었던 충격적인 <라 보엠> 프로덕션.
현대의 병원을 배경으로 암으로 죽어가는 미미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면서 오페라는 시작된다. 죽어가는 미미를 지켜보던 로돌포는 이러한 현실의 비극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둘 사이의 아름다운 추억들을 회상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가난한 젊은이들의 슬픈 사랑이야기가 이때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병원의 여러 스태프들은 로돌포의 환상 속으로 들어가 마르첼로와 무제타와 같은 옛 친구들로 모습을 바꾼다. 아스라한 로돌포의 추억이 채 끝나기도 전에, 죽음의 냉엄한 현실이 다시 무대로 되돌아온다. 과거와 현재의 현격한 대비를 통해서 이들의 비극을 더 한층 극적으로 드러낸 헤르하임의 감각이 감탄을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으며, 사실적인 연기와 안정된 가창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젊은 성악가들의 활약 또한 인상적이다.
노르웨이 출신의 연출가인 스테판 헤르하임은 현재 독일을 주무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유럽 오페라 계의 새로운 기대주이다. 함부르크 예술대학에서 명 연출가 괴츠 프리드리히를 사사했던 그는, 2000년 모차르트의 <마술피리>를 통해 본격적인 오페라 연출가로 데뷔하였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모차르트 오페라 전집 영상물에 포함되었던 <후궁으로부터의 유괴>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2008년에는 <파르지팔>로 바이로이트에 데뷔하였다. 그 외에도 <로엔그린>(2009년, 베를린 도이치 오퍼), <장미의 기사>(2009년, 스투트가르트 슈타츠오퍼), <살로메>(2011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등이 그의 대표 연출작들이다. 2007년에는 독일의 오페라 전문지인 Opernwelt에 의해 올해의 오페라연출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멕시코 출신의 테너 디에고 토레는 20세의 늦은 나이로 처음 음악에 입문하였지만, 대서양 양안의 주요 오페라 무대를 누비는 실력파 테너로 성장하기까지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프란치스코 아라이자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후,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칼스루에, 시드니, 다름슈타트, 데사우 등의 오페라 무대를 거쳤으며, 도밍고의 든든한 후원을 받으면서 LA 오페라에서도 맹활약했다. 2009/2010 시즌에는 메트에 데뷔하였다.
=== 줄거리 === <오페라에센스55, 박종호> 372 ~ 374쪽
배경은 크리스마스 이브의 파리 라탱 지구다. 라탱 지구는 젊고 가난한 사람들, 특히 예술가와 학생들이 많이 거주하는 서민적인 동네다. 한 건물의 꼭대기 다락방에는 네 명의 청년이 함께 자취를 하고 있다. 그들은 모두 무명 예술가들로, 각각을 소개하자면 시인 로돌포, 화가 마르첼로, 철학자 콜리네, 음악가 쇼나르다. 직업만 보아도 당장 돈이 생길 것 같지 않은 이들은 주머니가 텅 비어서 방세가 몇 달치나 밀려 있고, 겨울 방을 따뜻하게 할 연료조차 떨어졌지만, 항상 즐겁고 장난이 끊이지 않는 청춘들이다.
그러던 중 혼자서 글을 쓰던 로돌포는 미미라는 처녀의 방문을 받는다. 수를 놓으며 살아가는 처녀 미미는 가난하고 외롭다는 점에서 로돌포와 같다. 둘은 한눈에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크리스마스 이브에 일어나는 일인데, 이 부분에서 유명한 테너 아리아 <그대의 찬 손>과 소프라노 아리아 <내 이름은 미미>가 이어서 나온다. 로돌포가 시인인 자신을 소개하면, 그것을 받아 미미도 자신의 생활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그리고 두 사람이 마음이 통하여 함께 부르는 사랑의 2중창 <아,사랑스러운 아가씨여>가 계속되니, 세 명곡이 연이어서 불리는 것이다.
그리고 로돌포와 미미의 이야기에, 마르첼로와 무제타의 이야기도 가세한다. 무제타는 술집에서 노래하는 아가씨로서 미미와는 또 다른 소프라노의 캐릭터를 보여 준다. 이렇게 로돌포와 미미 그리고 마르첼로와 무제타, 이렇게 두 쌍씩 네 남녀의 사랑이 재미있게, 그러나 안타깝고 슬프게 그려진다. 두 쌍은 각각 동거하게 되지만 청춘기의 사랑이 지속되기는 정말 어려운 것인가? 로돌포와 미미는 가난과 질투, 예민하고 미묘한 감정 때문에 결국 헤어지게 된다. 더불어 이 둘의 사랑에 비해서 좀 더 코믹하고 솔직하게 진행되어 극중 감초 역할을 하던 마르첼로와 무제타도 헤어진다.
헤어진 그들은 다시 쓸쓸해지고 추억에 잠겨 있다. 결국 마지막에는 미미가 다시 다락방으로 찾아온다. 그녀는 로돌포와 재회하지만, 이미 폐결핵이 깊어진 상태다. 약을 살 돈도 없는 젊은이들의 하숙방에서 미미는 숨을 거둔다. 짧았지만 행복했던 그 시절을 추억하면서…….
=== 작품 해설 === <다음 클래식 백과 / 최진영 글>
라 보엠
지아코모 푸치니
〈나비부인〉, 〈토스카〉와 함께 푸치니의 3대 걸작이라고 꼽힌다. 자신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만든 앙리 뮈르제(Hneru Murger)의 《보헤미안들의 생활 정경》을 소재로 하였으며 작품의 배경이 크리스마스이브이기 때문에 이 시기에 흔히 무대에 오른다.
작곡가 자신의 젊은 날의 초상
이 작품의 대본은 주세페 지아코사(Giuseppe Giacosa, 1847~1906)와 루이지 일리카(Luigi lllica, 1857~1919)가 썼는데, 대본을 중요시 여긴 푸치니의 계속되는 수정 요구로 완성이 늦어지는 바람에 푸치니는 1894년에 먼저 작곡에 돌입하였다. 이듬해 12월에 완성된 이 곡의 초연은 1896년 2월 1일, 토리노 왕립 극장에서 이루어졌고, 당시 29세였던 토스카니니가 지휘를 했다. 푸치니는 로돌포 역으로 당시 최고의 테너였던 페르난도 데 루치아를 염두에 두었으나 토스카니니의 주장으로 초연의 주역은 이반 고르고(Evan Gorgo, 1865~1957)에게 돌아갔고 이후 이 역할은 모든 테너들이 꿈꾸는 역할이 되었다. 초연 당시에는 직전의 작품 〈마농 레스코〉만큼의 사랑을 받지는 못했지만, 이듬해 1897년 밀라노 스칼라 극장의 공연에서는 루치아가 로돌포를 맡아 대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푸치니는 오페라 작곡가로서 크게 성공하여 부와 명예를 모두 누렸지만, 그에게도 힘들었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 작곡가 자신의 자유롭지만 가난했던 생활의 경험은 이 작품이 더욱 생생하고 사실적인 모습을 그려낼 수 있도록 했다. 영웅적인 인물도 정치적인 사건도 등장하지 않는 이 오페라는 그래서 더욱 관객들의 마음에 와 닿는다.
오랜 클리셰의 역사
1830년대, 가난한 예술가들과 가진 것 없는 청춘들이 주로 살고 있는 파리 라탱. 그 지역 아파트 꼭대기 층에는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있다. 로돌포와 마르첼로는 추위에 떨며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땔감이 떨어지자 로돌포는 자신이 쓰던 원고뭉치를 집어넣어 불을 태우지만 금세 타버리고 만다. 콜리네가 들어오고 조금 후 쇼나르가 일을 해 번 돈으로 장작과 음식, 포도주를 들고 들어온다. 모두 신이 나서 식탁을 차렸는데, 집 주인 베누아 영감이 밀린 월세를 받으러 들어온다. 이들은 베누아에게 술과 음식을 권하면서 화제를 돌리고, 베누아가 외도를 한 사실을 스스로 고백하게 만든 다음 그의 부도덕성을 탓하며 쫓아내 버린다. 그리고 모두 근처 모뮈스라는 카페로 자리를 옮기려는데, 로돌포는 쓰던 원고를 마저 써야 한다며 우선 아파트에 남는다.
그 때 촛불이 꺼져 불을 빌려 붙이기 위해 미미가 들어온다. 불을 붙여 나가다가 로돌포 방에 떨어뜨린 자기 방 열쇠를 찾으러 다시 돌아온 미미의 초는 바람 때문에 다시 꺼지게 되고, 로돌포는 일부러 자신의 촛불을 꺼버리고 바람 탓을 한다. 둘은 함께 바닥을 더듬으며 열쇠를 찾는데, 로돌포는 열쇠를 찾지만 몰래 주머니에 넣고는 계속 찾는 척을 한다. 그 과정에서 둘의 손은 겹치게 되고, 서로 자기의 소개를 하고 금세 사랑에 빠져버린다. 로돌포는 방 안에서 단둘이 머물고 싶어 하지만 미미는 친구들이 기다린다며 내려가자고 하며 첫 막이 내린다.
2막에서는 다른 커플이 조명되는데, 카페 앞 광장에서 네 친구와 미미가 크리스마스이브의 흥겨운 분위기 속에 식사를 하는 도중 갑자기 마르첼로의 얼굴이 굳는다. 마르첼로를 버린 여인이자 바람둥이로 유명한 미녀 무제타가 알친도르라는 부유한 노인의 팔짱을 끼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애써 그녀를 외면하려고 하는 마르첼로의 관심을 끌려고 이런 저런 행동을 하던 무제타는 급기야 노래를 불러 마르첼로를 동요시키고, 알친도르에게 발이 아프니 구두를 바꿔다달라고 내보내고는 마르첼로와 포옹을 한다. 이들은 계산서까지 알친도르 앞으로 달아놓고는 모두 함께 카페를 떠나버린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2월 초, 3막이 시작된다. 파리의 앙페르 문 근처의 술집에서 그림을 그리며 지내는 마르첼로에게 병색이 완연한 미미가 찾아온다. 마르첼로를 밖으로 불러낸 그녀는 로돌포의 질투가 너무 심해져 같이 살 수 없게 되었다고 하소연하고, 마르첼로는 술집 안에서 잠든 로돌포를 깨워 나온다. 미미는 로돌포를 보고 몸을 숨기고, 로돌포는 마르첼로에게 미미가 바람기가 있다는 이유로 헤어지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밝힌다. 그러나 마르첼로는 그것이 거짓임을 알아채고, 로돌포는 곧 진실을 이야기한다. 미미의 폐결핵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데 그게 자기와 함께 있기 위하여 추운 집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침소리 때문에 로돌포는 숨어있던 미미를 발견하고, 둘은 겨울만 함께 보내고 봄에 헤어지기로 이별의 노래를 부른다. 술집 안에서는 무제타와 그녀가 다른 남자와 이야기하는 것에 질투심을 느낀 마르첼로가 서로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1막과 같은 장소에서 4막이 시작된다. 각각 이별을 겪은 로돌포와 마르첼로는 글과 그림에 열중하고 있다. 둘은 각자의 옛 연인에 대해 떠보다가, 결국 그리움을 토로한다. 쇼나르와 콜리네가 음식을 들고 들어와 다시 경쾌한 분위기가 되지만, 곧 무제타가 병색이 매우 깊은 미미를 데려왔다고 말한다. 미미는 너무 추워 토시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마르첼로에게 무제타가 좋은 여자라고 말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무제타는 왕진비로 자신의 반지를 빼어 내주며 마르첼로에게 의사를 불러오라고 하고, 자신은 미미의 토시를 구하겠다며 마르첼로와 함께 나간다. 콜리네 역시 자신의 외투를 전당포에 맡기겠다고 쇼나르와 함께 나가고, 방에는 로돌포와 미미 둘만 남는다.
둘은 1막에 등장했던 선율이 다시 흐르는 중에 처음 만났던 당시를 회상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무제타가 토시를 구해 들어와 미미에게 로돌포가 산 것이라고 말하고, 마르첼로는 의사가 곧 올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잠이 드는 듯 했던 미미는 그만 숨을 거두고, 먼저 눈치 챈 친구들은 로돌포에게 차마 말하지 못한다. 친구들의 표정을 보고 상황을 알아챈 로돌포는 미미를 부둥켜안고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절규한다.
1막 로돌포의 아리아, ‘그대의 찬 손’(Che gelida manina)
1막, 촛불이 모두 꺼진 로돌포의 방 안에서 로돌포와 미미가 바닥을 더듬어 열쇠를 찾다가, 우연히 둘이 손을 맞잡게 되면서 부르는 로돌포의 아리아이다. 자신은 가난한 시인이지만 마음만은 부자라고 소개를 하며, 미미에게 반했음을 고백하는 이 아리아에서는 하이C음이 클라이맥스를 장식한다. 사실 이 때 로돌포는 이미 열쇠를 찾았지만 주머니에 숨긴 상황으로 ‘선수’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만, 아리아의 선율만큼은 둘도 없이 낭만적이다.
1막 미미의 아리아, ‘내 이름은 미미’(Mi chiamano Mimi)
로돌포가 자신을 소개하고 미미에게 소개를 부탁하자 미미가 대답하며 부르는 아리아이다. ‘내 이름은 미미’라고 흔히 번역되지만 그보다는 ‘나는 미미라고 불린다.’라는 뜻이 정확하다. 이어 자신의 본명은 루치아인데, 왜 미미로 불리는지 모르겠다는 내용의 아리아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미미는 그녀가 화류계에 몸담았을 때의 이름일 것이다. 당시에 폐결핵이란 술과 쾌락으로 방탕한 생활을 하던 매춘부들이 자주 걸리는 질병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이 혼자 살고 있다고 반복하여 말하는 부분에서, 자신은 수를 놓으며 지내는데 자신이 수놓은 꽃에서는 향기가 나지 않는다며 사랑이 필요함을 암시한다.
1막 미미와 로돌포의 2중창, ‘오 사랑스러운 아가씨’(O soave fanciulla)
역시 1막에서, 아래에서 기다리는 친구들이 로돌포에게 내려오라고 재촉할 때 미미와 로돌포가 함께 부르는 2중창이다. 로돌포는 달빛에 비친 미미의 아름다움을 찬미하고, 미미는 그와 함께 가고 싶다고 이야기 한다. 마지막을 끝맺는 사랑이라는 가사에서 원래 소프라노는 C음으로, 테너는 E음으로 끝맺도록 되어있지만, 대체로 둘이 함께 하이C로 끝맺는 경우가 많다.
2막 무제타의 왈츠, ‘내가 거리를 걸으면’(Quando me’n vo)
2막의 카페 모뮈스에서 자신을 버린 무제타를 마르첼로가 애써 외면할 때, 그의 눈길을 끌기 위해 무제타가 부르는 노래로 일명 ‘무제타의 왈츠’라고도 한다. 자신이 거리를 걸을 때 남자들은 욕정어린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지만 오히려 자신은 그런 시선을 즐긴다는 노래로, 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마르첼로와 로돌포, 콜리네, 쇼나르 등은 각각 그녀에 대해서 평가하고, 미미는 로돌포에게 무제타가 마르첼로를 좋아한다고 전하며 화려한 6중창으로 전개된다.
4막 콜리네 아리아, ‘친애하는 나의 오랜 외투여!’(Vecchia Zimarra)
4막에서 병색이 깊은 미미를 위하여 모두가 돈이 될 만한 것을 팔려고 할 때, 콜리네는 자신의 외투를 전당포에 맡기러 가며 이 노래를 부른다. ‘외투의 노래’로 잘 알려진, 베이스 가수들이 즐겨 부르는 레퍼토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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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2011년 12월 23일 네이버캐스트 / 이용숙 글>
명곡 명연주
푸치니, 라 보엠
프랑스 작가 앙리 뮈르제의 소설 [보헤미안 삶의 정경]을 각색
이탈리아 토리노 왕립극장에서 1896년 초연
해마다 크리스마스 무렵에 단골로 공연되는 오페라가 있습니다. 바로 크리스마스 이브에 시작되는 사랑 이야기를 그린 푸치니의 [라 보엠]이죠. 브로드웨이 뮤지컬 [렌트]로 각색되기도 한 이 작품은 예술과 가난한 삶 속에서 온갖 기쁨과 고통을 경험하며 성장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파리 뒷골목 가난한 사람들의 일상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묘사한 프랑스 작가 앙리 뮈르제(Henry Murger, 1822-1861)의 소설 [보헤미안 삶의 정경]을 토대로 한 오페라죠.
‘이탈리아 최후의 벨칸토 작곡가’이자 ‘베르디의 후계자’라는 평을 받은 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 1858-1924)는 4대째 오르가니스트인 집안에서 태어나 아버지에게 다섯 살 때 오르간 연주를 배웠습니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열 살 때부터 산 마리노 성당 소년합창단원으로 활동했는데요, 교육열이 남다른 어머니의 노력으로 어려운 환경에서도 장학금을 얻어 밀라노 음악원에 입학했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폰키엘리에게 작곡을 배우며 마스카니, 레온카발로 등의 친구들과 함께 보헤미안처럼 가난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았고, 굶주림의 고통을 알게 된 이때의 체험 덕분에 오페라 [라 보엠]을 더욱 생생하고 사실적인 작품으로 만들 수 있었다고 합니다. 푸치니는 작곡경연대회에 첫 오페라 [레 빌리]를 제출해 상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오페라 작곡을 시작했고, [마농 레스코]가 대 성공을 거두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지요. 본능적인 무대 감각으로 관객을 만족시켰던 작곡가였습니다.
크리스마스 오페라, ‘기쁜 우리 젊은 날’
1막이 시작되는 곳은 가난한 예술가와 날품 파는 젊은이들이 모여 사는 1830년대 파리의 라탱(Latin) 지구. 낡은 아파트의 꼭대기 층에서 시인 로돌포는 화가 마르첼로와 함께 추위에 떨며 농담을 나누다가, 자기가 쓴 드라마 원고를 난로에 넣고 불을 피웁니다. 때는 크리스마스 이브입니다. 이들의 친구인 철학자 콜리네가 들어오고, 뒤이어 음악가 쇼나르가 아르바이트 해 번 돈으로 먹을 것을 잔뜩 사들고 오지요. 네 친구가 신나게 먹고 마시는 중에 집주인 베누아 영감이 밀린 월세를 받으러 옵니다. 이들은 베누아를 추켜세워 바람피운 경험을 털어놓게 만든 뒤 ‘부도덕한 인간’이라며 쫓아내 버리고는, 다 함께 카페 ‘모뮈스 Momus’로 갑니다.
친구들을 먼저 내보내고 잠시 혼자 방에 남아 원고를 마치려던 로돌포에게 이웃에 사는 미미라는 처녀가 찾아옵니다. 촛불이 꺼져 불을 얻으러 온 것이었지요. 자기 방으로 돌아가려던 미미는 열쇠를 잃어버렸고, 바람 때문에 촛불까지 다시 꺼져버립니다. 로돌포는 어둠 속에서 미미의 손을 잡으며 ‘그대의 찬 손’을 노래합니다. 미미도 이에 답하며 ‘내 이름은 미미’라는 노래로 자신을 소개합니다. 아래층에서 친구들이 재촉하자 두 사람은 사랑의 이중창 ‘오, 사랑스런 그대’를 함께 부르며 거리로 내려가죠. 운명적인 상대방을 만나 마법처럼 한 순간에 사랑이 이루어지는 환상적인 장면 같지만, 사실은 가진 것이 없어 잃을 것도 없기 때문에 따지거나 계산하지 않고 바로 사랑을 시작하는 사회 계층을 그려낸 장면입니다.
2막은 카페 앞 광장입니다.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려는 인파로 광장이 가득합니다. 네 친구와 미미가 식사를 하고 있는데 바람둥이로 유명한 미녀 무제타가 알친도로라는 돈 많은 노인을 애인으로 거느리고 카페에 들어섭니다. 무제타의 예전 애인이었던 마르첼로는 애써 그녀를 외면하려 하지만, 무제타는 마르첼로의 관심을 끌려고 요염한 태도로 ‘내가 혼자 거리를 걸어가면'을 부릅니다. 마르첼로와 무제타는 여기서 서로에 대한 열정이 그대로임을 확인하지요. 발이 아프다며 구두를 고쳐오라고 알친도로를 내보낸 뒤 무제타는 네 친구들의 계산서를 모두 알친도로 테이블에 떠넘기고는, 이들과 함께 카페를 떠납니다.
3막은 두 달 후 이른 새벽에 시작됩니다. 파리 시의 관문인 앙페르 문으로 시외에서 온 날품팔이꾼들이 몰려들어옵니다. 무제타와 마르첼로는 이곳 술집에 방을 얻어 함께 살고 있는데, 병색이 짙은 미미가 마르첼로를 만나러 옵니다. 미미는 로돌포의 질투와 변심으로 헤어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하소연합니다. 마르첼로는 술집에 찾아와 잠들어있는 로돌포를 깨우겠다며 안으로 들어가고 미미는 바깥 구석에 몸을 숨기지요. 로돌포는 미미가 바람기가 있어 헤어져야겠다고 말하지만, 마르첼로는 ‘맘에 없는 소리’라고 일축합니다. 그러자 로돌포는 진실을 밝힙니다. 사실은 자기와 함께 살아서 미미의 폐결핵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데, 자신은 난방비도 벌지 못하고 있어 너무나 괴롭다는 얘기였습니다.
가난이 결국 미미를 죽일 것이라는 로돌포의 회한에 찬 말을 듣고, 미미는 흐느끼다가 기침발작을 일으킵니다. 로돌포와 미미는 조용히 이별의 노래를 부르는데, 무제타가 다른 남자와 장난치는 것을 본 마르첼로는 질투심에 타올라 무제타와 욕설을 주고 받으며 한바탕 싸움을 벌이다가 결국 헤어집니다.
4막은 다시 처음처럼 로돌포의 다락방입니다. 미미와 헤어진 로돌포는 글을 쓰고 있고, 역시 무제타와 헤어진 마르첼로는 그림을 그립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애인을 거리에서 보았다고 말하며 그리움에 잠겨 이중창을 부르지요(‘미미는 영영 돌아오지 않아’). 쇼나르와 콜리네가 들어와 네 친구가 함께 소란을 피우며 놀고 있을 때 무제타가 달려 들어와 병이 위중해진 미미를 데려왔다고 말합니다. 로돌포가 미미를 부축해 침대에 뉘이지요. 무제타는 장신구를 팔아 의사의 왕진비와 약값을 마련하려고, 그리고 미미가 늘 갖고 싶어하던 토시를 사다 주려고 마르첼로와 함께 나갑니다. 콜리네도 낡은 외투에게 작별인사를 건넨 뒤(‘외투의 노래’) 외투를 팔러 쇼나르와 함께 방을 떠나지요. 둘만 남게 되자 미미는 로돌포와 처음 만났던 날을 기쁘게 회상합니다. 이때 다시 듣게 되는 1막의 멜로디는 관객에게 눈시울을 적시게 하죠. 무제타가 들어와 토시를 건네주고, 마르첼로는 의사를 불렀으니 곧 올 거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잠이 드는 듯했던 미미는 조용히 숨을 거두고 맙니다. 친구들보다 늦게 미미의 죽음을 알아차린 로돌포는 미미를 부르며 서럽게 웁니다.
시대를 역행한 센티멘털리즘의 인기
푸치니의 [라 보엠]은 베리스모 시대의 낭만주의 오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오페라가 토리노 왕립극장에서 초연된 1896년은 이탈리아 베리스모(verismo) 오페라의 시대(1890-1910년까지 대략 20년 간)였죠. 실제 현실과 다를 바 없는 적나라한 현실을 오페라 무대 위에 펼쳐 보이려 했던 베리스모 오페라의 음악은 현실을 미화하지 않고 격정, 절망, 분노 등의 감정을 날 것 그대로 표현했습니다.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나 레온카발로 [팔리아치]가 베리스모 오페라의 대표작이죠. 그러나 푸치니는 동시대 작곡가이면서도 구시대의 유려하고 센티멘털한 낭만주의적 멜로디로 청중을 매혹했습니다.
원작 [보헤미안 삶의 정경]은 상당히 객관적이고 사실주의적인 작품입니다. 원작의 에필로그에서 남자들은 헤어진 또는 세상을 떠난 여자들을 잊고 사회적 성공을 거둔 뒤 자신들의 가난했던 젊은 날을 추억하죠. 레온카발로가 이 소재로 먼저 [라 보엠]의 작곡을 시작했으나, 작곡이 1년 늦어지는 바람에 푸치니에게 뒤지고 말았습니다. 1897년 베네치아 라 페니체 극장에서 초연한 레온카발로의 작품은 푸치니보다 원작에 충실했고 음악적인 면에서도 더 현대적이고 드라마틱하다며 평론가들에게 큰 찬사를 받았지만, 푸치니 같은 아름답고 서정적인 멜로디가 부족해 관객들에게 차츰 인기를 잃어 갔습니다.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 테너 라몬 바르가스가 열연을 펼친 2008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공연 실황은 19세기 파리의 다락방을 사실주의적으로 재현한 제피렐리 프로덕션의 연장입니다. 제피렐리의 이 낡은 [라 보엠] 무대는 수십 년간 관객의 사랑을 받아왔는데요, 다른 많은 오페라 작품에서는 획기적인 신연출들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라 보엠] 만큼은 이 구식 연출이 여전히 대세입니다. 오페라 속 미미는 사랑하다가 병들어 죽기 때문에 그저 순진무구한 청순가련형의 여주인공으로 인식 되지만, 그것은 자신의 이상형에 여주인공을 맞춘 푸치니의 시도였습니다. 사실 뮈르제의 원작 캐릭터를 참고한다면 미미는 상당히 적극적이고 도발적이며 세상 경험이 있는 여주인공으로 창조되어야 합니다. 로돌포와 헤어진 뒤 추운 스튜디오에서 누드모델로 일하는 등 생계를 위해 갖은 고생을 하며, 돈 있는 남자들을 상대로 매춘을 하기도 하니까요. 최근의 연출은 이런 점을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추천 음반 및 영상물 (미미-로돌포 순)
[음반] 카티아 리차렐리, 호세 카레라스 등, 콜린 데이비스 지휘, 코벤트가든 로열 오페라하우스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1979년 녹음
[음반] 마리아 칼라스, 주세페 디 스테파노 등. 안토니노 보토 지휘, 라 스칼라 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1958년 녹음
[DVD] 테레사 스트라타스, 호세 카레라스 등, 제임스 레바인 지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프랑코 제피렐리 연출, 1982년 공연 실황
[DVD] 안젤라 게오르규, 라몬 바르가스 등, 니콜라 루이조티 지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프랑코 제피렐리 연출, 2008년 공연 실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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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2009년 12월 24일 네이버캐스트 / 고 안동림 교수 글>
내 마음의 아리아
그대의 찬 손
푸치니 <라 보엠>
[라 보엠]은 이탈리아의 작곡가 푸찌니(푸치니, Giacomo Puccini, 1858~1924)의 작품이다. 대본은 지아코지와 일리카가 썼으며 전체 4막으로 된 오페라이다. 1830년 경 빠리가 배경이며, 4명의 가난한 예술가 중 한 사람인 시인 로돌포(Rodolfo)와 아래층에 사는 역시 가난하고 병약한 여인 미미(Mimì)의 덧없고 간절한 사랑 이야기이다.
로돌포와 미미의 덧없고 간절한 사랑 이야기
크리스머스 이브에 만난 두 사람은 한 동안 사랑으로 충만한 나날을 보내지만 미미의 폐병이 도져도 병원에 보낼 처지가 못 되는 로돌포를 도리어 그녀는 안타까워한다. 드디어 미미는 헤어지자고 애달프게 호소하고 그의 곁을 떠난다. 그러나 자기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 깨달은 그녀는 로돌포 곁에서 죽겠다고 친구 무제타의 도움을 얻어 만나러 온다. 죽기 30분 전이었다.
캄캄한 방에서 잡은 그대의 찬 손
아리아 [그대의 찬 손]이 나오는 장면은 1막이다. 촛불이 꺼져 불을 얻으려고 미미가 로돌포를 찾아 온다. 불을 얻고 그녀가 문을 나가려는 순간 촛불이 꺼진다. 아울러 방 열쇠를 떨어트려 캄캄한 바닥을 더듬는 미미의 손을 잡은 로돌포가 "이 조그만 손이"하고 말을 걸고 미미는 "제 이름은 미미"하고 받으며 갑자기 사랑이 싹트는 과정을 무대화한 명장면이 펼쳐진다.
'그대의 찬 손'
이 조그만 손이 왜 이다지도 차가운가,
내가 따듯하게 녹여 주리다.
(열쇠를) 찾아보지만 어쩌시겠어요?
캄캄한 어둠 속에선 찾을 수 없어요.
다행히도 달밤이어서,
여기 달빛이
곧 비쳐 드니까.
기다려 주세요, 네, 아가씨,
두 가지만 말씀 드리겠습니다
내가 무엇 하는 사람이고 무엇으로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말해도 되겠지요?
내가 누구냐? 누구냐고요?
나는 시인입니다.
무엇을 하고 있느냐 하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어떻게 살아가느냐 하면
그래도 살아갑니다
거칠 것 없는 가난한 생활이지만
시와 사랑의 노래라면
임금님처럼 사치스럽습니다.
꿈과 환상으로
하늘에 그린 궁성에서
마음만은 백만장자입니다.
이따금 내 금고에서
보석을 도둑맞습니다.
2인조에게, 아름다운 두 눈이라는 도둑이.
지금도 또 당신과 함께 들어와
내 늘 꾸던 꿈은
아름다운 꿈 모두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 버립니다.
허나 도둑맞은 것은 조금도 슬프지 않아요.
대신 두고 갔으니까
희망을!
이제 나에 대한 것은 알았을 겁니다.
자, 이젠 당신 이야기를 해주세요.
당신이 누구인지?
말씀해 주시겠지요!
듣는 이를 압도하는 높고 아름다운 테너
이 아리아는 크게 3부분으로 나뉜다. 처음 그녀 손을 만지며 너무 차니까 녹여 주겠다고 시작한다. 그리고는 "내가 누구며 무엇하는 사람인가?"를 힘주어 말한다. 자기소개가 끝나자 마지막 부분에서는 깊은 애정이 담긴 "두 눈이라는 도둑이 지금도 당신과 함께 들어와" 보석을 미미의 아름다운 두 눈에 빼앗기지만 소중한 희망(Speranza)을 남겨 주었다고 가슴 벅찬 노래를 부른다. 이 부분은 테너의 최고 음역이며 팽팽하고 아름다운 목소리가 듣는 이를 압도한다. 그리고는 "이젠 당신 이야기를 해주세요!"하는 간절한 호소에 드디어 유명한 미미의 아리아가 이어진다.
추천할 만한 음반과 DVD
[CD] 세라휜(세라핀, Serafin) 지휘, 로마 성 체칠리아 음악원 관현악단(1959) 베르곤찌(T) DECCA
이 곡은 테너 가수라면 누구나 한번 쯤 부르지 않은 이가 없는 아리아이다. 그 중 잊을 수 없는 것은 세라휜 지휘반이다. 테발디(Renata Tebaldi), 카를로 베르곤찌(베르곤치, Carlo Bergonzi), 바스티아니니 그리고 시에피 등 당시 중량급 가수가 총집합한 역사적 명반이다. 무대 음악을 속속들이 꿰뚫어 알고 있는 세라휜의 지휘 아래 청춘의 애환을 절묘하게 노래한 명반이다. 그러나 너무 오래 되어 좀더 싱싱한 녹음을 원하는 애호가에게는 다음 음반을 권한다.
[CD]카라얀 지휘 베를린 휠하모니(1972년) 파바로티(T) DECCA
1935년 이탈리아의 모데나에서 태어난 루치아노 파바로티(Luciano Pavarotti)는 그 고향 근처에 있는 레쬬 에밀리아 가극장에서 1961년 4월 [라 보엠]으로 데뷔했고 그 후 후레니(프레나, Mirella Freni)와 함께 오랜 동안 갖가지 명연을 남겼다. 데뷔 초기 파바로티의 안정된 테크닉, 칸타빌레와 후레이징의 아름다움은 비할 사람이 없었다.
[DVD] 니콜라 루이소띠 지휘 메트로폴리탄 가극장 관현악단/합창단(2008) 바르가스(T) EMI
메트로폴리탄에서의 공연 실황을 녹화한 것으로 제2막의 크리스마스 이브로 북적대는 라틴 구역의 거리와 카훼「모뮈스」로 구성된 2층 무대가 명연출가 제휘렐리(Franco Zeffirelli)의 솜씨로 재현된 사실적인 장면은 보는 이를 압도한다. 요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앙겔라 게오르규와 라몬 바르가스(Ramon Vargas)가 감동적으로 주역을 노래하고 있다.
[DVD] 카라얀 지휘 스칼라 극장 관현악단/합창단(1965) 라이몬디(T) DG
메트로폴리탄 만큼 호화로운 무대는 아니며 제훼릴리가 제2막을 2단 구조로 만들기 전이지만 중간색을 아름답게 살린 알맞게 양식화된 카라얀 판은 보다 풍성한 생활감각과 꿈이 있다. 특히 재3막의 싸락눈이 조용히 내리는 앙훼르의 문 앞 광경은 매우 인상적이며 아름답다. 무대와 영화의 중간적인 카메라 기법은 절충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연출에 호감이 간다. 영상은 조금 평범하나 색채는 잘 갖추어졌으며 음향은 오래되어 음폭(音幅)은 좁으나 중후한 밸런스로 연주의 매력을 충분히 전하고 있다. 출연진은 후레니, 파네라이,라이몬디(Raimondi)등이고 오케스트라는 보다 밝은 광채를 지닌 스칼라 극장 관현악단의 선명한 음향과 유려한 아름다움, 정확한 극적 표현을 아울러 갖추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그대의 찬 손 - 푸치니. [라 보엠] (내 마음의 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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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2009년 12월 31일 네이버캐스트 / 고 안동림 교수 글>
내 마음의 아리아
내 이름은 미미
푸치니 <라 보엠>
[라 보엠]은 오페라 [팔리아찌(팔리아치, Pagliacci)]의 작곡가인 레온카발로(Ruggero Leoncavallo, 1857-1919)가푸찌니(푸치니, Puccini)이전에 작곡했다. 그는 푸찌니가 자기 작품을 훔쳤다고 비난했으나, 푸찌니의 [라 보엠]이 감동적인 이야기와 멜로디의 풍부한 아름다움이 월등히 뛰어났다. 특히 오페라 첫 부분에서 로돌포와 미미의 아리아는 압도적으로 청중의 열광적인 호응을 받았다. 따라서 레온카발로의 [라 보엠]은 잊혀지고 말았다. 푸찌니는 미미가 죽는 마지막 장면을 작곡하고 나서 “나는 어린애처럼 엉엉 울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고 한다.
사랑과 봄, 꿈과 환상을 갈망하는 미미
지난 글에서 오페라 [라 보엠]의 남자 주인공 로돌포의 아리아 '그대의 찬 손'을 소개하였다. 미미는 로돌포의 아래층에서 산다. 촛불이 꺼져 불을 얻으러 와서 불을 얻어가는데 순간 촛불이 꺼지고 열쇠를 떨어뜨린다. 두 손을 맞잡는 순간 로돌포가 말을 건다. '그대의 찬 손'이 그 아리아이다. 로돌포는 자신이 시인이라고 말하고, 미미의 두 눈에 마음을 도둑 맞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 당신에 대해서 알고 싶다고 말한다. 이제는 미미가 답해줄 때가 온 것이다.
로돌포의 질문에 "네"하고 낮게 대답하고 아가씨는 곧 이어 "사람들은 저를 미미라고 부릅니다"(Mi chiamano Mlmi)라고 간단히 대답한다. 단순한 생활이어서 주단이나 명주에 수를 놓는 일 뿐이며 그 일에 지치면 장미와 백합화의 조화(造花)를 만든다고 한다. 그러나 진짜 좋아하는 것은 사랑과 봄, 꿈과 환상을 그리는 “시”라고 한다. “시”라는 공통점에서 로돌포와 뜨거운 일체감을 나타낸다.
'내 이름은 미미'
네.
제 이름은 미미라고들 부릅니다.
허나 사실은 루치아입니다.
제가 이야기할 거란
조금 밖에 안 됩니다, 수를 놓는 일뿐이에요,
주단이나 명주에, 집안에서나 밖에서요.
아무 스스럼없이 즐겁게.
그 일에 지치면
장미나 백합화를 만들지요.
좋아하는 것이란
마음을 빼앗는 듯한 힘이 있고
사랑이나 봄에 대해 이야기하며
꿈과 환상을 그려내는 등,
소위 시라고 하는 것이에요.
아시겠어요?
(네)
사람들이 미미라고 부릅니다만
그 까닭은 모릅니다.
홀로 내 생계를
꾸려가고 있습니다.
미사를 드리려 교회에 가진 않으나
기도는 자주 합니다.
혼자 살아갑니다,
저쪽의 희고 조그만 방에서.
지붕 위로는 하늘 밖에 보이지 않지만
봄이 올 때면
해 빛은 맨 먼저 나를 비칩니다.
이른 봄이 맨 먼저 내게 입맞춤합니다.
제일 먼저 해 빛은 나를 비춥니다.
화분의 장미가 눈을 뜨면
잎사귀 하나하나를 지켜보죠.
얼마나 우아한
꽃의 향기인가.
그러나 내가 만드는 꽃에는
내가 만드는 꽃에는
없어요, 향기가.
그저 이 정도입니다,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은.
이웃이면서,
이런 시간에 폐만 끼쳐 드렸군요.
'조화(造花)에는 향기가 없다'는 절실한 고독의 표현
이 아리아는 두 단락으로 나누어진다. 가사에서 괄호 표시한 (네)를 경계로 앞 단락이 루돌포의 질문에대한 형식적인 응답이었다면 이후의 단락은 미미가 진실을 말하는 고백이다. 시골에서 나와 미사(교회)에도 안가고 혼자 곧잘 기도를 드린다는 고독한 상태를 호소한다. 또 그녀가 "즐겨 만드는 꽃(造花)에는 향기가 없다"고 뇌까린다. 고독한 처지가 더욱 뚜렷이 고조된다. 그 고독한 처지와 일체감은 로돌포를 눈물이 날만큼 감동 어린 사랑에 휩싸이게 한다. 절묘한 심리 묘사이다.
추천할 만한 음반과 DVD
[CD] 세라휜(세라핀, Serafin) 지휘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 관현악단/합창단(1959) 테발디(Renata Tebaldi, S) Decca
이탈리아 오페라의 신화적인 존재였던 세라휜의 지휘는 베르디의 노래 및 드라마와 감정을 샅샅이 포착하여 치밀하고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 테발디의 안정된 레가토, 중음역의 아름다운 목소리, 서정적인 피아니씨모 등은 잊을 수 없다,
[CD] 카라얀 지휘 베를린 휠하모니 관현악단/도이췌 오페라 합창단(1972) 후레니(프레니, Mirella Freni, S) DG
이탈리아의 모데나 출생이며 파바로티와 같은 고향이고 유모까지 같았다. 그 유모가 걸핏하면 '파바로티가 젖을 다 먹어 치웠지'하고 농담을 했다 한다. 그녀가 노래하는 푸찌니 아리아는 하나도 버릴 데가 없는 아름다운 것이다. 특히 평생 미미 역을 무대에서 노래한 후레니는 세월이 흐를수록 중음역이 충실해졌고 녹음도 CD 3가지, DVD 2가지를 남겼다.
[DVD] 니콜라 루이소띠 지휘 메트로폴리탄 가극장 관현악단/합창단(2008) 게오르규(S) EMI
뛰어난 미모와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닌 게오르규(Angela Gheorghiu 1965-)가 전성기의 역량을 십분 발휘한 명연 명창이다. 널찍한 메트로폴리탄 가극장의 무대를 충분히 활용한 제휘렐리의 웅장한 무대가 돋보인다.
[DVD] 카라얀 지휘 스칼라 극장 관현악단/합창단(1965) 후레니(프레나, S) DG
밝은 광채를 지닌 스칼라 극장 관현악단의 선명한 음향과 유려한 아름다움, 정확한 극적 표현을 펼치는 카라얀의 지휘는 후레니의 맑고 유려한 목소리와 청순한 모습을 북돋우고 아울러 미미의 가련한 인상을 더욱 부각시킨다.
[네이버 지식백과] 내 이름은 미미 - 푸치니. [라 보엠] (내 마음의 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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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2015년 9월 9일 네이버캐스트 /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 김성현 글>
문학과 클래식
소설 『보헤미안의 생활 정경』과 오페라 <라 보엠>
누군들 빛나는 청춘이 없었으랴
서울이 한강을 기준으로 강남과 강북으로 나뉘듯이, 파리도 센 강이 흐르는 방향을 따라서 좌안(左岸)과 우안(右岸)으로 나뉜다. 센 강의 오른편이 파리의 강북이면, 왼편은 강남에 해당한다. 강변을 따라 들어선 파리의 식당과 카페에서도 좌안(rive gauche)이나 우안(rive droite)이라는 입간판을 쉽게 볼 수 있다.
서울의 강남과 강북이 지리적 경계를 넘어 때로는 계층적·문화적 차이를 상징하는 것처럼, 파리의 좌안과 우안에도 분위기의 차이는 적지 않다. 루브르 박물관과 샹젤리제 거리 등이 늘어선 우안이 값비싸고 화려한 이미지라면,소르본 대학과 판테온이 들어선 좌안은 예술적이고 낭만적인 정취를 보존하고 있다.
노트르담 성당이 있는 시테 섬에서 남쪽으로 센 강을 건너면 생 미셸 광장과, 소르본 대학, 판테온과 뤽상부르 공원이 차례로 나온다. 이 파리 좌안의 5~6구 일대를 일컫는 말이 ‘라탱 지구(Quartier Latin)’다.
‘라틴어를 구사하는 지역’이라는 어원처럼 라탱 지구에는 프랑스 지성의 산실로 꼽히는 고등사범학교와 파리 국립광업학교, 소르본 대학 등 대학과 연구시설이 일찍부터 들어섰다. 자연스럽게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카페와 선술집, 책방도 발달했다. 젊음과 낭만의 거리였던 ‘라탱 지구’는 1968년 5월 혁명 당시에는 학생들의 단골 시위 장소가 됐다.
오페라 [라 보엠]의 원작인 소설 『보헤미안의 생활 정경(Scènes de la vie de bohème)』도 라탱 지구를 배경으로 태어난 작품이다. 프랑스의 소설가 앙리 뮈르제(Henry Murger, 1822~61)가 가난한 청년 예술가들의 삶과 낭만을 소재로 자전적 소설을 잡지에 연재하기 시작한 건 1845년이었다. 뮈르제는 이 단편을 4년간 잡지에 연재한 뒤, 극작가 테오도르 바리에르와 함께 [보헤미안의 일생]이라는 희곡으로 각색했다. 이 연극이 성공을 거두자, 1851년 뮈르제가 다시 장편으로 개작한 작품이 소설 『보헤미안의 생활 정경』이다.
현실에서 가져온 소설 속 인물들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작가와 주변 동료를 그대로 빼다 박았다고 해도 좋을 만큼 닮아 있다. 작곡가 쇼나르는 작가의 친구이자 작곡가였던 알렉상드르 샨느(Alexandre Schanne)의 이름을 보헤미안 풍으로 바꿔놓은 것이었다. 화가 마르셀의 모습에는 레오폴드 타바르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소설 속에서 마르셀이 그림을 끊임없이 손질하는 장면도 타바르의 작업 습관에서 가져온 것이었다.
작품에서 이들의 단골 회합 장소인 모뮈스 카페도 실제 뮈르제가 작가 샤토브리앙, 화가 쿠르베, 시인 보들레르 등과 어울렸던 장소다. 카페 모뮈스는 오페라 [라 보엠]에서도 크리스마스이브 즈음의 화려하고 떠들썩한 파리 분위기를 나타내는 2막 무대의 배경이 된다.
소설에서 주인공 로돌포 일당이 자리를 잡으면 “그 순간부터 다른 손님들은 다른 단골집을 알아보아야 했고”, 카페의 물만 축내던 이들이 모처럼 요리라도 시키면 또다시 외상을 들이밀까 두려워 주인이 먼저 안절부절못했다. 작가 뮈르제는 이렇게 묘사했다.
“이들은 서로를 ‘위대한 철학가 귀스타브 콜린느’, ‘그림의 거장 마르셀’, ‘음악의 대가 쇼나르’, ‘거룩한 시인 로돌포’라고 불렀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카페 모뮈스에서 뭉쳤고, 사람들은 언제나 붙어 다니는 이들에게 ‘4총사’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다. 말 그대로 네 명은 올 때도, 갈 때도, 놀 때도, 음식을 먹고 계산하지 못할 때조차도 함께였다.”
- 뮈르제, 『보헤미안의 생활 정경』에서
지인들에게 돈이 생기는 날짜를 수첩에 빼곡하게 적어놓고, “5프랑만 빌려달라”라는 말을 세계 각국의 언어로 외우고 다니는 쇼나르에 대한 묘사에는 저자와 동료들의 가난한 처지가 반영되어 있었다. 실제 뮈르제와 동료 예술가들의 모임은 “물 마시는 사람들(Les Buveurs d'eau)”로 불렸다. 와인 한 병조차 주문하기 여의치 않은 처지라는 뜻이 담겨 있었다.
특히 유행잡지의 편집장으로 일하면서 틈틈이 시를 쓰는 소설의 주인공 로돌포는 작가 뮈르제의 분신이라고 해도 좋았다. 재단사이자 건물 문지기의 아들로 태어난 뮈르제는 만 13세에 학업을 마친 뒤 변호사 사무실에서 사환으로 일하면서 틈틈이 시와 수필을 발표했다. 주인공 로돌포처럼 유행잡지의 편집장을 맡기도 했다. 저자는 “이 작품은 소설이 아니며, 제목이 일러주는 것 이외의 다른 목적은 없다. 『보헤미안의 생활 정경』은 지금까지 잘못 알려진 계층에 속한 주인공들의 삶과 풍습에 대한 일종의 연구”라고 말했다.
보헤미안, 자유의 이름
본래 ‘보헤미안’은 유럽 일대를 떠도는 집시에서 비롯한 말이다. 하지만 낭만주의 사조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19세기 무렵에는 젊은 예술가들을 일컫는 일반 명사가 되기에 이르렀다. 방랑이 공간적 의미를 넘어서 사회적 규범에 대한 거부와 자유를 뜻하는 정신적 차원으로 확장된 것이다. 학생과 떠돌이 화가, 여공과 창부는 사회 질서 바깥의 주변인이자 자유인이라는 의미에서 한편이었다.
하지만 예술가를 보헤미안으로 부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두 가지 전제가 뒤따라야 한다. 세상의 온전한 평가를 받지 못한 무명 예술가라는 뜻이며, 그럼에도 세속적 가치에 연연해하지 않는 예술적 긍지로 가득하다는 의미다. “비가 오든 먼지가 일든, 해가 뜨든 그늘이 지든, 이 완고한 모험가를 막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예술은 직업이 아니라 신념의 문제”였다. 소설 서문에서 뮈르제는 보헤미안을 이렇게 정의했다.
“예술에서 가장 빛나는 찬사를 받았던 대부분의 근대 예술가는 보헤미안들이었다. 이 예술가들은 푸르른 언덕을 오르던 젊은 시절, 스무 살 남짓한 나이에 용기라는 자산 이외에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았다는 걸 기억할 것이다. 그 용기는 젊은이들의 덕목이었고, 희망은 가난한 이들의 재산이었다. 보헤미안이 된다는 것은 진정한 예술가가 되기 위한 수련의 과정과도 같다. 인고와 용기의 삶, 바보들이나 질투에 눈먼 자들의 욕설에 무관심으로 일관해야 하며 자존심을 버려서는 안 되는 인생, 매혹적인 동시에 끔찍하고, 승리자가 있지만 순교자도 있는 삶, 그것이 진정한 보헤미안의 삶이다.”
- 뮈르제, 『보헤미안의 생활 정경』에서
소설은 곤궁한 현실에도 예술과 사랑을 꿈꾸는 보헤미안의 낭만적인 운치로 가득했다. 주인공 로돌포는 차디찬 북풍이 허름한 벽을 관통하는 하숙집에 산다. 하지만 그는 “파리 시내에서 가장 높은 곳 가운데 하나이며, 전망대를 연상케 할 만큼 경관이 좋았다”라고 부르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지금으로 따지면 ‘옥탑방’을 ‘펜트하우스’라고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다락방은 로돌포와 미미가 만나는 오페라 [라 보엠]의 1막과 미미가 폐병으로 숨을 거두는 4막의 배경이 된다.
화가 마르셀과 뮈제트도 첫눈에 사랑에 빠진 뒤, 마르셀이 선물한 꽃다발이 시들 때까지만 동거하기로 약속한다. 하지만 뮈제트는 행여 꽃송이가 시들까 한밤중에 일어나 몰래 화분에 물을 준다. 이 모습을 뒤에서 지켜본 연인 마르셀은 다시 행복감에 잠긴다.
“가장 아름다운 건 언제나 가장 짧은 법”이라는 로돌포의 시구(詩句)는 보헤미안들의 인생관을 보여주는 경구(警句)였다. 이들 보헤미안은 떠나는 사랑을 애써 붙잡지 않고, 다가오는 사랑을 굳이 막지도 않는다. 보헤미안에게는 “상처를 주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유쾌한 성품과 아름다운 것을 보고 들으면 쉽게 감동해서 마음에 빈 구석을 남기지 않는 젊음의 미덕”이라는 공통분모가 존재했던 것이다.
소설과 오페라, 결정적 차이
하지만 오페라와 원작 소설에는 결정적 차이가 존재했다. 바로 여주인공 미미에 대한 묘사였다. 당초 원작 소설은 주인공에 대한 과장이나 미화 없이, 일일 연속극처럼 덤덤하면서도 세밀하게 보헤미안의 일상 풍경을 묘사하는 데 치중했다. 원작 소설 속의 미미는 사치와 향락에 흔들리거나 바람을 피우기도 한다. 오페라 [라 보엠]의 청순가련 여주인공에 친숙한 음악 애호가들에게는 상상하기도 힘든 모습이다. 미미가 로돌포에게 바가지를 긁어대고, 집에서 뛰쳐나가 이틀이나 외박을 하고 돌아오는 대목에 이르면 어안이 벙벙할지도 모른다.
대본 작가 루이지 일리카(Luigi Illica)와 주세페 자코사(Giuseppe Giacosa)는 뮈르제의 원작에서 이야기의 뼈대만을 추려낸 채 당시 오페라의 관습에 맞게 한층 대담하고 낭만적으로 작품을 재해석했다. 이들 작가는 [마농 레스코]와 [라 보엠] [토스카]와 [나비 부인]의 대본 작업으로 푸치니와 계속 호흡을 맞췄던 단짝이었다. 오페라 1막에서 로돌포와 미미의 첫 만남 장면도 실은 원작 소설에서 로돌포의 친구로 등장하는 자크와 그의 연인 프랑신의 일화를 슬쩍 빌려온 것이다. 불 꺼진 촛불을 들고 남자의 다락방을 찾아와 잃어버린 열쇠를 찾다가 손을 잡는 주인공도 원작 소설에서는 로돌포와 미미가 아니라 자크와 프랑신이다. 구름 사이에 가린 달이 뜨기를 기다리며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들 작가의 과감한 각색 덕분에 이탈리아 오페라 역사상 가장 낭만적이고 운치 있는 남녀 주인공의 만남이 탄생했다. 작곡가 푸치니는 오페라 1막의 불 꺼진 다락방 장면에서 로돌포와 미미가 열쇠를 찾다가 손을 붙잡고 서로 소개하는 장면까지 노래가 끊기지 않고 이어지도록 구성했다. 이 아리아들이 로돌포의 [그대의 찬 손]과 미미의 노래 [내 이름은 미미]다.
“이 작은 손이 이다지도 차가운지요. 내가 따뜻하게 녹여주리다. 어둠 속에선 열쇠를 찾을 수 없는 걸. 다행히도 오늘 밤은 달이 떴으니 이 방에도 곧 달빛이 들 거요. 기다려요 아가씨, 내가 누군지, 무얼 하는지, 어떻게 사는지 말씀드릴게요. 내가 누구냐고요? 나는 시인입니다. 무엇을 하느냐고요? 글을 쓰지요. 어떻게 사느냐고요?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아요. 임금님처럼 시와 연가를 쓰고, 희망과 꿈의 누각에 살면서 마음만은 백만장자이지요.”
- 로돌포의 아리아 [그대의 찬 손]에서
“사람들은 절 미미라고 불러요. 하지만 진짜 이름은 루치아지요. 제 이야기는 간단해요. 아마포나 비단에 수를 놓지요. 즐겁고 행복한 삶이죠. 짬이 나면 백합이나 장미를 만들어요. 사랑이나 봄에 대해 이야기하고, 꿈이나 시(詩)에 대해 말하는 걸 좋아해요. 미사에 늘 가지는 않지만, 혼자서 기도를 자주 드려요. 눈이 녹으면 첫 햇살은 제 것이에요, 4월의 첫 키스도 제 것이에요. 장미가 피면 그 꽃잎을 바라보아요. 부드러운 꽃향기도. 제가 만드는 꽃은 향기가 없어요. 달리 드릴 말씀은 없네요.”
- 미미의 아리아 [내 이름은 미미]에
청춘의 찬가, 그 뒤
누군들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던 시절이 없었으랴. 원작 소설과 오페라는 결국 가진 것 없기에 도리어 눈부신 젊음의 초상화이자 청춘 찬가다. 오페라는 미미의 죽음에서 끝나지만, 뮈르제의 소설은 미미의 타계 1주기에 모였던 등장인물의 후일담을 덧붙였다. 어느덧 성공을 거두고 보헤미안 생활을 청산한 로돌포는 소설 마지막 장면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작가의 분신인 로돌포의 대사는 사실상 뮈르제 자신의 목소리이기도 했다.
“이제는 시들어버린 옛사랑, 이제는 시들어버린 우리의 젊음은, 낡은 달력 속에 파묻혔다네. 달력 속 아름다운 날들은 재로 변하고, 우리는 헛되이 그 재를 뒤적인다네. 실낙원으로 가는 열쇠를 찾을 수 있지나 않을까 하는 희망으로.”
- 뮈르제, 『보헤미안의 생활 정경』에서
이 작품으로 성공을 거둔 작가는 1859년 레종 도뇌르 훈장을 받았지만, 혈관염 악화로 투병 끝에 39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겼던 말은 “음악도 그만! 소음도 그만! 보헤미안도 이제 그만!”이었다고 한다. 한평생 보헤미안으로 살다가 보헤미안으로 명성을 얻은 작가의 유언 치고는 너무나 쓰디쓴 것이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소설 『보헤미안의 생활 정경』과 오페라 [라 보엠] - 누군들 빛나는 청춘이 없었으랴 (문학과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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