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테미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달의 여신이며, 사냥의 여신,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여신, 처녀성의 여신이며 로마신화에서는 디아나 (Diana; 영어로 다이아나)로 불린다. 제우스 신과 레토 여신 사이에 태어난 딸로, 아폴론과 쌍둥이 남매지간이다. 올림포스 12신의 두번째 세대에 속하며, 곰과 사슴, 활과 화살, 초승달, 토끼가 아르테미스 여신을 나타내는 대표적 상징물이다.
고대 에페소스 인들은 아르테미스를 젖가슴이 가득한 여신으로 묘사할 정도로 풍요의 신 (The goddess of fertility)으로 숭배했는데, 신약성서의 사도행전에도 에페소스의 아르테미스 신앙과 기독교가 대립하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에페소스 유적지에 가까운 곳에 아르테미스 신전의 폐허지가 있는데, 고대에 이 신전은 '고대 세계의 7대 불가사의'로 불리울만큼 엄청난 규모의 신전이었다. 그리스 델로스 섬에도 아르테미스 신전이 있었지만, 아르테미스 신앙의 근원지는 바로 이 곳, 에페소스였다. - 위키피디어(한국어판) 외
아르테미스 여신상은 지금은 돌아가신 이윤기 선생님 말씀대로, 파리 근교 베르사이유 궁전에 있는 아래 여신상이 아르테미스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되는데, 이번 터키 여행길에 지금은 생각이 안나는 어느 박물관에서 이와 비슷한 형태의 여신상을 본 적이 있다.
아르테미스 여신상, 프랑스 파리 근교 베르사이유 궁전
아르테미스 여신의 어트리뷰트(Attribute; 상징물)인 짧은 치마를 입고, 머리엔 초승달을 두르고, 등에는 화살통을 멘 채 사슴뿔을 잡고 사뿐하게 달리는 모습이 풋풋한 아르테미스 여신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다. 또 이윤기 선생님이 마치 가족사진을 보는 듯한 느낌이 나는 매우 인상깊은 작품이라고 평했던 아르테미스 가족을 나타낸 부조(릴리프)에도 괄괄한 성격의 아르테미스 여신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Relief representing a family of Zeus (father), Leto (mother), Apollo (son), and Artemis (daughter) from left to right.
Archaeological museum of Vravrona (Brauron), Greece
그런데, 셀축(에페스)의 에페소스 박물관에는 이 곳에서 5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에페소스 고대 폴리스에서 발굴한 아르테미스 여신상 2기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여신의 모습은 종래 신화적 이미지하고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젖가슴이 주렁주렁 매달린 이 신상은 청동기 시대부터 아나톨리아 지역에서 숭배했던 대지모신 (大地母新)이자 다산과 풍요의 신인 키벨레 (Cybele) 신앙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이에 대해서는 좀 더 자료를 찾아봐야겠다.
터키 셀축의 에페소스 박물관에 전시된 아르테미스 여신상, 다산과 풍요를 상징한다.
(왼쪽) 거대한 아르테미스 (The great Artemis), (오른쪽) 예쁜 아르테미스 (The beautiful Artemis)
아뭏든 나는 9월13일 오전에 내가 묵은 호텔에서 제공한 15인승 승합차를 타고 에페소스 고대 폴리스에 가서 3시간 가량 구경한 다음, 오후에는 호텔에서 2분 거리에 있는 성 요한 교회와 이 근처 어딘가에 있다고 하는 아르테미스 신전을 구경하러 나섰다.
에페스 관광 안내서를 보니, 이 근처 어딘가 가까운 곳에 아르테미스 신전이 있을 것 같은 사진을 보긴 했는데, 성 요한 교회 구경을 다 마칠 때까지 동쪽으로 가야할 지, 서쪽으로 가야할 지, 아니면 남쪽으로 가야할 지 방향을 가늠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성 요한 교회 구경을 거의 마칠 무렵, 저 멀리에 나즈막하게 펼쳐진 산자락이 눈에 들어 왔다. 아, 바로 저 산너머에 오전에 구경을 갔던 에페소스 고대도시가 있겠구나.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네.. 천천히 걸어서 갈 수도 있겠다... 생각하면서 오늘 오전에 3시간만에 이곳 구경을 마친 아쉬운 마음을 달래면서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을 찬찬히 살펴봤다. 그런데 갑자기 저 앞에 성냥개비 같이 뾰족하게 서 있는 신전 기둥 1개가 눈에 띄는 것이었다. 와! 바로 코 앞에 아르테미스 신전 폐사지가 있었다!!
셀축의 성 요한 교회에서 고대 도시 에페소스가 있는 산자락을 바라다 본 풍경
그래서 성 요한 교회 구경을 모두 마치고, 앞쪽에 나 있는 길을 따라서 폐사지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는데, 대략 1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성 요한 교회, 이사베이 모스크, 아르테미스 신전, 고대 폴리스(에페수스)의 위치를 나타낸 지도 (터키, 셀축)
성 요한 교회에서 이사베이 자미를 지나 아르테미스 신전 폐사지로 가는 길을 나타낸 지도 (터키, 셀축)
폐사지로 가는 길목에는 우리나라로 치면 고려말~조선 초 쯤에 만든 중세 터키의 목욕시설 하맘이 있었다. 주변에 철조망만 치고 관리는 거의 안하는지 하맘 주변엔 잡초만 무성했다. 지금부터 적어도 600~700년전 고려시대 유물인데.... 이렇게 방치하다시피 하는 것은 이 동네엔 값어치를 헤아릴 수 없는 고대 그리스.로마시대 유적이 워낙 많은 탓이리라. ^^;;
하필이면 에페스에 자리를 잡아 관광객의 외면을 받고 있는 중세 터키의 목욕시설, 하맘 유적
드디어 아르테미스 신전 폐사지에 도착했다.
폐사지는 정말 볼 것이 없었다. 이곳은 지금 9월이 건조기라서 땅이 대부분 마르기는 했지만, 여전히 한쪽에 물이 고인 장소에 돌덩이를 쌓아서 만든 신전 기둥이 달랑 하나 놓여 있었고 주변 언저리에는 맷돌같이 생긴 커다란 돌덩이만 몇 개씩 나뒹굴고 있었다. 그야말로 볼품없고 쓸쓸한 황성 옛터였다. 신전 앞에 설치된 유적 설명문을 읽어 보니, 이 신전 기둥은 1970년대 (정확한 년도는 기억이 안난다..)에 터키 정부가 주변에 굴러댕기는 맷돌 몇 개를 쌓아서 세워 놓은 것이라 적혀 있었다. 그나마 이렇게라도 신전 기둥을 세워놓지 않았다면, 이곳은 정말로 황량하기 짝이 없는 폐사지였을 것이다.
원래 아르테미스 신전은 고대 세계의 7대 불가사의라 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크기로 (가로 폭이 55m, 세로 길이가 115 m로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의 4배 면적에 해당)하였고, 직경: 1.2m, 높이: 19m에 달하는 기둥 127개로 신전 주위를 빙 둘렀다고 한다. 일설에 의하면, 기독교 공인 이후 6세기 무렵, 유스티아누스 로마황제가 파괴된 이스탄불의 하기아소피아 성당을 다시 지을 때 이곳에서 기둥돌을 일부 옮겨 재활용했다고 하기도 하고, 역시 유스티아누스 황제 때 건설된 하기아소피아 성당 맞은 편에 있는 지하 물 저장고를 지을 때, 이 곳의 돌기둥을 옮겨다 일부 재활용했다는 얘기가 전해 내려 온다. 이것은 신화시대의 종말과 유일신앙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증언하는 전설같은 얘기일 것이다. (아니 어쩌면 사실일지도 모른다)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동로마시대 (6세기)에 건설된 지하 물 저장고
돌기둥 하나만 달랑 남은 아르테미스 신전 폐사지에서 고대세계 7대 불가사의에 해당하는 건축물의 위용을 유추해 내기엔 매우 어려웠기에 인터넷 검색을 하여 상상도를 찾아 보았다.
에페소스 고대 폴리스에서 바라 본 아르테미스 신전 (상상도)
에페수스는 항구 도시로 상업이 크게 융성했으며 에게해와 접한 소아시아 지역의 거점 도시였다. 항구에서 산자락에 있는 대극장까지 지붕이 씌워진 웅장한 회랑이 있었는데 이를 아카디안 거리 (항구대로)라 부른다. 산너머 저 멀리에 아르테미스 신전이 보인다.
에페소스 대극장 중앙에 서서 큰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있는 관광객
여기 대극장에 들어서게 되면 어느 누구라도 고대 로마인이 된 기분에 사로 잡히게 되어 저렇게 중앙에 서서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거나 웅변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게 된다. ^^
고대 에페소스의 아르테미스 신전 상상도
신전 정면의 박공 (페디먼트: Pediment)에는 에페소스 박물관에서 봤던 풍요와 다산의 여신상이 있었을까?
첫댓글 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