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두 개 읽었다. 하나는 신정아에 관한 글이고 다른 하나는 신정아가 쓴 글이다. 신정아에 관한 글은 제목이 ‘Blame Look’이고 신정아가 쓴 글은 ‘Who are you?’이다.
먼저 신정아에 관한 글(D일보, 2007.9.21)이다. 요약하면 이렇다. “학력 위조 및 횡령 의혹을 사고 있는 신정아 씨가 패션 리더(?)로 떠올라 ‘신정아 따라잡기 열풍’이 불고 있다. 신 씨는 16일 오후 헝클어진 머리 차림으로 고개를 푹 숙인 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화제의 주인공일 뿐만 아니라 옷과 헤어스타일이 수수하면서도 고급스럽다는 점에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인터넷 사이트 곳곳에는 또 인터넷 쇼핑몰과 패션 관련 커뮤니티에 그 옷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 씨의 패션 콘셉트를 단순함과 희소성이라고 평가했다. 얼핏 봐선 명품인지 모를 정도로 수수하지만 쉽게 구입할 수 없는 명품으로 차별화했다는 것이다. 신 씨의 ‘쇼트커트’ 헤어스타일도 관심거리다. 그는 평소 단정하게 빗은 단발머리였다. 하지만 뒷머리를 짧게 치고 끝을 말아 올려 보이시한 헤어스타일이 헝클어지자 동정심마저 자아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신정아’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패션’이 따라 나올 정도의 이런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블레임 룩(blame look·비난을 받는 사람의 패션 따라 하기)’으로 보고 있다.”
이번엔 신정아가 쓴 글(D일보, 2007.4.21)이다. 글을 쓸 때 그의 직함은 ‘D대 교수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이었다. 요약하면 이렇다. “신학기가 시작되면 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많은 고민을 한다고 한다. 미술사 수업이라 재미있을 것 같지만 까다로운 첫 시간 과제 때문에 그만둘까 말까로. 문제의 과제는 바로 ‘Who are you?’다. ‘김 아무개’ 등으로 알려진 브랜드 이름(brand name) 말고 정말 나의 진정한 이름(real name)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그렇게 ‘나’를 찾아가다 보면 그동안 겉으로 보여 주었던 단편의 모습 외에 숨어 있는 여러 형태의 또 다른 내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이 과제를 학생들에게 주게 된 것은 지나치게 브랜드에 치우치는 한국의 전시회들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작가의 브랜드보다는 작품의 본질(내면)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하고 작품의 내면을 보는 눈을 갖게 하고 싶다.”
‘Blame Look’은 ‘욕하면서 배우는’ 우리들의 묘한 심리를 지적하려는 말인 것 같고 ‘Who are you?’는 ‘따라 보지 말고 네 눈으로 봐라’는 말을 하려는 것인 것 같다. 허상의 무참한 벗겨짐을 당하고 있는 그에게서, 허상이 아니라 실상을 보자고 하는 말을 듣게 되는 것이 무척 흥미롭다. 브랜드 네임(brand name)이 아니라 진정한 이름(real name)을 찾자는 말을 그로부터 듣게 되는 것이 생각할수록 생경하다. 물론 보도되는 신정아 관련 일(사건)들의 사실성과 허구성에 대한 판단은 이 사태가 사법적으로 종결될 때까지 기다려 봐야 할 만큼 보도가 흥미와 자극 위주로 흐르는 감도 없지 않다.
신정아 열풍이 오래 간다. 열풍이 아니라 광풍 수준이다. ‘나리’라는 이름의 태풍이 제주도를 50년 전 ‘사라’라는 이름의 태풍이 할퀴고 간 상처보다 작지 않은 상처를 남겼다는 아픈 소식을 뉴스로 듣는 이 아침에, 신정아는, 아직 꺼지지 않은 신정아 현상은 나를 새삼 되돌아보게 만든다. Blame Look, 나는 욕하면서 따라하지 않는가? Who are you, 나는 누구인가? Real Name, 내면의 나. ‘내 안의 나’에게로 가는 길을 벗어나 있지는 않는가? 실상과 허상, 진짜와 가짜, 이런 것들에 대한 화두를 신정아는 던졌다.

(2004년 12월 3일의 성곡 미술관 찻집)
첫댓글 재밌네요. 사실과 그렇지 않은 것과의 사이 속에 끼인 아이러니가. 그녀에 대한 각종의 루머가 사람들이 속한 그룹에 따라 달리하는 모양새도 그렇고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숨겨둔 딸이라든지, 그녀의 사랑의 실체는 밝혀진 사실보다 더 높은 쪽이라느니... 문제는 한 인간의 라이센스 짝퉁이야 그녀의 곤혹스런 결정이었겠지만, 거기까지 권력이란 이름의 똥파리가 앉아 꿀물인지 사카린인지도 모르고 맛있게 ?았다니...
호야와 범이를 한 집에 넣은지 30분 이내 대판, 대동아 전쟁에 버금가는 한판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둘다 죽거나 한놈 죽을 것 같아 뛰어들어가 싸움을 떼었는데 범이는 뒷다리 중상, 상이군경 흉내를 제법 오래 내었습니다. 호야는 눈 아래가 찢어져, 처음과는 다른 눈 모습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두놈의 상처가 다 아물었습니다. 한 우리 안에 두놈을 기거시키다가는 사망사고를 목격하게 될 것 같아 범이는 그대로 밖에 두기로 했습니다. / 싸우기 전과 달라진 점은 범이가 호야보고 애교를 더 뜬다는 점(진돗개답지 않게), 호야가 덜 어르렁가린다는 점 그리고 어제 밤부터서는 꼬리를 범이보고 그런대로 흔들기 시작한 점입니다.
꼭 한번을 치뤄야할 행사입니다. 미안스런 방법이지만 두 놈 중 보스를 만들겠다는 놈의 편을 들어 대장시킬 놈의 줄을 잡으시고 한 놈은 묶은 채로 회초리를 하나 들고 적당한 거리에서 싸움을 시키면서 줄잡은 놈의 편을 들면서 상대놈에게 위협을 가하십시요. 그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보스는 길뫼선생님이니 보스가 편들어 주는 놈에게 꼬아도 꼬리를 내릴겁니다. 살아야한다는 본능이 강한 놈들이니까요.
중요한 것을 비껴가는 사회 현상이 더욱 심각합니다. 알맹이는 사라지고 껍질만 남는....썩은 동아즐을 당겼더니 줄줄이 알사탕으로 걸려 나오는 그 이면에는 역시 권력 이동에 의한 탐욕이 담겨 있더군요. 그뒤, 본질은 사라진다는 거죠.
촌음이라는 말을 새삼 생각해봅니다. 별 잡념없이 살아온 세월이지만 그 중에도 요즘처럼 잡생각이 들 틈없이 산 때도 없는 것 같습니다. 산기슭에서 보내는 밤의 재미에 갈수록 더 빠져들기만 하니... / 지금 요 근래 처음으로 아이들이 다 내려와 합석했습니다. 나보고, 아빠가 지리산 기슭에서 아예 정주할 것 같은 생각이 자꾸 든다고 합니다. 그러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산에서 보는 들판, 섬진강이 더욱 삼삼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 10월, 바쁘시죠? 11월의 빈 들판이 주는 풍요는 겨울 들판을 걸어본 사람이면 공감할 풍요입니다.
길뫼님의 악양뜨락 일상이 보이는 듯 합니다. 보스의 줄은 잘 서셨습니까? 10월에 악양으로 날아가려고 하는데 일정이 어떠시옵니까? 취재와 더불어
어, 10월인데 시간이 되던가요? 안되는 줄 알고 있었습니다. / 10월 둘째주는 내 일정이 잡혀 있고, 10월 27일 토요일에는 심포지엄에서 발표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10월엔 셋째주(20일, 토-21일, 일)만 가능합니다. / 햇살님 사정은 어떠하신지요?
그렇담, 첫째주 밖에 시간이 없는 거네요? 그러면 11월에 가도록 하죠 뭐. 10월엔 다른 곳으로 날아가야징...
누군가 그러더군요 이 사건에는 흥행의 요소가 골고루 들어 있다고-정치, 경제, 성 스켄들, 게다가 예술까지 그래서 별것도 아닌 사건이 사람들 관심에서 쉽사리 떠나지 않는다고 ... 이런 기사가 판치는 이세태가 참으로 어의 없습니다~!
글을 늦게 봤습니다. 10월 지금도 이 사람 둘에 대한 이야기는 이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