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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에서는 이른바 요코즈나 '아사쇼류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지난 주에는 니혼텔레비전 한 채널에서만 4시간 20분이나 이 문제가 방영되어 각종 정치 사회 이슈를 재치고 단연 주목도 1위의 뉴스였습니다. 그럼 아사쇼류 문제란 대체 무엇일까요?
'아사쇼류 아키노리(朝青龍明徳)'는 1980년생으로 몽골 출신의 현 요코즈나입니다. 스모계의 각종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무적의 요코즈나로 불리고 있는 인기 스모 선수이며 스모계 몽골붐의 선두에 선 인물이기도 합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습니다. 아사쇼류가 스모 도장의 훈련 일정에 갑자기 불참을 통보합니다. 부상 때문에 몸이 아파서 쉬어야겠다는 것이었고, 일단 몸조리를 위해 고향에 잠시 갔다오겠다고 한 것이죠. 그런데 아사쇼류가 몽골에서 친구들과 축구를 하는 모습이 파파라치에 의해서 동영상으로 촬영되었습니다. 이제부터 문제가 불거집니다.
일본의 각종 언론과 일본 스모계는 아사쇼류가 꾀병으로 휴가를 얻어서 고향에 돌아갔고, 고향에서 신나게 놀았다는 식으로 추정합니다. 스모계에서는 아사쇼류의 파문까지 고려하고, 각종 스포츠 매체에는 아사쇼류를 매도하는 글이 넘쳐났습니다. 그러면서 아사쇼류의 과거의 자잘한 잘못들까지 파고들며 그를 궁지에 몰아갔습니다. 그럼에도 아사쇼류는 공식 석상에 나와서 사과나 변명을 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아사쇼류에 대한 문제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일본 스모계는 난처한 입장에 놓이게 되었고 결국 2게임 출장 정지라는 가벼운 처분을 내리게 되었고 아사쇼류의 병명은 '급성 스트레스성 장애'로 발표되었습니다.
문제는 이 '급성 스트레스성 장애'라는 병명이 발표되기까지는 과정이 순탄치 못했다는데 있습니다. 결국 아사쇼류가 몸에 이상이 없어서 축구를 할 수 있었으면 어디가 아파서 요양을 해야 했던 것이냐? 그럼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는 분위기 속에 정신과 전문의에 의한 아사쇼류의 정신 감정까지 이루어졌고 결과적으로 '급성 스트레스성 장애'라는 병명이 발표되고 지금은 정신과 전문의에 의한 약물 치료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몽골에서는 자국의 스포츠 영웅인 '도르골스렌 다과돌지(아사쇼류의 본명)'가 고향에 와서 겨우 축구 한 번 했다는 것 만으로 강제로 일본으로 불러서 정신과 감정까지 받게 한 것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이것은 사생활 침해이면서 인권침해라고 할 수 있는 행위입니다. 그럼에도 일본에서는 전혀 이런 인권침해에 대한 부분은 부각되지 않고 있습니다.
왜 이런 별 거 아닌 문제에(그냥 고향 가서 축구 한 번 할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이토록 난리인가? 그것은 '아사쇼류가 거짓말을 했기 때문'인 겁니다. 제가 일본에 있으면서 각종 뉴스와 신문 등을 통해 본 일본 사회는 '거짓말 하는 것을 용서하지 않는 사회'였습니다. 그 어떤 명제보다도 가장 앞에 오는 것이 바로 이것인데요. 도덕적으로 아무리 큰 문제를 일으켰어도 사실대로 다 말하고 사과하고 책임을 지면 용서를 해주지만, 변명하고 거짓말을 하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것이었습니다.
가장 큰 예가 작년 말 유통기한 하루 지난 달걀을 공장에서 쓴 것을 감추려다 내부 폭로로 밝혀져 3개월 영업 정지 처분을 받았던 과자 업체 '후지야(FUJIYA)'입니다. 후지야는 국내에서도 '페코짱(혀바닥을 한쪽으로 올리고 있는 여자아이 캐릭터)'이라는 캐릭터로 유명한 일본 1위의 케익 제조 업체입니다. 그런데 이 유통기한 하루 지난 달걀을 사용했으면서도 그것을 숨기려고 했던 것이 사회적인 지탄을 받았고, 이 문제는 거의 3개월 내내 TV에 나왔습니다.
긴 영업정지기간이 끝나고 많은 점포가 폐업했지만 그래도 남아 있는 점포들로 후지야는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장사는 전혀 안 되고 있습니다. 유통기한에 민감한 일본인들의 겁많은 정서도 한 몫하고 있습니다만 더 큰 요인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후지야의 주력 상품은 케익과 과자 등인데 이는 대부분 아동이 소비합니다. 그리고 아동에게 과자를 사주는 건 결국 부모죠. 그런데 이 부모들이 후지야에서는 과자를 사주지 않습니다. TV를 같이 본 아이들도 후지야가 부도덕한 일을 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그걸 아는 아이들에게 후지야의 과자를 사주면 교육상 좋지 못하다고 생각해서입니다. 저는 이 점을 선진국 일본의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거짓말 한 녀석에게는 철저한 외면, 뭐 그런 거죠.
다시 아사쇼류 문제로 넘어와서 이야기를 해보죠. 결국 일본 스모계가 고심하는 것도 이런 문제일 겁니다. 모든 이의 존경을 받아야 할 요코즈나가 거짓말을 했다는 건 용서 받을 수 없는 행위입니다. 최근 일본 스모계는 줄어드는 입문생을 메꾸기 위해 해외로 손을 뻗쳤고 하와이에 이어 몽골, 이제는 유럽에서도 역사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모계는 이 해외파 역사들을 캐릭터화 하여 철저하게 상업적으로 포장을 시켰고 이로 인해 스모의 대중적 인기를 지속될 수 있었습니다. 아사쇼류나 불가리아 출신의 오오제키 고토슈우 등은 아이들에게도 인기가 높습니다. 그런 아이들 중 일부가 나중에는 스모의 입문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런 요코즈나가 '꾀병이나 부리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이런 이미지가 일반인들에게 각인되면 학부모들은 아사쇼류가 나오는 경기는 아이들이 못 보게 할 수도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스모 자체를 안 볼 수도 있습니다. 결국은 그가 꾀병을 부른데 대한 납득할만한 이유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고민 속에 나오게 된 게 정신과 감정후 '스트레스성 장애'라는 것이죠.
다시 말해, 아사쇼류는 일본에서 스트레스성 장애 때문에 몸이 아팠는데 고향인 몽골로 돌아가서 부모와 친구를 만났더니 마음이 편해져 스트레스성 장애가 호전되었고 덕분에 몸도 아프지 않아 축구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다시 일본에 돌아오니 스트레스성 장애가 재발해 몸이 아프게 되는 것이고, 이것을 치료하기 위해서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해 약물 치료를 받게 했으니 이제는 일본에서도 괜찮을 것이다. 라는 겁니다.
좀 끼워맞추기에 불과한 것 같지만 일본인들은 이렇게 나오면 이해는 못하지만 납득은 해줍니다. 이제 이렇게 쟁점적인 문제가 해결되면 이 문제와 함께 이야기 되던 과거의 자잘한 문제는 모두 덮어집니다. 왜냐면 '이제는 그런 거 이야기 할 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게 또 지극히 일본적인 현상이죠. 보통 커다란 정치 스캔들이 일어났을 때도 당사자가 자살하면 모든 사건이 종결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겁니다. 이럴 때 일본인이 늘 하는 말이 있죠. "前向きで考えよう", 번역하자면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죠."
그런데 이런 현상은 사회적 이슈에만 적용되는 게 아닙니다. 제가 게임 서비스를 하면서 느낀 것은 게임도 똑같더라는 것이죠. 만화도 영화도 게임도 전자제품도...모든 것이 다 똑같은 겁니다. |
출처: 아까짱 블로그 원문보기 글쓴이: 김상하
첫댓글 정직성이야 말로 세계가 인정하는 일본의 미덕이지요~! 그점에선 우리 사회도 언제나 정직성, 투명성이 더욱 성숙될지...? 일본의 정직성 만큼은 참 부러운 사회 미덕 입니다~!
잔꽤 부리다가는 큰 봉변 당하는경우가 많은게 일본 사회란걸 보고 느끼고 있습니다. ^^
얼마 전에 들었습니다.요즘, 우리도 잘 생각해 볼 문제죠...건강은 괜찮으시죠? 맬론님이 일러주시는 일본 정보가 요즘 인기 급상승인 것은 아시죠? 덕분에 무설재 발자욱도 바쁩니다 ㅎㅎㅎㅎ 감사.
건강은 그런데로 ... ㅎㅎㅎ 유지 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는 증거가 여기저기에 출현 하고 있습니다. ^^ 일본정보에 관심들 가지고 계신게 정말 인가요? 아마도 지영씨 영향이 큰가봐요. ^^
오 아주 철저하네 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