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07)
2007-10-12 10:42:01
* 161차 청계산
1. 일시 : 2007. 10.7(일)
2. 곳 : 청계산 (서울대공원-옥녀봉-매봉-서울대공원 캠프장)
3. 참가 : 신림(대장), 택술, 인섭, 상국, 문수, 길래, 길수, 상호, 광용, 덕영(10명+뒷풀이 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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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곳, 편히 다녀올 수 있는 산. 그러나 색다른 길. 이리저리 생각다가 서울대공원 뒤쪽으로 해서 청계산을 오르기로 한다. ‘청계’는 ‘푸른 닭’을 뜻한다는 안내판을 청계산 어디선가 본 적이 있기는 하지만, ‘맑은 냇물’이란 뜻의 이곳 막계 골짜기를 한번은 다녀와야 청계산을 올랐다 하지 않겠는가.
이쪽은 주말이래도 비교적 사람이 적은 편이다. 그리고 보통은 서울대공원역에서 과천 역 방향으로 돌아 오르는 능선 길로 해서 과천 매봉, 절고개, 석기봉, 매봉 등으로 오르는데, 오늘 우리는 국립현대미술관 뒤로 해서 매봉으로 올라 옥녀봉을 거쳐 서울랜드 뒤로 내려오거나 그 반대로 서울랜드 뒤에서 올라 국립현대미술관 쪽으로 내려올 예정이다. 울창한 숲속, 인적 드문 산길을 즐길 수 있음은 물론, 운 좋으면 새로운 코스를 찾아 맑은 계곡에서 노닐어 볼 수도 있을 터이다.
전날 일기예보로는 우중산행이 예견되었으나 아침 하늘은 그런대로 개어 있다. 서울대공원역에서 집결 완료 후 차량 2대에 분승하여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진입, 먼저 출발한 상호, 문수 등과 합류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주차장에 (무료)주차한 다음 야영장(서울대공원 자연캠프장) 쪽으로 올라가는데, 누군가가 묻는다. 길은 어느 쪽이고? 산행대장을 맡은 내가 잘 모른다고 답하니, 모두들 머쓱한 표정이다. 자연캠프장으로 들어서려 했으나 1인당 입장료가 2천원이다.
여기서 발길을 돌려 내가 확실히 아는 들머리, 서울랜드 뒷길로 오르기로 결정한다. 아스팔트 길을 따라 서울랜드 동문 주차장, 예술공연장(?) 입구 등을 지나 약수터 근처까지 걸어간다. 희미한 길 흔적을 찾아 대략 10:00 경 산행 시작.
능선을 따라 걷는데, 숲이 울창하여 제대로 가고 있는지 분간하기 어렵다. 동쪽으로 가야하는데, 한동안 계속 북행하여 잠깐 멈춰 확인해 본다. 다행히 잘못 온 건 아니다. 어느 순간 동쪽으로 옥녀봉을 오르는 능선길로 접어들었는데, 길이 좀 가파르다 싶더니만 어느덧 양재에서 오르는 길과 합류하고, 곧 이어 옥녀봉에 도달한다.(10:50.)
이른 시각이지만 목을 축이고 가자는 게 다중의 뜻이다. 매봉 근처는 혼잡하다나. 상호가 가져온 모과주, 상국이의 얼음 막걸리. 그리고 근 1시간에 이르는 담소. 행복한 시간이다.
원터골에서 올라오는 남녀노소 등산객들. 천 수백개 나무계단들.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50분 정도 걸어 매봉에 도착.(13:00) 이제 내려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
매봉 지나 첫 번째 막걸리 파는 곳에서 물으니 두 번째 막걸리 파는 곳까지 가서 다시 물어보란다. 그러나 그 곳에서 우회로로 접어들어 갈림길이 합류하는 곳에 이르니 철책 끝난 지점에 내려가는 길이 있다. 다시 조용한 산길이다. 얼마간 내려가 전망 좋은 곳에 모여 사진도 찍고, 다시 한동안 내려가서는 산밤도 줍고 하다가 서울대공원 삼림욕장 안으로 진입, 자연캠프장 제4야영지 쪽으로 해서 하산 완료.(14:00)
* 펭귄은 뒤늦게 출발. 커뮤니케이션 문제로 합류하지 못하고 과천 매봉에서 하산하여 뒤풀이 장소, 정부종합청사 인근 전통국수집에서 조인하다.
** 매봉 아래 하산길과 서울대공원과 만나는 지점에 삭아 자빠진 철조망이 있는데, 바로 그 지점에 안내판이 하나 서 있다. 올 11월에 철망 보수하여 길을 차단할 거라고.
*** 막계, 맑은 내 상류 계곡으로 오르는 길은 찾지 못했다. 낙엽 진 후에는 눈에 띄일려나
총무가 벼슬이가? 순전히 억지로 쓰는 산행기록
1. 결론인즉 신림거사님이 억수로 바뿌다.
전에 춘3월 어느 날 월악산 대장을 맡아 우리들에게 봄눈을 구경시켜줬던 신림, 그날 진홍이 얼굴표정이 완전 뽕 맞은 것 같았는데, 하여간 그 후로 한 번도 산에 못 나온 신림거사.
대모산대장을 맡겨뒀더니 대모산은 너무한지 청계산으로 공지를 때린다.
서울대공원역 4번출구에 08:40 또는 국립현대미술관 앞에 09:00 모이라는 연락.
2. 수서역에서 오랜만에 만난 덕영이랑 같이 광용이 차를 얻어타고 과천으로 간다. 내는 생판 모르는 길이다. 언제 알게 되겠노? 알려고 하지마란다.
서울대공원역에 가니 기다리고 있던 신림이, 오랜만에 보니 배가 빵빵하다. 혼자 몰래 산에 댕기는 외도는 하지 않았나보다. 상호랑 문수는 걸어서 미술관으로 간단다.
좀 있다 나타난 길래와 길수, 인섭. 으잉? 못보던 까만 볼보를 몰고 나타난 택술. 미술관앞에서 문수와 상호를 담아싣고 무슨 캠프장앞으로 이동한다.
3. 정말 주차비도 안 받고 좋다. 근데 얼레? 입구에서 두당 2,000원의 입장료가 있다. 우리는 캠프시설 이용 안한다해도 그게 말이 안 통한다.
모두들 오합지졸이 되어 대장 얼굴만 쳐다본다. 과묵한 신림이 입에서 명이 떨어졌다.
“저 밑으로 뺑 돌아가몬 길 있을끼다.”
미술관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등산와서 가장 분위기 있는 고문화적인 사진을 찍었다. 털레털레 아스팔트길을 내려오다 등산로를 발견, 올라갔다. 아주 한적한 길이다. 옥녀봉까지 만난 사람들이 거의 없다. 그래서 좋다. 좋다. 좋았다.
4. 옥녀봉에서 매봉가는 길에 간식을 먹었다.
요번에는 도시락을 가져오지마라고 했는데 길수는 모르고 도시락을 담아와 머쓱해한다.
상호가 직접 담근 모과주가 정말 맛있다. 상호는 늘 착한표다. 막걸리 두통까지 비우고 배를 두드리며 매봉으로 간다. 사람들이 제법 많다. 계단길이다. 계단에 서초구민들 이름이 적혀있다. 계단 만드는데 일조하는 셈 치고 계단에 번호도 붙이고 자기들 이름도 새기고... 마치 절에가면 기와불사하는 것이랑 비슷하다.
계단에 번호가 붙어있으니 좋더구만.
매봉에서 단체사진 찍고 막걸리 파는 아저씨쪽으로 가서 다시 한참 직진, 내려오다가 울타리쳐진 곳에서 우회전. 여기서부터는 우리가 하산 완료할 때까지 만난사람 아무도 없는 정말 호젓한 산길이다. 경마장을 멀리서 구경하면서 대장이 명언을 남긴다.
“억수로 밉은 놈 있으몬 경마장에 한 번 데리고 가몬 된다. 곧 쫄딱 망해 폐인이 될낑께.”
길에 무수히 떨어진 쪼그만 밤들을 줍기도 하고 즐겁게 내려왔다.
5. 아버님 기일이라 광용이가 혼자 가고 대신 아까부터 전화로 연락되었던 펭귄이 과천외고쪽에서 합류, 총원 10명은 변함없다. 이집 찌짐 맛이 좋다. 택술이가 아줌마에게 특별히 부탁, 매운 고추를 썰어넣은 찌짐, 그기 뭐 혈액순환에 좋다니까 모두들 이마에 땀을 흘리며 묵묵히 묵는다. 찌짐에 막걸리 몇 통, 국수로 배를 채우고 헤어졌다. 펭귄이 한잔 더 하고싶은 눈치를 보인다. 모두들 집에 갔는데 내가 펭귄을 따라 범계역으로 이동, 소주 각 1병하고 다시 평촌, 펭귄 집 근처에 가서 생맥주 몇 잔 들이켰다. 333번 버스를 탔는데 그만 잠이 들었나보다. 운전수가 깨운다. 남한산성입구라는데.... 집에 오니 밤 12시가 넘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