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6차 용마산 아차산 산행기
[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10)
2010-08-10 12:17:15
2010. 8. 10. / 도다리 박모철
일시 2010년 8월 8일
참석자: 박모철 이상욱 우진운 신경호 황문수 정정호 김병욱
이미 몇 개월 전 산행대장으롤 명 받긴 하여도 대장으로서 사전에 준비한 게 아무 것도 없다. 6공 대장으로부터 306차 산행에 대한 공지를 올려 달라는 지시를 받고도 어디서 모여 어떻게 산행을 가야 할지도 모르는 도다리, 공화국 대장에게 무례하게도 대신 올려 달라는 부탁으로 할 일을 다 한 듯 열중 쉬어 모드로 대장 직에 임했다.
10 시 경 용마산역 2번 출구로 가니 산사랑 단풍이 반긴다. 지하철역 구멍가게에서 산 캔 커피를 건네며 몇 마디 주고 받는 사이 정호 문수 상욱이 합류하고 병욱은 좀 늦겠다며 먼저 산행을 하란다. 용마산 바로 아래 폭포공원 들머리 계단에 앉아 상욱이 새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는 사이 10시 45분 경 병욱이 합류한다. 함께 하기로 하였던 장사는 전날 과음으로 불참하겠다며 집을 나설 때쯤 전화 연락이 왔다.
용마산은 산 전체가 뿌리부터 꼭대기까지 큰 바위로 된 듯하다. 마치 완만한 큰 바위 한쪽 면을 타고 오르는 듯 힘들지도 지겹지도 않은 산이다.
말복 더위가 몸 속의 땀을 남김 없이 배출하게 만든다. 원래 땀이 많다는 정호는 파란 상의에 땀이 배어 그렇잖아도 불룩 나온 베둘레햄이 더 돋보인다.
늘 그렇듯 먼 발치 앞서가던 문수는 뒤 따라 올라오는 산우 하나 하나는 물론 빼어난 주변 경관을 골라 카메라에 가득 담는다. 세상사 모든 일에 관심이 많은 병욱은 전날 과음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뒤 쳐지는 도다리 가오리를 챙겨가며 쉼 없이 주변 산우들과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요즘 매일 저녁 잘 나가는 호프집을 탐방하며 새 사업 구상에 여념이 없는 상욱은 술 탓인지 신사업 고민인지 혼자 몇 발짝 뒤쳐져 따라 온다.
한산도행 몰래 산행, 6반 반창회 등으로 3주 연짱 주말을 함께한 경호는 293미터의 한산도 망산 산행보다 훠~ㄹ 씬 부담 없이 오르는 걸 보니 용마산이 수준에 딱 맞는 듯 하다.
고수 같지 않으면서 은근히 내공이 깊은 진운은 이 정도 야산이야 땀 흘릴 일 없다는 듯 바람 같이 설렁설렁 오르는 듯 하다. 쉬엄 쉬엄 올라 왔어도 땀은 다른 산에 비해 몇 바가지 더 흐른다.
용마산 정상 아래 8각정은 다른 어떤 정자보다 좋은 전망을 선사한다. 경사진 바위 위에 길게 다리를 뻗고 서울 도심을 훤히 조망할 수 있는 곳에 자리 잡았다. 마치 자그만 암자 같은 느낌을 준다. 이런 전망 좋은 곳에서 막걸리 한 잔은 기본. 병욱이가 먼저 자리를 잡고 한 잔씩 권하니 막거리 두 병을 순식간에 비운다.
여기서 용마산 정상까지는 350여 미터 밖에 안 된다.
해발 348미터의 용마산은 낮아도 서을 조망을 잘 할 수 있는 곳에 자리 잡았다. 소리 없이 서울을 관통하는 한강과 남북을 잇는 다리, 습기 가득한 안개 속으로 뿌옇게 깔린 아파트와 빌딩 숲, 반대편으로 흐릿한 주변의 야산들. 서울은 참 괜찮은 데 자리를 잡았단 생각이 든다.
12시 경 정상 아래 그늘진 곳에 점심상을 차렸다.
경호의 묵은지 맛 나는 김치, 문수의 자가경작(?) 방울 토마토, 병욱이의 유부초밥, 그리고 도다리의 그 맛있는 골벵이 무침. 얼마나 많이 씹어 먹었는지 지금도 입안에 골벵이 맛이 감돈다.
ㅎㅎㅎ 사실 오늘 산행을 위해 골벵이 무침을 준비해 오겠노라고 댓글을 올린 게 화근이었다.
일주일 전 집사람이 저녁상에 골벵이 무침을 올렸기에, 담 산행 때 갖고 가면 산우들이 좋아할 것이라 했더니 맛있게 준비해 주겠다는 바람에 기분 좋게 댓글을 올렸으나 여차저차 부도를 내고 만 것이다. 골벵이는 없어도 있을 때 보다 더 많은 골벵이를 씹었다. 잘근 잘근…… 이 눔들아 담에는 도다리 회를 준비해 가마.
아차산으로 이어지는 길은 평탄하기만 하다. 작은 산 봉우리 마다 고구려 유허지라고 하는 보루가 솟았다. 누군가 망루라고 설명을 곁들이는데 망루를 보루라 이름할 리 없다. 국어사전을 찾아 보니
‘적이 쳐들어 오는 것을 막거나 적의 포화에서 아군을 보호하기 위하여 돌, 흙, 콘크리트 따위로 쌓은 진지’라 설명해 놓았다.
일명 광개토대왕길이라 이름 붙인 아차산성길을 아이스케키 쭐쭐 빨며, 죄 없는 비둘기 꽁무니 쫓으며, 가지 말라는 보루에 올라 또 다른 서울 경관을 즐기며 306차 산행을 마무리 한다.
하산주를 위해 날머리 인근 상가를 대충 훑어 보니 일요일 이 시간에 맥주집이 연 곳이 없어 보인다. 아쉬운 대로 길거리 GS25에 들러 일부는 가게 안에서 일부는 길거리 파라솔 아래서 맥주로 더위를 씻어 보지만 아쉬움이 남지 않을 수 없다. 병욱이의 강력한 카리스마로 육교를 건너 아직 문을 연 것 같지 않은 통닭집을 들여다 보니 벌써 11시부터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단다.
병욱이의 끈질긴 자기 주장의 결과다. 골벵이 보다 훠~ㄹ 씬 맛있는 하산주 이었음을 인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