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학이 이제 막 발을 뗐지만 충남학 자체가 아직 생소한 학문이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연구해야 하는지가 가장 먼저 풀어야 할 부분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따라오는 또 다른 숙제는 충남학 연구가 ‘충남 연구인가’, ‘충남학 연구인가’이다. 이는 곧 ‘지역연구인가’, 아니면 ‘지역학연구인가’라는 질문으로 연결된다.
우선 지역연구는 지역의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연구의 성향이 강한 반면 지역학연구는 지역의 역사·문화의 진면목을 살리기 위한 복합적이고도 종합적인 학술활동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충남학은 어떤 방식으로 연구해야 할까. 이에 대한 답은 다른 지역의 지역학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대개 지역학은 지역연구와 지역학연구라는 두 개의 개념이 통합되거나 혼재돼 있다. 충남학 역시 두 방식을 혼용해 연구해야 한다. 충남학의 목적을 볼 때 충남의 역사·문화의 진면목을 살피고 이를 통해 지역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지 정책연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른 지역들 역시 두 가지 연구방식을 혼용해 각 지역의 정체성을 정립시켜 발전동력으로 삼고 있다. 각 지역의 지역학은 어떤 방식으로 연구됐고 도출된 점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살펴 이를 토대로 충남학을 어떻게 연구해야하는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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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학은 서울이 한반도 고도의 중심이라는 서울의 정체성을 도출시켰다. 이를 통해 서울은 북촌 한옥마을 정비에 나서는 등 과거 문화살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 |
◆국내 지역학의 최초, 서울학
서울학은 지난 1994년 서울시립대학교에 세계 최초의 수도학 연구소인 서울학연구소가 개설되면서 본격화됐다.
서울의 역사와 지리, 문화, 도시, 건축, 자연환경 등 모든 분야를 연구해 서울의 A부터 Z까지 변천과정을 밝히고 이를 통해 서울을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 그 목적이었다.
서울학 역시 처음에는 무엇을 연구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서울연구와 서울학연구를 통합해 공간적으로 행정구역상 서울은 물론 역사적으로 서울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던 지역공간 모두가 연구대상으로 포함돼 있다. 시간상으로는 서울의 역사적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대상이다.
서울학의 연구기관인 서울학연구소는 지난 2010년 국제학술대회에서 서울성곽과 궁궐, 물길, 한옥밀집지역의 변화상을 연대별로 지도 위에 표기하고 비교한 연구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도출한 서울의 정체성은 20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기원전의 고도(古都)이며 규모나 영향력 면에서 전 세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거대도시라는 점이다.
도출된 서울의 정체성으로 서울학연구소는 ‘서울 성곽 중장기 종합 정비 기본 계획’과 ‘한옥 건축 진흥을 위한 제도 기반 구축 연구’ 등 학술용역을 실시했고 이는 서울 성곽이나 한옥 등 서울에 남아있는 전통 건축물을 어떻게 보존하고 그 주변을 개발할 것인지에 관한 이정표를 세웠다.
이를 토대로 서울은 한옥마을을 세계화시키는데 주력했고 해외관광객을 유치하는 등의 전략을 통해 국제적인 관광도시로의 성장발판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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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학을 통해 도출된 대구경북의 정체성을 통해 사업이 진행된 경북유교문화권 사업의 핵심인 한국국학진흥원 | |
◆유교문화를 개발시킨 대구·경북학
대구·경북학은 대구경북(개발)연구원이 지난 2005년 설립되면서 시작됐다. 공간은 서울학과 마찬가지로 대구와 경북이고 시간은 과거 신라시대 때부터가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
대구·경북학은 경북이 신라 천년의 불교문화와 가야문화, 화랑정신과 선비정신 등 민족·정신문화의 본산지라는 지역의 정체성을 개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경북은 전국 문화재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고 335㎞에 달하는 해안선과 청정 동해, 산과 강이 어우러진 자연환경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대구·경북학은 해당 지역을 문화관광콘텐츠로 개발하고 있다.
실제로 대구·경북학은 유교와 불교, 가야문화 등 3대 전통문화유산을 발굴하는데 주력을 하고 있고, 이런 노력이 실체화된 것이 바로 경북 북부권에서 실시된 유교문화사업이다.
경북북부유교문화권 개발 사업은 최근 11년 간 186개 사업에 걸쳐 진행된 대규모 지역개발 프로젝트로,‘한국국학진흥원’이 건립됐다는 점은 큰 핵심이다.
국학진흥원은 권역 내 산재한 유교문화 관련 소장품들을 한 곳에 모아 체계적으로 보관할 수 있기 때문인데 이를 통해 무궁무진하고 다양한 문화콘텐츠 연계 개발이 가능하다.
경북북부 유교문화권 관광개발사업의 최종 평가(2013년)에 따르면 해당 사업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고택의 보존 및 활용 등 문화자원 보전의 동력이 됐고 ‘한국관광의 별’ 등 관광자원으로서 우수성을 인정받아 사업대상지역의 관광객 및 관광사업체가 증가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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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에서 실시되고 있는 새만금사업은 새만금을 동아시아 최고의 경제 중심지이자 관광의 메카로 만들기 위한 사업으로 호남학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 |
◆조례 통해 활성화되는 호남학
충남학을 제외하고 가장 늦게 세상의 빛을 본 호남학은 지난 2008년 시행됐다. 호남학은 지역문화를 지역관점에서 연구해 문화향상에 기여하고 호남의 문화자원을 콘텐츠화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호남학은 호남지역을 배경으로 형성된 유·무형 문화유산 등 문화전반에 걸쳐 지역인구의 구체적 대상과 영역을 아우르고 있다. 반면 정치와 경제, 사회 등 삶의 모든 영역을 연구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은 거의 논외로 하고 있다. 호남학이 다른 지역학에 비해 늦게 대두됐기 때문에 광범위하게 연구대상을 설정하기 힘들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호남학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연구대상을 정치, 사회, 경제로 확대하기 위해 광주시의회가 조례안을 통해 호남학을 육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조례에는 ▲지역 역사·문화·전통 등의 체계적인 발굴과 복원 ▲자원의 계승과 발전을 위한 사업 전개 ▲지역 문화자원으로의 특화 ▲한국학 발전 기여도 제고 등 호남학 진흥시책의 기본방향 등이 담겨 있고 호남학진흥위원회를 설치하는 구상도 포함됐다.
이를 통해 현재 호남학은 다른 지역학에 비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전남·북 양 도는 각종 문화콘텐츠들을 통한 호남지역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전북도는 호남학을 근거로 새만금을 동아시아 최대의 관광단지이자 경제의 중심지로 조성하려 하고 있다. 새만금은 호남학에서도 상당한 부문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충남학은
국내 지역학의 연구 및 정체성 도출 과정을 살펴보면 층남학 연구의 1차적 과제는 충남의 특질을 찾는 일이다. 충남의 특질을 찾기 위해선 충남의 역사와 문화는 물론 모든 것이 연구 대상이 될 수 있다. 공간적으로는 현 행정구역 상의 충남 전역, 분야별로는 충남의 역사와 문화가 바로 그것이다.
공간적 연구 대상인 충남 전역은 시간적 상황도 고려해야 하는데, 원시시대 때의 충남, 백제시대 때의 충남, 고려시대 때의 충남, 조선시대 때의 충남으로도 분류할 수 있다.
각 시기마다 충남적인 성향과 특성을 갖게 하는데 어떠한 상호작용이 발생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령 대전은 현재 광역시로 분리돼 충남과 오랜 시간 서로 상호작용을 했기 때문에 대전 역시 충남학의 연구대상이 될 수 있다. 또 2012년 분리된 세종시 역시 충남의 일부지역이었기 때문에 연구대상에서 배제할 수 없다.
분야별로는 충남다움을 가장 잘 나타내는 충남의 기본 자원부터 민속신앙, 음식 등 문화의 전 분야와 역사 등을 통해 다른 지역에서 찾아볼 수 없는 충남다움을 발굴해야 한다.
이처럼 충남학의 연구대상은 아주 광범위하다. 충남의 공간적 연구대상과 분야별 연구대상은 다각적인 시각으로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또 문화콘텐츠로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2차 과제도 직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 ‘충남의 충남다움’이 제대로 빛을 발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