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 항동, 천왕산 숲길 걷기
가을 단풍 한창인 높은 산과 달리 강 주변 낮은 산들이 서서히 풍색(楓色)을 더해가는 지난 주말은 상강(霜降) 절이기도
했다. 24절기 중 18번째, 서리가 내릴 때를 알리는 절기다. 우리나라의 절기는 계절에 한 발 앞서 오는 게 보통이다. 그
런데 올 가을은 그렇지 못했다, 기상 이변이었을까? 수도권에는 이미 일주일 전 영하의 수은주를 기록했었다. 나뭇잎들
이 화들짝 놀래 하루가 다르게 풍색이 완연해지고, 갖가지 들국화들이 저마다 바삐 채도를 더해간다.
상강 절 날 고우들이 모여 서울 구로구 항동, 천왕산을 찾았었다. 이맘때의 야유(野遊)는 단풍 화려한 산을 찾는 게 제
격이지만, 고희를 넘긴 초로들 여럿이 함께하기에는 아무래도 무리. 모두가 가볍게 즐길 조붓한 산책길을 찾다 보니 이
산 인근에 사는 이의 추천으로 산책 후 맛집을 찾는 반나절 야유길로 찾게 되었다. 천왕산은 높이가 144m인 도시 가운
데의 낮은 야산에 불과하지만, 이름에 걸맞게 품은 넉넉한 산이었다. 산 자락엔 아름다운 수목원이 자리하고, 호반길 아
름다운 큰 저수지도 있었다. 산이 낮아 등산이라고 할 것 까지는 아니지만 산정을 올라 돌아 내리는 등로엔 작지만 무
성한 잣나무 숲이, 조붓한 아까시 숲이 산책길의 격을 더하고, 가파른 300여 나무 계단길은 잠시나마 등산길 기분까지
느끼게 했다. 그리고 경구(警句)를 써서 길섶에 세운 작은 피켓들은 사색을 즐기는 이들에게 잠시 자신에 대해 성찰까
지 하게 해 새로웠다. "물에 얼굴을 비추지 말고(無鑑於水), 사람에게 자신을 비추어 보라(鑑於人)" 한다. 산책길에 담은
그림들을 추려 본다.
촬영, 2021, 10, 23.
▼ 구로구 항동, 푸른수목원 저수지
▼ 푸른수목원에서 본 천왕산(해발 144m)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인 수목원 저수지
▼은빛 억새
▼산수인우(山水人友) -산과 물이 오랜 벗이듯 우리도 그렇습니다
▼ 숲길 가며 보는 '함께 여는 새날' 은
▼무감어수 감어인(無鑑於水 鑑於人) - 물에 얼굴을 비춰 보지 말고 사람에게 자신을 비추어 보라!
▼얕은 천왕산의 가파른 계단길
▼ 천왕산 자락, 항동 약수터
▼잣나무 숲길
▼아까시 숲길
▼ 천왕산 산정
▼천왕산 산마루 기념
▼천왕산 마루 쉼터
▼천왕산 마루에서 본 오류동
▼항동 철길 포토존
▼ 항동 옛 철길
▼가을빛 내리는 항동 푸른수목원 공원 풍경
▼화살나무 단풍
▼억새
▼복자기 단풍
▼가막살나무 열매
▼빛바랜 녹양
▼항동 저수지 갈대숲
첫댓글 아름다운 영상과 좋은글 공유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