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내가 가면 안돼요?/1.2권. 이금이 작가 역사 장편 소설을 읽고.
이 책은 작가 생활 32년 만에 처음 펴낸 역사소설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 제1권. 청소년문학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한결같이 우리의 삶을 진실 되게 그려온 저자의 이번 작품은 2004년부터 구상을 시작해 2014년에 초고를 완성하고, 그 뒤 1년 반의 거듭된 퇴고 끝에 2천매 분량으로 탄생한 작가의 인생 소설이라고 했다.
내가 거기 가면 안돼요? 는 역사소설이면서 두 여성이 펼쳐나가는 휴먼 드라마이다.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한국전쟁에 이르는 시기를 다루었으며, 신분과 성별, 배움과 문화, 민족과 인종의 차이를 온몸으로 겪어낸 주인공들과 그 시절 사람들의 인생 드라마를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역사적 사건을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지만 뒷배경으로 촘촘히 세워 놓아 좀 더 그 시기 역사을 잘 그려내고 있다.
책 제목처럼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 이 말 한마디로 당시 누구도 꿈꾸지 못했을 인생을 살아 낸 수남이. 작은 시골 마을의 일곱 살 소녀 수남은 논 서 마지기에 자작의 딸 생일 선물로 팔려 경성으로 온다. 그리고 국경을 넘고 대륙을 횡단해 바다 건너 지구 반대편 땅에 다다랐다 돌아오는 인생 여행을 한다. 여덟 살 생일 선물로 수남을 갖게 된 자작의 딸 채령은 남부러울 것 없이 살다 험난한 인생 역정을 겪는다.
두 소녀는 신분과 일제강점기와 해방정국의 혼란기에 복잡한 운명의 줄타기를 하며 일본, 미국, 러시아, 중국 등으로 이어지는 여정에 놓인다. 그리고 성별, 배움과 문화, 민족과 인종 등 파도처럼 덮쳐 오는 온갖 장애를 뛰어넘으며 자신의 운명을 개척한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정국의 혼란기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매혹적인 성장담과 드넓은 공간을 아우르는 여정은 그 시절 사람들의 삶과 이어져 우리를 역사 속으로 이끈다. 지금껏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시대물로 새로운 전환기를 옅볼 수 있는 이야기이다.
이금이 작가는, 어릴 때 누가 가고 싶은 곳을 물어오면 잘 알지도 못한 바이칼 호수를 대곤했다. 아마 남들이 다 아는 흔한 곳을 말하고 싶지 않은 문학소녀의 허세였을 수 있었다고 했다. 2014년 그렇게 말했던 바리칼 호수에 다다랐을 때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고 했다. 또한, 이 책을 쓰기 위해 전국에 있는 한옥과 근대 건추룰을 찾아 다니고 이야기 속 수남과 채령의 자취를 좇아 여가저기 쏘다녔고, 그글이 배를 타고 갔던 길을 따라 비행기에 올랐다.
또한, 일제강점기와 해방 정국, 그리고 한국전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국내외 정세와 사건들이 곳곳에 숨어 있는 이 작품은 우리로 하여금 당시 역사적 상황에 좀 더 관심 갖게 한다. 특히 군 위안부 문제와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광복군, 백범 김구 이야기는 작품의 주요한 사건과 연결돼 우리를 역사 속으로 이끈다. 수남은 홀로 강휘를 찾아 충칭 임시정부를 찾아가고, 백범 김구와도 만난다. 수남은 주석의 ‘백범(白凡)’이라는 호가 뜻하는 바를 알고 있었다. 백정이나 범부처럼 천하고 평 범한 존재라고 스스로를 낮추는 의미와, 보통 사람들이 김구 선생처럼 애국심을 지녀야 독립할 수 있다는 뜻이 함께 담겨 있었다. 배우고 가진 사람들만이 큰일을 할 수 있는 게 아님을 일깨워 주 는 호였다. 주석에게선 그런 호를 지은 성정과 진심이 느껴졌다. 마치 친할아버지를 만난 듯 울컥 눈물이 솟았다. 수남은 터질 것처럼 뛰는 가슴을 간신히 진정하며 허리 숙여 인사했다. (2권, 223쪽)
나는 이 책을 아껴가면서 읽었다. 다음 장면이 궁금했지만 우리가 흔히 맛있는 음식을 빨리 먹지 못 하고 아껴둔 것 처럼 그런 느낌을 참 오랜만에 이 책을 통해서 알았다. 탄탄한 구성과 묘사. 대화체까지 어느 하나 소홀하지 않은 문체와 문장. 역사 속 사건과 인물을 만나는 재미도 참 좋았다. 그동안 동화작가로 많은 글을 쓴 이금이 작가의 새로운 역사 장편 소설은 이 책을 통하여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읽는 책
거기 내가 가면 안돼요? 1.2권 / 이금이/ 사계절
채식주의자 / 한강 / 창비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여왕 / 이옥선/ 수경출판사
양먈이 최고야 / 조소정/ 도서출판 소양 주니어
세탁기를 고쳐주세요 / 이선정 외/ KB 창작동화제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