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9회 열차로 떠나는 동서커피 문학기행
몽롱한 안개가 가득한 새벽을 열고 기차역에 도착했습니다 새로 나온 신문냄새가 커피향보다 진한 플랫폼에 서 있으면서 가벼운 옷차림에 차표 한장을 오른쪽 주머니에서 조물락거리며 처음 소풍을 가는 어린 아이처럼 조바심을 내고 있었습니다.
문학기행 열차가 출발하는 서울역까지 도착하는데는 생각보다 한참이나 시간에 늦어서 마치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출발시각 오분여를 앞두고 열차에 뛰어 올랐습니다. 지난번 행사에 참여했을 때처럼 내 이름을 크게 적은 네임 목걸이를 걸고 처음보는 분들과 함께 인사를 나누고 이름이 잘 알려진 여러 문인들의 특강과 시낭송 등을 들으며...
'아! 또 내가 잘 못 왔구나!' 하지만, 나 만의 즐거운 소풍은 아까 오분여를 앞두고 기차에 올랐을 때부터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아..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어떤 작품을 출품하셨어요?' '이렇게 만나는 일이 얼마나 재밌습니까? 만나서 반가워요~호호호.'
대부분의 사람들은 같은 목적으로 여행기차에 올랐다는 공통점 하나로도 처음보는 이들에게 그렇게 서로 반가워 해주고 친절하였고 나름 멋도 흘렀습니다.
나는 정말 아닌데 상대방 쪽 에서는 자신과 비슷할 거라는 생각으로 여러가지를 물어오거나 했습니다. 내가 만난 분들은 시인 또는 수필로 이미 등단하신 분들도 많았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게으름없이 공부를 계속하는 열정과 노력이 대단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집에 두고 온 오만가지 걱정들을 잊을만큼 일정은 빠르고 다양했습니다. 두시간여 만에 옥천역에 도착했습니다. 350 여명이 한꺼번에 옥천역에 쏟아져 내리는데, 걸어나가는 길 양 옆으로 옥천군에서 마련한 환영행사 중 하나인지 열렬히 박수를 쳐 주며 환영을 해 주었습니다. 어색하고 송구스러울 만큼이었지만, 옥천군의 이미지를 향상시키고 홍보하기 위한 노력과 배려가 신선하였습니다.
* 옥천역에 내리면 광장에 정지용 님의 대표 '시' 인 <향수>가 <지용시비> 에 새겨져 있습니다. * 옥천군 홈페이지 http://oc.go.kr/tour_new/ * 옥천 문화여행 http://oc.go.kr/tour_new/theme/theme_01_list.html
향수(鄕愁) - 정지용(鄭芝溶)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 이슬에 함초름 휘적시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傳說) 바다에 춤추는 밤 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버스 아홉대로 이동하여 長溪(장계-긴 계곡)유원지에서 점심 도시락을 먹고 <오장환 - 정지용 님의 제자> 시인의 생가를 방문하여 낮은 흙돌담이 있는 사립문을 지나 정오의 햇살이 누워 있는 생가 마루에 걸터 앉았습니다. 그제서야 집 식구들에게 겨우 행선지를 알려주고는 처음 만난 분과 사진 한장을 기념으로 박았습니다.
'어머나! 진짜 고구마에요~ 얼른 드세요~'
문학관에서는 미리 방문할 많은 손님을 맞기위해 생가 부엌에 걸려있는 가마솥에 고구마와 감자를 쪄 두었습니다. 생각도 못한 뜨거운 고구마와 감자 그리고 진한 커피를 두어잔이나 마셨습니다. 오장환 시인의 이름도 제대로 들은적이 없었던 나는 전시관으로 관람객들을 따라 들어가 사진 몇장을 찍고 시 몇편을 읽어 보았습니다. '시' 는 어렵고 완전히 남의 것이라 여기던 나 를 안심시킨 오장환 님의 '시' 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 그래도 어렵습니다. 이런 여행도 문인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것도 내 것은 아닙니다. 오로지 나를 위한 '소풍' 일 뿐입니다.
다시 보은에서 옥천으로 이동하여 <정지용> 님의 생가와 문학관을 둘러보았습니다. 정지용 의 대표 '시' 이며 노래로 더 알려진 '향수' 노래가 울려 퍼지는 아담한 마당에서 관장님의 재밌고 시원스런 안내 특강을 듣고 또, 커피도 녹차도 포도즙도 (각종 음료수가 때때로 제공되었습니다) 마시고 사진도 찍었습니다.
*정지용 님 생가이야기 참고하세요~ http://cafe.daum.net/sunfloweressay/DqBE/54
*농업기술센터<농심테마공원http://www.oc5959.com/contents/06farm/photo/> 농심테마공원 에서 -연꽃이 다 져 버린 큰 연못.
옥천<농업기술센터 농심테마공원> 을 견학하고 다시 옥천역으로 이동. 옥천 군민인 듯한 백발의 두 노인과 여인 한분이 직접 연주하는 트럼팻을 비롯한 근사한 악기 연주가 손님들을 위한 마지막 배웅을 하느라 열차가 들어오는 플랫폼 7호차 앞에 설때 까지도 끝까지 남아 있었습니다. 유명한 시인의 생가를 방문한 것도 의미 있는 일이었지만,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옥천군의 세심한 여러가지 배려와 옥천군을 사랑하는 따뜻한 옥천사람들의 친절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버스로 이동하는 동안 굽이굽이 산과 계곡을 지날때마다 유난히 주렁주렁 탐스럽게 열린 감나무들이 많았습니다. 옥천군 보건팀에서 나오신 박경숙 님의 친절한 설명에 따르면 일손이 부족하여 감을 따지 못한 탓도 있다고 했습니다. 옥천군이 농사를 많이 짓는 농촌지역 이면서도 농사를 지을수 있는 대부분이 노인들이어서 암환자까지도 가을들판에 나가야 하는 심각한 실정이라 했습니다.
이제 막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가로수며 아기자기하게 올록 볼록한 산들마다 대청댐이 있는 큰 강이 흐르는 계곡 마다에 갖가지 이야기가 숨어있을법하게 옥천과 보은의 풍경은 도시사람들이 아파트 거실에 걸어두고 싶어서 꿈만 꾸고는 소심해서 사지도 못하는 소박하고 마음 편히 걸어두고 볼 고향의 모습을 닮은 풍경화 같았습니다.
돌아오는 열차 안에서 '김홍신' 님의 특강이 있었습니다.
모두가 끄덕 끄덕 끄덕.
<강의요약>
'나' 는 오로지 이 세상 이 우주에 '하나' 뿐입니다. 후회가 없도록 열정적으로 사랑하십시요. 분명 죽음 앞에 서면 누구나 여러분들은 후회를 합니다. 어젯밤에 잠이 들어 오늘아침 눈을 뜨고 하루를 시작했다면 모든 것 일분 일초 라도 기적인 삶입니다. 세상에 하찮은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머릿속과 마음속에서 쓰레기(미워하느마음 불평하는바음 욕심..) 를 자꾸만 퍼 내면 분명 잔 병도 없어지고 내가 행복해집니다. 비교하는 삶을 살기 때문에 불행합니다. 나는 숨을 쉬는 것도, 작은것 하나도 고맙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아이들에게 나를 버리고 헌신하지 마십시요. 우리는 부모님을 공경하는 마지막 세대이며 자식들에게 버림 받는 첫 번째 세대일지 모릅니다. 나를 위해 서슴없이 구두도 사고 화장품도 사고, 한 살이라도 젊을때 하고싶은 것을 할수 있도록 하세요. 응급실에 가서 산소호흡기를 끼게 될 때 비로소 우리는 숨 만 쉬게 해 달라고 기도를 합니다. 바보처럼 들어주지 않는 기도를 하지 말고, 이미 가지고 있는 것으로 얼마나 행복하다는 것을 알아채야 합니다.
김홍신 님의 강의는 아쉽게도 도착시간 전에 어쩔수 없이 끝을 내야 했습니다. 친절히 사진도 함께 찍혀주시고 손수 사인도 해 주신 김홍신 님은 분명'인간시장' 을 쓴 굉장한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남녀노소 많은 사람들에게 스승 다웠습니다.
뭔가 점점 일이 커집니다. 내 뜻과 다르게 나를 보는 사람들에게 전화번호를 남겼고 사진도 찍혔고 . 하지만,분명 즐거웠던 <소풍> 이 끝났습니다.
-소풍 끝-
*동서커피 홈페이지 http://dongsuh.co.kr/index.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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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런 기차여행이 있다니.. 읽는 것만으로도 그 설레임이 느껴지네요...^^ 오장환님의 시도 흥미롭고, 김홍신님의 말씀이 저의 현실에 와닿네요...아이들이 좀 더 크면 하고 싶은 것 해야지.. 하고 미뤄두고 있는데....그러다 기차는 떠나 버리겠군요..
<동서커피> 에서 2년마다 한번씩 문학기행 이벤트신청을 할수 있습니다. 저는 두 번째로 갔던 여행이었어요. 300명 정도 뽑아주니 이벤트신청을 할만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