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모영 묵상노트]
산상수훈(21) 마태복음 5장 38절-39절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38 또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으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39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라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 대며
고대 함무라비법전에는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으라는 소위 탈리오법칙(lex talionis)이 규정되어 있었는데, 모세의 율법에 이와 같은 내용이 동일하게 포함되어 있습니다(출 21:24; 레 24:20; 신 19:21). 흔히 이와 같은 탈리오법칙을 응보적(應報的)인 보복법칙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 내용은 단순히 응보라는 보복에 있는 것이기보다는, 범죄자가 범죄를 범한 그의 책임 이상의 벌을 가하지 말라고 하는 책임법칙(責任法則)을 규정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 당시 유대인들은 이 계명을 책임원칙에 근거한 것으로 보기보다는 오히려 범죄자를 응징하는 보복의 정당성 근거로 삼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율법은 친족이 피살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개인적 보복을 금하고 있으며(민 35:18-21), 탁월한 전사였던 다윗도 사울 왕에 대한 개인적 보복을 하지 않은 것은 이 점을 잘 이해하고 있었던 것입니다(삼상 25:33; 26:10-11). 그래서 주님은 이 율법의 본래적 의미를 다시 깨우치도록 39절 이하에서 여러 가지를 들어 말씀을 하시고 있는데, 이제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율법의 해석론을 경청해보고자 합니다.
주님은 38절 끝자락에서 탈리오법칙에 대하여 “너희가 들었으나” 이제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름을 말하시겠다며, 39절은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이라고 운을 띄우십니다. 그리고 이어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라”면서, 오른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대라고 하십니다. 그런데 여기 이 말씀을 듣고 있는 제자들 앞에서 만약 주님께서 실습까지 하신다면 어떤 모양일까요? 서로 마주보고 한편에서 오른쪽 뺨을 때려보라고 하신다고 생각해 봅시다. 마주보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오른쪽 뺨을 때릴 수 있을까요? 아마 이 경우 손등으로 상대방을 치지 않으면 불가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손바닥이 아니라 손등으로 사람을 친다는 것은 당시 대단한 모욕행위이며, 이 경우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발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유대법과 로마법은 이와 같은 모독행위에 대하여 사법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허용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왼편도 돌려대라고 하시니, 여기서 주님이 말씀하시고자 하시는 그 마음을 충분히 읽을 수 있지 않은가요? 그래서 제자들을 향하여 복음으로 전하며 나의 제자가 되는 삶이란 이처럼 모욕을 당할 수 있고, 악인들의 행패가 수없이 있다 할지라고 왼쪽을 돌려대듯이 그러한 마음으로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즉, 보복을 할 수 있다고 할지라도, 그렇게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어린 아이로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비록 연수에 차이는 있을지라도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인격체입니다. 그러므로 기독교인은 이웃에 대하여 모욕을 주는 일은 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설령 때로는 손등으로 뺨을 맞는 것과 같은 모욕을 당하는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말에 “되로 받고 말로 주는” 일이 없어야겠습니다. 복수는 복수를 또 낳습니다. 보복은 또 보복을 낳습니다. 오른뺨을 때리면 왼뺨도 내놓읍시다. 그럴 때, 때리는 자도 너무 시시해서, 아니면 무안(無顔)해서 그만두지 않을까요? 가끔은 바보가 되어야 합니다. 신앙인으로 사는 삶이 그래서 어려운 것이겠지요. 모두 평안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