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부부 확률은 20%
최근 한 주간지의 설문에 따르면 2000년 이후 결혼한 연예인 및 아나운서 87명 가운데 17명이 같은 직업군인 연예인과 결혼했다.
이는 5명 중 한 명 꼴로 일종의 사내커플인 연예인 부부가 된 것이다.
최수종-하희라, 차인표-신애라, 이재룡-유호정, 김호진-김지호, 한가인-연정훈 등 최근 많은 스타 커플이 탄생했다. 여기엔 이승환-채림, 이상민-이혜영, 이승철-강문영처럼 가수-가수 혹은 가수-연기자의 조합도 많았다.
이 같은 연예인 간의 결혼은 직업 특성상 교제의 폭이 좁기 때문이다. 서로 같은 분야에서 자주 만나고 일하면서 사랑을 키워간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다. 아무래도 서로의 처지와 상대방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줄 수 있기 때문에 깜짝 결혼의 주인공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중매체와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다 보니 사생활이 공개되거나 부부 사이의 작은 다툼까지 쉽게 노출돼 파경의 위험 역시 상대적으로 높은 것 또한 사실이다.
●이혼율 높은 남자 가수
눈길을 끄는 건 통계적으로 가수 커플, 그 중에서도 남자 가수의 이혼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트로트계의 대부 나훈아도 여배우 김지미와 파경을 맞았고 1990년대 이승철-강문영, 2000년 이후 이상민-이혜영, 이승환-채림 커플도 이혼해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현역으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가수가 연예인과 결혼한 커플 중 행복하게 살고 있는 부부로는 홍서범-조갑경, 이무송-노사연 이외의 커플을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반면 연기자 부부인 신성일-엄앵란, 최수종-하희라, 차인표-신애라, 이재룡-유호정, 김호진-김지호, 연정훈-한가인 등은 결혼 생활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성영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서로의 일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가 없을 경우 부부 갈등이 야기되는데 이 갈등이 결혼생활을 깨뜨리는 주범"이라고 조언한다.
직업의 특수성에서도 이혼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김태성 SBS 예능국 책임 프로듀서는 “가수들은 연기자에 비해 늦은 시간 유흥업소 행사를 다닌다든가 혹은 밤을 새워가며 음반 녹음 작업을 하는 등 올빼미 습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결혼 전에는 문제가 되지 않던 이런 불규칙한 생활패턴이 결혼 생활에선 트러블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한다.
이훈희 KBS 예능국 PD도 "가수들은 무대 위에서 혼자 노래하고 춤추는 개인플레이에 익숙한데 비해 연기자는 다른 연기자와 호흡을 맞추는 것이 이런 차이를 유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녹화장에서도 가수와 연기자들은 공통 화젯거리가 없으면 금세 서먹한 분위기가 된다"고 귀띔한다.
●쇼윈도 커플
겉으로는 잉꼬 부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쇼윈도(Show Window) 커플도 많다는 게 연예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개그우먼 이경실·김미화는 평소 잉꼬부부의 사례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남편의 상습 폭행을 고백하며 파경을 맞아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가정 폭력과 연예인 결혼생활의 심각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미디어를 통해 행복한 부부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지만 실제론 이혼 직전에 다다른 부부가 많다는 지적이다.
연예인 커플의 경우 얼굴이 알려진 유명인이다 보니 드러내놓고 상담이나 별거 기간을 갖지 못한다는 점에서 역차별로 볼 수 있다.
행복가정재단 이사장이자 신경정신과 전문의 김병후 박사는 “부부 갈등은 제대로 조절하거나 해결하지 못하면 독(毒)처럼 몸 안에 남게 된다. ‘잘 싸우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는 말처럼 연예인 부부는 화려해 보이는 외적인 모습 때문에 부부 사이에 필수적인 갈등의 해소에 충실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조언했다.
결혼 통계학
2001년부터 최근까지 5년간 이혼한 연예인 17 커플의 결혼 지속 기간은 평균 8.06년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최근 일반인들의 이혼 행태를 반영하듯 20년 가까이 결혼 생활을 유지하다 40대 이혼을 택하거나 결혼 후 2~3년 내에 조기 이혼을 선택하는 등 극단화 된 것이 특징이다.
김국진-이윤성, 최진실-조성민, 이상민-이혜영, 김진표-배성은 등은 대개 3년 미만의 짧은 결혼 생활 후 이혼을 택한 반면 백윤식·이경실·김미화·금보라·이응경 등 중견배우들은 10년 넘게 결혼생활을 했지만, 40~50대 이혼을 선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5년 결혼한 커플은 모두 31만 6375쌍이며, 이혼한 커플은 12만 8468쌍으로 세 커플 중 한 커플은 이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료에 따르면 하루 평균 867쌍이 결혼하고 352쌍이 이혼하고 있다.
혼인신고를 늦추는 일도 빈번해지고 있다. 이승환-채림, 장호일-신서영 등은 결혼 후 상당기간 혼인신고 없이 살다가 파경을 맞은 케이스다
연예인의 결혼에 일정한 법칙이 존재하듯 이혼 역시 마찬가지다. 2000년 이후 이혼한 인기 연예인 25명(연예인 커플 세 쌍 포함)의 사례를 살펴보았다.
최근 두드러진 이혼 경향 가운데 하나인 황혼이혼은 연예계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특히 남자 연예인은 총 11명의 조사대상 가운데 절반인 4명이 20년 이상 결혼 생활을 유지해온 이들이다. 이 가운데 55세 이상의 나이에서 이혼한 이들도 최근 화제가 된 백윤식, 서수남 등 2명이나 된다. 남자 연예인의 이혼 시점에서 보이는 또 다른 특징은 양극화 현상. 결혼한 지 1년이 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이혼한 사람들도 두 명이나 된다. 이범수의 경우 결혼 40일 만에 헤어졌다. 이혼 당시 연령을 살펴보면 30대에 이혼한 경우가 8명으로 가장 많았다. 남자 연예인은 30대와 50대 후반이 이혼의 위험 시기임을 알 수 있다.
반면 여자 연예인은 조사대상자 14명이 폭넓게 분포되어 있다. 다만 결혼생활 20년을 넘긴 여자 연예인이 이혼한 경우는 단 1건도 없었다. 이혼 연령 역시 40세를 넘는 경우는 유지인뿐이다. 여자 연예인의 경우 40세가 넘거나 결혼한 지 20년이 지나면 이혼에 다다를 가능성이 거의 없음을 알 수 있다.
이혼 사유는 역시 성격 차이가 가장 많았다. 남녀 연예인 모두 이런 경우가 50%를 넘는다. 돈 문제로 갈등하다 이혼한 경우와 가정폭력이 문제가 된 경우가 그 뒤를 이었다. 고현정의 경우처럼 이혼 사유를 확실히 밝히지 않는 연예인도 3명이나 된다.
아쉬운 부분은 이혼 과정에서 잡음이 흘러나오는 경우가 상당수라는 사실. 최진실의 경우 불화 초기에 남편 조성민의 불륜 의혹을 공개했고, 이경실과 이상아 역시 이혼 과정에서 전 남편측이 불륜에 대한 의혹을 제기해 눈길을 끈 바 있다. 물론 의혹일 뿐 사실로 확인된 경우는 없다.
역시 연예인 이혼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이혼 상대자가 무얼 하는 사람인가에 있다. 그동안 연예계의 가장 큰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연예인과 재벌가의 혼인, 그리고 이들의 이혼이었다. 이런 추세는 지금도 마찬가지. 신세계, 애경 등 재벌가와 결혼했던 고현정 한성주가 나란히 이혼의 아픔을 겪은 것.
가장 많은 직업군은 단연 사업가로 총 7명이나 된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절반가량은 연예인인 부인의 재산을 사업에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불화가 생겨 이혼에 이르렀다. 이혼 합의 과정에서 서로의 채무관계가 복잡하게 꼬여 있는 경우도 상당수였다. 겉으로는 재벌가와 결혼했다 이혼한 이들이 더 많아 보이지만 사실은 그 반대로 자신의 재력에 의존해 사업을 벌이는 남편과 결별하는 여자연예인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최근 연예인 이혼의 가장 큰 경향은 이혼과 연예계 활동이 무관하다는 사실. 고현정, 이미연, 이경실, 김미화, 금보라 등은 이혼 이후 더욱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전성기에 버금가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