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텐트 제조사, Hilleberg
유럽 텐트의 자존심

힐레베르그(BILLEBERG) 텐트
名品의 가치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많은 분야에 명품이 존재하지만 특히 아웃도어를 즐기는 이들에게 명품의 가치는 자신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측면에서 그 가치가 다른 어느 분야보다 가치 있게 느껴진다고 말하고는 한다. 최근 들어 대한민국 아웃도어 시장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스웨덴의 힐레베르그 텐트를 직접 사용해 봤다. 과연 명품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일까?

힐레베르그, The TentMaker
힐레베르그社는 1971년 Bo Hilleberg에 의해 스웨덴에서 창립된 회사다. 창업자인 Bo Hilleberg는 산림학 전문가로 현재는 그의 아들인 Rolf Hilleberg가 회사를 이어 나가고 있다. 현재 힐레베르그사가 만들어 내고 있는 텐트는 총 15종으로 전실 확장 모델인 GT 모델까지 합하면 4종이 더 추가된다. 힐레베르그는 회사명에 The Tentmaker 라는 명칭을 달아놓을 만큼 텐트만을 전문으로 만들고 있으며 스웨덴이 본사인 만큼 유럽을 비롯해 미주 시장 등에서는 일찍이 그 명성을 높여 왔으며 최근에는 아시아 시장에서도 그 인지도가 높아져 가고 있는 추세다. 현재는 주로 에스토니아에 있는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외양과 재질
힐레베르그의 텐트는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텐트 모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단순함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터널형의 경우는 더욱 단순하고 간결한 모양새를 갖고 있어 멋진 디자인을 추구하는 이들에게는 그리 각광받지 못할 수도 있다. 그 색상 또한 레드와 그린, 단 두 종류로 외부에 어떠한 무늬도 없이 오직 힐레베르그 로고가 새겨진 천만 붙어 있을 뿐이다. 더군다나 이너텐트는 모든 모델 공통으로 노란색이다. 개인적으로 그린 색상보다 레드가 더 마음에 들기는 하지만 자연친화적인 색상을 원한다면 단연 그린을 택하는 것이 좋다. 레드의 경우 밝으면서도 고급스러운 색상을 유지하고 있어 한눈에 힐레베르그 임을 알아보게 한다.

위 사진은 2009년 힐레베르그의 영문판 카달로그 맨 뒤장으로
이곳에 수록된 제품이 힐레베르그의 제품 전부다.
힐레베르그가 자랑하는 것은 바로 텐트를 만드는 천의 재질이다. 힐레베르그사는 자체 개발한 이 천에 Kerlon 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Kerlon1800과 Kerlon1200 두 가지의 천으로 자사의 텐트를 만들고 있다. 1800과 1200 모두 립스톤 나일론 원단에 100% 실리콘을 3중으로 코팅해 만들었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1800의 무게는 65g/m², 18kg의 인장강도를 갖고 있으며 1200 재질의 무게는 50g/m², 12kg의 인장강도를 갖는다. 힐레베르그 카달로그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이용되는 원정용 텐트 재질의 인장강도가 2kg를 넘는 수준이기 때문에 1200 모델의 경우 상대적으로 1800 모델에 비해 인장강도가 약하지만 보통의 원정용 텐트보다 6배 가량 더 강한 인장강도를 갖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힐레베르그가 내놓는 테스트용 샘플에서도 가장 강조하는 것이 바로 강도인데 일반 립스톤 나일론과 자사의 1800, 1200 샘플을 함께 걸어 놓고 가위로 약 1cm 가량 잘라 놓았는데 손으로 양쪽을 잡고 찢었을 때 일반 립스톤의 경우 천 조각이 찢어져 나가지만 힐레베르그의 두 재질은 모두 찢겨지지 않는다.(기자가 시도해 본 건장한 성인 남자 중 아무도 이 천을 찢지 못했다.) 이것이 바로 힐레베르그가 말하는 인장강도로 강풍이나 어떠한 악조건 속에서도 텐트가 견딜 수 있다는 것이다. 힐레베르그사는 경량화를 위한 모델에는 1200 재질을, 보다 강한 인장강도가 요구되는 극지탐험이나 고산등반에는 1800 재질을 사용하는 모델을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너텐트와 아웃터 텐트의 결합, 분리로 활용도 높여
힐레베르그 텐트 특징 중의 하나는 제품 종류가 15종 정도지만 각 텐트에 일관되고 공통적인 특징(힐레베르그사가 텐트의 장점이라고 말하는)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그 중 하나는 이너텐트를 아웃터 텐트(힐레베르그 영문 카달로그에서는 Outer Tent/Inner Tent로 표기함에 따라 본 체험기에서도 동일하게 표기함)와 연결하도록 해서 필요에 따라 이너텐트를 제거하고 사용하거나 이너텐트만 독립적으로 폴을 연결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이 경우 이너텐트용 폴홀더가 별도로 필요하다.) 또 보통의 경우라면 텐트를 치고 걷을 때 이너텐트를 제거할 필요 없이 그대로 펼치고 접을 수가 있어 어떠한 기후와 조건 하에서도 텐트 설치, 해체가 자유롭도록 했다. 실제 이번 체험에 사용한 스타이카 모델의 경우에도 3개의 폴을 끼어 넣고 클립을 폴에 연결하면 바로 텐트 설치가 완성되는 형태여서 설치가 아주 편리했다.

좌)이너텐트와 아웃터 텐트를 연결하는 고리.
우)폴은 텐트 약 1/3 가량의 홀더 내로 넣어서 설치하도록 돼있다.
스타이카(Staika), 견고함이 돋보이는 2인용 텐트
이번에 체험한 스타이카는 2인용 텐트로서 Kerlon 1800과 10mm 폴이 사용됐다. 즉 힐레베르그 텐트 라인에서도 가장 견고하고 튼튼한 모델에 속한다. 경량화한 타 모델의 경우 Kerlon1200과 9mm 폴이 사용된다. 스타이카를 팩킹했을 때의 무게는 3.7kg 이다. 동일한 길이의 3개 폴이 사용돼 꼭지점에서 3개가 교차하도록 돼있다. 스타이카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양쪽이 대칭형으로 설계돼 2인이 사용하면서도 불편함이 없도록 각각 전실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각자의 짐을 양쪽 전실에 놓고 사용할 수 있고 출입 또한 각자 다른 쪽을 이용하면 상대에게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또는 한쪽 방향은 항상 바람을 등지도록 함으로써 가혹한 환경에서 영향을 덜 받도록 했다.
스타이카는 폴에 의지해 자립할 수 있는 모델로서 펙을 박지 않아도 어느 곳에서나 설치할 수 있다. 물론 6개의 아웃터 텐트 끝에 펙을 박아 견고하게 고정할 수 있고 역시 각 폴의 양쪽 총 6군데 가이라인을 펙을 이용해 박으면 혹독한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돼있다.
천장에는 두 곳의 환기구가 지퍼로 개폐가 가능하도록 돼있고 그에 따라 아웃터 텐트에서도 여유롭게 지퍼 개폐가 가능하고 아웃터 텐트 위에 환기구 커버가 별도로 부착돼 있어 악천후에서도 환기구의 개폐를 가능토록 했다.
이너텐트의 크기는 세로 230cm, 가로 140cm 이고 양쪽 전실 폭은 80cm, 높이는 110cm다. 폴의 길이는 387cm. 포함된 펙은 Y형으로 힐레베르그는 텐트 재질에 따라 1800 모델은 Y형을 1200 모델은 V형 펙을 포함시켜 견고함과 경량화에 따라 차별을 두었다.

1인용 매트리스와 동계용 1500g 침낭을 깔아놓으 모습. 반대편에도 동일한 전실공간이 있다.
풋프린트도 해체하지 않고 사용 가능
힐레베르그는 각 모델 별 풋프린트를 별도로 판매하고 있는데 각 텐트의 모양에 정확하게 맞도록 고리를 걸어서 이용하도록 설계돼 있다. 힐레베르그 텐트를 구입할 목적이라면 풋프린트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좋다. 체험을 했던 속리산에서는 초저녁부터 밤이슬이 내리기 시작했는데 풋프린트와 텐트, 그리고 매트리스 하나만을 사용했는데 다음날 내부 바닥에서는 전혀 습기를 느낄 수 없었다.
결로 현상에도 이너 텐트는 보송보송
이틀을 스타이카에서 자고 일어났다. 아웃터 텐트에는 결로가 발생해 촉촉했다. 하지만 이너텐트에는 전혀 그러한 현상 없이 쾌적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물론 비가 오거나 한 것은 아니라서 보다 가혹한 환경에서의 결과는 이 체험기에서 거론하기는 어렵겠지만 초저녁부터 밤이슬이 꽤 맺히는 정도의 상황에서 이 정도의 결과라면 일단은 합격점을 줄 수 있겠다. (물론 그 가격을 생각해 봤을 때 이 정도의 성능도 아니라면 누가 힐레베르그를 구입하겠는가?) 사실 힐레베르그가 아웃도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텐트임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 가격을 보면 선뜻 구입하는 것이 당연히 망설여진다.

스타이카 모델의 경우 현재 국내판매가는 110만원, 풋프린트는 98,500원으로 총 119만8,500원이 필요하다. 역시 만만치 않은 비용이다. 조금 과장하면 비슷한 규격의 텐트를 다소 저렴한 중급 모델로 구입할 경우 3~4동 정도도 살 수 있는 가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체적으로 개발해 사용하고 있는 Kerlon 재질이 갖는 우수한 인장강도와 설치 및 해체의 단순함과 텐트만을 만들고 있다는 전문성 등을 고려할 때 힐레베르그가 갖는 매력은 쉽게 떨쳐버리기 어려울 것 같다. 체험 전 사진과 온라인을 통해서만 볼 때 힐레베르그의 레드컬러와 실제로 텐트를 설치하고 보는 힐레베르그만의 붉은 색은 조금 거짓말 보태 그 빨간색의 포스만으로도 사고 싶은 매력을 느끼게 했다.
국내 여건에서는 1200 모델도 무리 없을 듯
실제 스타이카 모델을 체험하고 힐레베르그의 카달로그와 온라인을 통해 공부한 결과 국내에서 사용할 경우 Kerlon 1200 모델도 전혀 부족함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일반 원정용의 텐트가 2kg 내외의 인장강도이지만 힐레베르그 Kerlon 1200 모델은 12kg의 인장강도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 모델별로 갖는 특성과 디자인에 따른 용도 등은 힐레베르그 텐트를 구입하고자 하는 이들이 반드시 잘 살펴보고 선택을 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특히 8인용 아틀라스 모델을 제외하고는 Keron과 Nallo, Stalon 모델만 4인용 모델이 출시되고 있으며 2인용, 1인용 모델이 주를 이루고 있다. 더불어 Keron, Nammaj, Kaitum, Nallo 4가지의 터널형 모델은 각각 GT 모델을 별도 출시하고 있는데 이는 전실을 확장한 모델로 힐레베르그의 대표모델인 Keron의 경우 전실 길이가 일반모델은 105cm 인데 반해 GT 모델은 185cm다.

좌)키184cm 남자가 누워있다.
우)두 곳의 지점을 연결한 가이라인을 펙을 이용해 박도록 돼있다.
캠핑용으로 적당한가?
힐레베르그는 대부분의 모델에 대해 4계절 사용이 가능한 전천후 텐트임을 표방하고 있다. 악천후와 고산 등반, 사막 등 악조건에서의 상황을 모두 고려해 제작된 텐트이니 만큼 오토캠핑이나 일반적인 이용자가 사용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보다 액티브한 캠핑과 등반, 각종 아웃도어 활동을 다양하게 즐기는 이라면 그에 따른 여러 개의 텐트를 상황에 맞춰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힐레베르그 하나로 자신의 아웃도어 라이프를 해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또 이른바 솔로 캠퍼나 간단 모드로 캠핑을 즐기는 이에게는 힐레베르그 텐트와 타프가 또 다른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높은 가격대는 분명 고려대상이지만 말이다.
4계절을 사용해야 하는 텐트를 단 이틀 간의 경험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오직 텐트 하나만을 만들고 있는 힐레베르그사의 장인정신을 토대로 한 스타이카 텐트는 짧은 시간의 체험으로도 힐레베르그가 왜 명품의 반열에 올라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했다. 개인 취향에 따라 그 선호도는 다르겠지만 아웃도어에서 마주쳤다면 분명 한번 뒤를 돌아보게 하는 녀석임이 틀림없다. 명품 다운 디테일이 살아 있는 텐트다.
글.사진 한(autocamping@ymail.com)

좌)이너텐트 천정은 지퍼로 개폐가 가능해 환기토록 되어 있다.

좌)양쪽 문을 모두 오픈한 상태의 모습.

폴만 끼운 상태. 이 상태에서 후크를 걸어주거나 빼서 설치/해체를 한다.

폴을 해체해서 바닥쪽으로 뒤짚어 놓은 모습.

힐레베르그가 제공하는 샘플원단. 왼쪽이 일반 립스톤나일론, 오른족이 힐레베르그사 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