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 황금의 땅 ㅡ4권 10 11명의 전사 보고를 마친 에르난데스는 수건을 꺼내어 얼굴의 땀을 닦았다. 카스틸로 앞에서는 템 앞의 쥐처럼 꼼짝하지 못하는 시농을 했고실 제로도 그렇게 되었다. 카스틸로가 연대장이었을 때부터 그의 부관으 로 인연을 맺었던 사이니만치 그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네이바 분기점에서는 아흡 명 전원을 사살했단 말이지?" 카스틸로가 그를 쏘아보며 물었다. "생포하거나 부상을 입고 잡힌 놈은 없나?" "없습니다, 각하. 워낙 완강하게 저항하다 보니까 우리측에서도." 머리를 들고 단호하게 말했으나 실제는 다르다. 아흠 명 중 세 명은 부상을 입었는데 이쪽에서 미처 손을 쓰기도 전에 자살해 버렸다. 그 런 것을 말해 보아도 이로울 게 없었으므로 에르난데스는 전원 사살로 보고를 한 참이다. "각하, 그놈들은 최신형 이스라엘제 우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라 파엘측이 이번에 무기를 신형으로 구입한 것 같습니다. " "그리고 요즘들어 놈들의 준동이 심해졌습니다. 며칠 전에도 산타마 르타에서 일단의 라파엘측 게릴라가 충격을 가해서‥‥‥‥ "라파엘은 지금 어디에 있지?" 카스틸로가 그의 말을 잘랐다. "네, 오르쿠에 근방에 있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오르쿠에를 깡그리 소탕할 작정이다. 서부 지역에 있는제1군을째 내어 앞을 막고 오르쿠에에 있는 제5군으로 뒤를 치게 해서 그놈의 도 시를 초토화시켜 버리겠다. " 카스틸로가 눈살을 모으고 한 마디씩 힘을 주어 말했다. 즐름비아에 있는 3개 군단 중 2개 군단을 움직이는 전쟁이나 다름없는 작전이다. 에르난데스는 긴장으로 은몸을 굳혔다. "각하, 그렇다면 이번 작전은 언제 시작하고 지취는 또 는‥‥‥ "오늘 저녁에 군시정관과 사단장 전원이 모인 작전희의를 한다. 그 리고 기간은 최대한 딸리, 늦어도 일주일 내에 시작한다. " 카스틸로는 말을 그치고 물끄러미 앞에 서 있는 에르난데스를 바라 보았다. "제 1군과 5군을 총지춰하려면 누가 나을까?" 이윽고 그가 묻자 에르난데스는 다시 손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닦았 다. 1군 시정관은 에르난데스와 마찬가지로 카스틸로가 사단장이었을 때 연대장이었던 도밍고 대장이 맡고 있다. 그는 성품이 소탈하고 비 교적 청렴한 인물이어서 군과 국민들의 신망이 높았다. 그러나 5군사 령관은 그들과는 조금 격이 떨어지는 프란시스코 대장이었으므로 이 번 작전의 총사정관은 도밍고나 에르난데스 둘 중의 하나였다. "각하, 제 생각으로는 도밍고 대장이 나을 것 같습니다. 그는 군대 내의 평판도 좋을 뿐더러." "그럼 자네는 평판이 더러운 모양이군." 카스틸로가 선뜻 말을 자르자 에르난데스는 다시 이마의 땀을 닦았 다. "에르난데스, 그런 말을 한다고 해서 내가 도밍고를 질투할 것 같 나?" "아넘니다, 각하. 저는 단지." "너는 및날부터 평판이 더러웠어. 구질구질한 것까지 먹어 치워서 네 별명이 쓰례기차라고 하더군, " 심한 모욕이었으므로 에르난데스는 손수건을 움켜쥐며 카스틸로를 美아보았다. 이래도 명색이 계엄 총시정관이자 수도권 방위를 맡은 제 2군단의 사령관이었다. "그걸 알고 있었나, 에르난데스?" 표정 없는 얼굴로 카스털로가 물었으므로 에르난데스는 시선을 내 리고는 어깨를 늘어뜨렸다. "모르고 있었습니다, 각하." "특별 통행증을 만들어서 얼마나 거둬들였나?" 에르난데스는 오늘은 카스틸로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 졌다. 잔잔하여 표정이 없는 얼굴이었지만 저 표정으로 정적들을 직접 美아 죽이는 것을 보았다. 이럴 때에는 매달려 우는 것이 상책이다. "각하, 계엄군의 경비가 국가 예산으로는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잘 못되 었습니다. " "17억 페소쯤 거둬들였습니다. " "제가 모두 국고에 헌납하도록 하겠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에르난데스,라파엘이 정권을 잡았을 때 살아 남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말해 화라." 난데없는 말이었으므로 에르난데스는 눈을 물백이며 한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 그가 다시 물었다. "넌 어때? 에르딘데스." "저는 죽숩니다. 아마 총살당할겁니다. " 턱을 들고 어깨를 편 에르난데스가 대답하자 카스틸로가 입술 끝으 로 웃었다. "도팅고는 어떠냐 "프란시스코는? 페리코는? 그리고 카를로스는?" 카를로스의 이름이 불려지자 에르난데스의 늘어진 눈샙이 조금 치 리 올라갔으나 입을 열지는 않았다. 여기서는 죽을 사람은 살고 살지 모르는 사람은 죽는다. 그것을 섣불리 말할 수는 없었다. 카스틸로는 그의 대답을 기대하지 많은 것 같았다. 그는 한동안 시 선을 벽에 던지고 있더니 서람을 열고 諦은 서류철을 꺼내어 에르난데 스의 앞쪽으로 던져놓았다. "에르난데스, 그 속에 고영무라는 한국인 놈의 사진과 인적사항이 적혀 있다. 그것을 전국에 뿌리도륵. 무슨 수랄을 써서라도 생포해야만 한다. 어절 수 없는 경우라도 산 채로 잡아라. 그놈의 일당이 있을테니 까 일당까지." 에르난데스가 파일을 펼쳐 보고는 머리를 들었다. "각하, 이건 누구입니까?" "작년에 살인사건을 저질렀던 한국인이야. 도방쳐서 아직 잡히지 않 았다. " "중요한 증인이야. 전 계엄군과 경찰,정보부원에게 즉시 지시하도 록. 생포하면 2계급 특진에 1억 페소즘 준다는 방송을 해도 좋다. 신 문, 방송, 어느 것이나." "놈은 라파엘이 보낸 암살자다. 놈의 목표는 나와 너 둘이야, 그렇게 알떤 된다. " 에르난데스의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그는 들고 있던 고영무의 사진에 노골적인 증오의 시선을 보내었다. 방금 카스틸로가 한 말이 그에게 충격을 준 것이다. 카스틸로는 그와 한배를 타고 있다고 자신을 지칭해 주었다. 그것은 재신잉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고영무의 목표가 카스별로와 도 밍고였다면 아마 그는 이 자리에서 끌려 나가 총살이 될지도 모른다. 에르난데스는 마음 속으로는 고영무에게 감사하면서 그의 사진을 무섭게 노려보았다. 일이 있어서 시내에 나와 산타마리아투우장 옆을 지나던 민기칠딘 사람들이 모여 선 곳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사람들이 공용게시판 앞에 모여 있었는데 커다란 사진과 내용이 붙은 현상 포스터를 바라보고 있 는 중이다. 눈을 깜박이며 사진의 얼굴을 바라본 민기철은 숨을 들이마셨다. 놈 의 얼굴이 낮이 익었다. 그리고 밑에 써 있는 이름과 인적사항을 보자 바로 그놈이었다. 고영무를 잡으면 1억 페소의 현상금에다 2계급 특진이 보장되었다. 엄청난 포상이었다. 출름비아에 이민온 지 30년이 되었지만 이런 현상 포스터는 처음이었다. 고영무의 여권 사진을 확대했는지 입술 끝으로 잔잔히 옷으면서 와 글거리는 군중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던 민기철은 차출 가습이 가라앉아 갔다. 이제까지 콜름비아의 한국인 중에서 이만큼유명한사람도 없을 것 이다. 수백 명밖에 되지 않는 이민 사회에서 이놈 한 놈 때문에 콜름비 아 내의 한국인의 존재가 단숨에 부각되었다. 아마 이민을 백만 명종 와서 주변을 돌아다니며 얻는 효과와 같을 것이다. 발걸음을 떼면서 민기철은 과연 고영무가 지독한 놈이라는 생각을 했카. 그런 놈한테 김강남과 호세 김이 곁없이 달려들었으니 그런 결 과가 나온 것이 당연했는지도 모른다. 고영무는 지난번의 살인죄 외에 내란음모죄와 병사를 15명이나 살 해한 죄과가 추가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를 꼭 생포해야 한다는 것이 다. 카스틸로 정권이 전력을 다하여 그를 잡으려고 하는 것을 알 수 있 었다. 주차시켜 놓은 차를 타고는 시내를 달려 민기철이 들어선 곳은 시내 에서 떨어진 호세 김의 자동차 수리공장이었다. 그는 김영지가 어머니와 함께 서울로 들어간 이후로 공장을 관리하 고 있었는데 이제는 배를 다른 사람에게 맡겨놓고는 수리공장 일에 매 달려 있었다. 김영지가 가구를 그대로 남겨놓고 갔기 때문에 불편한 점도 없었고'몸만 옮겨오면 되었다. 펀 머리칼을 쓸어 올리며 민기철은 구부정한 어깨를 끄덕이면서 공 장을 지나쳐 숙소로 들어딘다. 아파트의 베란다 쪽문을 열어 집 안의 묵은 공기를 흘려 보내고 난 김영지는 베란다의 난찬을 잡고 한동안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5층 아래였으므로 아파트의 현관 계단을 오르는 사람들의 얼굴이 똑쪽히 보였고 앞쪽 주차장에서 가볍게 입을 맞추고 혜어지는 남녀도 보인다. 김영지는 몸을 돌려 응접실로 들어딘다. 박정환과 혜어진 지 보름이 넘었으므로 그도 차총 마음을 잡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는 바뿐 사람 이다. 정신없이 회사일에 매달리다 보면 시간은 금방 가고 어느덧 잊 힐 것은 잊혀진다. 김영지는 소파에 맞아 팔장을 끼고는 한쪽 다리를 무릎 위에 올려놓 았다. 등을 의자에 기대고 눈을 감자사정없이 외로움이 밀려들었고 온몸 이 나른해졌다. 서울의 외삼촌댁에 가서 어머니와 함께 지내야 한다고 마음먹고 있었으나 말을 잃은 어머니를 보면 이쪽이 더 견딜 수가 없 어지는 것이다. 전화벨이 울렸으므로 김영지는 눈을 였다. 그러고는 한동안 저절로 튀어나을 듯이 울리는 전화기를 바라보았다. 저 전화가 박정환의 것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가 이내 스스로 를 꾸첫으며 수화기에 손을 델었다. 그렇다면 그를 두 번 배신하는 것 이 되고 만다. "여보세요." "아, 영지냐? 나, 민 아저씨다. " 보고타의 민기철에게서 온 전화였으므로 김영지는 다리를 내려놓고 상체를 됐다. "어머, 아저씨. 안넘하세요? 별일 없으시죠?" 불안해하는 그에게 이곳에서 두 번 전화를 했었고 그때 전화번호를 알려 주었던 것이다. "별일이 있어. 큰일이야." 민기철의 목소리가 켰으므로 김영지는 수화기를 고쳐 쥐었다. "아저씨, 무슨 일인데요?" "고영무 그놈이 내란음모죄로 전국적으로 수배령이 내렸다. 옛날의 살인죄까지 추가시켰더라. 그리고 이곳에 지금 있는 모양인데, 글째 병 사들을 열다섯이나 죽였다는구나. 방송과 신문이 난리다, 난리야." "생포하면 1억 페소에다가 2계급 특진이야.모두 그놈 잡으러 나설 참이다. " "네 오빠하고 아버지의 원수는 이제 앉아만 있어도 갚게 되겠다. 곧 잡힐테니까 말이다. " 김영지는 손가락을 곧게 펴서는 이마 위에 맺힌 땀을 닦았다. "사필귀정이다. 인과응보라고도 하고. 놈은 이제 죄값을 받게 되었 다. 영지야, 듣고 있는거냐 "네, 아저씨." "거리마다 벽보가 붙어 있고 신문, 방송 할 것 없이 떠들어. 한국인 이름이 이렇게 많이 나오는 것도 내 평생 처음이다. " "그럼 그 사람, 지금 콜름비아에 있어요?" 김영지가 겨우 물었다. "그럼. 그러니까 병사들을 죽이고 내란음모인가 뭔가를 했겠지. 도 대체 무슨 속인가 모르겠다만." 민기철은 김영지가 기배하리라고 생각했는지 한참을 더 떠들다가 어머니의 안부를 묻고는 전화를 끊었다. 수화기를 내려놓은 김영지는 한동안 그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이건 크링거의 것이 틀림없습니다. 놈이 카를로스에게 정보를 준겁 니 다. " 지미 골드가 주먹으로 책상을 내려쳤는데 어지럽게 서류가 덮인 곳 을 때렸으므로 종이 몇 장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놈을 잡읍시다. 망설일 것 없습니다. 내가 그렇게 주의를 주었는 데도 그놈은." "이봐, 지미. 조용히 입 학쳐." "당신이나 닥쳐요, 앨버트." 그러나 버럭 욕설을 퍼부을 줄 알았던 앨버트가 의자에 등을 기대면 서 멀거니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이제는 지미가 금방 초조한 모양이었디. 눈을 끝택이며 앨버 트를 바라보다가 좌우를 두리번거렸다. "지미, 조금 전에 로스만하고 통화를 했는데, 로스만이 포크너하고 이야기를 한 모양이야." 앨버트가 입을 열었으므로 지미는 몸을 굳쳤다. 그들은 거물들인 것 이다. 로스만은 마약부의 부장이고 포크너는 대통령의 안보보좌관이 다. "그런데 로스만은 CIA가 이번 일에 상당히 유감을 가지고 있다는거 야. 워렌이 포크너에게 항의를 했다는군." 지미가 곧 눈샙을 와락 찌푸렸다. "정보가 새어 나간 것은 어떻게 책임을 지구요? 그들이 부에나벤투 라에 상륙했더라면 카를로스의 부하들에게 모조리 당했을겁니다. 문제 는 워렌하고 크링거가 유별난 사이라는 거지요." "이봐, 쓸데없는 추측은 하지 말도록 해. 아무리 워린이 그와 천하더 라도 공과 사를 혼동할 사람이 아니야." "당신은 발은 그렇게 하지만 얼굴 표정에는 그를 의심하고 있어요, 」 "이런 망할 자식." "CIA 체제상 워랜 혼자만 알 수도 없는 일이라서 부에나벤투라가 노출된 걸 알고 나서는 CIA는 빠지기로 합의가 된 일 아님니까? 그런 데 지금 와서 왜." "이봐, 고영무가 하는 일은 CIA의 일이야. 빠질 수가 없어." 앨버트도 곤혹스러운 듯 손바학으로 얼굴을 쓸었다. "그도 포크너의 제의에 동의는 했지만 속으로는 불편했던 모양이야. 이번 사건이 일어나자 노골적으로 우릴 공격하고 있어. 워랜은 국회에 이 일을 보고하겠다고 했다는군. CIA를 무시하고 일을 하다 CIA는 물 론 국가의 얼굴에 먹칠을 했다고." 지미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교활한 놈, 병 주고 약 주는군. 놈은 일을 망쳐놓고 우릴 공격하는 겁니다. CIA 공작을 우리한테 하고 있어요." "지금으로서는 로스만이나 포크너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야." "워렌 그놈이 일을 주도했다면 고영무는 콜롬비아에 발을 디디지도 못했을겁니다. 아니, 디디자마자 죽거나 잡혔겠지." 이제 크링거의 이름은 그들의 화제에서 쪽 들어가 있었다. 워랜이 잠자코만 있었더라면 지미나 앨버트는 크링거를 상대로 죽이느니 살 리느니 공방을 하다가 어떤 조처를 내릴 수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핀영무의 이름과 얼굴이 콜룹비아 전국에 대서특필되고 거 리마다 붙어 있는 시점이 되자 때를 맞추듯이 워랜이 이쪽을 치고 나 온 것이다. 그는 이제 곧 고영무가 카스틸로에게 잡혀서 미국 정부가 시킨 일이 라고 날낱이 자백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 것 같았다. 물론 그렇게 된다 떤 미국 정부는 커다란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카스틸로가 무슨 짓을 했건 주권국가의 대통령이다. 그가 잘못을 저 질렀다면 유엔이나 다른 국제기구를 통하여 공정하게 해결해야지 암 살단을 보내어 살해하려 했다면 아마 남미 국가의 대부분이 연합하여 미국 정부에 등을 돌릴 것이었다. "어편지 워랜 그놈이 부에나벤투라가 노출되었다고 하니까 순순히 CIA는 빠지겠다고 동의한 것이 수상했었습니다. 놈은 지금 고영무의 인적사항을 그쪽에다 흘려 주고 나서 우리 등을 치고 있습니다. " 지미의 목소리에는 아까보다 열기가 식어 있었다. 어됐든 지금 이쪽 이 수세에 몰려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지금 당장의 희망은 고영무가 그저 제발 콜름비아를 빠져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지미는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알고 있었다. 그는 이제 겨우 보고타에 들어갔을 것이다. 부랑자 합숙소의 천막 밑에 앉아 있던 고영무는 머리를 들었다. 산 토스가 다가오고 있었다. 손에는 한아름의 중이봉투를 들고 었었는데 시내에서 먹을 것을 사온 것이다. 그의 뒤를 따르는 다른 대원 한 명도 봉투를 들고 따라봤다. "산토스가 생각보다 빨리 오는군." 옆에 앉아 있던 짐이 혼자소리처럼 중얼거렸다. "보스, 야단났습니다. " 봉투를 다른 대원에게 건성으로 넘겨 주면서 산토스가 고영무를 바 라보았다. "보스의 사진이 거리마다 붙어 있습니다. 잡으면 엄청난 포상을 준 다고 책어 있더군요. 신문과 방송에도 나왔습니다. " 그는 봉투를 잡아당겨 안에서 신문 한 장을 꺼내어 내밀었다. 고영무가 힐끗 주위를 둘러보았다. 지난번에 묵었던 부랑자 합숙소 였다. 이번에는 제일 가에 있는 천막 한 채를 그들이 쓰고 있었으므로 다른 부랑자는 없었다. 대원들이 그가 펼치는 신문에 모여들었다. 고영무는 자신의 커다란 사진을 보았다. "잡으면 1억 페소에 2계급 특진이군요, 보스." 짐이 큰 활자만 읽었다. "생포하라고 했습니다, 어떻게 하든지." 대원들은 모두 신문에 집중해 있었다. 짐이 다시 말했다. "보스는 내란음모죄에 옛날 살인죄가 추가되었고 병사 15명을 죽였 다고도 했습니다. " 짐이 머리를 들어 고영무를 바라보았다. "보스, 우리가 처치한 것이 15명입니까? 네 명이었는데, " "이거, 네이바 분기점에서 라파엘측의 병사 아흡 명을 전멸시켰다고 하는데, 인적사항은 없군요." 대원 한 명이 밑단의 기사를 손가락으로 짚으며 말했으나 아무도 말 을 받는 사람은 없다. 매일 수십 명씩 정부군과 라파엘측의 병사들이 죽어간다. "이거 내가 꽤 유명인사가 되었군." 덕을 쓸며 고영무가 말하자 우선 최대광이 피식 웃었다. 그러자 신 용만이 따라 웃고 짐과 산토스가 뒤를 따랐다. 모두들 택을 들고 한 번씩 웃고 나자 시장기를 느편 모양이었다. 누 군가 바박에 신문지를 펼쳐 깔았고 다른 대원들이 봉투에 든 음식물을 쏟아놓았다. 고영무의 얼굴 위에 합 덩어리 한 개가 놓여졌고 이내 얼굴은 보이 지 않았다. "아무래도 계획처럼 호텔이나 아파트를 얻을 수는 없을 것 같다. " 소시지가 든 합을 셉으면서 고영무가 말하자 모두 우물거리면서 그 를 바라보았다. 밖은 어두워져 있었고 천막 안에는 30촉 전구 한 개가 매달려 있다. 그들의 시선을 받으면서 고영무는 가습 한쪽이 무거워져 오는 것을 느 졌다. 10여 일 동안 같이 생활해 오면서 이제 마음으로부터 자신을 따 르고 있는 것이 그들의 표정에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다른 곳을 알아보아야겠군." 짐이 머리를 한쪽으로 누인 채 그를 바라보았다. "보스, 도대체 어디에서 정보가 나값을까요?" "그건 아직 모른다. " 고영무는 자르듯 말했다. "곧 알게 되겠지. 브루노나 후안의 그룹이 무사히 도착해야 할텐 데" "브루노는 열차를 타기로 했고, 후안은 고속도로니까 별일이 없었다 면 내일 힐틀 호텔에 나가면 만날 수 있을겁니다. " 식사를 서둘러 마친 대원 두 명이 천막 밖으로 나갔다. 밖에서 경비 하고 었는 다른 대원들과 교대하기 위해서였다. 보고타 교외의 검문소에서 2킬로즘 떨어진 마을에서 내린 그들은 마 을의 공터에 차를 세워놓고 앞장 서서 안내하겠다고 굳이 우기는 마르 비오를 앞세우고는 검문소를 우회해서 시내로 들어왔던 것이다. 짐 버클리는 마르비오에게 2백만 페소를 주었는데 약속보다 두 배의 돈을 받은 마르비오는 춤을 추는 듯이 어깨를 올리고 발을 높게 떼면 서 돌아갔다. 오후에 보고타로 들어온 그들은 곧장 부랑민 수용소로 들어왔는데 입고 있던 산부복은 모두 태워 버렸다. "짐, 내일 아침에 네가 L凡로 전화를 해라. 내가 번호를 알려 줄테니 까. " 천막의 기둥에 둥을 기대면서 고영무가 말했다. "무슨 수를 써야지, 이 얼굴로 시내에 나갈 수는 없겠군," 손바닥으로 얼굴을 랄며 고영무는 짐을 향해 템긋 웃었다. "그놈은 보고타에 들어왔어. 틀림없다. " 카를로스가 문도를 딘아보터 말했다. "지금 보고타의 어디엔가에 있다. " 인구 4백만이 넘는 보고타에서 그를 찾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문도 어됐든 머리를 끄덕였다. "카를로스, 놈은 들어왔더라도 꼼짝할 수가 없을겁니다. 그놈 얼굴 이 도시 전체에 알려졌으니까요." "방심은 금물이야. 에르난데스 같은 돼지에게 일을 맡기고 구경만 할 수는 없어."
< 계 속>
[이원호] 황금의 땅 ㅡ4권 11 카를로스는 문득 머리를 들었다. "그놈이 한국인 집에 숨어들지도 모른다. 한국인들을 철저히 감시하 도록 해. 같은 동포라고 숨겨 줄지도 모르니까." "알겠습니다. 카를로스." "카스틸로는 이 기회에 라파엘의 뿌리를 물아 버릴 모양이다. 제1군 을 움직여서 오르쿠에로 보낸다고 들었어." 어디에서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커다란 사건이었다. 이제까지 1군은 서부 지역에 배치된 채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 "에르난데스와 도템고 둘 중의 하나가 연합군 사령관직을 맡게 될텐 데, 지금 카스털로는 둘을 저울질하고 있어." 카를로스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두 놈 다 믿지 않으니까 말이야.두 놈 중에 더 바보 같고 약점이 많은 놈이 되겠지." 문도가 잠자코 머리를 끄덕였다. 1군을 오르쿠에로 이동시키려면 보 고타를 통과해야 한다. 카를로스는 그것이 불안한 것이다. 1개 사단의 말 잘 듣는 사단장과 충성스런 연대장 세 명으로초 대통령궁을 점령할 수가 있다. 경호실이 있기는 하지만 전차와 포를 가진 군대에 대항할 수는 없다. "고영무는 미국 마약부에서 보낸 놈이야. 카스틸로에게는 그런 이야 기를 안 했지만 마약부는 CIA를 젖혀두고 이 일을 추진하고 있단 말 이다. " 카를로스가 콧수염을 쓸면서 말했다. 호화로운 응접실에는 향기가 풍겨 나왔다. 은근하고 조금은 습기가 벤 법새였는데 응접실에 한 시간이 넘게 맞아 있다 보면 저절로 기운 이 솟고 즐거워지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것은 응접실 구석에 놓인 가습기에서 조금씩 물어져 나오는 마약의 기운 때문이다. 카를로스는 이런 독특한 방법을 개발해낼 줄 아는 사람이었다. "카스틸로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면 놈은 나를 잡으려고 할지도 몰 라. 나를 제물로 해서 궁지를 벗어날 것이 틀림없어, 그렇지 券" "맞습니다, 카를로스. 당연히 그럴 사람입니다. " "카스틸로는 라파엘을 잡는 데 전력을 쓸고, 나는 그놈, 그 한국인 암살자를 잡는 데 신경을 쓰면 우린 손발을 맞추는거지." "그령군요, 카를로스." 문도가 정연한 그의 말에 빙그래 옷었다. 이것은 마약 기운 때문만 은 아니었다 카를로스의 명석한 두뇌회전을 보떤 철로 경탄하는 마음 이 드는 것이다. "문도, 부하들을 모두 이 일에 매달리게 해라. 에르난데스는 연합군 사령관이 되든 안 되든 고영무를 잡을 의욕을 잃게 되어 있다. 서둘러 라." "알겠습니다, 카를로스." "카를로스가 목표가 되는군." 신문을 탁자 위에 던지며 페르난도가 말하자 밀리카는 신문을 펼쳐 들었다. "페르난도, 그럼 고영무와 그 일당들이 콜름비아로 들어간 것이군 요 신문에 시선을 준 채로 밀리카가 말하자 패르난도는 머리를 끄덕였 다. "카스털로가 고영무를 이렇게 대대적으로 찾는 건 정보가 흘러 나갔 기 때문일게다. 고영무는 마약부에서 보냈어. 그것을 카스별로가 알고 있는지 어편지는 모르지만." 밀리카는 신문을 덮고 페르난도를 바라보았다. 검은 두 눈을 장박이 며 한동안 입을 열지 않는 것이 무언가를 생각하는 표정이었다. 이윽코 그녀가 입을 열었다. "페르난도, 고영무가 나를 받아들인 것은 아예 눈앞에 놓고 감시하 려는 것이겠지요?" "글째 . " 페르난도가 찬찬히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건 잘 모르겠다. 그럴 수도 있고, 또." "또 월까요?" 그의 말을 받아 그녀가 다그치듯 물었다. 페르난도가 입맛을 다셨다. 밀리카는 고영무의 저택에 머물다가 어제 다시 이곳으로 왔다. 그쪽 에서는 오가는 것에 상관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또,네 행동이 더 이상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되자,이건 내 생각이 다만 그러니까 받of들였겠지." 밀리카가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았다. 페르난도가 말을 이었다. "우선 내가 고영무한테 적개심을 잃어 가고 있다. 그놈이 갑자기 엄 청나게 커진 느낌이 들어서 전의를 잃어버렀다고나할까.그런 상황이 되었어." 그는 밀리카를 향해 빙그레 옷었다. "더 이상 자신을 학대하기도 싫었다. 불가능한 일에 매달리다 보면 좌절감만 깊게 들 것이고, 그리고 그 이후의 내 모숩을 상상하기가 두 려줬다. " "내가 그했으니까 내 기준으로 너를 판단한거지. 너는 내 동생이기 도 하니까. 너도 이제 다 버리고 네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행동하면 된 다. 다 지난 일이니까." "너는 고영무에게 증오와 연민의 감정 양쪽을 가지고 있어. 이제 증 오감을 버릴 때다. 솔직해질 때고." "페르난도." 밀리카가 짧게 그를 불렀으나 이내 아릿입술을 깨물면서 시선을 돌 렸다. "오빠인 나부터 그런다고 말해 주었잖느냐?놈은 차곡차곡 올라가 는 놈이다. 은혜와 원한이 분명한 놈이고. 이제 그놈과의 사이에는 빛 이 없다. 아무것도. 서로 주고받았어." "페르난도, 그놈의 아이를 갖고 싶어요." 불쪽 밀리카가 말을 및었으므로 페르난도는 턱을 들었다. 그러나 눈 을 치켜 뜨고 그녀를 바라볼 뿐 입을 열지는 않았다. "그놈의 o'띠를, 그것도 사내아이를 남겠어요." 시선을 내리깔았으나 그녀의 얼굴이 상기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아이를 키우며 살고 싶어요." "채, 고영무 대신 그 아이에게 보복을 하겠다는거냐 "아니면 그 아이를 사랑하겠다는거냐?" 페르난도의 말소리에 차즘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당당하게 부몇쳐라, 밀리카. 이제는 마음을 열고." "그리고 나서 아이를 낳든지 어쩌든지 해라." 그가 밀리카를 찬찬히 바라보았으므로 그녀는 머리를 돌렸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그것을 조금 느줬다, 밀리카. 너의 그에 대한 증 오가 크면 클수록 그에 대한 미련과 연민이 있는 것 같았다.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밀리카." "강한 놈에게 당연히 느끼는 여자의 감정일 것이다. 이제는 너도 당 당하게 부및쳐라. 네 마음을 속이지 말고." 밀리카는 페르딘도의 어깨 너머를 바라본 채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 다. 공항에서 택시를 탄 장규식은 스쳐 지나가는 창 밖의 풍경을 바라보 다가 머리를 돌렸다. 혹인 운전사가 제대로 말을 알아들었나 확인을 해보고 싶었다. "어이, 다운 타운의 그랜드 호텔이야. 알아들었어?" 룸미러를 힐끗 올려다본 운전사는 어깨를 한 번 으쪽 추켜 을릴 뿐 대답이 없다. "너 이 자식, 딴 데 데려다 놓았다가는 죽을 줄 알아." 그렇게 한국말로 중얼거리며 의자에 등을 붙이는데 혹인이 입을 열 었다. "염려 마라, 개새끼야." 한국말이었으므로 정신이 번책 난 장규식이 의자에서 등을 떼었다. "너 워라고 했어?" 이겐 서슴없이 한국말이다. 혹인의 나이는 감잡기가 힘들지만 삼십대일 것이다. 그렇다고 대놓 고 개새끼라니, 장규식은 바짝 화가 났다: "이 씨발놈의 새끼를." 흑인이 힐끗 룸미러를 올려다보더니 다시 한 번 어깨를 움칫 치켜 을렸다. 그러고는 기아를 현속시켰다 속력을 줄였다 하면서 고속도로 를 달리고 있다. 한동안 그의 뒤통수를 쓰아보던 장규식은 이윽고 이놈이 한국말이 라고는 '염려 마라, 개새끼야' 밖에 배우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나자 저 혼자 흥분해서 냅다 욕지거리를 했던 것이 및책어 그 는 입맛을 다시면서 다시 의자에 등을 기대었다. 이번에 일을 성사시키려고 온 것은 아니지만 초장부터 이꼴이니 입 맛이 했다. 그날 저녁 새옷으로 갈아 입은 장규식이 흥성회가 경영하는 룸살롱 에 들어딘을 때 홍성희는 마침 이은영과 마주 앉아 무슨 이야기를 하 '고 있던 참이었다. "어서 오세요." 자리에서 일어서던 홍성회가 이내 입을 따악 벌렸다. 그리고는 두 눈을 서너 번 깜박이더니 이윽고 입가에 웃음기가 몇켰다. "어머나, 지배인님이 편일이세요?" 그녀가 다가와 악수를 청했으므로 장규식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저 지나다가 들렀습니다. 궁금하기도 하고." 그에게 자리를 권한 홍성희가 버릇처럼 문 쪽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그가 언제나 바늘과 실처럼 따라다딘던 유장수가 떠올랐기 때문일 것 이다. 홍성회는 난데없는 장규식의 출현에 놀합으나 차총 마음을 가라앉 혔다. 이제 장규식도 유장수와 등을 돌린 사이였다. 최대광의 말을 들으면 장규식과 유장수는 원수지간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목숨 도 따지고 보면 장규식의 정보로 살아난 셈이다. "정말 반가워요, 지배인넘. 오늘은 제가 술을 살게요." 홍성희가 활기를 찾아 웃으며 딸하자 그는 머리를 저었다. "그럴 수가 있습니까? 술 얻어 먹으려고 온 건 아닙니다. " "그럼 매상 올려 주실래요?" "이거 혼자 와서. 길에서 몇 사람이라도 주워 오는 건데." 장규식은 흘을 둘러보았다. 아직 저녁 8시밖에 되지 않아 서울 같으 면 이른 시간이었으나 테이블이 20여 개가 넘는 흘인데도 빈 자리가 두어 게밖에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이 한국사람이었다. "장사가 잘 되는군요." 장규식이 말하자 그녀가 다시 밝게 웃었다. "기분파 사람들 있잖아요. 여기라고 서울하고 다를 것 없죠. 한국사 람들이 몇십만 되니까." 종업원이 쟁반 가득 안주와 술을 가져오더니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서울 일은 잘 되세요?" 그녀가 장규식의 잔에 술을 채우며 물었다. "네, 대충 잘 ◎니다. 그런데 어디 가셨습니까?" 주위를 둘러보는 시능을 하며 장규식이 묻자 그녀는 머리를 」1덕였 다. "여행 가셨어요. 왜요? 무슨 볼일이 있으세요?" "네, 조금." "급한 일이에요?" "그럼 연락할 수는 있습니까?" 흥성희가 머리를 저었다. "연락할 수는 없지만 무슨 일인지 말씀하시면 도와 드릴 수는 있어 요. 그이가 남겨 둔 사람이 있거든요." "그럼 신용만씨 말입니까?" "아니, 신용만씨도 함께 가싫어요. 그 사람은 우리 그이의 심부름을 하는 사람이 에요." 장규식은 얼른 이해가 가지 않았으나 머리를 끄덕였다. 어줬든 최대 광과신용만이 여행을 떠나 LA에 없다는 것은사실인 모양이었다. 그 들이 자신을 피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그런데 무슨 일로 오셨는데요?" 궁금한지 흥성희가 다시 물었다. "이것저것 사업도 알아보고 흥성회씨 사업이 잘 되신다니까 저도 한 번 해볼까 해서 구경왔지요." "제가 여기 있다는 것은 어떻게 아셨는데요?" 장규식이 힐끗 그녀에게 시선을 주었다가 떼었다. "김종무가 소문을 퍼뜨리고 다딘습니다. " "김중무?" 눈법을 모은 홍성희가 눈을 여러 차례 깜박였다. "지난번에 이곳에 왔다가 추방당했지요." 장규식의 말에 홍성희가 입을 벌린 채로 머리를 끄덕였다. "아아, 그 사람이 ." "그 친구, 이성철씨라고 아시죠?그 사람 부하입니다. " "유장수씨도 아마 지금즘은 알고 있을검니다. 흥성희씨가 여기에서 이 사업 하신다는 것." 흥성희의 얼굴을 본 장규식은 눈을 치켜 줬다. 당연히 놀라거나 불 안해할 줄 알았던 홍성회가 입가에 회미하게 웃음을 띄우고 있었기 매 문이다. "까짓, 알면 어때요? 여긴 한국이 아니에요." 흥성희가 그의 빈 잔에 술을 채우며 말했다. "전화 한 통이면 돼요, 그런 사람." 장규식은 끄덕이며 술잔을 들었으나 그 전화가 경찰에게 하는 것인 지, 아니면 누구에게 하는 것인지는 짐작하지 못했다. 유장수는 열심히 그의 다리를 주무르는 임희정의 동그란 얼굴을 을 려다보았다. 긴 머리를 흩뜨린 채 두 손으로 그의 무릎을 누르던 그녀 의 손길이 차층 허백지로 올라왔다. "더 세게 해드려요?" 힘을 쓴 탓인지 얼굴이 빨강게 달아오른 그녀가 물었다. 동그란 눈 에 포도알템이 같은 눈동자가 밝았고 입술은 도톰했다. 알맞게 선 콧 등 위에 조그만 땀방울이 맺혀 있는 것도 귀여줬다. "응, 조금 세게 " 그녀는 유장수가 최근에 발굴해낸 모델이다. 예쁘고 잘 빠진 여자를 찾으라면 한 시간 안에 백명이라도 찾을 수가 있다. 유장수의 지론은 그 중에서 운을 타고난 여자가 유명인이 된다는 것 이고, 자신은 그 운을 만들어 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언제나 당당하게 알려 주었다. 임희정은 운을 믿으려고 유장수의 애인이 된 것인데 그것의 효과는 직통이었다. 하롯밤 동침 후에 그녀는 다음날 유명 음료수의 CF 활영 을 했고 일주일 후에는 대기업의 잠옷 CF 모델이 되었다. 유장수는 점점 그녀의 손길이 아래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끼면서 잠자코 천장을 바라보았다. 언뜻 흥성회의 얼굴이 떠올랐다가 지워겼 다. 흥성희가 지금 LA에서 룸살롱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성철이 생색을 내듯이 알려 주었는데,그놈은 방송국이나신문의 연예 부 기자들에게 생색을 내는 것도 잊지 않을 것이다. 유장수가 가볍게 콧바람을 블었으므로 임회정이 손을 멈추고 이쪽 을 바라보았다. "왜요? 아파요?" "아니, 팬찮아." 임회정의 손 끝이 그의 중요한 부분에 닿았다. 그녀는 감질을 내듯 이 그 부근의 다리를 주무르면서 손 끝으로 그곳을 건드리고 있었다. 유장수는 입가에 조그맣게 웃음을 띄웠다. 스물두 살밖에 되지 않았으나 임희정은 터득할 건 모두 터득해 놓고 었었다. 갖은 세파를 겪고 정상 부근까지 올랐던 흥성회보다도 어느 면에서는 더 숙달되었는데, 가정환경도 고생 없이 자란 집안의 딸인 것이다. 아마 이것도 세대차이일지 모른다. 흥성회와 세 살 차이인데도 요즘의 3년은 무섭다는 말을 들었다. 이제 임회정은 그의 중요한 부분을 가볍게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녀 는 그것이 팽창되자 파자마를 내리고는 얼굴을 가져다 대었다. 유장수 는 손을 델어 그녀의 머리칼을 쥐었다. 그녀는 상체를 숙여 그의 아랫 배에 밀착시켰다. 자신의 숨결이 조금씩 가빠지는 것을 느끼면서 유장수는 머리를 들 었다. "야, 인마, 올라와." 임회정은 두말 않고 얼굴을 몌더니 일어서서 잠옷을 끌어내렸다. 브 래지어와 팬티를 벗자 티 한 점 묻지 않은 윤기 흐르는 몸매가 드러났 다.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유장수의 몸 위에 걸터앉았다. 이윽고 유장수 는 아랫로리에서 후끈한 느낌을 받았고 임회정은 턱을 들고는 억누른 신음 소리를 내었다. 방 안은 곧 그녀의 신음 소리와 가쁜 숨소리로 가 득 찼다. 유장수는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쥐고 모든 것을 잊었다. 이자영은 시계를 내려다보았다. 10시 5분이 되어 있었다. 아랫입술 을 깨물며 주위를 둘러보던 그녀는 야외 커피승의 건너편 정원에 앙아 신문을 읽고 있던 사내와 시선이 마주쳤다. 서로 얼른 얼굴을 돌렸지만 아마도 그는 일을 부탁한 출장사진사 임 재학의 동료일 것이다. 이천에 있는 일급 호텔은 평일의 아침시간이었으므로 텅 비어 있었 고 야외 커피습도 마찬가지였다. 커피숍의 뒤쪽으로 거대한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내부 커피숍이 있었는데 그쪽도 마찬가지였다. 몇 사람 있을지 모를 투숙객들은 아마 술에 만취해서 새벽및에 찾아 온 사람들일 것이고 그들은 이쪽으로 내려오지 않는다. 언잰가 지나치 면서 들른 곳이었는데 오늘의 만남에 적당할 것 같아 장소를 이곳으로 정한 것이다. 다시 시계를 내려다보자 10시 10분이 되어 있었다. 그러자 호텔의 정문을 들어서는 컴정색 벤츠가 보였다. 박주경의 차였다. 이자영이 잠자코 앉아 지켜 보고 있는 동안 벤츠는 호텔의 정문에 서 멈췄다. 호텔의 보이가 달려 나오기도 전에 됫문이 열리더니 박주경이 내리 고 있었다 그는 한 손에 패 커다란 봉투를 들고 있었다. 운전사가 그 에게 다가가 무어라고 말을 했다. 박주경이 머리를 젓는 것이 보였다. 그는 주위를 휘둘러보다가 이쪽 을 발견하고는 곧장 다가왔다. 그가 테이블 옆쪽으로 다가왔을 때에야 이자영은 자리에서 일어쳤 다. 그러나 입을 열지 않고 역시 입을 다물고 있는박주경이 앉기를 기 다려 따라 암았다. "그 자료인가 지랄인가는 모두 가져왔겠지?" 박주경이 불쪽 입을 열었다. "입이 험해지셨어요, 회장넘, " "잔소리 마라. 난 바빠. 어서 말해." "우선 그쪽부터 확인해야겠어요." "확인해 봐." 자신의 옆 의자에 놓인 봉투를 턱으로 가리키며 박주경이 말했다. "봉투를 탁자 위로 놓아 주세요, 회장넘." 이자영을 美아보던 박주경이 마침내 봉투를 들어 탁자 위에 올려놓 았다. 종업원이 다가왔다가 이자영의 조금 있다 오라는 소리에 물러났다 이자영은 봉투의 뚜껑을 열고는 안에 있는 내용물을 꺼내었다. 1억짜리 CD 몇 장이 가지런히 묶여 있었는데 이자영은 그것을 꼼꼼 히 세더나 장수가 맞는 듯 머리를 끄덕였다. "어디 있어, 나한데 줄 건." 박주경이 채촉하였으므로 이자영은 얼굴에 웃음을 띄줬다. "가져오도록 할게요." 그러면서 그녀가 손을 들었으므로 박주경은 자신의 뒤쪽으로 머리 를 돌렸다. 그러나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벤츠의 운전사 외에는 눈에 띄는 사람이 없다. "쓸데없는 수작 부리지 마, 나도 연락만 하면 경찰이 오게 돼 있으니 까. 너 같은 계집에게 협박당할 내가 아니야." 악문 이 사이로 델듯이 말하는데 뒤쪽에서 인기척이 났다. 사내 한 명이 가방을 들고 다가왔다. "저기 있어요, 자료는." 이자영이 틱으로 가방을 가리켰다. "이것으로 끝냅시다, 박주경씨, 돈이 아까워 다른 생각 하신다면 난 얼마든지 당신을 몰아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아 두세요." 사내는 탁자 위에 가방을 올려놓았다. 그러자 정원에서 신문을 보고 있던 사내가 성를성큼 이쪽으로 다가왔으므로 이잔영은 이맛살을 찌 푸렸다.
<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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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감상~~~고맙습니다~~~~~
늘 감사히 잘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