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4.11
자동차에 올라타다 다치는 사고는 자동차보험 자기신체사고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는 분쟁조정 결과가 나왔습니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승차 도중 부상은 자동차 장치가 원인 제공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안 된다고 결정했습니다.
사고 내용을 보면 A씨는 지난해 6월19일 자동차를 운행하던 도중 전화벨이 울리자 차를 세우고 통화를 한 다음 다시 승차하다 운전석에 부딪혀 허리를 크게 다쳤습니다. A씨는 이번 사고는 자동차 운행 도중 발생한 사고이므로 자동차보험 자기신체사고 담보의 규정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해 달라고 보험사에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보험사는 이 사고는 자동차와는 무관하게 A씨의 부주의로 발생한 것이며 허리 부상과 사고의 인과관계가 없다면서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자동차보험 약관에 따르면 자기신체사고는 자동차를 소유, 사용, 관리하는 동안 생긴 사고로 상해를 입었을 때에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 역시 '보험금을 받으려면 자동차로 인해 다치거나 숨져야 한다'면서 '이번 사고는 차량의 고유장치가 원인 제공을 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A씨가 허리를 크게 다친 것은 퇴행성 변화에 의한 추간판탈골증으로 의료경험칙 상 이번 사고로 유발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다소 억지스러운 보험금 지급 요청 사례인 거 같습니다. 모든 사고를 보험으로 들이대는 운전자에게 경종을 우릴는 조정 결과로 보입니다. 보험사가 선량한 보험 가입자에게 보험금 지급을 늦추는 것도 어찌 보면 불량 고객 때문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치 길가다 전봇대에 부딪히니 한전에 소송을 거는 거와 비슷하네요..
운전을 하다 보면 가끔 반대편 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해서 들어오면 피해야 할 지, 그냥 부딪혀야 할지 황당한 상상을 할 수 있습니다. 과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당연 피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그런데 왜 그런 상상을 하게 되냐고요? 침범차 피하다가 나만 사고 나면 침범한 차는 그냥 유유히 가버리면 피한 차만 독박을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고민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최근 중앙선을 침범해 다가오는 차와 정면충돌을 피하려고 핸들을 급히 돌리다 사고를 낸 운전자에게 과실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서울고법 민사16부는 중앙선 침범 차를 피하려다 다른 차를 들이받은 운전자의 보험사인 L사를 상대로 중앙선 침범 차의 보험사인 S사가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고 당시 피고 차량의 운전자가 급하게 핸들을 조작하지 않았더라면 중앙선을 침범해 자신의 차로로 오는 원고 차량과 정면 충돌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정면 충돌을 피하기 위해 핸들을 급히 돌린 운전자에게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홍모씨는 2004년 2월 초 경기도의 한 지방도로에서 차를 몰다 맞은 편에서 송모씨가 몰던 화물차가 갑자기 중앙선을 침범해 다가오자 피하려고 핸들을 급히 돌리다 중앙선을 침범, 화물차를 뒤따라 오던 승합차와 부딪히는 사고를 냈습니다. 이 사고로 홍씨 차에 탔던 1명이 숨지고 2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승합차 탑승자 5명도 부상했습니다. 사고 원인을 제공한 송씨측 보험업체 S사는 피해자들에게 손해를 배상한 뒤 '홍씨도 전방 주시를 소홀히 하고 조향장치를 과도하게 조작한 과일이 30% 있다'며 구상금 청구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하자 항소했습니다.
못 먹는 감 찔러보자는 보험사의 행태를 보여주는 판례인 거 같습니다. 자동차를 몰아본 사람이라면 아무리 운동 신경이 빠르고 주의를 한다고 해도 옆 차선도 아닌 갑작스러운 중앙선 침범 차량을 피한다는 건 불가능하지 않은지.. 보험사가 과연 이런 사실을 몰랐을까요? 더 이상 보험사도 지급할 보험료는 지급하면서 보험 문화를 바꾸어나가기를 바랍니다. 아직 세상에는 불량한 고객보다는 선량하고 착한 사람들이 더 많으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