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인력공동화 현상의 우려
윤 원 근
한 때는 공짜로 해주는 것처럼 정관수술, 복강수술을 부추기면서 산아제한을 외치던 정부가 지금은 저 출산으로 인한 인구의 공동화 현상을 심각하게 우려하면서 출산장려를 위한 다양한 홍보정책을 펴고 있다. 인구가 감소되어간다는 것, 그것은 단순하게 인구수가 줄어든다는 느낌만으로 그쳐지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국력이 쇠퇴해가고 있다는 불행한 징후인 것이다. 어찌 보면 정부의 출산장려 정책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의 움직임처럼 느껴지지만 늦게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지 않는가.
이렇듯 선원노동인력 공동화 현상이 해양수산대국이라 위상을 떨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이런 상황을 사양화 되어가고 있는 업종의 시대적 흐름에서 기인되는 현상이라고 치우쳐버릴 수만은 없을 것 같다. 말로는 세계 속의 해운수산 선진국이라면서 그 바닥을 지키고 이끌어나갈 인력이 없어지고 있다는 것은 마치 입학할 아이들이 없어 폐쇄된 채 잡초 무성한 시골 초등학교의 텅 빈 운동장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현재 업계에서는 부족한 선원인력을 외국인선원으로 대처해나가고 있다. 불을 끄자면 사발의 물이라도 필요하듯 선원이 없는 실정에서 어떤 면에서는 외국인선원고용이 어쩔 수 없는 대체수단일 수밖에 없다고 이해하고 싶지만 분명한 것은 그런 대책들이 일시적 미봉책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현재 외국인선원들의 임금이 우리의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 미쳐 있지만 국가경제가 어려웠던 시절 우리의 선원인력 역시 싼 값으로 외국에 팔려나갔다가 점차 고임금화 되어 왔었듯이 이들 역시 머지않아 우리가 거쳐 왔던 과정을 답습하면서 고임금화 되어갈 것이며 우리 자국의 선원인력이 전무한 상태에서의 그 시점쯤에는 외국인선원조차 구하기가 힘들어질 것이라는 점이 너무도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업계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상황들을 조바심타기보다는 외국인선원고용으로 인해 얻어지는 저임금의 단맛을 즐기며 거기에 매료되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어 심히 유감스럽다. 정말이지 만약 지금의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우리의 해운수산업의 미래가 암담하게 되고 말 것이다. 세상일이라는 것이 복잡 다양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아닌 것은 아니며 잘못된 것은 잘못으로 지적됨으로서 바르게 시정되고 발전되어 갈 것 아니겠는가.
선원인력 공동화의 심화가 이대로 방치된 채 지속된다면 우리의 해운수산업 전체의 미래는 인구의 공동화현상으로 나타나는 우려와 전혀 다를 바 없게 될 것이라는 염려가 과연, 한갓 기우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지금 세계의 이목이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경제에 쏠리고 있다. 드넓은 대륙과 13억이라는 거대한 인구의 움직임은 당연히 전 세계를 두렵게 하기에 충분하다. 양자강의 봇물이라도 터진 듯이 중국의 경제가 세계의 시장을 휩쓸고 있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중국은 중국대로 남모르게 깊은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한다. 개혁과 성장이라는 거센 물결 뒤에 일고 있는 산업오염과 각종 공해가 중국 전역을 휩쓸고 있을 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10~15년 후면 중국인구의 60% 정도가 도시화되어 농어촌에 일할 사람이 없게 될 것이라는 우려들이 경제성장의 가속도에 크게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인구의 20%를 차지하고 해마다 1천만명의 인구가 증가하고 있으면서도 1차 산업분야에서 빚어지고 있는 인력공동화 현상이 중국의 미래경제발전에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이러한 고민을 안고 있는 중국정부가 몇 년 지나지 않아 현재 세계 각국에 수출하고 있는 모든 농수산물을 자국민의 식량화정책으로 바꾸어나갈 소지가 다분하며 그 여파에 이어 다른 나라들까지도 식량자국화 정책에 돌입하게 될지 모른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고 있는 가운데 어느 땐가는 전 세계가 식량의 무기화시대에 도래될 것이라는 예언가들의 말이 결코 헛소문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의 우리 농수산업 현실도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농사짓는 사람이 없고 배타는 사람이 없어 농수산업을 지켜나갈 인력이 없는 실태라면 우리나라의 식량산업 역시 여차한 경우, 위험한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어쩌면 우리의 현실이 이런 상황에 직면해있음에도 생활상의 피부로 실감치 못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어찌 된 속인지 매년 농수산물의 수확량이 넘쳐나는 것처럼 들리고 거기에 한술 더 떠 원조를 하느니 어쩌느니 법석대는 모습들을 보고 있노라면 짧은 소견인지는 모르지만 대량의 농수산물을 타국으로부터 수입해 들여오면서 마치 그것이 남는 물량인 양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떤 분야이건 제아무리 선진적 발달을 기한다 해도 그 분야를 가꾸며 지켜나갈 인력이 없다면 그것을 올바른 발전으로 볼 수가 없을 것이다. 선원인력공동화 현상에 대한 우려, 특히, 장비의 현대화에도 불구하고 원시적 생산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수산분야에서의 문제는 우리나라 미래의 수산식량산업과 직결되어 있는 중대 사안이다. 지금처럼 오랜 세월 숱한 난관과 역경을 헤치며 개척해온 오대양의 광활한 어장을 외국인선원인력에 의존해 꾸려나가는 것은 우리 스스로의 모순이며 이 분야의 황폐를 자초하는 행위가 아닌지에 대해 우리 모두가 깊이 숙고해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껏 우리는 스스로가 21세기의 해양수산 선진대국이라고 자처해왔다. 그러나 그 바탕을 지키고 이끌어갈 인력이 없는 실정을 두고 생각해 본다면 알맹이 없는 껍질만 가지고 허세를 부리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이제는 해양수산 선진대국이라는 그 위상을 말로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이에 걸 맞는 정책을 다듬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특히 수산업에 대해서는 국가산업 전체로 보면 아주 작은 한 부문에 지나지 않겠지만 위에 강조하였듯이 미래의 국민 식량산업으로서의 중요성만은 우리 모두가 공감해야 할 것이며 이에 발맞춘 적절한 대책이 마련되어져야 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들어 주변에 원양어업의 중장기 발전을 위한 각종 세미나가 개최되고 있고 원양어업을 산업화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분위기가 흐르고 있음에 위기가 기회일 수 있다는 말처럼 희망적 기대를 걸어보면서 모쪼록 이런 기회를 통해 외국인에 의존하고 있는 선원인력난의 미봉책 역시 장기적인 안목정책으로 탈바꿈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과 함께 정부의 관심을 부탁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