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종로구의회 업무추진비’
종로구의회가 막장으로 가는 모습이다.
지난해 7월 제9대 종로구의회가 출범하면서 의장단 선출 등 원 구성에서의 자리다툼은 그동안 늘 있었던 ‘정가지상사(政家之常事)’로 간주할 수도 있다. 비록 그 정도가 법정으로 비화되어 정치의 사법화를 우려하게 하는 측면이 없지 않지만, 그리고 지난 31년 종로구 의정사에 먹칠을 하는 행태 등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래도 자기들끼리의 감투싸움은 그려러니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 동료 의원들을 경찰에 고발하는 사태까지 치닫는 모습은 참으로 막가는 모습이다. 그것도 종로구의회 의장단 및 일부 상임위원장들에 대한 업무추진비에 대해 업무상배임죄와 공직선거법 위반 그리고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 등으로 고발조치를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지난 21일 종로구의회 더불어민주당 위원 5명은 국민의힘 소속 의장과 부의장 및 상임위원장 2명을 업무추진비 사용 비리로 종로경찰서에 고발조치를 한 것인데, 이에대한 배경과 해석이 분분하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평가와 함께 ‘참으로 누가 사주를 한 것인지 악랄하다(?)’는 해석과 ‘누가 누구를 고발하는지 참으로 후안무치하다’는 비판도 있다. 이러한 고발조치는 아무리 정당이 다른 의원들 간 갈등이라고 해도 문지방을 넘어서는 안되는 금기적 범위가 있는 것이며, 막말로 이제 서로 안보겠다는 의미를 암시하는 것으로 비쳐지기 떄문이다.
아무튼 제9대 종로구의회는 의장단 상임위원장 자리다툼으로 법정 소송까지 일으키며 최악의 흑역사를 쓰더니 결국에는 그 이유가 업무추진비 때문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는데, 자칫 잘못하다간 ‘교각살우(矯角殺牛)’가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사실 구의회 업무추진비는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암묵적(?)으로 이해하고, 이해되는 구석이 많았다. 1991년 30년 만에 기초의회가 부활했을 당시에는 구의원 자체가 ‘무보수 명예직’으로 제도화되어 업무추진비에 대한 논란이 별로 없었다. 오히려 초대 이두학 의장은 사비를 털어서 의회 내 운영비로 쓰고, 의원들과 함께 야유회도 가는 형태였다. 의원들 월정 세비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업무추진비에 대한 부분은 더욱 미약한 실정이었기 때문에 구의회 업무추진비에 대한 논란은 거의 없었다.
그러다가 2006년 제5대 구의회가 출범하면서 의원 정수를 줄이고 비례대표 의원들이 등장하며 구의원 의정 활동비를 책정한 가운데 의장단의 업무추진비도 유의미한 배정을 했다. 그럼에도 그때까지만 해도 업무추진비에 대한 논란은 거의 없었다.
다만 한가지 에피소드로는 의장이 업무추진비를 모 식당에서 ‘카드깡’을 하는 등 비리가 나타나자 구의회 사무구장이 젊잖게(?0 환급을 받는 해프닝이 있기는 하다.
그러다가 구의회 역할이 강화되면서 구의회 의장단의 업무추진비가 조금씩 증액됐는데, 예를들어 초창기 의장 업무추진비가 약 100만 원 하던 것이 점점 액수가 늘어 300만 원대로 상승했는데, 현재는 의장이 월정 350만 원, 부의장이 180만 원, 상임위원장이 130만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업무추진비가 크게 늘어나자 이에대한 의원들의 관심도 늘어났지만 그렇다고 업무추진비에 대한 시비나 논란은 별로 없었다. 그동안 보면 구의회 업무추진비는 ‘나눠 쓰는 방식’이기도 했다. 의장단이나 상임위원장 몫이라고 해도 이를 사용하는 행태는 법인카드를 나누어서 여럿이 함께 사용하기도 했으며, 또 어떤 의장은 이 카드를 수시로 다른 동료 의원들에게도 빌려줘서 사용하게 했다. 한 예로 6대 구의회 모 의장 때는 이 업무추진비 카드를 모 상임위원장이 주로 사용했다는 후문도 있었고, 제7대 구의회에서도 모 의장은 이를 수시로 다른 의원들에게도 빌려 줬다. 그러니까 구의회 업무추진비는 공용의 성격이 짙었으며, 서로가 사이좋게 나눠 쓰는 방식으로 운용됐던 것이다.
그러다가 지난 2018년 제8대 구의회에서부터 업무추진비 논란이 발생되기 시작했다. 업무추진비 법인카드 공용화는커녕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점유물로 인식되면서 분란이 됐는데, 이는 제8대 구의회는 주도권을 잡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대부분 초선들이어서 과거의 전통을 끊고 자신들이 독단으로 의회를 이끌면서 생긴 특징이기도 하다. 그래서 모 의장은 동네 특정 식당에서 집중적으로 마구 업무추진비를 사용하는 행태가 나타났고, 또다른 의장은 1달에 무려 500만 원 이상 사용하는 부정(?)도 노출시켰는데, 일각에서는 구의원들 양복을 업무추진비로 사용했다는 고백도 나온다.
그러다가 이번에 결국 업무추진비 사용에 대한 비리 의혹을 경찰에 고발까지 하는 국면에 이르렀는데, 이는 모두에서 밝혔듯이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라는 부분과 이러한 법률적 사법 조치를 누가 조종하느냐? 는 의혹과 함께 과연 이번에 고발을 한 구의원 중에 제8대 구의회를 생각하면 고발할 자격이 있느냐? 하는 조롱이 뒤섞여 있는 셈이다.
어찌됐든 구의회 업무추진비에 대한 경종은 한번 울려야 한다. 비록 현재의 구의회 파행과 혼란이 업무추진비에 대한 ‘자리다틈’이고, 경찰 고발조치가 자칫 ‘교각살우’가 될지라도 투명한 구민 혈세 집행 차원에서는 ‘not bed’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