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2일 - 3일차
아침 바람이 차갑다. 9시에 출발할 계획이었는데 워낙 내가 잠버릇이 좋아서
늦게 일어나서 결국 10시에 출발한다.
화창하게 개인 날은 아니지만 첫날 눈보라 날릴때보단 훨씬 나은것 같다.
허벅지 뻑뻑한것은 뭐 그러려니하는데 첫날 다친 팔꿈치가 영 상태가 좋지 않다.
오늘 코스는 예전에 자주 다녀봐서 잘 아는 길이다. 별다른 고바위는 없는 코스....
조암에서 출발한지 40여분만에 도착 한곳은 기아자동차 아산 공장...이미 말한데로
여긴 신입사원때부터 약 2년반정도 파견근무한 첫 근무지다. 그때가 아마도 1988년
이맘때쯤 처음 왔던걸로 기억한다. 그땐 참 꿈도 많았고 스스로 잘나가는줄 알고
자신감에 차있었는데.... 공장 입구에서 잠시 쉬며 그시절 그때 얼굴들을 떠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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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아무것도 없는 허허 벌판이었는데....]
이곳을 출발하면 바로 닿는 곳이 남양만방조제이고 방조제를 건너면 평택LNG기지랑 해군2함대
사령부가 나온다. 기온이 더 내려갔는지 바닷바람 때문인지 맞바람에 살갗이 아리지만 그래도
등엔 땀이나니..견딜만은 하다.
포승 산업단지 입구에서 허기진 배도 채울겸 묵밥집을 찾아 들어간다. 배가고파서 그런지 그 집
참 맛있었어요.
포승산업단지에 바깥쪽 그러니까 바닷쪽은 평택항이다. 수출을 앞둔 자동차들이 빡빡하게 차있다.
이것들이 텅텅비어있어야 갱제가 잘돌아가는건데....에혀~...
멀리 서해대교가 보인다. 궂은 날씨탓에 낮은 구름에 흐릿하게 보이는 서해 대교는 말 그대로 장관이다.
위에서 지나가기는 여러번해봤어도 이렇게 밑에서 올려보기는 처음이라 ... 우리나라에서 교각이 젤
높다는 것은 알고있었지만...한번밖에 안무너지도 건설했다는게 장하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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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항국제여객터미널이란다....서해대교 바로 밑에 있음]
서해대교에 가능한한 가까이가서 보고픈데 평택항이 아직도 공사중이라... 평택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사진 몇장 찍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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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실물이 낮군....^^ 사진으로 찍어 놓고보니 웅장한 맛이 덜하다.
밑에 사진은 서해대교를 지나서 뒤돌아보고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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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부터 눈발이 조금씩 날리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첫날처럼 뭉태기로 뒤집어 쓰는거 아닌지
모르겠다. 이 사진 찍고 디카에 문제가 있어서 더이상 사진은 찍지 못했다. 핸폰으로 몇장
찍엇는데 다운받는데 시간이 넘 걸려서 나중에 시간되면 올리도록 하고...
조암에서 출발해서 아산방조제까지는 계속 순탄한 평지였다. 약간의 오르막이 있었으나 나의
건장한(???) 두다리가 잘 버텨줘서 여기까지 아주 수월하게 왔다.
아산만방조제 자전거코스로는 최고의 코스이다... 겁주며 달리는 덤프차만 없으면 거의 환상적인
길이다. 내일은 일요일이니 저 넘에 덤프도 쉬겠지? 방조제를 지나 차를 잠시세우고 지도를
뒤적거려본다 다음목표는 아산시~! 시간은 2시가 조금 덜됐다. 이 상태면 예산까지는 무난 할 것 같다.
지도보고 목표로 설정한 랜드마크를 하나씩 지나 갈때마다 희열을 느낀다. 그리고 다음 목표점에
대한 의욕이 새록새록 생겨난다. 백두대간 종주니 지리산 종주니 하며 산을 타는 사람들도 이런
기분일까?
아산시까지의 길은 39번도로를타고 그냥 쭈욱 가면 되는 길이다. 왕복4차선 도로라 옆에 약간의
공간도 있어서 라이딩하기 엔(흠...라이딩이라...좋은 단어군...전문용어닷~!) 그리 나쁘진 않았다.
대체로 오르막도 내리막도 완만하다. 단지 흠이라면 완만한 오르막이 길다는것....생각보다 이런길이
죽음이다. 하지만 내리막에 들어서면 직전에 고통은 사라지고 신나게 달려본다. 이 재미지 모....하하하
단지 아직도 자동차 운전하는 습관때문에 과속단속 카메라가 나타나면 움찔하고 속도를 줄인다는...ㅠ
멀리 아산대교가 보일때쯤 잠시 쉬며 지도를 다시 꺼내본다. 아산시내를 통하지 않고 예산으로 가는
길이 있던걸로 알기 때문이다. 흠...역시 난 길눈이 밝아.. 음하하..(혼자서 미친넘 처럼 미소를 지어본
다...쩝.ㅡㅜ)
4시다.... 아산방조제부터 내리던 눈발은 잠잠해졌고 하늘은 파란색을 띠며 나를 도와준다.
군데군데 시커먼 구름은 보이지만. 겨울이라 짧아진 해 탓인지 햇님은 어느듯 잠자리로 들어 갈
준비를 하는가보다 서쪽하늘엔 구름사이로 숨어들어가는 일몰이 장관이다. 핸폰으로 급하게 사진
한장을 찍어 보지만 바쁜 갈길에 마음이 급하다.
눈발은 사라졌지만 바람은 더 매서워진다. 배도 고프고.....(이넘에 배는 거지가 들어 앉았는지
시도때도없이 고프다 우짜냐~~~~~~)
21번도로에 들어서자 눈에 확~!! 띄는것 손짜장집 ㅠㅠ... 결국 짜장면 한그릇으로 허기진 배를
달랜다...
"이눔아 이제 예산까진 보채지 마라~~ 아라쩨~~??"
예산까지가는 21번 도로는 길이 좋다. 평지에서는 유유자적....내리막엔 신나게....오르막엔.....
힘차게 걸어서(-.,-) 간다. (오르막에서 걷는다고 욕하지시길...체력안배차원에서...^^)
예산 5키로남은지점 5시 5분...근데 왜이리 춥냐? 벌써 차체등 키고 다니는 차가 있다.
아공 해지면 안돼는데... 이젠 무조건 처음 나타나는 여관에서 몸 풀어야겠다..................고
생각를 했는데 여관이 안나타난다.
오다가 보니깐 도고온천이랑 덕산온천 표시가 보이더만 이동네 사람들은 러브도 그쪽에서
하나보다... 그 흔한 러브호텔도 안보이니....아에 러브를 안하나?
지도를 꺼내보니 예산역이 얼마 안남았다. 역앞엔 머가 있겠지...자고로 어느 도시나 역앞은
번화가니깐....
도착하고보니 번화가라는 말은 좀 뭐하지만 그래도 허름한 여관이 몇개있다. 그중에 젤로
큰여관 이름하여 "돌산여관" 무려 5층짜리 건물이다.(역앞에서 아파트빼고 젤 높은 건물 같다.)
방잡고 복장 해체하고 퍼지니 온몸에 힘이 쭈욱 빠진다....
이렇게 오늘 여행도 별 탈없이 잘 넘겼다. 애초 목표는 홍성까지였으나... 늦게 출발한 덕분에
요기까지...
그래도 스스로 대견하다....잘햇쓰~~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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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으진 몸을 침대에 기댄채 잠시 자고나니 친구넘 한테 저나가 온다.
"야~ 어디고 예산대교 지나서 왼쪽에 여관 괜찬은데 이따...거기가서 자라~"
뭉디 가튼게 이동네 여관은 또 어찌 아누~~....아무래도 수상쩍다...
"나 벌써 들어 왔어~...진즉에 갈차주지....알따 하튼 고마버~"
전화 끊고 그래도 길 떠난 미친 친구 잊지않고 챙겨주는 그 덩치 큰넘의 자상함에 고마움을 느낀다.
첫댓글 저도 조암은 자주갔는데... 예전에는 벌판이었죠...논밭만있고...
지금은 좀 발전 했더군요...더 복잡해진것같아요 어수선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