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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나라 오승이 저술한 『서유기』는 손오공을 주인공으로 각종 허구를 가하고 신괴의 요소를 넣는 동시에 상당한 로멘티시즘과 환상적 분위기를 담아 전세계적으로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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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4대 고전소설은 『삼국지』, 『수호지』, 『금병매』 그리고 『서유기』이다. 『서유기』는 삼장법사(현장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음)가 불경을 가지러 천축국(인도)을 여행하면서 그를 수행하는 손오공, 사오정, 저팔계와 함께 겪는 모험담이다.
삼장법사는 실존 인물이고 인도에 가서 불경을 가지고 온 것도 역사적인 사실이다. 그가 인도에 갔다 와서 쓴 책이 바로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인데 책에 나온 내용을 토대로 중국인들이 상상하던 모든 것을 혼합하여 오승이 이야기로 써낸 것이 바로 『서유기』이다.
『서유기』에서 가장 흥미를 끄는 장면은 손오공이 불리할 때마다 자기의 머리털을 뽑아 입으로 불면 수없이 많은 손오공이 나타나 악당들을 멋지게 물리치는 부분이다.
현대는 유전공학이 아주 발달하여 손오공의 복제는 약간의 제한적인 조건이 있기는 하지만 생물학적으로 보면 가능한 일이다. 손오공이 뽑은 머리털에는 생물체의 기본구성단위라 하는 세포가 붙어 있고, 이 세포에는 손오공을 구성하는 데 필요한 유전자가 있으므로 작가 오승이 현대 과학자들보다 더 일찍 복제 아이디어를 낸 것이 경이로울 뿐이다.
이 정도 이야기하면 독자들은 곧바로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 『쥬라기 공원』을 머리에 떠올릴 것이다. 『쥬라기 공원』은 멸종된 공룡을 컴퓨터를 이용, DNA 합성을 통해 만들어냈다가 자신들의 피조물인 그 공룡들에 의해 파멸되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코스타리카의 누블라 섬에 6500만 년 전에 멸종한 공룡들의 공원이 만들어진다. 컴퓨터 기사와 유전공학자들은 호박(琥珀, 옛날 식물의 수액이 오랜 시간 굳어져 만들어진 보석) 화석에서 찾아낸 쥬라기 시대의 모기로부터 추출한 공룡의 피에서 DNA를 분석, 새끼 공룡을 부화시키는 데 성공한다. 야생 그대로의 중생대를 재현하기 위해서 초식공룡뿐만 아니라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육식공룡들도 만들었다.
이들 공룡들은 자체 생식이 불가능한 암컷들뿐이었으며 공원에서 주는 사료를 먹지 않으면 한 달 안에 죽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그러나 공룡들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통제실의 주컴퓨터가 작동하지 않자 모든 것은 순식간에 혼란에 빠지고 결국 쥬라기 공원은 파멸을 맞는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 「쥬라기공원」이 흥행에 성공하자 6500만 년 전에 멸종한 공룡을 복제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사람들로 하여금 복제에 관심을 갖게 하였다. 이제 복제 관련 이야기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신문에 오르내리고 있다. 양이나 소, 돼지 등의 복제는 흔한 일이 되었다.
현대의 과학기술이 총 결집되었다는 복제의 아이디어처럼 상상력을 부추기는 것은 없는데 우리의 선조들도 이런 매력을 작품의 아이디어로 사용하는데 뒤지지는 않았다. 『옹고집전』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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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동국대학교 <전국청소년연극대회>에서의 옹고집전 공연 모습(사진 하재성).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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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해도 옹진골 옹당촌이라는 묘한 곳에 옹고집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성격이 고약해서 매사에 고집을 부리는 것은 물론 인색하여 팔십 노모가 냉방에 병들어 있어도 돌보지 않았다. 학대사가 어린 중과 옹고집의 집에 시주를 구하러 왔다가 매를 맞는 등 수모를 당하자 원출봉 비치암의 도사는 옹고집을 징벌하기로 작정한 후 허수아비를 만들어 부적을 붙이니 옹고집이 하나 더 생겼다. 가짜 옹고집이 진짜 옹고집의 집에 가서 둘이 서로 진짜라고 다툰다.
옹고집의 아내와 자식이 나섰음에도 누가 진짜 옹고집인지를 판별하지 못해 관가에 고소를 하지만 놀랍게도 가짜 옹고집이 승리한다. 진짜 옹고집은 곤장을 맞고 쫓겨나 거지가 된다. 가짜 옹고집은 집으로 들어가 아내와 자식을 거느리고 살며 아내는 아들을 몇 명이나 낳는다. 거지가 된 옹고집은 온갖 고생을 하며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고 산 속으로 들어가 자살을 하려고 한다. 이때 도사가 나타나 부적을 주면서 집으로 돌아가라고 한다. 집에 돌아가서 그 부적을 던지니 그동안 집을 차지하고 있던 가짜 옹고집은 허수아비로 변하고 아내가 가짜 옹고집과 관계해서 낳은 자식들도 모두 허수아비였다. 그 후 옹고집은 새 사람이 되어 착한 일을 한다.'
우리나라 문학작품은 비교적 과학적 지식이 필요한 내용을 주제로 삼지 않았으며 바로 이 점이 우리나라가 과학기술면에서 뒤떨어진 요인이었다고 줄기차게 비판을 받아왔지만 『옹고집전』, 『흥부전』, 『도깨비감투』, 『도화녀와 비형랑』등을 보면 우리 조상들도 공상적인 소재를 사용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한국인들의 상상력이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생각된다.
<복제양 돌리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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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윌머트 박사와 복제양 돌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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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쥬라기 공원」에서처럼 공룡이 복제되기 위해서는 우선 복제가 어떤 원리로 가능한가를 이해해야 한다. 많이 알려진 이야기이므로 간략하게 설명한다.
1997년 2월 영국의 로스린 연구소에서 윌머트는 중대발표를 하여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복제양 '돌리'의 탄생이 그것이다.
원래 인간은 아버지의 정자와 어머니의 난자가 합체된 수정란으로부터 시작된다. 단 한 개의 수정란 세포가 분열에 분열을 거듭하면서 수를 늘려나가 세포가 60조 개 쯤 되었을 때 비로소 성인의 몸이 된다. 그런데 월머트는 이러한 생명의 탄생 비밀을 깨뜨리는데 성공하여 복제양 돌리를 만들었다.
복제양 돌리는 간단히 말하면 6살 난 암컷 양의 젖샘 세포를 채취해서 잠시 잠재운 후, 다른 암컷 양으로부터 미수정란을 채취하여 수정란의 핵을 제거한 후 젖샘 세포의 핵을 이 미수정란에 이식시켰다. 이 때 전기 쇼크를 주어 미수정란과 핵을 융합시켰는데 전기 쇼크는 핵을 융합시킬 뿐만 아니라 융합한 미수정란이 분열을 일으키는 기폭제 역할도 한다. 분열이 시작된 세포를 6일간 배양한 뒤 대리모가 되는 암컷 양의 자궁에 이식하였고, 그것이 자라 복제양 돌리가 탄생한 것이다. 돌리의 DNA는 젖샘 세포를 제공한 양과 똑 같았다.
돌리의 탄생에는 아버지의 정자가 전혀 관계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없이도 새끼가 태어났기 때문에 전 세계가 경악한 것이다. 그것만으로 놀라기엔 아직 이르다. 1997년 7월에는 돌리를 탄생시킨 로스린 연구소에서 인간의 유전자를 이식 받은 양의 젖샘 세포의 핵에서 복제 양을 탄생시켰다. 이번에는 폴리라고 이름을 붙였다. 1999년에는 돌리가 세 마리의 새끼를 낳아 생식력이 정상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포유동물을 복제하는 방법 가운데 가장 간단한 것은 일란성 쌍둥이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본뜨는 것이다. 난자가 몇 개의 세포로 분할되는 발생초기 단계에서 각각의 난자는 각기 똑같은 유전적 특질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는 분리된 세포 하나하나가 각기 완벽한 하나의 개체로 자랄 수 있다. 일란성 쌍둥이는 이러한 과정이 우연히 일어난 결과이다.
이러한 과정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보자는 것이 복제의 기원인 셈이다. 클론(clone)은 일종의 복사본으로, 유전적으로는 원본과 똑같다. 그러나 유성 생식을 하는 모든 포유동물은 일란성 쌍둥이를 제외하고는 클론을 만들지 않는다. 더욱이 성숙한 포유동물은 자신의 클론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
동물 복제에 대한 연구는 곧 세포분화에 관한 연구다. 수정된 난세포는 뼈나 근육, 혹은 피부 등 모든 부위의 세포로 분열할 수 있지만 성장한 개체의 피부세포는 피부세포만을, 근육세포 역시 같은 근육세포만을 확대재생산할 뿐이다.
지금까지 생물학에서는 '체세포처럼 완전히 분화하여 기능이 고정된 세포는 분화 전의 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이미 분화된 세포는 그것이 소속된 조직의 기능만 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그 세포의 핵은 개체 발생을 일으킬 수 없다는 것이다. 동일한 개체를 구성하는 세포의 핵 속에는 어떤 조직의 세포든 상관없이 동일한 유전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분화된 상태에서는 다른 조직으로 발전할 수 없지만 분화되지 않은 배(胚) 상태에서는 어떤 조직으로도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여기에서 수많은 의문이 생겨난다. 피부세포 역시 수정된 난세포가 지닌 모든 DNA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도 뼈나 근육세포로 분열되지는 않는다. 왜 그 세포는 똑같은 재료를 가지고도 난세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못할까?
그러나 과학계에서는 어른 개구리의 암세포에서 빼낸 핵을 난세포 속에 집어넣었을 때도 올챙이가 태어나고 어른 개구리로 성장해 나간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는 암세포를 집어넣으면 암세포들만 생겨날 거라고 생각했던 많은 생물학자들의 예상과는 다른 것이었다. 말하자면 정상적인 세포가 암세포로 변할 때, 성장한 개체 내에서 각종 기능이 정지되었던 유전자들이 다시 되살아난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특히 일부 과학자들은 충분히 성장한 올챙이의 내장세포에서 핵을 빼내어 핵을 제거한 난세포에 이식한 결과, 정상적인 개구리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 이것은 올챙이 단계에서 분화된 유전자들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완전한 기능정지가 일어나지 않으며, 난세포의 조건만 충족되면 그러한 기능들이 복원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연구과정을 거쳐 1997년에 월머트가 6년생 암양의 유선(乳腺) 조직에서 채취한 DNA 유전자를 다른 양의 난자와 결합시킨 결과, 암수의 성교나 수컷의 정액 없이도 미수정란 핵을 체세포 핵으로 바꾸어 유전적으로 똑같은 양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 연구 전까지는 포유동물의 복제를 연구할 때 주로 핵 이식(nuclear transfer) 방법을 이용했다. DNA 정보를 담은 공여(供與) 세포와 DNA를 제거한 난자를 융합하는 방식이었다. 두 세포가 융합되면(세포 융합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보통 약한 전기충격을 가한다) 발생단계의 배자(胚子, embryo)를 대리모에게 옮기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으로 생산한 포유동물의 클론은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즉 초기 배자로부터 직접 추출한 공여세포 대신 장성한 체세포를 이용해 클론을 만들려는 시도는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월머트는 공여세포와 난자의 상태를 교묘하게 조정했다. 한 개의 세포는 두 개의 딸세포로 유사분열(有絲分裂, mitosis)하기 전까지 G1, S, G2 등 세 단계를 거쳐 성장한다. S단계에서 염색체가 복제되고 DNA가 두 배로 늘어난다. 세포가 분열되면 각각의 딸세포는 똑같은 양의 DNA를 갖게 된다.
많은 과학자들이 클론을 만들기 위해 S단계나 G2 단계의 공여세포와 이미 유사분열을 시작한 난자를 이용했지만 결과는 실패로 나타났다. 공여세포와 난자가 융합될 때 좀 더 많은 DNA 복제가 일어났지만 그로 말미암아 유사분열에 혼란이 오는가 하면 손상되거나 쓸모없는 염색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월머트는 S나 G2 단계의 세포 대신 휴지기 세포를 이용하여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 이것은 개구리를 이용한 실험이 포유류의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즉 모든 유전정보를 갖고 있는 성숙한 세포를 비활성(非活性) 상태로 만들면 그 세포의 모든 유전자가 재생 가능한 상태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쥬라기를 지배한 공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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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쥬라기공원의 성공은 동물 복제가 현실로 다가왔다는 것을 세계인들에게 심어주는데 큰 공헌을 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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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F영화 사상 「쥬라기 공원」처럼 충격을 준 것은 없다. 단 한 번도 인간이 본 적이 없는 공룡을 동물 복제라는 아이디어를 접합하여 사실처럼 표현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과학이 발달하면 공룡을 복제하는 정도는 궁극적으로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공룡은 그리스어로 ‘무서운 도롱뇽’이라는 뜻이지만 사람들은 공룡을 좋아한다. 한국의 토종 인기 만화 ‘둘리’도 아기 공룡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한국에는 변변한 공룡의 골격 화석이 발견되지도 않았고 전문 전시관이 있는 것도 아닌데도 티셔츠, 장난감 등 어디에나 공룡이 그려져 있으며 공룡을 주제로 한 책이나 잡지는 항상 수많은 독자의 시선을 끌고 있다. 공룡은 이미 세계인의 동물이 된 것이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쥬라기공원」이 흥행에 대성공한 데는 영화사상 가장 유명한 몇 장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2억 년 전에 멸종된 공룡을 DNA 합성으로 복제해내 그 가능성을 제시한 것도 한 원인이 되지만 좀더 세밀한 재미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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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쥬라기공원」에서 공룡이 태어나는 장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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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첫째는 거대한 티라노사우루스(T-REX)에 쫓기는 소형 오리주둥이공룡 집단이 초원을 무리지어 달리는 장면이며, 둘째는 공룡 새끼가 알에서 깨어나는 장면이다.
오리주둥이공룡이 두 발로 뛰는 충격적인 장면이 「쥬라기공원」에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에서 발견된 공룡의 화석 발자국이 큰 몫을 했다. 이의 진상은 다음과 같다.
과거에는 공룡이 아주 천천히 네 발로 걸었고, 대형 공룡일 경우 자신의 몸을 지탱할 수 없어 물 속에서 머리만 내밀고 살았다는 가정까지 있었다. 그러나 근래에 들어서 공룡에 대한 연구가 급진전되자 일부 공룡들은 두 발로 서서 걸었다는 사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공룡 발자국 화석이 그 단서였는데, 발자국과 당연히 함께 있어야 할 꼬리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던 것이다. 공룡이 꼬리를 질질 끌면서 걸었다면 깊은 고랑 같은 자국이 공룡 발자국과 함께 남아 있어야 하는데 그와 같은 고랑이 발견되지 않았던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일부 공룡들이 매우 빠르게 뛰었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시속 100킬로가 넘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이 속도는 마라톤 주자들이 42.195킬로미터를 2시간 10분대로 뛰는 것을 감안한다면 5배나 빠른 속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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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항리 익룡 발자국, 우항리 공룡발자국은 세계 공룡사를 다시 쓰게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사진 김경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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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룡의 속도는 세계 각지에서 발견되는 공룡의 화석 발자국의 보폭을 감안하여 계산할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한국의 전라남도 우항리에서 발견된 공룡 발자국 화석은 공룡이 매우 빨리 뛰었다는 결정적인 자료를 제공했다.
「쥬라기공원」 제작팀이 공룡 제작의 기초를 삼은 곳은 캐나다의 캘거리에서 약 250킬로미터 지점에 있는 다이너소어 주립공원이다. 다이너소어 공원은 총넓이 73제곱킬로미터로 레드디어리버밸리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일대는 현재 만화에 나올 만큼 약간 기괴한 형상을 하고 있지만 7500만 년 전에는 아열대지대로 숲과 습지 등으로 이루어진 최적의 공룡서식지였다.
수백만 년에 걸쳐 공룡의 시체가 쌓이고 그 위로 퇴적물이 덮이면서 공룡뼈는 화석으로 변했는데 약 1만5000년 전 빙하가 녹으면서 침식작용이 계속되자 땅속 깊이 파묻혀 있던 화석층도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공원 일대에서 현재 약 37종의 공룡이 확인됐는데 이는 전 세계에서 발견된 공룡 종류의 약 절반에 해당한다.
당초에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 공원에서 발견된 공룡들을 토대로 마이클 크라이튼의 원작 『쥬라기공원』의 주인공인 T-REX(티라노사우루스)를 수백만 달러라는 거금을 투입하여 정교한 모형을 만든 후 촬영에 들어갔다. 이 당시 대본에는 오리주둥이공룡이 T-REX에 쫓기는 장면이 없었다.
「쥬라기공원」의 촬영이 상당 부분 진행되었을 때, 한국 우항리의 공룡 발자국 화석에 의할 경우 어떤 공룡들은 매우 빠른 속도로 뛰었다는 보도를 접한 몇몇 디자이너들이 컴퓨터 그래픽으로 오리주둥이공룡들이 뛰는 장면을 만들어 스필버그에게 보여주었다. 스필버그는 공룡군이 뛰는 장면에 충격을 받고는 곧바로 T-REX 위주의 촬영 장면에서 공룡이 뛰는 새로운 장면을 삽입하도록 대본을 고쳤다. 스필버그의 이와 같은 단안이 「쥬라기공원」을 공전의 히트로 이끌었음은 물론이다.
공룡은 고생대 말에서 중생대 전기에 걸쳐 번영한 아르코사우리아(Archosauria)라는 파충류에서 진화하여 장장 1억6천만 년 동안 지구상에서 살다가 6500만 년 전에 갑자기 사라진 신화적인 동물이다. 많은 사람들이 익룡은 하늘을 나는 공룡이고 어룡과 수장룡은 물 속에서 살았던 공룡이라고 믿고 있으나 공룡은 중생대의 대형 파충류 가운데 육상 동물만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므로 중생대는 땅에서는 공룡이, 하늘에서는 익룡(「쥬라기 공원(3)」의 주인공)이, 바다에서는 어룡이 판을 치는 세상이지만 이를 통칭하여 공룡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공룡에 대해서는 워낙 많은 자료가 있으므로 더 이상 설명하지 않는다.
인간이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공룡 지식을 배경으로 두고 공룡복제가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만든 복제양 돌리가 나오게 된 배경을 살펴보자.
생명의 기본 단위는 세포이다. 동물이나 식물이나 모든 생물은 세포로 되어 있다. 이 속에서 수천 가지의 화학적 반응이 일어나면서 생명이 유지된다. 세포는 대체로 원형 또는 타원 모양으로 생겼고 광학 현미경으로 천 배정도 확대하면 그 구조가 보인다. 세포의 중심부에는 세포 크기의 몇 분의 1정도인 진한 덩어리가 있고 이것을 세포핵이라고 부른다.
프리드리히 미셔(Johann Friedrich Miescher)는 부패한 수술 상처의 고름에서 얻은 백혈 세포의 단백질을 펩신으로 분해하던 중 펩신이 세포핵을 분해하지 못하는 것을 발견했다. 핵은 약간 작아지기는 했지만 완전한 형태로 남아 있었다. 세포들은 끈적거렸는데 미셔는 이 점액질이 세포핵을 둘러 싼 세포질이 아니라 세포핵 내에 존재하는 것임을 발견했고 그것은 인을 함유하고 있었다. 미셔는 이를 뉴클레인(nuclein)이라 불렀고 뉴클레인이 산성과 염기성 복합체임을 밝혔다. 20년 후에 뉴클레인 중에서 강산성을 띠는 것은 '핵산'으로, 염기성 단백질은 프로타민으로 이름이 바뀐다.
독일의 생화학자 코셀(Albrecht Kossel)은 핵산 분자를 분해하여 일련의 질소 함유 혼합물을 얻었다. 그곳에는 4가지 혼합물이 있었는데 각각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또한 두 개의 고리를 갖고 있는 '아데닌', '구아닌'을 '퓨린', 한 개의 고리를 갖고 있는 뒤의 두 화합물은 '피리미딘'이라 불렀다. 따라서 아데닌, 구아닌은 퓨린 계열이고 시토신과 티민은 피리미딘 계열이 된다. 이 연구로 코셀은 1910년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코셀이 노벨상을 수상한 이후부터 유전물질에 대한 연구는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 곧바로 노벨상의 독무대가 된다.
코셀의 제자인 레빈(Phoebus Aaron Theodor Levene)은 핵산에는 수산기가 있는 디옥시리보스와 수소원자가 붙어 있는 리보스의 두 종류가 있음을 밝혔고 각각 DNA와 RNA라고 이름 붙였다. 또한 그는 핵산이 퓨린이나 피리미딘 염기 중 하나, 리보스나 디옥시리보스 하나, 그리고 인산 하나를 포함하는 작은 조각으로 분리될 수 있다는 것을 밝혔다. 이 조합을 '뉴클레오티드'라 하며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것처럼 DNA 분자는 뉴클레오티드가 연속적으로 결합된 고분자화합물이다.
이제 과학자들은 두 가지 연구 주제를 갖게 되었다. 첫째는 세포에서 이루어지는 에너지와 물질대사를 파악하여 유전의 메커니즘을 알고자 하는 것이었고, 둘째는 '유전자의 화학적 본질'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부모의 형질이 자손에게 전달되는 유전의 메커니즘은 오랫동안 사람들이 가져 온 궁금증의 하나였다. 사실 우리들은 모두 부모와 어딘가를 닮았다. 아주 빼다 박은 얼굴도 있기 때문에 부모와 닮은 점이 많지 않으면 돌연변이라는 말도 한다. 오죽하면 김동인의 『발가락이 닮았다』라는 소설에서 주인공은 자신과 발가락이 닮았다는 것을 발견하고서 자신의 자식이 틀림없다고 만족하기까지 한다. 그만큼 부모의 형질이 자식에게 유전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실 예이다.
과거의 학자들은 개인의 유전적 특성이 부모에게서 자녀에게로 전달되는 피나 다른 유체(fluid)에 의해서 유전된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바로 혈족(blood relative)같은 용어가 쓰이는 이유이다. 물론 이렇게 믿게 된 요인은 당시에는 유전정보를 전달하는 물질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학자들이 세포핵에서 염색체를 발견하고 이 염색체가 유전에 관계된다는 생각을 막연히 하게 되었다. 또한 세포핵이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유전에 관계되는 물질이 단백질이라는 추측하였다. 더구나 매우 복잡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전 정보를 포함하는 분자라면 분자량이 아주 큰 거대 분자일 것이라는 생각했다.
특히 영국의 생화학자 토드(Alexander Robertus Todd)는 간단한 물질로부터 여러 종류의 뉴클레오티드를 합성하는 개가를 얻는다. 곧이어 뉴클레오티드의 합성을 거쳐 뉴클레오티드에 대한 인산화에도 성공하였고 마지막으로 인산염이나 다인산염의 잔유물과 뉴클레오티드와의 중합도 성공했다. 그는 이 연구로 1957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이때 에브리(Oswald Theodor Avery)가 단백질이 유전자가 아니고 DNA가 유전물질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증명했다. 폐렴균에는 표면이 협막으로 둘러싸여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는데 에브리는 표면에 협막이 있는 폐렴균에서 DNA를 추출해서 이것을 협막이 없는 폐렴균에게 주입했다. 그 결과 협막이 없던 폐렴균에 협막이 생기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이 현상을 DNA가 협막을 만드는 유전정보를 협막이 없는 폐렴균에게 전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에브리의 엄밀한 실험에도 불구하고 그의 주장은 유전학자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에브리는 '바이러스의 증식 기구와 유전학적 구조에 관한 연구'로 1969년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그러나 학자들이 에브리의 발견을 모두 무시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DNA를 연구하면 적어도 유전에 대한 기초 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DNA에 대한 연구가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유전자들이 생명과 관계가 된다고는 하지만 이것들을 구성하는 원자들은 모두 활성이 없는, 즉 죽은 원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고무적인 사실이기도 했다. 이들 죽은 원자들이 서로 결합하고 있는 어디인가에 생명의 비밀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은 살아있는 것을 연구해야 하는 것보다는 훨씬 단순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DNA가 유전물질이라는 것이 받아들여진 것은 허시(Alfred Day Hershey) 등이 다시 DNA가 유전정보를 갖고 있다고 발표한 후이다. 허시는 바이러스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인(P)을 포함한 DNA만이 세포 내로 침입해서 바이러스 증식에 참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사실은 핵산인 DNA가 유전물질임을 입증한 것으로 매우 중요한 발견이었다.
그러나 이처럼 핵산인 DNA가 유전물질이라는 연구결과가 계속 나오고 있었음에도 과학자들은 여전히 DNA처럼 단순한 물질이 어떻게 복잡한 유전형질을 전할 수 있겠느냐며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에브리의 연구 논문에 깊은 감명을 받은 샤가프(E. Chargaff)는 핵산 연구에 몰두했다. 그는 '생물은 그 종에 따라 각기 독특한 형질을 갖고 있다. 만약 그 형질의 차이가 DNA의 차이에 의존한다면 DNA 사이에도 화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차이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샤가프는 자신의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인간, 닭, 연어, 메뚜기, 효모, 세균, 소, 돼지 등의 DNA를 분석하여 아데닌, 구아닌, 티민, 시토신의 비율을 측정하였다. 그의 측정으로 '모든 생물의 DNA 내 아데닌, 구아닌, 티민, 시토신의 비율은 똑 같다'라는 가설이 무너졌다. 그는 또한 같은 종류의 생물, 예를 들어 소는 어떤 조직을 채취해도 DNA 속의 아데닌, 구아닌, 티민, 시토신의 분자수 비율은 일정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의 발견은 그 후 DNA의 구조를 고찰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DNA을 통한 유전현상을 분자 차원에서 고찰할 수 있는 기반이 구축되었기 때문이다.
유전자 사냥에 대한 연구를 보면 과학의 발전에는 일관성이 있고 조직적인 연구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학자들의 부단한 노력에 의해 유전자 분야에 대한 몇 가지 중요한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첫째 핵산은 미생물, 식물, 동물의 어느 세포에도 들어 있다. 둘째 핵산은 DNA와 RNA로 되어 있으며 셋째 DNA는 주로 핵 부분에, RNA는 주로 세포질 부분에 한정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박테리아의 경우에는 핵과 세포질이 뚜렷이 구별돼 있지 않지만 DNA와 RNA는 반드시 들어 있다.
학자들은 핵산의 일반적인 구조와 단백질과 유사하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고, 핵산에 유전물질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 학자들은 핵산이 어디에 위치하는가를 정확히 파악하고자 했다.
다행히도 이미 개발된 세포 염색 기술을 이용하여 DNA가 핵 속에 있고 특히 염색체에 위치하고 있음을 알아냈다. 이것은 동물 세포뿐만 아니라 식물 세포에서도 동일했다. 말하자면 핵산은 모든 살아 있는 세포에 존재하는 보편적인 물질이라는 뜻이며 RNA와 DNA 중에서 DNA가 유전 정보를 갖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최근의 연구로 DNA 일부는 미토콘드리아 또는 엽록체 등 세포질성분에도 들어 있으며 핵소체(nucleolus) 속에도 RNA가 들어 있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이제 과학자들은 DNA가 유전 물질로 확인되자 '생명은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에서 유래하는가'라는 질문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DNA가 유전 물질인 것이 확인된 이상 이를 규명하면 인간의 근원을 찾을 수 있다는 기대 하에 전 세계의 학자들은 본격적인 유전자 사냥에 나선다.
DNA에 대해서는 케임브리지 대학의 왓슨(James Dewey Watson)과 크릭(Francis Harry Compton Crick)이 DNA가 2중 나선형 구조라는 것을 발견한 이래 폭발적인 진전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자료들은 많이 있으므로 이곳에서는 상술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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