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16일(화),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있었던 여자프로배구 GS칼텍스 대 현대건설의 경기를 되돌아봤습니다.
사실 경기 당일 버스 안에서 중계를 보려 했습니다. 3세트 13 대 12에서의 작전타임이었습니다. 휴대폰으로 중계를 딱 켜자마자 나온 한 선수의 모습! 우연찮게 첫 화면이 이소영 선수의 단독 클로즈 샷이었고, 너무 반가운 마음에 "억!" 소리가 나오더군요. 그리곤 바로 시청을 접었습니다. 이소영 선수의 복귀 경기라면 재방송이라도 처음부터 천천히 & 유심히 보고 싶었습니다.
오늘 다른 일을 하면서 시청한 거라 기존의 경기 리뷰 틀은 생략하고, 그냥 생각나는대로 몇 자 적어보려 합니다.
일단 1세트는 홈팀 GS칼텍스의 출발이 좋았습니다. 강소휘 선수의 연속 득점에 행운의 서브에이스, 문명화 선수의 깔끔한 속공까지 더하며 세트 내내 리드를 잡은 GS입니다. 1세트에만 팀 공격성공률이 70%에 6명이 고르게 득점을 했다니 말 다했습니다. 25 대 19 승입니다.
2세트는 현대건설의 반격이 시작됐습니다. 이번 시즌 폼이 참 좋고 꾸준한 양효진 선수(20득점)가 선봉에 서고, 기복이 있었던 엘리자베스 선수도 25득점을 더했습니다(공격성공률 50%). 여기에 황연주(16점) - 황민경(9점) 선수까지 득점에 가세하며 리드를 잡은 현대건설입니다.
반면 GS칼텍스도 듀크 선수가 1세트에 이어 순도 높은 공격(공격성공률 48.44%)을 자랑하며 맞불을 놨습니다. 강소휘 선수도 역시 공격에서 컨디션이 좋았고(17득점, 공격성공률 40.54%), 경기 초반부터 간간이 선보였던 중앙속공이 현대건설의 블로킹벽을 많이 혼란스럽게 한 효과가 있었습니다. 양 날개쪽에서 좋은 공격이 계속 나와줬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리시브와 블로킹 면에서 살아난 현대건설이 정상적인 경기력을 회복했고, 공격에서 22 대 11로 확실한 차이가 났습니다. 2세트는 25 대 18, 현대건설의 승리였습니다.
3세트도 앞선 경기 흐름과 같이 나름 치열한 승부가 계속되었습니다. 엎치락뒤치락하는 중에 2번째 테크니컬 작전타임 후 나온 황연주 선수의 블로킹 2개가 결정적이었습니다. 황 선수가 GS 듀크 선수의 자신감 넘치던 공격 2개를 막아섰고, 듀크는 이후 24 대 20을 만들어주는 결정적인 공격범실(엔드라인을 벗어나는 타격)까지 범하며 세트를 내줬습니다.
4세트는 제대로 집중해 못봤지만, 세트 초반부터 점수차가 많이 벌어졌었죠. 25 대 13으로 현대건설이 마지막 세트를 가져가며 귀중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현대건설의 승입니다.
일단 현대건설의 양효진 선수는 진심으로 우리 여자프로배구 최고의 사기 캐릭터(190cm)라는 생각이 들고요. 오늘도 9개의 속공 포함 20득점이나 기록해줬습니다. 이다영 세터와의 호흡은 점점 더 잘 맞아들어가는 느낌이고, 이다영 선수가 중요할 때 그리고 급할 때마다 양효진 선수를 찾네요. 양효진 선수의 가치를 반증하는 것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문득 들었던 생각이 이다영 세터를 대신해 이효희 선수가, 그리고 정대영 선수 대신에 양효진 선수가 들어가면 어떨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효희-양효진 조합!! 상상만 해도 엄청난 무기가 될 것 같은데, 내일 있을 올스타전 때 그 모습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GS의 경기력, 예상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확실히 김유리-문명화 센터 자원을 수시로 활용해줘야 양쪽 날개 공격수들도 더 쉽게 공격을 펼쳐나갈 수 있는 것이고요. 이나연 세터의 고르게 분배하려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봅니다.
그리고 표승주 선수가 부상으로 빠져있지만, 그에 맞게 더욱 더 힘을 내주고 있는 듀크 & 강소휘 선수의 각성한(!) 공격력 좋았고요.
이소영 선수가 복귀한 만큼, 김진희 선수를 포함해 많은 동료 선수들이 조금 부담감을 덜고 함께 좋은 결과를 만들어 갈 수 있으리라 봅니다. 조만간 승리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수고들 많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310일만에 정규시즌 코트로 복귀한 GS칼텍스 "에이스" 이소영 선수에 대해서...
제가 얼마나 이소영 선수의 팬인지, 부상소식에 얼마나 안타까워 하고 또 복귀를 얼마나 기다려왔는지는 그동안 다른 글에서 너무 많이 써왔음으로 생략하고요. 오늘 경기에 대해서만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오늘 경기 2세트, 23 대 17로 팀이 뒤지고 상황에서 이소영 선수는 김진희 선수와 교체돼 코트를 밟았습니다.
처음으로 시도한 공격은 양효진 선수의 손에 아쉽게 걸렸지만, 곧바로 똑같이 블로킹으로 되갚아주며 올시즌 첫 득점에 성공하기도 했었죠. 4득점 올렸지만 서브 범실도 있었고, 공격 시도(11)도 성공(2)도 솔직히 만족스럽지는 못했습니다. 본인도 마찬가지겠지요.
물론 팬의 입장에서도, 응원하는 선수가 오랜 공백을 깬 복귀전에서 15 ! 20점씩 기록해주며 팀도 승리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이소영 선수가 그간 걸어온 힘든 재활의 길과 현재 팀의 상황, 그리고 이소영 선수가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플레이들을 모두 고려하며 조금 여유를 가져볼까 합니다. 애초에 올시즌에는 아예 볼 수 없다 생각했던 선수였고, 그런데 어느날 문득 김천 직관을 갔을 때 선수단과 동행해 연습하던 모습, 뜻하지 않았던 만남에 반가웠었고. 계속되는 복귀시기 저울질 보도들에 기다리면서도 내내 한편으론 걱정했던, 그리고 약속대로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코트로 돌아와준 '우리' 선수니까요.
한편으로는 많은 팬들 걱정하시는대로 예상보다 이른 복귀가 우려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조기 컴백에 탈이 날 수도 있겠죠.
현재의 어려운 팀상황을 고려해 서둘렀을 수도 있죠. 조급한 선택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부분은 선수 본인과 감독님, 그리고 구단이 함께 결정할 (=결정한) 문제겠죠. 종합적으로 합리적인 고려를 했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일단 & 무조건 "돌아온 이소영 선수를 반갑게 환영합니다." 말 그대로 돌아왔으니까요.
그리고 제가 신인 때부터 지금껏 응원해온 이소영 선수는 확실히 '강소휘 선수의 원조버전'답게 항상 자신감 넘쳤고, 크지 않은 키에도 멋진 점프력으로 한 시원한 스파이크가 매력이었고, 매경기 12~13점씩 꾸준한 득점에 안정된 리시브가 더 돋보였던 그런 선수였습니다. 예쁘진 않지만서도(?) 나름 귀염상에(?) '아기용병'이란 별명이 참 어울렸고, 지금은 '소녀용병'으로 성장했고요.
그리고 그렇게 제 기억속에 남아있는 예전 모습을 다시 회복 할 거고요.
그리고 혹시나 이소영 선수가 앞으로 그 어떤 모습과 경기력을 보여주더라도 단 한 가지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습니다.
이소영 선수는 저를 여자배구로 인도한 선수이고, 저의 No.1 Player라는 거죠. 그리고 다른 많은 팬들에게도요.
응원합니다. 변함없이.
감사합니다. p.s. GS 표승주 선수의 빠른 쾌유를 함께 응원합니다!
"요즘 쫌 무섭다!" 현대건설 양효진 센터(왼쪽). 그리고 "양 선수와의 호흡이 점점 더 무서워진다!" 이다영 세터(오른쪽) 댄쓰~~
현대건설 김연견 리베로(No.8)의 단단한 수비력은 여전했습니다. 사진도 복스럽게 잘 나왔어요~~^^
GS 최후의 보루, 나현정 리베로도 오늘 경기 고생 많았습니다. 무릎 상태가 좀 어떤지 걱정이네요.
그리고 이소영 선수! 오늘 경기가 얼마만의 복귀전인데 KOVO에서 제공하는 경기사진이 이거 한 장 뿐이라니...
앞으로 꾸준히, 더 많은 '하이라이트 필름'을 만들어내주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