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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대전내집마련커뮤니티 원문보기 글쓴이: 유경아빠
김광희 전 대전도시철도공사 사장. 대전 도시철도 2호선은 저비용의 지하화 방식인 빌바오 지하철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안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
대전시 도시철도 2호선은 여전히 고민거리다. 고가(高架) 방식으로 할지 노면(路面·트램) 방식으로 할지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고가는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점이, 노면은 도로 교통의 방해물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다. 땅속으로 가는 '지하철 방식'은 돈이 너무 들어 선택 항목에서 빠져 있다.
도시철도 2호선 딜레마에 빠져 있는 대전
염홍철 시장은 임기 안에 방식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금으로선 고가든 노면이든 둘 중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 어느 쪽이든 시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방식이다. 대전시는 수년 째 2호선 딜레마에 빠져 있다.
김광희 대전도시철도공사 초대 사장은 이 문제에 대해 '답'이 있다고 자신한다. 그는 스페인의 빌바오(Bilbao) 지하철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빌바오 지하철'은 고가도 노면 방식도 아닌 그야말로 '지하철'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선 배제돼 있는 방식인데 어떻게 가능하다는 것인지 김광희 전 사장의 말을 들어봤다. 그는 '빌바오 방식 지하철'의 현실성에 대해 확신하고 있었다.
-언제 대전도시철도공사장을 지냈나?
"대전도시철도 초대사장을 했다. 2005년1월부터 2006년12월까지 2년 했다. 그 당시 완벽한 개통을 위해 1호선 현장을 수십 번 누비고 다녔다. 그 결과 성공적으로 개통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2호선이 꼭 필요한가?
"효율성과 경제성을 위해선 대전에도 3개 노선은 돼야 한다."
-단선(單線)만으론 안되나?
"단선으론 지하철의 효율성에 한계가 있다."
'고가'는 미관 저해, '노면'은 도로교통 장애
먼저 대전시가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고가방식과 노면방식의 장단점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고가 방식의 장점은 뭔가?
"지하철로 하는 것보다 비용이 덜 든다 것이다. 그 외에는 장점이 별로 없다."
-고가 방식의 문제점은?
"도시 미관을 저해한다. 또 지하철인 1호선과 환승도 복잡하다. 그러면 이용률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2호선 주변 사람들의 프라이버시 침해도 우려된다."
-외국 도시들에선 고가 방식도 제법 볼 수 있지 않나?
"당장 고가 방식으로 추진한 대구에서 시민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지 않나? 의정부나 용인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안다. 고가는 전 근대적인 방식이다. 이제는 맞지 않는다. 서울시도 3.1 고가도로를 뜯어내지 않았나?"
-그럼 노면 방식은?
"노면 위로 지나가는 방식이다. 지상에 레일을 까는 것이다. 건설비용이 적게 드는 게 장점이다. 그러나 도로 위로 달리니까 자동차 교통을 방해할 수밖에 없다. 교통 신호체계, 강우 강설 등 기후에도 영향을 받는다. 정시성도 떨어질 수 있다."
김 전 사장은 고가나 노면 모두 대중교통 체계에는 맞지 않는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빌바오 지하철 출입구는 저비용의 캐노피(차양)로 꾸며져 있다. (김광희 전 사장 제공) |
건설비용 크게 줄이는 빌바오의 ‘지하화 방식’
-고가도 노면도 안 된다면 제3의 방식이 있나? '지하화'는 돈이 너무 많이 들어 정부에서 돈을 안 대준다고 하는데.
"철도공사 사장할 때 스페인의 빌바오를 방문했었다. 인구 100만 정도 되는 도시다. 도시 재생에 성공한 도시라고 한다. 지하철이 아주 잘 돼 있었다. 영국의 노먼 포스터가 설계했다고 한다. 역사(驛舍)가 복층 구조로 설계돼서 매표공간과 탑승 공간을 최단거리로 잇는 단순한 구조였다. 우리 역사와는 크게 달랐다. 건설비를 줄이면 정부도 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빌바오는 고가도 노면도 아닌 지하철인가?
"지하철이다."
-대전의 1호선처럼 지하 깊숙이 들어가 있나?
"저심도 구간도 있고, 더 깊이 들어가 있는 구간도 있지만 매표 공간과 승차 공간이 하나로 연결돼 있다."
간단한 역사(驛舍)사가 저비용의 핵심
김 전 사장은 "빌바오 방식의 핵심은 구조가 아주 간단하다는 것"이라며 "대전지하철 1호선은 너무 방대하게 건설됐다"고 했다.
-어떤 부분이 방대한가?
"우리 지하철의 역사는 학교운동장보다도 크다. 지하철에서 내리면 어느 곳으로 나가야 될지 모를 만큼 출입구도 많다. 보통 7~8개다."
-빌바오는 출입구가 몇 개인가?
"2개다. 많아야 3개다. 기본적으로 지하철 노선 양쪽에 하나씩이다. 지하철 출입구도 아주 심플하다. 캐노피(차양) 정도만 설치돼 있다. 그러면서 예술성도 뛰어나다."
김 전 사장은 "빌바오 지하철은 전기와 통신시설도 중앙제어식인데 우리 대전은 이런 시설들이 각 역마다 설치돼 있다"고 했다.
빌바오 지하철은 매표공간과 탑승공간이 일체화 되어 있다. 간단한 역사는 저비용 지하철의 핵심이다. (김광희 전 사장 제공) |
빌바오 지하철 출입구 2~3개.. 우리는 7~8개
-대전도 중앙제어 방식으로 할 수 없는가?
"대전도 가능하다고 본다."
-빌바오에선 각 역에 몇 명이 근무하나?
"2명이다. 역무원 1명과 안전요원 1명만 근무하고 있었다."
-'빌바오 식'으로 역사 규모를 줄인다고 해도 건설비용이 고가나 노면 방식보다 많이 들어가는 것 아닌가?
"당시 빌바오 지하철 관계자의 설명으론 빌바오의 단가가 대전지하철 1호선의 3분의 2 정도밖에 안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김 전 사장은 출장에서 돌아올 때 대전도 빌바오 방식으로 하면 건설비는 물론 운영비에서도 크게 절감할 수 있다고 확신했고, 대전시에 이런 내용을 출장 보고서를 제출했었다고 한다.
-혹시 대전시가 '빌바오 방식'을 알고 있으면서도 (현실성이 없어서) 추진하지 않는 것은 아닌가?
"그건 모르겠다. 몇 달 전에 내가 한 신문사를 통해 빌바오 방식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는데 반응은 없었다."
-만일 빌바오 방식을 채택한다면 경전철로 해야 하나? 아니면 중전철(中電鐵 현재 대전지하철1호선)로도 할 수 있나?
"빌바오는 중전철이다. 빌바오 지하철도 '4량(輛) 1편'의 체제다. 대전 1호선과 같다."
도시철도 건설은 도시철도공사 주도로
-도시철도를 건설하는 과정에 도시철도공사가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나?
"참여가 아니라 주도해야 된다고 본다. 도시철도공사가 건설 단계부터 주도하면 건설과 운영에서 효율성과 책임감을 높일 수 있다. 도시철도공사의 지하철 운영 경험을 2호선 건설 과정에 적극 반영하는 게 필요하다."
-현재 1호선(판암동~반석동)은 성공적으로 운행되고 있다고 보나?
"건설비용은 많이 들었다. 스크린 도어를 100% 설치한 도시는 대전밖에 없었다. 그 뒤에 10년 가까이 되었지만 작은 사고도 없지 않나? 나는 지하철을 주로 타는데 너무 편하고 좋다."
김광희 전 사장은 "대중교통의 100년 대계를 위해서는 고가방식이나 노면방식이 아닌 지하철 방식으로 가야 한다"며 "빌바오를 디테일하게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장애인을 위한 엘리베이터(위)도 설치돼 있고 캐노피도 없는 출입구(아래)도 있다. (김광희 전 사장 제공) |
김광희 사장은 대전도시철도공사 사장을 지낼 때 영국 프랑스 그리스 등의 여러 나라의 도시들을 방문하면서 지하철을 공부했다고 한다. 지금은 대전시민의 한 사람으로, 도시철도 사장을 지낸 사람으로서 2호선의 훌륭한 대안을 찾기 위해 관련 자료를 뒤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김 전 사장은 처음엔 인터뷰를 사양했다. 대전시가 하는 일에 참견하는 것으로 비춰질까 해서였다. '빌바오가 대안이란 보장은 없지만 정말 괜찮은 아이디어라면 시민들과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눠야 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추궁'을 받고서야 인터뷰에 응했다.
*스페인의 빌바오시는 인구가 35만 명(2007년)이다. 위성도시까지 합쳐 100만 명 정도다. 이 도시는 1995년에 지하로 다니는 진짜 ‘지하철’을 개통했다. 2개 노선 38km에 36개의 역을 두고 있다. 인구 150만 명의 대전의 지하철은 단선 22Km 길이에 22개 역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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