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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21세기스피치웅변아카데미 원문보기 글쓴이: 유달산(이영근)
2009년 12월 8일 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091208화] 각종 사회보험 구조개혁 서둘러라
내년에 각종 연금과 보험 등 사회보험료가 줄줄이 인상된다. 건강보험료가 내년 1월부터 4.9% 인상될 예정이고, 노인 장기요양보험료도 보수월액의 0.24%에서 0.35%로 오른다. 고용보험료와 국민연금도 인상될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가계동향에서 연금과 사회보장 지출은 월평균 17만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근 5년간 38%나 치솟은 것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자료를 봐도 한국의 사회보장 부담이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사회보장 부담률은 선진국보다 낮은 편이지만, 저출산과 고령화를 감안할 때 결코 부담이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 경제위기 여파로 가계의 실질소득이 줄어드는 등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는 상황에서 사회보험료 인상은 내수를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 문제는 사회보험료 부담이 더 빠르게 늘어난다는 점이다. 부담하는 연령층은 주로 30~40대인데, 급속한 고령화로 젊은 층 비중은 줄어들고 노인 인구는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이 건강보험과 요양보험이다. 우리나라 인구 10명 중 1명인 65세 이상 노인들의 진료비는 65세 미만에 비해 4배 이상 많다. 지금도 전체 진료비의 30% 이상이 노인들에게 들어가며, 2020년이면 그 비율이 절반에 육박할 전망이다. 폭증하는 노인 의료비에 대응하려면 '치료비'보다 '예방 의료비'위주로 건강보험 재정의 지출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효율적 재정 관리를 위해 비대해진 건강보험공단을 쪼개 경쟁 체제를 유도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덜 내고 더 받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특수 직역 연금의 근본적 개혁도 서둘러야 한다. 정부는 내년에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을 위한 재정투입 규모가 사상 처음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했다. 보험료를 다소 높이고 연금 지급률을 낮춘 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5~10년 후면 또 고쳐야 하니 미봉책일 뿐이다. 손쉬운 사회보험료 인상에 매달리기보다 혈세로 적자를 보전하는 특수직 연금부터 개혁하는 게 옳다.
[한겨레신문 사설-20091208화] 가해자는 숨고 피해자만 남은 ‘태안 참사’ 2년
충남 태안 앞바다가 검은 기름으로 뒤덮인 지 벌써 2년이 지났다. 100만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점차 이전 모습을 찾아가고 있지만 피해 어민들의 시름은 걷힐 줄 모른다. 피해 보상이 지지부진한데다 훼손된 어장도 언제 복구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나 사고를 유발한 삼성중공업은 이제 멀찌감치 물러나 뒷짐만 지고 있다. 피해 어민들에게 모든 걸 맡겨두고 이렇게 나 몰라라 해도 되는 건지 답답할 뿐이다.
가장 빨리 해결해야 할 문제는 보상이다. 지난달 말까지 이뤄진 보상은 청구금액의 1%에도 못 미친다. 무려 1조465억원의 피해 보상 청구를 했지만 실제 지급된 보상액은 고작 68억원이다. 피해 입증이 쉽지 않은데다 보상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탓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모든 걸 피해 어민들에게 맡겨놓지 말고 보상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가능한 한 이른 시일 안에 보상이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마땅하다.
사고 해역의 환경 복원도 시급한 과제다. 드러난 기름때는 대부분 걷혔으나 사고 이전 상태로 회복되려면 요원하다. 정부는 최근 피해 지역에 대한 환경복원 기본계획을 발표하는 등 생태계 복원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얼마나 실효성 있게 추진할지 의문이다. 앞으로 10년 동안 겨우 4800여억원을 들여 피해 지역의 해양 환경과 생태계를 복원한다는 것은 너무 안일한 발상이다. 더욱이 생태계 복원은 정부가 피해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추진해야 하는데도 피해 지역에 대한 생태조사 결과조차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환경 복원 작업마저 밀실에서 대충대충 하려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사고를 유발한 삼성중공업에 어떻게 책임을 물을 것인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대규모 해양오염 사고의 경우 오염자가 피해 보상은 물론 파괴된 생태계 복원까지 책임지는 게 국제적 관례다. 그런데도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월 삼성중공업의 책임한도액을 56억원으로 산정했다. 삼성중공업이 법원의 이런 판결에 기대어 피해액이 수조원에 이르는데도 겨우 50여억원만 부담하겠다면 누가 납득하겠는가. 정부는 어떤 식으로든 삼성중공업이 피해 보상과 생태계 복원에 궁극적인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정부가 삼성과 한편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동아일보 사설-20091208화] 北, 고위층부터 중국 베트남 시장경제 배우라
남북한의 중국과 베트남 공단 공동시찰이 12일 시작된다. 남북 공동시찰은 우리 정부가 제안하고 북한이 동의해 성사됐다. 남북 시찰단 20명이 10여 일 동안 함께 다니며 외국 공단을 둘러보고 개성공단 발전을 위한 건설적인 방안을 찾아보기로 한 것은 의미가 있다.
중국과 베트남은 북한에는 훌륭한 성장모델이다. 중국은 개혁개방 정책을 채택한 이후 비약적인 성장을 계속해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다. 최근 화폐개혁을 단행한 북한은 특히 베트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베트남은 1979년부터 81년까지 북한의 7·1조치와 유사한 임금과 가격 현실화 조치를 취한 뒤 인플레가 심해지자 1985년 10 대 1로 화폐개혁을 했다. 이어 4년 뒤 가격의 완전 자유화를 선언하면서 시장경제 요소를 대폭 도입해 경제발전의 길로 접어들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도 중국과 베트남의 개혁 개방을 배우겠다고 했다. 그는 2001년 중국의 상하이를 둘러본 뒤 “천지개벽했다”며 놀라워했다. 2006년에도 상하이를 다시 찾았지만 북한은 여전히 중국의 개혁 개방과는 거리가 멀다. 김 위원장은 2007년 평양을 방문한 농득마인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에게 “도이머이(혁신) 정책의 성취를 매우 높이 평가한다. 베트남을 거울로 삼고자 한다”고 했지만 말뿐이었다.
북한이 사회주의 체제를 고수하면서 시장경제 체제를 접목해 성공을 거둔 중국과 베트남에서 교훈을 얻을 생각이라면 실무자 10명의 현지 방문으로는 부족하다. 김 위원장 주변의 고위층을 보내 각국이 살아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보고 배워 근본적인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북한도 중국과 베트남 공단에 대한 기초 정보쯤은 갖고 있을 것이다. 이번 시찰이 실무자 수준 행사로 그치면 북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시찰단은 통일부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당국자들로 구성된다. 이번 시찰에서 남북한 사이에 개성공단을 포함한 여러 현안에 대한 대화가 이뤄질 수도 있다. 북은 작년 3월 개성공단 내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에 근무하던 남측 당국자 11명을 추방하면서 ‘개성공단 흔들기’를 시작했다. 국제사회에 맞서는 대결정책으로는 살아남기가 어렵다는 점을 북이 납득할 수 있도록 우리 시찰단이 충분한 준비를 하고 갈 필요가 있다.
[조선일보 사설-20091208화] 그렇다면 국립묘지엔 누가 묻히나
지난 3일 발생한 경기도 포천 총포탄약 시험장 고폭탄 폭발사고 때 사망한 국방과학연구소(ADD) 연구원이 국립묘지에 묻힐 수 없다고 한다. '국가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ADD는 우리나라 무기 체계 개발의 중심으로 안보의 최전선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곳의 연구원이라면 아무리 민간인 신분이라고 하더라도 현역 군인 못지않을 정도로 나라 지키기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연구원이 다른 일도 아니고 국산 포탄의 성능을 시험하다가 목숨을 잃었다면 전쟁터에서 전사한 군인과 상황이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봐야 한다. 이 사람이 국립묘지에 묻히지 못한다면 국립묘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ADD는 업무의 특성상 그 중요성이 널리 알려질 수는 없지만 뒤에서 소리 없이 대한민국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 중의 하나인 기관이다. 이곳의 연구원들은 다른 민간 연구소보다 임금이 높은 것도 아니고 장래가 더 보장되는 것도 아니지만 나라를 지킨다는 사명감만은 누구 못지않은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을 움직이는 인센티브는 다른 무엇보다도 사기(士氣)일 것이다. 공무를 수행하다 사망한 동료가 국립묘지에도 묻히지 못하는 것을 본 연구원들의 사기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다.
이번처럼 외부 의뢰를 받아 시험하던 중 사고가 났을 경우 피해 연구원이 의뢰업체로부터 보상을 받을 근거도 없다고 한다. 사고가 난 시험장은 1980년대에 지어진 것으로 원격 통제되는 선진국 시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낙후됐다. 피해자들이 시험 때 안전 장구를 갖추지 않았다고 하지만 이런 낙후 시설에서 아무리 안전 장구를 갖추었다고 해도 강력한 폭발의 피해를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토록 위험한 일을 시키면서 연구원들에 대한 보호는 이렇게 허술했다니 믿을 수 없을 정도다. ADD는 지금에서야 의뢰업체와 계약 때 책임을 명시하고 공무 중 사망한 연구원들이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1977년 5월 북한의 저공 침투기에 대비한 벌컨포 시험 도중 폭발사고가 발생해 청와대 경제수석실 방위산업담당 비서관이 현장에서 사망했다. 당시 담당 수석은 대통령에게 "전우(戰友)의 시체를 넘고 넘어 전진할 따름"이라고 보고했다고 한다. 정부가 무기 개발 도중 사망한 연구원들을 '전우'라고 생각한다면 그들을 어떻게 예우해야 하는지는 자명한 일이다.
[서울신문 사설-20091208화] 부처 다툼에 실종된 저출산·고령화 사령탑
올해 서울시내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수가 사상 처음으로 20명대를 기록했다고 한다. 초등학생수 감소는 전국적인 현상으로 학교마다 남아도는 교실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고민이다. 합계 출산율 세계 꼴찌를 기록한 초저출산 신드롬의 여파다. 반면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은 점점 늘면서 성장잠재력을 위협하고 재정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의 급여지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며 시행 1년밖에 안 된 제도를 취약계층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저출산·고령화의 사회적 충격이 곳곳에서 가시화되고 있는 셈이다.
저출산·고령화는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다. 하지만 정작 인구문제를 해결할 사령탑은 보이지 않고 부처 간 다툼만 이어지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각종 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부처 간 의견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아이디어 차원에서 주저앉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 미래기획위원회가 내놓은 초등학교 5세 입학 문제는 교육과학기술부의 반대로 답보상태고 복지부가 주관했던 방과 후 돌보미사업도 교과부 반발로 무산됐다. 보육업무를 놓고 복지부와 여성부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2005년 출범한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현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 직속으로 격하된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본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보육, 교육, 주거, 고용, 병역 등 여러 부처와 연관이 돼 있기 때문에 범정부적인 이슈로 접근하지 않으면 해결이 불가능하다. 청와대나 총리실 직속으로 별도의 정부기구를 두고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최우선 국가과제로 삼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인구문제가 ‘폭탄’으로 비유되는 것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명심하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091208화] 세종시 문제 결론 늦어질수록 꼬일수 밖에 없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세종시 건설계획이 주춤거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초 이달 중순께로 예정됐던 정부의 대안 발표가 내년 초로 미뤄졌고,수정작업을 지휘하고 있는 정운찬 총리는 최근 "행정부처들이 세종시로 하나도 안 갈 수도,다 갈 수도 있다"는 발언을 했다. 정부가 세종시 문제에서 한발 빼는 '출구전략'을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물론 세종시 수정에 대한 정부 의지는 굳건해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지방 언론사 간부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국가 백년대계의 문제에 감성적이 아닌 냉철한 이해와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 한나라당 지도부와 시 · 도당위원장들을 초청한 청와대 회동에서도 세종시 수정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적극적인 협력을 당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세종시 문제가 여전히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대통령 스스로 얼마전 "국민과 충청도민이 반대하면 도리가 없지 않느냐"고 말한 것처럼,수정안이 끝내 관철되지 않을 경우 달리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세종시 수정은 법률개정을 거쳐야 하는 사안이다. 야당의 반대는 말할 것도 없고,여당 내부의 정치역학적 측면에서도 걸림돌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대통령과 총리가 세종시 수정론을 말할 때 이런 어려움을 미리 예상하지 않았을리는 만무하다. 무엇보다 우리가 누차 강조해왔듯,세종시 문제는 수도분할에 따른 엄청난 비효율과 낭비,국가경쟁력의 손실을 막자는 취지(趣旨)에서 제기된 것이다. 정부가 어느 때보다 강력한 의지를 갖고 흔들림없이 추진하지 않으면 안될 일이라는 얘기다.
지금은 다수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는 세종시 대안 마련과 계획 수정의 불가피성을 설득하는데 최우선적인 노력을 기울일 때다. 정부 스스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정치적 풍향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오히려 혼란만 더 커질 뿐이다. 결론을 빨리 내지 못한 채 시간을 끌수록,내년 지방선거 등 여러 정치일정을 감안할 때 바람직한 해법은 자꾸 꼬일 수밖에 없다. 나아가 세종시에 대한 논쟁 또한 원안 추진이냐 아니냐를 떠나,국가경쟁력 제고와 충청지역 발전을 위한 대안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할 것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091208화] 단계적 기업 구조조정 통해 충격 줄여야
금융 당국이 내년부터 은행들에 기업 구조조정을 독려할 것으로 보여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기존 대출금이 회수되거나 신규여신이 중단돼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들이 나오고 있다. 금융 당국은 내년 은행검사 때부터 구조조정 진행상황을 점검하고 소극적인 은행에 제재를 가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손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봐 의도적으로 높은 평가를 하거나 부실채권의 헐값매각을 우려해 채권회수에 미온적인 은행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극복 차원에서 한시적으로 도입한 중소기업에 대한 전액 만기연장과 보증확대를 무한정 시행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조치로 평가된다. 더구나 금리상승이 본격화될 경우 막대한 가계부채와 함께 중기대출 부실이 맞물리면 금융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선제적 대응이 요구된다. 문제는 부실기업들이 한꺼번에 구조조정 압력을 받을 경우 실업 문제를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단계적인 접근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면에서 연말에 끝나는 중소기업 유동성지원 프로그램(패스트트랙)을 이미 내년 상반기까지 연장하기로 한 일은 중소기업들이 일시에 자금난에 몰리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필요하다면 대출보증 확대 조치를 당분간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공적 보증한도를 탄력적으로 운용해 만기 연장률을 점진적으로 축소해나가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기업들이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대내외 경제변수를 감안해 대출축소의 속도와 폭을 조정해나가는 노력이 요구된다.
내년부터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세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돼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취해진 비상조치들을 점차 축소하거나 정상화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부분이 바로 재무구조가 열악한 중소기업들이다. 중소기업들도 정책금융 의존도를 줄이고 금리상승에 대비해 스스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노력을 강화해나가야 한다.
* 오늘의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신예리(논설위원)-20091208화] 환경 면죄부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낳은 첫 히트 상품은 성서가 아닌 면죄부였다. 죄를 짓고도 돈 몇 푼만 내면 고난도, 지옥도 피해갈 수 있다는 성직자들의 판촉에 찍는 족족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죄질에 따라 치러야 하는 값도 달랐다. ‘평민의 간음죄 27리브르, 근친상간은 4리브르 추가, 부적절한 관계를 계속 유지하려면 87리브르5수’라 적힌 아비뇽 교황청의 가격표가 전한다.
지구온난화 시대의 중죄라 할 탄소 배출에도 면죄부가 등장했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대신 친환경적인 사업에 돈을 내도록 하는 이른바 ‘탄소 상쇄(carbon offset)’ 상품이다. 교통 수단 중 가장 많은 탄소를 내뿜는 비행기 여행자들이 주로 산다. 아프리카에 나무를 심고 브라질에 수력발전소를 짓는 데 쓰라며 항공료 외에 10~40달러를 더 지불한다. 죄책감을 덜려는 수요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연간 매출이 수백만 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비판이 만만치 않다. 중세 때 면죄부가 사람들이 맘 편히 죄를 짓도록 부추겼듯이 탄소 상쇄 상품도 더 많이 여행하고, 더 많이 소비하는 풍조만 조장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들 상품이 탄소 감축에 조금이라도 기여했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음악계의 대표적 환경 전도사인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만 해도 자가용 제트기로 전 세계를 누빈 데 대한 대가로 2002년 인도에 망고나무 1만 그루를 심었지만 4~5년 만에 모두 말라 죽고 말았다.
교토의정서에 따라 2005년 도입된 탄소배출권 거래(cap and trade) 역시 마찬가지 해악을 저지르고 있다고 환경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온실가스 배출한도를 넘긴 나라가 한도를 못 채운 나라로부터 배출권을 사들일 수 있게 한 이 제도도 과다 배출국들에 면죄부를 줄 뿐 감축 효과는 미미하다는 얘기다. 나사(NASA)의 기후과학자 제임스 한슨은 “면죄부 거래로 성직자들은 돈을 벌고 죄인들은 계속 죄를 지을 수 있었던 중세처럼 배출권 거래를 통해 개도국들은 돈을 벌고 선진국들은 탄소를 마음껏 내뿜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개탄한다.
2013년 이후 지구촌 온실가스 감축 방안의 새 틀을 짜는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막을 열었다. 배출권 거래의 확대 못지않게 지금껏 지적된 문제점에 대한 보완책도 논의되길 바란다. 면죄부로 눈 가리고 아웅해봤자 지구는 용서하지 않을 게다.
[경향신문 칼럼-여적/박래용(논설위원)-20091208화] 대통령 전용기
대통령 전용기는 ‘하늘의 청와대’다. ‘공군 1호기’로 불리는 현재의 대통령 전용기는 1985년 전두환 대통령 때 도입한 보잉 737 기종으로 정원 41명에 비행거리가 2~3시간밖에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수명 25년이 다 될 만큼 낡아 지난 6년간 해외 사용은 불과 8차례뿐이었다.
그래서 대통령이 해외에 나갈 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사에서 번갈아가며 항공기를 빌려 쓴다. 특별 전세기는 한 달 전쯤 정해지는데, 이때부터 비행기는 24시간 청와대 경호실의 경계 속에 개조작업에 들어가 특별기로 다시 태어난다. 맨 앞의 ‘퍼스트 클래스’ 자리는 의자를 다 뜯어내 대통령 침실로 꾸미고, ‘비즈니스’석은 집무실로 개조된다. 수행원과 기자들이 앉는 뒷자리 ‘이코노미’석은 변함이 없다. 해외방문을 마치면 항공사 측은 다시 뜯어 원상태로 복구해서 쓴다. 지난 10년간 청와대는 비행기를 53번 임차했고, 1회당 평균 13억4900만원을 지출했다. 그렇게 하늘에 뿌린 돈만 김대중 정부 때 278억원, 참여정부 때 414억원이었다.
대통령 전용기 후보로 거론되는 보잉 747 혹은 에어버스 340은 기체 값에 첨단장치 설치비용까지 합해 대당 4400억원 정도. 전용기가 있으면 총리나 3부 요인, 특사들이 해외에 나갈 때도 번갈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면 10년 내에 본전은 뽑을 것이라고 하니 아예 사는 게 낫겠다는 얘기가 나올 법도 하다. 세계에서 대통령 전용기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46개국으로 멕시코·스페인 등 어지간한 나라들은 다 갖고 있다. 우리도 참여정부 시절 세계 경제규모 13위권에 걸맞게 수차례 전용기 도입을 추진했으나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이 번번이 발목을 잡았다.
이번에 국회에서 민주당 의원이 나서 “우리나라의 경제적 지위와 국격을 생각해서라도 전용기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 정부안에 없던 전용기 도입 예산을 새로 넣었다고 한다. 야당의 반발을 우려해 포기한 정부의 고민을 먼저 해결해 준 것이다. 경제 사정을 감안하면 불요불급한 예산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겠으나 장기적으로 보면 매번 빌리는 것보다 경제적이란 주장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모처럼 여야 의원들이 10년, 20년 후 국익을 내다보고 만장일치 합의를 이뤘다고 하니 딴 현안도 이렇게 손을 맞댔으면 싶다.
[매일경제신문 칼럼-매경춘추/최정표(건국대 경제학과 교수)-20091208화] 화가의 생애
투자를 위해 그림을 사려는 사람들은 먼저 투자 대상 작가를 선택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그 작가의 어느 작품을 구매할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이때 궁금한 사항 중 하나는 그 작가의 어느 연령대 작품이 더 좋은 작품일까이다. 호기심이 있는 곳에는 그 호기심을 풀기 위한 연구가 있게 마련이다.
문화예술 경제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서양 작가들 중에는 1920년 이전에 태어난 작가들은 40세 이후에 걸작을 많이 남긴 반면 그 이후에 태어난 작가들은 40세 이전에 더 좋은 작품을 많이 남긴 것으로 되어 있다. 미국의 현대작가들은 최근 작가일수록 그 이전 작가에 비해 젊은 시절에 더 좋은 작품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작가들에 대해서는 이런 연구가 없어 아쉽다.
이런 연구는 흥미 있는 연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분석 결과의 신뢰성에는 의문이 많다. 우선 연구자의 주관성이 끼어들 여지가 많다. 특히 좋은 작품이라는 판단은 매우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거기다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작품은 객관적인 평가를 받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연구결과도 연구자에 따라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작가가 어느 나이 때 더 좋은 작품을 낼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작가에 따라 다를 수 있고, 시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거기다가 작가들의 수명도 각기 다르다. 고흐는 짧은 인생을 불우하게 살았다. 그러나 거의 모든 작품이 걸작으로 대접받고 있다. 반면 피카소는 매우 오래 살았을 뿐만 아니라 죽을 때까지 부귀영화를 누렸다. 이처럼 사람의 인생은 각양각색이다. 작가도 마찬가지이다. 언제 걸작을 남길지는 본인도 모르는 일이다.
뭉크는 정신병으로 고생했으면서도 불후의 명작을 남겼다. 그러나 40세 전후에 정신병을 치료받은 후부터는 좋은 작품을 남기지 못했다고 한다. 80세 넘게 살았는데 대부분의 걸작은 전반부에 만들어진 것이다. 정신이 고통스러울 때는 명작을 남겼지만 평온을 찾았을 때는 좋은 작품을 남기지 못했다. 명작은 고뇌 속에서 탄생하는 모양이다.
사람에 따라 그 전성기가 각기 다르듯 작가도 걸작을 내는 시기는 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작가가 어느 연령대에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낼지 알아보려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 해우(海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