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운영과 팀을 살리는 패스보단 자신의 득점을 우선시 하는 포인트 가드를 두고 공격형 포인트 가드 혹은 scoring1 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득점 지향적인 공격형 포인트 가드는 화려한 플레이로 팬들에게 사랑을 받지만, 반면 감독들의 애를 태우기도 한다.
포인트 가드는 대체적으로 팀에서 가장 오랜 시간 볼을 소유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자신이 직접 볼을 운반해 동료의 손을 거치지 않고 바로 득점을 해버린다면, 그것도 자주 그런다면 경기의 흐름을 망치는 것은 물론 동료의 신용도 얻지 못하게 된다.
그럴 경우 동료들은 발을 코트 바닥에 붙이고 멍하니 있게 된다.
대표적인 예가 아이버슨, 아레나스, 마버리이다. 그들이 속해 있는 팀은 대부분의 경기에서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한다.
어떤 이들은 아이버슨이 패스를 하려고 해도 동료들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애초에 그렇게 되게 만든 원인이 바로 아이버슨이라는 것은 잘 모르는 모양이다.
나홀로 플레이를 하는 사람과 농구를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그런 사람과 오래 같이 뛰다 보면 "쟤는 어차피 패스 안 하니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그 사람이 공을 잡았을 땐 움직임이 자연스레 줄어들게 되고 지켜보게 된다.
이건 프로 선수라고 해도 다를 게 없다.
아이버슨의 전 팀이었던 필라델피아도 아이버슨이 포인트 가드를 볼 때는 모두 죽은 움직임을 보여줬고, 지금의 덴버에서도 그건 마찬가지이다. 반면 정통파 포인트 가드인 안드레 밀러가 덴버에 있었을 땐 유기적이진 못하더라도 밸런스를 갖춘 모습을 보여줬고 현 필라델피아에선 더 맨이 없어 성적이 죽을 쑤고 있지만 팀의 움직임에선 아이버슨이 있을 때보다 훨씬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공격형 포인트 가드의 단점을 더욱 부각 시킨 예는 바로 마버리이다. 마버리가 피닉스에 있을 당시 피닉스는 플레이 오프조차 오르지 못하는 팀이었다. 그런데 주전 라인업에서 단지 마버리와 스티브 내쉬만 바뀌었을 뿐인데 피닉스는 그 다음 시즌 리그 전체 승률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것을 단순히 우연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는 것이, 마버리가 네츠를 떠나고 키드가 네츠에 오자 네츠가 바로 결승에 오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때는 다소의 멤버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어쨌거나 마버리가 맡았을 땐 제대로 돌아가지 않던 팀이 정통파 포인트 가드가 들어오자 상위권 팀으로 탈바꿈 했다는 것은 포인트 가드에 따라 팀이 어떻게 바뀌는지 잘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예로는 포인트 가드는 아니지만 코비의 경우를 들 수 있다. 이기적인 플레이로 한창 명성(?)을 쌓아가던 코비는 개인 득점에선 좋은 기록을 남겼지만 전문가들에게선 냉소 섞인 비난을 받을 수 밖에 없었고 팀도 원활한 행보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래서 샤크가 떠난 첫 해에는 플레이오프 탈락이라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필 잭슨이 다시 돌아오고 코비의 볼 소유시간을 줄여주면서 코비는 차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고, 팀은 점점 정상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 시즌 코비가 득점 욕심보다는 팀의 리딩에 신경을 쓰자 레이커스의 선수들은 이전 시즌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서부 상위권을 다투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공격형 포인트 가드가 꼭 나쁘다는 것만은 아니다. 지금까지는 공격형 포인트 가드의 단점만을 얘기했지만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맹활약하는 포인트 가드들이 있다.
그 예로는 현역 선수 중에서 배런 데이비스와 토니 파커를 들 수 있다.
배런 데이비스는 정말 오리지날 느낌의 공격형 포인트 가드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90년대의 대표적인 공격형 포인트 가드였던 케빈 존슨, 팀 하더웨이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긴다.
배런 데이비스가 이 두 선수를 닮았다고 하는 것은 전체적인 경기 스타일이나 느낌이 비슷한 것도 있지만, 공격형 포인트 가드가 어떻게 균형을 잡으면 되는지를 잘 보여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케빈 존슨과 팀 하더웨이도 20-10을 찍으면서 욕을 먹었던 선수들이다. 하지만 그러다 나이가 들고 원숙미가 더해지자 그들은 자신의 득점을 챙기면서 팀을 어떻게 리딩하면 되는지를 잘 보여주였다.
지금의 배런 데이비스도 마찬가지다. 그 역시 자신은 득점을 하면서 팀을 죽이지 않는 방법을 깨달은 듯 하다.
공격형 포인트 가드들의 가장 문제점은 흐름을 타지 못하는 경기 운영이다. 득점을 많이 한다고 욕을 먹는 것이 아니다. 흐름을 살리지 못하고 나오는 슛이나 패스 때문에 욕을 먹는 것이다. 아이버슨의 경우 7개가 넘는 어시스트도 하곤 하지만 포인트 가드로서 욕을 먹는 것은 죽은 패스가 많기 때문이다. 공격형 포인트 가드들이 흔히 범하는 실수 중 하나가 킬 패스만을 노린다는 것이다. 흔히 동네에서 농구 좀 한다는 애가 드리블 많이 하다가 돌파해서 패스만 하려는 경우다. 물론 이게 포인트 가드가 아닌 다른 포지션 선수라면 상관이 없다. 하지만 포인트 가드는 그런 킬 패스만을 노리는 존재가 아니다. 포인트 가드는 팀의 흐름을 살리기 위해 어시스트를 노리는 킬 패스만 하는 게 아니라, 일견 의미가 없어 보이지만 바로 옆 사람에게 패스를 돌려 흐름을 살려야 하는 존재다. 농구는 팀 운동이기 때문에 의미 없어 보이는 패스를 네다섯 번만 빠르게 돌려도 빈틈이 생기고 흐름이 생겨난다. 그리고 그런 역할을 수행하는 게 바로 포인트 가드이다.
그런데 대개의 공격형 포인트 가드는 이 점을 깨닫지 못하고 경기를 한다. 하지만 배런의 경우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이러한 점을 깨달은 면모가 확실히 보인다. 그래서 득점을 하되 결코 무리를 하거나 너무 볼 욕심을 내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가끔 나홀로 플레이를 하기도 하지만 다른 공격형 포인트 가드에 비하면 낫다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공격형 포인트 가드의 좋은 예로는 토니 파커를 들 수 있다. 사실 토니 파커의 경우는 공격형 포인트 가드로 부르기에 애매한 구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역시 근본적으로는 경기 운영보다는 득점 지향의 선수이기 때문에 공격형 포인트 가드로 분류하는 것이 맞을 듯 싶다.
토니 파커는 약간은 독특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원래 그 같은 경기 스타일의 포인트 가드는 보통 10-15정도의 득점과 5어시스트 정도를 하는 평범한 포인트 가드들이 많다. 현역 중에서 예로 들면 레이퍼 알스톤 같은.
이 선수들은 득점 욕심은 있는데 포인트 가드라는 틀에 묶여 이도 저도 아닌 포인트 가드가 되기 일쑤인데, 토니 파커는 그 틀을 깬 선수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배런과는 다른 스타일로 공격형 포인트라도 이렇게 하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는데, 그가 택한 방법은 포인트 가드지만 볼 소유시간을 짧게 혹은 간결하게 가져가는 것이다.
물론 그 배경에는 포스트 플레이어인 던컨의 존재가 크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코트 밸런스를 잘 잡지 못하면 쉽지 않은데, 토니 파커는 그 밸런스를 잘 잡는 듯 하다. 그는 포인트 가드로써 볼 운반책과 패서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던컨이 막혔을 땐 제 2의 공격 옵션으로써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럴 때 그의 움직임은 포인트 가드라기보다는 슈팅 가드의 움직임에 가깝다.
결국 그는 던컨을 이용할 때나 볼 운반할 때는 포인트 가드로써, 그리고 그 외에는 맘 편하게 득점을 하는 방법을 택했는데 이것이 절묘하게 균형이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둘 말고도 현대에 와서 공격형 포인트 가드가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가 있다. 그게 바로 알렌 아이버슨이다.
앞에선 아이버슨의 단점을 주로 얘기했지만 아이버슨이 공격형 포인트 가드의 방향성을 제시해준 점도 분명 있다. 그것이 바로 듀얼 가드이다.
사실 2000년대 이전에 듀얼 가드라고 하면 어중간한 키, 그러니까 190에서 193 정도의 키를 가진 선수들이 키가 작아 슈팅 가드를 보기에는 그렇고, 포인트 가드를 보자니 리딩이 안 돼 듀얼 가드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그러한 개념을 바꿔 놓은 것이 바로 아이버슨이다.
당시 아이버슨의 소속팀 감독이었던 래리 브라운은 처음엔 다른 팀 감독들이 늘 그러듯 공격형 포가인 아이버슨을 정통파로 바꿔 보려고 했다. 그래서 루키 시즌에 기록했던 23점보다 줄어든 22점을 기록했지만, 오히려 아이버슨의 공격적 재능을 누르는 셈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자 래리 브라운은 역발상을 했다. 183센티 밖에 되지 않는 아이버슨을 슈팅 가드를 보게 하고 190이 넘는 에릭 스노우를 포인트 가드로 세운 것이다. 사실 지금에 와서야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당시에는 이런 발상을 한다는 게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러한 신선한 시도는 성공을 거두어 아이버슨은 네 차례의 득점왕과 함께 필라델피아를 파이널까지 이끌기도 했다.
또한 아이버슨의 이러한 슈팅 가드 변신은 다른 공격형 포인트 가드를 어떻게 활용하면 되는지 보여주면서, 때로는 포인트 가드로, 때로는 슈팅 가드로 이용하게 되었다.
이 듀얼 가드 시스템의 장점은 득점 본능이 넘쳐나는 포인트 가드를 일시적 혹은 주로 슈팅 가드로 뛰게 하면서 득점 욕심을 채워 주면서 때에 따라선 포인트 가드로 경기 조율을 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듀얼 가드 시스템은 이후 유행처럼 번져 현재에는 아레나스, 제이슨 테리, 드웨인 웨이드 같은 선수들이 두 가드 포지션을 왔다갔다하며 활약 중이고, 다른 포인트 가드나 슈팅 가드들도 경기 중 종종 역할 체인지를 하며 경기를 하는 횟수가 많아졌다.
그래서 현재에는 정통파 포인트 가드의 반대 개념이 공격형 포인트 가드가 아닌 듀얼 가드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이다.
어쨌든 이러한 듀얼 가드 시스템의 발상은 그간 감독들에게 외면 받아오던 공격형 포인트 가드들의 자리를 넓혀준 계기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프런트 코트 포지션이면서도 패싱력이 좋은 선수가 늘어나면서 공격형 포인트 가드들은 더욱 설 자리가 넓어졌고 플레이의 제약도 적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활용에 따라 공격형 포인트 가드도 얼마든지 정통파 포인트 가드 못지 않은 활약을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댓글 성덕이 한테 도움이 되는 글 같애. NBA 선수들도 잘 아니깐 연상해서 생각 해보면 좋을것 같다.
음...NBA는 맨투맨 수비를 원칙으로 하기때문에 공격형 포인트가드를 하기위해서는 민첩한 움직임과 기술이 중요하죠...하지만 우리 동호회 농구에서는 대부분이 지역방어로 수비하기 때문에 속공시에는 일대일능력이 많이 중요하겠지만 지공시에는....음...
너 말고 9명을 볼 수 있는 시야, 그리고 패싱, 마지막으로 3점슛
팀원을 살리는 플레이... 이게 말은 좋은데... 정말 어려운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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