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대한갑상선학회 이사장,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갑상선암 과잉진료 과잉치료에 대해 학회의 입장을 담긴 글을 내놔 주목을 받고 있다.
정 이사장은 "개인이 돈내고 자신의 건강상태을 점검하는 것은 기본권이며 누구도 비판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갑상선암이 급증하고 있다.
세계 모든 나라에서 갑상선암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고화질의 초음파기기가 갑상선종양의 진단에 적용돼 1 cm 이하의 작은 갑상선 유두암이 조기 진단됐기 때문이다.
이를 부정하는 전문가는 아무도 없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에서 급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국과 달리 쉽게 병원을 방문해 큰 돈 들이지 않고 쉽게 원하는 검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2002년 이후 모든 병원마다 건강검진 프로그램에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넣어 갑상선암의 조기진단이 급증했다.
셋째, 민간보험과 관련 진단을 적극적으로 받고자 하는 환자들의 욕구, 진료권고안이 법적인 보호막이 되지 못하므로 실제 진료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못함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기진단만으로 급증하는 현상을 모두 설명할 수 있을까?
미국의 국가암통계자료를 보면 1cm 이하의 미세유두암의 증가도 있었지만 1~2 cm 이상의 큰 갑상선암도 더불어 증가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19세 미만의 소아 및 청소년층에서도 갑상선암이 최근 10년간 약 2.3배 증가했다. 이들은 일부를 제외하고 일상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연령층은 아니다.
최근의 외국에서 발표된 연구결과를 보면 갑상선암 발생에 환경적 인자보다 유전적 소인이 더 중요하고,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를 포함하는 동아시아 지역 사람들이 갑상선암에 쉽게 이완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외에도 요오드의 과다섭취, CT나 PET 검사 등과 같은 의학적 방사선 피폭의 증가, 비만인구의 증가 등이 일부 갑상선암 발생에 기여할 수 있는 환경적인 후보인자들이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1cm 이하의 갑상선암은 수술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은 근거가 있는가?
2010년 대한갑상선학회는 갑상선암 진단 및 치료에 관한 개정된 권고안에서 갑상선 종양이 우연히 발견됐어도 직경이 0.5cm 이하인 경우 주위로 진행된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 한 세포검사를 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이는 30년 이상 장기간 추적한 결과 등에 근거했고, 추적관찰을 하다가 종양이 커지거나 주위로 진행되는 양상이 발견될 때에 비로소 세포검사를 해도 무방하다.
물론 직경이 1cm 를 넘는 암은 갑상선전절제술을 해야 한다. 이는 사망률과 재발률을 의미있게 낮추기 때문. 직경 0.6cm와 1cm 사이 종양의 경우가 애매하다. 앞서 언급한 30년 이상의 장기간 연구결과 재발률을 낮추게 되고, 암의 크기가 0.6~0.8cm 이상에서 원격전이가 발생할 수 있음을 감안할 때 아직까지는 경과관찰보다는 수술을 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경우 미국갑상선학회에서도 수술을 권유하고 있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갑상선암의 5년 생존율' 운운하는 주장은 올바른 표현인가?
먼저 갑상선암의 자연적 경과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미분화암처럼 진단 후 3~6개월 이내에 90% 이상이 속수무책으로 사망하는 극단적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갑상선암은 진행이 매우 느리기 때문에 소위 '뒤늦게 재발하고 뒤늦게 사망한다'. 즉, 누적 사망률은 진단 후 5년부터 나타나기 시작 30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따라서 최소 10~30년 이상의 관찰 기간이 필요하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갑상선암의 5년 생존율은 갑상선암의 자연적 경과를 이해하지 못하고, 다른 암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갑상선암을 바라본 잘못된 판단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더욱 최근에 문제가 되는 1cm 이하의 작은 암의 경우 치료를 시작한지가 불과 몇 년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판단은 너무 이르고, 앞으로 최소 10년 후에나 판단해야 한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대부분의 갑상선암을 치료하는 이유는 증상이 없는 당뇨병이나 고혈압을 장기간 치료하는 이유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증상이 있거나 손으로 만져지는 갑상선암만 치료하라'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는가? 대부분의 갑상선암은 증상이 없다. 암이 매우 커서 주위 장기를 압박하거나, 크기에 관계없이 주위 조직으로 진행된 경우에야 증상이 나타난다.
또한 암이 여러 장기로 원격전이되는 경우 전이 장소에 따라 다양한 증상을 호소한다.
따라서 증상이 나타나서 치료를 시작하게 되면 이미 암은 많이 진행됐기 때문에 완치 목적의 치료를 할 수 없다. 또한 갑상선종양의 위치와 크기, 목의 두터운 정도, 그리고 의사의 숙련도에 따라서 촉지되는 정도가 달라진다. 실제로 1 cm 이상의 갑상선종양도 의사의 촉진만으로는 절반도 발견할 수 없으며, 초음파검사로 발견되는 갑상선종양의 약 15%만 숙련된 의사가 촉진할 수 있다.
초음파 검사를 통해 조기발견 및 조기치료의 이득을 보게 될 상당수 환자들의 권리를 국가나 일부 단체 누구도 막을 수는 없다.
조기진단과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쳐서 당하는 피해는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갑상선암 발생율 세계 1위라는 기록은 확실히 불명예스러운 일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뒤틀어진 의료 현실을 일부 반영하고 있어 우리 모두 이에 대한 깊은 반성이 필요하다. 과잉진단과 과잉치료는 절대적인 해악이므로 반드시 피해야 하나, 이를 빌미로 비합리적이고 획일적인 제제가 가해진다면 이는 더 나쁜 해악이다.
2013년 대한갑상선학회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초음파를 이용한 갑상선암 선별검사의 유용성'에 관한 공동연구에서 이와 관련한 1차 연구가 부족하기 때문에 갑상선암의 초음파 선별검사를 권고할 것인가 말 것인가 결정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결론지었다.
문제는 그 다음 단계이다. 만약 갑상선종양이 발견되었다면 지금까지 입증된 자료에 근거 제시된 진료지침에 따라서 환자를 치료하면 된다.
치료 계획은 각 개인의 의학적 상태, 동반 질환의 유무, 정확한 진행 상태 파악 및 기대 여명 등을 고려 환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경제 논리가 아닌 순수한 의학적 판단에 근거해 수립돼야 한다.
의료 행위는 효율의 문제가 아닌 환자의 생명과 안위만을 위해 이뤄져야 한다는 단순한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첫댓글 진단과잉논란이 오히려 환자를 더 혼란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공청회를 해서 가이드라인을 정하든지,,,서로 만남의 장 없이 각자 매체를 통해 상이한 정보룰 주니, 판단의 몫을 어디로 둬야할지... 보험광고에서 본, '나는 암에 걸리지 않을거 같다 생각하는분... 나는 반드시 암에 걸릴거 같다 하는분..손들어 보세요.' 하고 묻는거 같네요.
암의 크기가 중요한게 아니고 갑상선외의 기관에 전이될수 있는 위치이냐 아니냐가 중요합니다. 즉 갑상선 중앙이 아닌 외측으로 치우쳐 위치하는 암은 전이되면 매우 위험하므로 수술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