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맑고 공기는 상큼하다.
기상청의 일기예보는 오후에
비바람이 몰아칠 것이라고 하여 걱정됐는데
청명한 늦가을의 날씨는 가을나들이 하기에 더없이 좋다.
기상청 일기예보에 한두 번 속았나?
모두들 약속된 시간에 어김없이 맞춰 나온다.
옛날에 회자되던 코리안 타임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소풍 길에 나선 노동(老童)들의 얼굴은
저마다 화색이 가득하다.
회장단이 40명 가까운 인원을 통제하기가 만만치 않을듯하다.
만추의 양광(陽光)이 따사롭게 비추는 바깥경치가
일행 모두를 설레게 한다.
손끝으로 가을을 튕겨본다.
손끝에 가을빛이 물든다.
점심으로 먹는 정읍의 쌈밥이 일품이다.
점잖은 어른들 밥상에 반주가 없어서야 될 법이나 한일인가.
안주가 좋으니 더더욱 좋을시고.
낮술이 제법 거나하다.
그러나 유람 차 나선 길이니 무관하리라.
야유회를 준비하느라 수고한 총무 역시 시흥이 도도하여
“달하 노피 곰 도다샤 머리 곰 비추오시라”라며
<정읍사> 한 구절을 읊는다.
버스는 김제만경평야로 들어선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지평선이다.
그 평야 한복판에 봉긋하게 솟은 백산(白山)이 나타난다.
산이라기보다는 해발 100m도 안 되는 흙 구릉에 불과하지만
드넓은 평야에 있기에 주변 시야를 제압한다.
그 때문에 동학란 때에는 전략상 요충지인 백산을 차지하기 위하여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져 수만 명이 죽어갔던 곳이다.
계획된 일정을 따르자면
곧바로 부안 내소사로 가야하지만
점심식사에 시간을 빼앗기는 바람에
변산의 채석강으로 직행하기로 의견을 모은다.
내소사를 가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다.
단풍도 단풍이려니와 내소사 입구의 전나무 숲길은
오대산 월정사의 전나무 길과 쌍벽을 이루는 절경이기 때문이다.
아쉬움은 물러나라, 다음을 기약하자.
이태백이 뱃놀이를 하며
술에 취해 달과 더불어 희롱하다가
하늘의 달인지 강물속의 달인지 모르고
강물속의 달을 잡으려다 그만이야 강물에 빠져
익사했다는 강이 채석강이다.
풍류 만발한 바로 그 강 이름을 따와서
채석강이라고 했다고 한다.
명칭은 차용했지만 우리 채석강은
강(江)이 아니라 바위를 이름이다.
그렇다면 채석강(採石江)이 아니라
채석강(採石剛)이라야 옳겠는데
이태백의 풍류를 기리기 위함인지는 몰라도
그냥 채석강(採石江)이라고 한다.
채석강을 강(江)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겠다.
수만 년의 거센 파도를 견뎌오며
수천수만 권의 책을 쌓아놓은 듯
오연(傲然)하게 솟은 절벽이 장관이다.
바람은 거세고 파도는 들이친다.
빗방울이 떨어지고 시간에 쫓기는 바람에
새만금방조제는 차창으로 넘겨다보기로 하고
새만금으로 들어선다.
촉박한 일정 때문에
고창이 배출한 불세출의 인재 인촌(仁村) 김성수의 생가와
부안의 전설이자 이 시대 최고의 시인 미당(未堂) 서정주 기념관을 지나치고 만다.
새만금에 들어서자 오른쪽으로는 호수요 왼편으로는 바다,
바다가 호수인지 호수가 바다인지…….
버스차창너머로 주마간산(走馬看山)이 아니라
주차간수(走車看水) 꼴이 됐다.
멀리 떨어진 곳에 살면서
동창 만나기가 어려웠던 외로움 때문이었을까.
적지 않은 인원을 일식집에 초청하여
대천의 명물 생선회를 대접하며 흐뭇해하는
동창의 깊은 우정에 모두들 한마음으로 감동의 도가니탕이다.
고교동창이 이리도 좋더란 말인가!
흠뻑 취하고 고교시절을 회상하며
아름다운 추억에 젖었다.
친구여! 일 년에 한 번씩이라도 만나자.
우리의 지난 청춘시절을 노래하자.
첫댓글 안 봐도 본 것 같이 눈 앞에 풍경이 그려지오. 줄줄이 이어지는 구수한 이야기가
밤새 들어도 지루하지 않을것 같구려. 서울의 찌든 때 몽땅 털고 왔겠수다.
이렇게 깊은 사연이?? .니나노 관광 버스 여행이 역사 탐방으로 승화 시켜 주어 고맙습니다. 경수와의 만남도 큰 Event 였는데 반갑고 고마움의 마움을 전하지 못하여 아쉽기는 합니다.
이태백이 바쁘기도 하시지..
여기 채석강까지 납시고
근일이가 그동안 확실하게 관광가이드를 맡아왔으니
변호사 업무의 수지타산이 맞지 않으면 이길로 나가도 밥은 굶지 않겠다.
사무국이 수고를 몽땅 아끼지 않고 또 경수가 거들어 주니
이번 여행은 금상에 첨화가 된 모양이다.
비록 같이 동행은 못했지만 동행한 기분?...
새만금 방조제, 채석강 그리고 대천에서의 식사 등 모두가 즐거운 야유회였습니다. 채석강의 유래를 대략 알려주어 고맙습니다. 회장단 수고 많았습니다.
역시, 글의 위대썽 이라니--, 안봐두 경치들이 눈에, 없엇어두 시클한 bus깐에서의 정취를 알것같으이. 글재주+이목이 그날, 그자리에 끼지못한 100명꺼정 죙일 이리 저리 끌구다닌중 아시게나.
근일이처럼 글을 잘쓸수 있다면 우리이목창에 도배를 할것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