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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지역 9개 섬에 정박했던 구원호 모습. |
| 【녹도ㆍ초도=신동하기자】지난 5월 27일, 전남 신안군 팔금도. 힘찬 뱃고동을 울리며 40t급 의료선교선 '구원호'가 바닷물을 헤쳐 나갔다. 태안 도서지역 주민들의 의료봉사를 위해 도서섬의료선교회(이사장:김삼환) 소속 구원호가 나섰다. 의료선교회는 서해안살리기한국교회봉사단으로부터 2천5백만원을 후원받아 5월 28일부터 6월 6일까지 태안지역 9개의 섬을 돌며 주민들을 진료하고 복음을 전했다. 목회자와 의사 등 9명으로 구성된 의료선교회가 봉사한 지역은 기름 유출에 직접적인 피해를 당했지만 의료 혜택이 전무했던 곳. 그래서인지 구원호의 정박은 섬 주민들에게 구원의 기쁜 소식이나 다름 없었다. 구원호의 의료 여정은 원산도에서 시작됐다. 본교단 초전교회(김만이목사 시무)에 임시 진료소를 마련하고 60호 80명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내과와 한방 진료, 그리고 혈압과 혈액, 소변, 간기능, 심전도 검사 등이 펼쳐졌다. 초전교회 김만이목사는 "작은 섬은 정부에서도 제대로 신경을 쓰지 않는 곳인데 구원호가 찾아오자 주민들의 호응이 높았다"면서 "주민들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치료하고 위로해 준 것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의료선교회는 원산도에 이어 장고도와 삽시도, 녹도, 호도, 고대도, 효자도, 가의도, 어청도 등 매일 장소를 옮겨가며 의료선교를 실시했다. 의료선교회는 매 섬마다 평균 50여 명의 주민들을 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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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호 의료선교팀이 방제작업으로 후유증을 앓고 있는 섬 주민들을 치료하고 있다. |
| 섬 주민들 대부분은 방제 작업에 총력을 기울여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장시간 기름띠 제거 작업에 피부질환과 안과질환, 어지럼증, 관절계통의 통증 등을 호소했다. 의료선교회 전문의들은 "주민들이 장기간 복구작업으로 인해 여러가지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며 "육체적 고통에다 피해로 인한 심리적 충격까지 겹쳐 치료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어깨 통증을 호소한 녹도 주민 정경연씨는 "방제 작업에 매달리다 보니 아파도 뭍에 있는 병원을 찾기가 힘들었다"면서, "직접 현장에 찾아와 진료까지 해주니 말할 수 없이 고맙다"고 말했다. 의료선교회는 진료 외에도 틈틈히 복음을 전하는 일을 잊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봉사도 철저히 섬 현지 교회와 연계해 실시했다. 구원호 선교담당 장경호목사는 "현지 사역자들과 연계해 섬김과 나눔을 함께 실현하는 것이 의료선교회의 원래 목적"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정 가운데 녹도 봉사에는 한남대학교 봉사동아리 학생 23명이 동승해 인근 부속섬 방제 작업과 함께 의료봉사에도 참여했다. 도서섬의료선교회 회장 김삼환목사(명성교회ㆍ총회 부총회장)는 "경제적 아픔과 질병이라는 이중고를 겪는 섬 주민들을 섬기게 됐다"면서, "단기적 봉사에만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봉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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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섬의료선교회 의료선교팀원들. 이들은 봉사기간 내내 배 안에서 쪽잠을 자며 봉사에 매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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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섬의료선교회 의료선교팀 뒷얘기 구원호는 주요 거점인 전남 신안에서 출발해 10시간 만에 충남 기름유출 지역에 도착했다. 오는 과정이 순탄치 만은 않았다. 거친 파도와 짙은 안개를 뚫고 온 것은 물론이고, 그물에 걸려 배가 멈추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의료선교회는 도서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위해 하루 8시간 이상의 봉사활동이라는 강행군을 버텨냈다. 봉사 후에는 풀어 놓은 의료장비를 다시 꾸리고 다음 섬으로 이동해 주변에 정박한 뒤 배 안에서 '쪽잠'으로 고단함을 해결했다. 도서섬의료선교회 고영은 총무는 "주민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조용히 정박한 뒤 아침에 도착 사실을 알렸다"면서, "의료선교팀 모두 섬기기 위해 온 것이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식사도 섬 주민들과 교회에 부담을 주지 않고자 구원호에서 간단하게 때운 것이 다반사였다. 밥과 국, 김치 정도가 그들의 식사 메뉴였다. 이번 봉사활동 중에 의료선교회는 제대로 된 샤워는 엄두도 못냈다. 태안 도서지역을 돌기 위해서는 대용량의 연료를 탑재해야 했기에, 씻는 용도의 물을 대폭 줄여 배의 무게중심을 맞췄다. 실제로 이번 의료선교에는 30드럼의 경유가 소비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봉사활동에는 도서섬의료선교회 총무 고영은목사, 선교담당 장경호목사, 선장 김정업집사, 기관장 임춘옥집사, 조기장 김남태집사, 내과 장효승 전문의, 한방 김원남 전문의, 전성이 간호사, 한희남 간호사 등 9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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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1일 한남대 봉사단이 초도에서 방제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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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인도 방제작업 절실 "제발 관심을 가져주세요. 사느냐, 죽느냐의 기로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 치고 있어요." 31일 한남대 봉사단이 방제 작업에 참여한 보령시 녹도의 부속섬 초도(무인도)는 기름으로 뒤덮여 있었다. 이처럼 방제 손길이 미치지 못했던 도서지역이나 무인도 바위에는 기름 덩어리가 제거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는 것으로 현지 주민들은 전했다. 초도에서 방제 작업을 하던 녹도 주민 최계순씨는 "기름 유출 후 5개월이 지났지만 무인도는 사고 당시 피해가 방치돼 있다"면서, "무인도라 하지만 인근 유인도 주민들의 양식장 터전이기도 해 방제 작업이 빨리 진행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초도뿐 아니라 인근 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무인도는 배의 정박이나 접근이 힘든 경우가 많아 봉사자의 발길이 뜸했던 탓에 해안가 절벽에는 아직도 기름띠가 닦이지 않았음이 눈에 띄었다. 녹도에서 만난 방제회사 관계자는 "따뜻한 날씨에 기름 찌꺼기가 녹아 바다로 흘러 들어가 방제가 끝난 유인도로 퍼져갈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기름띠 제거 작업에 참여한 한남대 정상기씨(경영학과)는 "언론에서 방제 작업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소식을 접했지만 실상은 아니었다"며 "국민의 관심이 다시 한 번 모아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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