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최첨단 인권침해는 자랑하지 않는 법무부
올해 6월부터 포항교도소에는 로봇 교도관이 등장한다. 효율적인 수용자 관리를 위해 개발된 로봇교도관에 사업비 10억원, 석박사급 연구인력 25명이 투입됐다.
로봇은 교도소 복도를 순찰하며 수용자들의 움직임을 감시한다. 법무부는 ‘세계 최초의 교화방송센터 운영, 첨단 직업훈련시설, 사회적응 훈련과 구인 구직 만남의 날 행사’ 등 최초, 최고, 전형적인 보여주기 행정으로 일관하며 수용 생활의 어려움이 뭔지 관심이 없다. 현실성 있고 모든 수용자들이 보편적으로 평등하게 처우를 받을 수 있는 제도들이 없다. 예산이 허투루 쓰인다.
법무부는 2008년 9월 16일 법무시설기준규칙을 개정하여 감옥복도 45㎝ 높이 배식구멍을 허리 높이인 80㎝로 높여 음식물을 받기 위해 허리를 숙여야 하는 불편을 해소하고 인권 신장에 기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개밥’을 연상케 하는 배식구 위치를 바꾸는데 100년이 걸린 셈인데, 그러나 여전히 계획은 실행되지 않았다. 2002년 이후 좌변기, 싱크대가 보급됐지만 대다수 감옥에는 변화가 없다. 나는 화장실에서 설거지하다가 식기를 여러 번 변기에 빠뜨렸다.
2009년 말 대구교도소는 갑자기 모든 독거실 유리창을 뜯어내고 아크릴판으로 대체했다. 화장실 창문 쇠창살에 목을 매는 사례가 있으니, 창문을 열 수 없도록 아크릴로 꽉 막아 버리는 게 효과적이라고 본 거다. 아크릴판은 유리에 비해 채광이 안 되고 창문을 열 수 없으니 통풍도 안 된다. 통풍에 신경을 써서 볼펜만 한 구멍까지 몇 개 뚫어놨으니 찬바람이 들어온다. 몇 년 전, 수용자 한 명이 밥상 위에 올라가 목을 매 자살하자 전국 모든 감옥에서 밥상이 사라졌다.
2006년 법무연수원 자료에 따르면 수용자 10만 명 당 자살률이 30.5명으로 OECD 국가 중 1위다. 법무부는 외부에 용역을 줘가며 자살방지대책을 강구했는데 그 결과물이 ‘자살방지용 철망’이다. 철망 하나 설치하는데 13만원이 들고 총 13억원이 들었다. 철망이 촘촘해서 바깥이 흐리게 보이고 빛도 그만큼 안 들어온다. 밤이 되자 야간 근무자들이 자신들이 설치한 철망 때문에 거실 안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잠들어 있는 수용자 얼굴에 손전등을 들이댔고 이에 반발하는 수용자들과 다투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자살방지용 철망 설치 근거를 정보공개청구했더니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 제6조 ②란다. 제6조 ②는 “거실은 수용자가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적정한 수준의 공간과 채광․통풍․난방을 위한 시설이 갖추어져야 한다.” 철망을 없애달라는 국가인권위 진정은 기각됐다.
자살을 결심한 사람은 어떻게든 죽을 방법을 찾아낸다. 서울구치소에서 24시간 CCTV로 감시되던 사형수는 감시가 소홀해진 새벽에 목을 매 자살했다. 자살을 막으려면 죽을 마음을 먹지 않게 해줘야 한다. 지금처럼 자살시도자를 수갑 채우고 온몸을 묶어 징벌방에 가두는 건 고문이다. 자살이 범죄는 아니다. 수용자가 자살하면 한 번도 연락 없던 가족들이 어디선가 나타나 돈 달라며 교정당국에 책임을 떠넘긴다는 변명으로 밤새 불 켜놓고 감시하는 거야말로 범죄다.
* 2012. 1. 30. 월, 검열․압수 돼서 못 나간 편지 초안 보고 베껴 씀.(발신자 주)
* 편지가 길어 나누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