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국민학교 7
그 해 여름방학은 정신없이 바빴다.
우리 학교 60명에 타 학교 출신 아산군 대표선수 열 댓명까지 훈련을 시켜야 하는 데다 대표선수 40여명 전원을 먹이고, 재워야 했다. 20일 간을....
잠 자리야 학교 교실에서 재우면 되는데, 외 떨어진 벽지학교 부근에는 식당도, 가까운 인가도 없으니 식사 문제를 해결할 방도가 없었다. 교육청에 하소연해도 교장선생님 정신 차리라고 의도적으로 밀어붙인 일이니 그냥 하란다.
할 수 없이 내가 밥을 해야 했다. 가마솥 두 개를 걸어 밥과 국을 해결하고 연탄불에 반찬을 조리했다. 그래도 훈련비는 있어서 돈 걱정은 안 했으니 다행이었고, 온양온천 국민학교 코치 선생님까지 보내줘서 한결 수월했다.
아침밥을 준비하느라 일찍 일어나서 서둘러야 했었다. 한 여름이라도 새벽부터 찬물에 손을 담그고 쌀을 씻을 때는 손이 서늘하더라. 처음에는 밥이 설어서 애를 먹었다. ‘왜 이럴까 ?’ “엄마 밤이 자꾸 서는데 왜 이래 ?” “많은 밥을 할 때는 물을 먼저 끓인 다음 쌀을 넣으면 돼” 한 가지를 배웠지.
그날 출근하시는 일직 선생님께 반찬거리를 사다 달라고 부탁을 했지. 영양가 있는 식단으로 정성껏 요리를 해서 잘 먹였다. 밥도 많이씩 먹이고....
식사 후에는 설거지를 하고 운동장에 나가 운동지도를 했다. 밥할 시간이 되면 코치선생님께 맡기고 밥하러 들어왔고, 들락날락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방학이 훌쩍 지나가고, 개학 일 주일 전에 열리는 충남 소년체전에 출전했다.
그 당시에는 방학 동안 쉬지말고 운동하라고 방학 끝무렵에 시합을 열었었다.
작년의 참패를 설욕하는 자리, 이를 악물고 덤벼들었지.
재복이가 처음으로 80m 결승까지 올랐다. 가슴이 두근거리다 못해 벌벌 떨리더라. 결승선 끝에 가서 기다리는데 재복이가 논산 선수 하나와 거의 비슷하게 골인을 하는데 내 눈에는 1등으로 보였다. “와, 만세. 금메달이다” 소리를 질렀지. 그런데 결과는 은메달이네. 동 타임인데 순위에서 밀렸다나. 논산 선수는 4학년 때부터 월등해서 소년체전에도 출전하는 등, 1등을 도맡아 하던 선수인데, 난데없는 선수가 나타났다고 놀라워하더라. 그 당시에는 판독기가 없어서 심판의 눈과 수동시계로 결정을 했었다. 낯이 익은 선수 손을 들어주지 않았나 생각도 들더라.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은메달이 어디냐’ 아산군 초등육상에서 처음 따는 은메달이랜다.
“규동이가 멀리뛰기 결승에 올랐어요” “뭐, 그래” 얼른 뛰어갔지. 가슴 조이며 기다리는데 규동이도 은메달이네. ‘은메달 두 개. 햐, 이 게 웬일이냐’
그런데 그 게 끝이 아니었다. 명규가 높이뛰기에서 은메달을 추가했다.
비록 금메달은 없었지만 은메달이 세 개다. 아산군 육상에서는 그 게 전부였다. 이제 면목도 섰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자 갑자기 피로가 엄습하더라,
개학 3일 전, 이대로는 2학기를 맞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쉬어야 한다’
텐트를 싸들고, 냄비, 쌀을 들고 송악의 강당골로 들어갔다.
8월 말 한 여름이 지난 후의 강당골을 조용했다,
3일 동안 먹으면 자고, 깨면 먹고를 계속했더니 그제서야 피로가 풀리더라.
그 후 강당골은 내 단골 쉼터가 되었다.
또 마찬가지인 일상으로 돌아와 내 반 아이들의 공부와 육상부 지도에 매진을 했다. ‘11월 2차 평가전에서는 은메달을 금메달로 바꾸어야 한다.’ 그 거 하나를 목표로 삼았다. 은메달까지 따 봤더니 눈에 보이는 게 금메달 뿐이더라.
운동도 운동이지만 먹이는 데도 눈을 크게 떴다.
다행인 것은 은메달 3개 이후에는 아산군 교육청에서도 훈련비가 지원됐다.
많지는 않았지만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육상 선수에게는 닭발이 좋아” “그래 ?” 그답 천안중앙시장으로 가서 닭집을 찾았다. “아주머니 닭발 사러 왔는데요” “얼마나 살려구요 ?” “여기 있는 거 다 얼마예요” “그렇게는 못 팔아요. 조금씩만 팔아요” “왜요” “단골 포장마차 집에 주어야 해요” 값은 싸지만 한 집에서 열 개 정도밖에 안 파네.
‘그럼 여러 집을 들려야지’ 대 여섯 집을 들려야 겨우 한 봉지 정도다. 그 거라도 감사해야 했다. 삶아서 먹였지. 먹는 모습 쳐다보며 흐뭇했고....
“자라 피가 좋아” “응 자라 ? 어떻게 잡는데....” “줄에다 낚시바늘을 이렇게 여러 개 묶고, 비린 생선 미끼를 달아 냇가에 꽂아 놔” “응 주낙. 알았어”
집에 있는 동태 낚시 바늘에 고등어 조각을 끼워 주낙을 만들어서, 월랑 냇가에 드리웠지. 다음 날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두리번거리는데 주낙 자체가 없어졌다. ‘에이, 누가 뽑아 갔나 보다’ 낙심을 하고 돌아서는데 저쪽 풀 숲에 낚시줄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 긴가민가 다가가는데 “꺼욱, 퀵. 푸웃”하는 부르짖은 소리가 들려온다. ‘이 게 무슨 소리 ?’ 처음 들어보는 소리였다.
낚시 바늘에 걸린 자라가 다가오지 말라고 위협하는 소리였다.
수초 숲 사이에서 들려 온다. 낚시 줄을 살그머니 잡아당겨 보는데, 뭔가가 버팅기는 억센 힘이 느껴졌다. ‘야, 뭐가 걸렸구나’ 힘을 더 주어 잡아당겼지.
한참 만에 끌려나오는 게 있었는데 냄비만한 자라였다. ‘이 거 진짜 자라다’
신이 났지. 이제 자라 잡는 법을 배웠다. 집의 다라에 담가 놓고 몇 마리가 될 때를 기다렸지. 그 냇가에는 수초가 우거지고 사람 발길이 드문 곳이라 자라가 여러마리 있어서 재미를 봤었다. 드디어 몇 마리가 되었을 때 아이들 앞에 가져갔다. “얘들아. 이 거 자란데 목을 자르면 피가 몇 방울 나온대. 그 게 사람 몸에 좋다는데 먹을 사람 ?” 아이들 눈이 동그래진다.
“선생님 그 거 먹으면 기록 좋아져요 ?” “그럼 그러니까 잡아왔지”
“저요” “저요” 60 명이 다 손을 든다. 여자 아이들도 망설이지 않더라.
아이들의 열정에 흐뭇했지. 대표선수부터 차례로 먹였지. 고기도 삶아서....
“뱀보다 더 좋은 게 없어” “응 뱀 ?” “애들이 그 걸 먹겠니 ?” “우리 애들은 기록이 좋아진다면 무조건 다 먹어” “에이, 그럴 리가....”
퇴근 후 밤중에 숙직실 곤로에 솥을 올려놓고 불을 붙인 후에 뱀을 잡아 판다는 집에 갔다. 명규 형이 그런 일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