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한 세상 살아내기-
자기 앞의 생 - 로랭 가리 (에밀 아자르) 장편소설 - 마누엘라 피오르 그림 - 용경식 옮김
華曇 정순덕
프랑스 벨빌이라는 가난한 마을 이야기이다. 모하메드 모모는 창녀 아이샤와 기둥서방 유세프 카디드가 세살 즈음 로자 아줌마에게 위탁 되었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 7층에 다른 맡겨진 아이들과 함께 산다.
모모는 가끔 도둑질도 하고 뚜쟁이 노릇도 한다. 로자 아주머니와 미운정 고운정이 다 들었다. 나이가 먹으면 떠날것을 우려해 로자 아줌마는 정확한 나이를 알려주지 않는다. 나이보다 어려 보인다는 이유로 학교도 다니지 못한다. 아버지가 정신병자이며 아이샤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살인을 하고 11년 동안 복역한다는 사실도 감춘다. 11년만에 찾아 온 아버지를 따 돌리며 1956년 10월 7일 맞겨 졌고 갑자기 10살이 아니고 14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로자아주머니는 정신병이 유전 될까 두려워 카츠(의사) 선생님께 자주 문의 하곤 했다.
모모는 상상력도 풍부하고 정도 많은 아이다. 아래층에 사는 하밀 할아버지에게서 글도 배우고 인생을 상담한다. "사람은 사랑 없이 살수 있어요? " 묵직한 질문도 한다. 낡은 우산에 옷을 입히고 아르튀르라는 이름을 붙혀 늘 함께 한다. 하밀 할아버지는 양탄자 장사를 오래 하면서 세상을 두루 돌아다니셨고 항상 빅토르 위고를 읽었고,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 "완전히 희거나 검은 것은 없단다. 흰색은 흔히 그 안에 검은색을 숨기고 있고, 검은색은 흰색을 포함하고 있는 거지" 라고 오랜 경험에서 나온 말을 해 주었다.
여장남자 롤라아줌마, 왈룸바(청소부),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다. 우연히 만난 성우 나딘 아줌마와 남편 카츠의사 선생님은 로자 아줌마가 돌아가시자 모모는 그 집에 당분간 있기로 한다. 나딘 아줌마가 더빙 하는 곳에 들렸다가 필름을 되돌려 가며 더빙하는것을 보고 인생을 되돌렸으면~하고 생각한다.
로자 아주머니가 돌아가시자 모모는 자연의 법칙에 따라 썩어가는 로자의 몸둥어리를 위해 좋아하던 향수를 뿌리고 화장을 덧칠하는등 떠나보내길 거부하며 3주를 같이 보낸다. 역한 냄새로 동네사람들이 발견 했을 때 모모는 침대 옆에 쓰러져 있었다. 사람은 사랑 없이 살 수 없으므로 누군가 사랑 해야 한다.
여기 모모의 생각을 들여다 보자. 모모는 열살 혹은 열 네살 어린 나이에 세상을 보는 눈이 얼마나 측은하고 때론 성숙한지. 끔직하리만큼 슬픈 이야기지만 모모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니 나도 모르게 진진해졌다. 소설 책을 처음 펼쳐들자마자 확! 끌여들이는 뭔가에 이끌려 단숨에 읽었다. 툭하면 언급되는 엉덩이로 벌어먹는 사람들과 그 주변 사람들과 사생아들, 나이들고 병들고 보살펴줄 이 없는 가난한 이민자들. 모두가 어렵고 괴롭고 슬퍼도 서로 사랑으로 살아간다
- 나는 다른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나는 철학자다.
- 정의롭지 못한 사람들이 더 편안하게 잠을 자는 것 같다. 왜냐하면 그런 사람들은 남의 일에 아랑곳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정의로운 사람들은 매사에 걱정이 많아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다. 그렇지 않다면 그들은 정의로운 사람들이 아닐 것이다.
- 밖으로부터의 폭력은 도망가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안에서 생기는 폭력은 피할 길이 없다. 그럴 때면 나는 무작정 뛰쳐나가 그대로 사라져버리고 싶어진다.
- 자식을 버리는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나쁜 인간이다. 로자 아줌마는 동물세계의 법이 인간세상의 법보다 낫다고 했다.
- 인간 안에 붙박이처럼 눈물이 내포되어 있다. 그러니까 인간은 원래 울게 돼 있는 것이다.
- 창녀는 자기가 바라보고 싶은 대로 바라보는 눈이 있다.
- 주변에 사랑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사람들은 뚱보가 된다.
- 행복이란 놈은 요물이며 고약한 것이기 때문에, 그놈에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어차피 녀석은 내 편이 아니니까 난 신경도 안 쓴다.
- 법이란 지켜야 할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나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하밀 할아버지는 인정이란, 인생이라는 커다란 책 속의 쉼표에 불과하다고 말하는데, 로자 아줌마가 유태인의 눈을 한 채 나를 바라볼 때면 인정은 쉼표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쉼표가 아나라, 차라리 인생 전체를 담은 커다란 책 같았고, 나는 그 책을 보고 싶지 않았다.
- 시간은 세상의 어느 것보다도 늙었으므로 걸음걸이가 너무 느렸다.
- 생일이니 뭐니 하는 것도 모두 근로계약처럼 사회적 약속에 지나지 않는 거라고 스스로 위로했다.
- 사물들이 얼마나 자기 모습을 끈떡지게 고집하는지를 생각해보면 참 우습기까지 하다.
- 나는 달랑 혼자인데, 세상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다.
-항상 사람에게보다 개에게 더 친절한 탓에 사람이 고통 없이 죽는 것도 허용하지 않는다.
- 프랑스에서는 이기주의 때문에 종족이 없다.
- 그 담뱃갑 속에 있었을 다른 담배들은 모두 그가(죽은 아버지) 피웠을 테니, 나머지 한 개를 피운다는 것이 뭔가 의미 있는 일같이 여겨졌으므로.
- 갑자기 내가 예전의 내가 아닌 듯 느껴질 때처럼, 나는 내가 어디에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내가 이제 예전처럼 생각 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 생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 아름답다는 것은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삽화가 없는 책 과 있는 책의 가격이 많이 차이가 났지만, 삽화가 있는 책으로 봤다. 삽화는 극적효과가 충분한 것 같다.
작가는 "하늘의 뿌리" 로 콩쿠르 상을 한 번 받았는데, 에밀 아자르 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자기 앞의 생"으로 두 번이나 상을 받았다고 한다. 또 동명의 영화도 있다고 하니 기회가 되면 영화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