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야 할 사람은 결국 만난다.
누군가 그랬다. 만나야 할 사람은 지구 몇 바뀌를 돌아서라도 결국엔 만나게 된다고. 영화‘첨밀밀’에서의 주인공 인 여소군(여명)과 이교(장만옥)는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다. 어떤 때는 친구로, 어떤 때는 불륜상대로, 또 어떤 때는 남보다 더 못한 사이로.
하지만 두 사람은 10년 즉 3,650일이라는 시간을 돌고 돌아 그들이 처음 만났던 홍콩도 아닌 미국에서 결국 다시 만나게 된다.
이별한 후에 절대,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 같았던 두 사람이 그들과 전혀 연관 없는 어떤 장소에서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만나게 되었다면 이를‘인연’이 아닌 다른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어찌 보면 이 영화는 그저 남녀의 사랑을 다룬 평범한 멜로 영화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영화 속 주인공들과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는 살아가면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한 에피소드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들을 통해 영화는 우리에게‘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그 복잡미묘한 것을 생각하게 한다.
나 역시 이 영화를 통해 비로소‘만나야 할 사람은 결국 만나게 된다’는 유연천리 래상회(有緣千里 來相會) 인연이 있으면 천리밖에 있어도 만날 수 있지만,
무연대면 불상봉(无緣對面 不相逢) 인연이 없으면 얼굴을 마주하고서도 만나지 못한다. 는 고전에서 나오는 말을 온전하게 이해하게 되었으니까.
시청율이 높았던 종영드라마‘김탁구’라는 드라마를 한편도 빠짐없이 참 재미있게 보았다.‘김탁구’라는 드라마는 ‘착한 사람이 성공한다’는 아주 보편적인 진리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지만 스토리가 탄탄해 많은 사람들을 TV속으로 끌어 들였다. 나는 드라마를 보면서 항상 메시지를 찾으려고 노력하며 명대사를 노트에 받아 적는 습관이 있다.
‘김탁구’에서‘작필연봉’이라는 대사가 나와 네이버 한자사전에 찾아보았지만 그런 사자성어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김탁구’드라마에서 김탁구가 아주 어렸을 때 우연히 만난 적이 있는 사람이 있었다. 김탁구가 산전수전, 우여곡절 등을 겪으면서 성장해 어릴 때 만난 그 사람인 줄 모르고, 그 사람에게 제자로 받아달라고 무릎 꿇고 인내하면서 빵집 바깥에서 몇일을 기다리며 버티는 장면이 나온다. 스승(빵을 만드는 장인)이‘작필연봉’이라고 하면서 ‘만날 사람은 반드시 만난다’라고 명대사를 날린다. 그리고 그 스승은 김탁구의 강한의지에 감복하여 결국 제자로 받아들인다.
‘작필연봉’이라는 말이 맞는지 내가 아는 지인이 누구를 소개해 준다고 만나러 간 사람이 예전에 만났던 사람을 만나게 되면 반갑기도 하지만 70억 인구 중에 이 사람을 두 번씩이나 다시 만나게 해준 것은‘같이 일하라’는 뜻인가 보다 하고 오랜 동안 같이 일을 하는 사람도 생겼다.
길거리에 가다가 우연히 또 아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비일비재하다. 참 인연과 우연이 쌍둥이 인가 보다.
운은 안에서 오지 않고 밖에서 온다고 했다. 돈보다 운을 벌기위해서라도 많은 사람을 만나러 돌아다니는 편이다. 두루 주유천하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어려울 때 도와주고, 정보를 주며, 인맥을 소개시켜주는 플러스(+) 인맥도 있지만 사기치고, 배신하며, 걱정근심하게 만드는 마이너스(-) 인맥도 많이 만났다.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게 있다’고 인맥 중에 별의별 사람들이 다 혼합해 있다. 그래서 복중의 복은‘인연복’이라고 좋은 인연을 만나기 위해 많은 사람을 만났다. 명함집이 하나하나 쌓여 갔다. 또한 계속 이어지는 인연도 있지만 쓰레기통에 명함을 넣은 것이나 진배없는 사람도 많다. 기억도 안나는 사람이 핸드폰에 입력되어 있기도 하다. 예전에 만난 사람이 나를 기억하는 데 나는 그 사람을 기억하지 못할 때 정말 미안하다. 사람을 잘 기억해야 성공한다고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면 누구나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예전에 정치인 중에 A와 B 두 여성 국회의원을 만났다. A의원은 나와 고려대 국제대학원 최고위과정 동기생으로 만나기도 하고, 몇 번을 만나서 계속 명함을 주면‘전에 만난 기억이 있지요’하면서도 나를 기억하지 못했다. 그러나 같은 서울대출신 B 의원은 만나지도, 한번 보지도 않은 나를 (합정동에 18대 때 국회의원에 출사표를 던져 플랭카드를 빌딩옥상위에 크게 달아놓았는데) B의원 개소식에 갔을 때 명함을 주면서 인사를 했더니 플랭카드만 보고도 나를 기억할 정도로 대단한 인상을 남겼다. 알지도 못했던 B의원을 머릿속에 깊이 각인하게 된 적이 있다. 그 당시에 나도 B의원처럼 사람을 기억하고 잊지 않도록 특별한 비법을 만들어 놓겠다는 마음을 먹었었다. 만난 사람을 잘 기억해야 상대방이 기분 좋아할 것 아닌가.
‘생사를 같이 할 운명적인 만남은 하늘이 그 시기를 정한다’고 소설 한명회를 쓴 신봉승 작가는 말했다. 내가 꼭 필요할 때 운명적으로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고 만든 철학이 있다.‘생사를 같이할 운명적인 만남은 터닝포인트(전환점)를 만든다’는 것이다. 사람 하나 잘 만나면 인생이 잘 풀린다. 인생은 결국 올바른 타이밍에 적절한 사람(임자)를 만나야 성공한다.
나의 생사를 같이할 운명적인 만남은 1995년 3월에 나의 조강지처를 만난 것이다. 그리고 내 인생이 전환점을 만들었다. 교사를 하다가 서울대석사를 마치고 바로 교수를 빨리하게 된 것도 지금의 아내를 만났기에 가능했기 때문이다. 아들 둘을 낳은 것 등 이루말 할 수 없는 전환점이 되었다. 물론 아내도 마찬가지였으리라. 나하나 믿고 왔기에 많은 전환점이 생겼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사랑스러운가 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 3가지에 대하여 제자들한테 항상 강의할 때 강조한다. 첫째, 배우자선택, 둘째, 직업선택이요 마지막 셋째, 가치관 선택이라고 가르쳐 준다.
‘배우자 선택’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가르쳐 준다. 배우자 잘못만나 인생 망가지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이혼도 이혼이지만 둘 다 불행해지는 역사를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배우자 선택은 심사숙고했다. 정말 이 세상 많은 여자 중에 지금의 아내를 선택했고, 아주 훌륭한 선택을 했다고 자부한다. 지금의 아내는 나의 든든한 보험 같은 존재,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인 김치 같은 존재로 내 아내는 나의 운명이다.
세조와 한명회의 만남이 권남 이라는 친구가 다리를 놓았다. 또한 선조와 이순신의 만남은 유성룡이 소개를 했다. 이러한 소개나 연결이 없었다면 한명회와 이순신의 역사는 없는 것이다. 권남과 유성룡의 연결을 통한 만남이 한명회와 이순신장군이 많은 업적을 남기게 만든 것이다. 나는 역사란‘만남의 역사’라고 정의하고 싶다.
많은 사람을 소개해 주는 메신저 같은 사람을 나는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정보도 주고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되어 훌륭한 기회와 역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연결이 실패할 수 있지만 말이다.
소개받는 것도 그 사람의 그릇이 되어야 소개를 받을 수 있다. 내가 아직도 많은 사람의 소개를 받는 것 보면 ‘나도 인생을 잘못 살지는 않았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소개를 해주면서 시간을 많이 뺏기더라도 좋은 만남이 되도록 다리역활을 많이 한다. 소개하여 훌륭한 성과가 나왔을 때 나는 가장 기쁘다. 나중에 내가 소개하여 만남의 성과가 난 것을 모아 책으로도 발간할 것이다.
내가 결혼 상대자들 끼리 연결하여 결혼을 하도록 성사시킨 사람이 3명이다. 3명을 소개해서 결혼하면‘내가 잘되고 집안이 잘된다’는 말을 들어 3명을 채우는 목표를 달성했다. 3명의 결혼식에 갔을 때 감개무량했다. 현재 이혼 안하고 자식들 잘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3명은 서로 만나야할 사람을 내가 적절한 타이밍에 만나게 해준 것이다. 나 때문에 생사를 같이할 운명적인 만남(배우자)을 통해 인생의 전환점을 만든 사람들이다. 이런 성과 있는 만남 주선을 평생 계속할 생각이다.
만나야할 사람은 결국 만나는 것이기에 이왕이면 내가 주선하여 만나게 하는 것으로 덕을 베풀고 싶으니까.
◆ 이승훈 프로필
충남 논산 : 출생 / 한국교원대학교 졸업 / 서울대 대학원 석사 / 고려대학교 대학원 이학박사 / 국제대학교 교수 역임 / 문화관광부장관상, 안전행정부장관상, 자랑스런태권도인상, 21세기 자랑스런 한국인상 수상 / 현, (주) 드림쿼터스 대표이사, 생활비절감운동본부 총재, 세계태권도학회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