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장희한
어제 현대 시인협회 연말결산보고 회의에 참석하면서 동대문 역에 내렸다 동대문 지하상가에는 각종 의류상회가 가득하다 그 많은 상가 중에 눈에 확 띄는 것은 한복 가게다 색색으로 만든 한복이 꼭 꽃밭에 들어온 기분이다 얼마나 색상이 화려하고 고운지 내가 모두 갖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런데 옷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언제 부터인가 그런 생각을 했지만 첫째 한복의 모양새가 옛 것과 다르기 때문이다 여인들의 치마를 보면 치마 밑이 철사를 넣어 바람이 붕 떠있는가 하면 또 치마의 말이 하얗게 들어나 있어 보기가 싫고 저고리는 섶이 길거나 옷고름이 좁아 보기가 싫다 치마의 말이 하얗게 보이는 것은 옛날 기생들이 옷을 그렇게 입었다 처녀나 중년부인이나 모두 옷이 그 모양이니 무슨 기생 옷도 아니고 그 고운 천이 아깝다 두 번째로 저고리가 섶이 길면 여인의 매력이 없다 그리고 무슨 놈의 동전은 그리 넓게 만드는지 또 옷고름이 그게 뭐야 꼭 메기수염같이 달아 놓고 옷을 걸어 놓았다 내가 창경궁 역사박물관에 간 일이 있다 여기도 역시 옷이 그 모양이다 그래서 그기에 종사하는 여 직원에게 저고리 옷고름이 저게 뭐냐고 했다 그랬더니 요즈음은 개량한복이 그렇게 나온 다나 참 귀가 막힐 노릇이다 언제 한복을 입고 일을 하는 것을 보았는가. 그리고 옛날에 궁전에서 옷을 그렇게 입었던가. 불과 오십년 전만 해도 더러 한복 저고리를 입고 일을 했다 그러면서 옷고름을 몸 빼 바지에 넣어 일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한복을 입고 일하는 시대가 아니다 한복을 입어봐야 설 팔월 명절에 어쩌다 입는 것이 한복이다 그런데 한복을 개량한복이라며 모양을 변형 시킨 것은 잘못이다 옷을 입을 때는 수치를 보이기 싫어서 입는 데도 있지만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옷이다 옛날 여인들의 저고리 옷고름은 넓이도 넓거니와 길이가 자기 무릎 아래로 내려가야 정상이다 처녀들은 빨간 치마에 노랑저고리 옷고름은 빨간 천으로 색동옷을 입었다 그러지 안 해도 처녀의 몸매가 아름다워 예뻐 보였는데 옷을 그렇게 입었으니 그 아름다움이야 꽃에다 비하랴 보라 한복의 맵시를 보려면 이북사람들의 옷 입은 것을 보라 조선시대의 전통 그대로 옷을 만들어 입지 않느냐 말이다 그런 것을 개량 한복이라니 언제 한복을 입고 일을 햇던가 한복을 만드는 옷집 디자인들은 눈이 삐어도 보통 삔 것이 아니다 처녀들이 색동옷을 입고 설을 새면서 널을 뛴다며 공중이 붕붕 솟아오르는 것 보면 한 마리의 나비를 연상케 하는 것이 한복의 맵시다
옷을 만들어 입은 것은 우리조상들이 오래전일 것이다 지금 아프리카에 보면 전통 옷이라며 풀을 떴어. 아랫도리만 가린 옷을 해 입고 있다 아마 우리 조상들도 그랬을 것이다 그러다 시대의 변천으로 문명이 발달하면서 목화 면으로 발전하여 비단과 나일론으로 변해 왔다 그러면서 옷을 몸의 가림으로 옷을 입는 것이 아니고 멋으로 옷을 입는 시대가 왔다 싸구려 옷에서부터 수백만 원가는 옷이 수두룩하다 누구나 그렇지만 옷을 깨끗하게 입으며 몸에 맞게 또 보기 좋게 입으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요즈음 한복은 아름답게 입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그 사람의 얼굴까지 망치게 하고 있다 옷이 날개라 했다 옷을 잘 입으면 얼굴이 돋보인다. 그래서 맵시란 말을 많이 쓰는데 맵시란 옷이 아무리 좋은 옷을 입어도 맵시가 안 나는 사람이 있다 이것은 옷과 그 사람과의 길들여진 몸에 균형이다 평상시 생활을 할 적에 항상 옷을 정갈하게 입고 다니면 사람과 옷의 균형이 맞아 맵시가 나는 법이다 우스운 애기지만 1960년대만 해도 식모살이 하는 처녀들이 많았다 내가 알고 있는 집 식모가 얼굴은 요리조리 뜯어보면 예쁜 얼굴인데 외출한다며 나갈 때 보면 어딘지 모르게 어색해 보였다 그만치 몸과 옷이 균형이 맞지 않다는 소리다 아마 내가 그러 하리라 거짓말을 조금 보태어 한다면 양복 입어본 것이 한 십년은 되어 가는 가 보다 막내 출가 시킬 때 양복을 입어보고 입지 안했으니 말이다 언제나 잠바차림으로 다니면서 남에게 멸시도 당해 보았고 아무리 내가 바른 말을 해도 남이 알아주지 않는 데야 역시 옷이 날개란 말 이럴 때 쓰는 말인가 싶다
나는 평소에 옷을 함부로 입는 습관이 있다 지금도 아내에게 종종 잔소리를 듣지만 이렇게 옷을 함부로 입는 데는 내 직업 관계도 있지만 어릴 때 습관이 아직도 남아 있는가 싶다 육이오 사변을 치루면서 피란을 갔다 와서 추석을 그 해는 두 번을 쉬었다 피란지에서 추석을 쉬려 하나 먹을 것과 음식 차릴 상도 없었으니 무슨 추석 명절을 보내랴 해서 정부에서 추석을 다시 세라는 날짜를 잡아주어 추석명절을 피란을 갔다 와서 집에서 지냈다 사건의 발단은 그네 줄을 매는데 있었다 피란을 갔다 고향으로 들어 와 보니 큰길가에 늘어진 것이 전선줄이었다 한번 설치를 하고 나면 정보문제로 다시 깔고 다시 깔고 한 것이 아름드리나 될 정도로 깔려 있었으니 전투가 얼마나 치열했는지 짐작하리라 해서 도로에 있는 자갈돌을 주어다 전선줄을 잘라 그네를 맸던 것이다 문제는 그 전선줄에 기름이 많이 묻어 옷에 한번 스치면 새까맣게 기름이 묻었던 것이다 그놈을 돌멩이로 자른다고 한나절 전선줄을 걷어다 나무에 맨다고 한나절 그렇게 하고 나니 무명옷이 아 헤 기름투성이가 되었다 해가 지고 집으로 들어간다고 갔더니 웬걸 어머님의 불벼락과 누나의 구박이 난리가 났으니 저녁밥인들 얻어먹었겠는 가 옷이란 그렇다 옷을 깨끗하게 입고 다니는 신사들을 보면 어딘지 모르게 학식이 있어 보이고 옷을 너저분하게 입고 다니는 사람은 보면 보기 싫은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지금도 설날이라며 아나운서들이 고운 옷을 입고 새해 인사를 하거나 사회를 보는 것 보면 사진이라도 찍어 두고픈 생각이 든다. 치맛자락이 찰랑찰랑 하며 나풀나풀 걷는 걸음 그 고운 것을 보기 싫다는 사람이 누가 있으랴 아무리 유행도 좋고 개량 한복이라지만 옷은 미를 추구하기에 아름답게 옷을 만들면 좋겠다 이제 새해를 맞는 설도 찾아오고 옛 처럼 고운 한복이 보고 싶다
첫댓글 재미있고 고운 글 감사 합니다. 오래 오래 健 安 하시고
幸 運 이 가득 하세요
참 옳으신 말씀입니다.
저도 여자지만 그런 생각을 늘 했으니깐요.
좋은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