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일차.14114.토. 광안리해변-일광해변
광안리 해안길을 따라 해운대 해안길을 따라 해파랑길을 따라 달맞이길을
따라 많은 사람들이 산책하고 자전
거를 탄다. 잠자는 것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보다 더 편한 것이
걷는 것이다. 그런데 아주 편한 마음으
로 걸으려면 먹어줘야 하고 먹은 만큼 버려야 몸과 마음에 여유가
생겨 편안한 마음으로 걷는다. 편의점에서
먹는 것을 해결하고 공중화장실에서 버릴 것을 버리고 나서야
몸과 마음이 편해진다. 이젠 걷기만 하면 된다.
나무숲이
아닌 빌딩숲과 바다 사이를 걷는다. 원시적인 해변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다른 이들은 무슨 생각들
을 하며 걸을까?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 아니면 걸으면서 옛 추억을 더듬을까? 1976년 나 홀로 지리산
종주
를 마치고 해운대 해변을 걷다가 잠시 잠깐 만났던 먼 옛날의 추억 속의 한 여인이 떠오른다. 지금은
그 어디
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끝! 가족 모두 무병장수할
수 있도록 넓은 바다를 향해 소원을 빌어볼까? 길이 끊긴
다. 다행히
한 음식점 옆으로 ‘길 있읍… (개구녕)’이라고 재미있게 써 있어 그 길로 오른다. 짧지만 상당한 비
탈에
줄까지 매어져 있다. 개구녕을 통과하니 녹슨 동해남부선 철길이 나온다.
산책객들이 간간이 지나간다.
나도 추억 속의 철길을 걷는다. 그리고 송정해변으로 이어진다. 휴일에 많은 사람들을 문 밖으로 내쫓기
위해
날씨가 따뜻함을 넘어 덥다. 이기대에서 남해바다와 동해바다를 구분한다고는 하지만 실제 어디까지가
남해
바다 끝이고 어디부터가 동해바다 시작인가. 동암마을 바닷길을 따르다가 비포장으로 이어진다. 길이 이어지
는지도 모른 채 GPS를 믿고 지도를 믿고 따른다. 길이 점점 난해해지지만 갈맷길 안내 리본이 인사를 건네느
라 잔 바람에 팔랑거리며 걱정 말라고 미소 짓는다. 정말 반갑고 고맙다. 잠시 군사보호지역 철조망 옆 길도
따른다. 기장면 연화산 해광사에 들러 해우소에서 해우를 하고 부처님의 은덕으로 점심식사에 수박 사과 귤
로 후식을 챙겨
먹고 백설기도 한 덩어리 얻고 커피까지 마신다. 내가 만행을 잘 하고 있음을 너그러우신 부
처님께서 이미
알고 계신 모양이다. 기장면 해안가 건어물 생물 시장을 지난다. 먹어보면
아주 맛이 있을 것
같은 잘 구어진 피데기가 수 없이 나를 유혹하지만 아내가 절대 먹지 말라고 한 품목 중의 하나다. 먹으면 탈
이 난다. 그래도 맛만 보고 싶지만 두 마리 오천 원은
양도 많고 비싸다. 참고 참아 오징어 가게를 모두 지나
치고 더 이상의 유혹이 사라진다. 해안따라 이어지는 갯바위는 온통 낚시꾼들로 완전 점령되었다. 무엇을
잡
으려고 그토록 애쓰는지 모르겠다. 간절한 마음으로 찾아가는 간절곶으로 향하는 기장해안로는 중앙분리선
도
없고 더군다나 갓길은 전혀 보이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차들이 위협적이지는 않고 내가 100% 피한다. 그
런데 이 길이 그들이 자랑하고 홍보하는 해파랑길이다. 기장군청을 지나 아담하게 단장된 일광해변에 이른
다. 광안리찜질방은
소란스럽고 전등불도 안 끄고 바닥도 뜨거워 밤새 잠을 설쳤지만 오늘 내가 지은 바닷가
오두막은 완벽하다. 그래서
오늘은 절대 만족 절대 행복을 느낀다. 부산에서 온 51세
백/손 부부가 야영하는
방조제에 텐트를 친다. 서로 객지에서
약속도 없이 이웃이 되어 초대받고 함께 술을 마신다. 오랜 이웃처럼
함께 웃고 떠들던 그들은 벌써 손녀가
둘 이고 한 명은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할 정도로 결혼생활이 오래되
었다. 그리고 이미 오랜 세월 전국으로
캠핑여행을 다니고 있단다. 갑자기 아내가 생각난다.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