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온통 색(色)으로 가득 차 있다. 눈을 뜨면 온통 色이다. 먹는 음식도 色이다. 사는 곳도 色이다. 그리고 무엇을 입을까 고민하는 것도 결국은 色때문이다. 우리에게서 한 순간도 떨어질 수 없는 色色色! 그렇다. 세상은 그렇게 색깔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메이크업은 이젠 단지 예뻐지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메이크업은 사람의 인상이나 이미지를 결정하는 일차적인 요인이다. 대다수의 여성은 화장이나 의상을 일치시킴으로써 자신의 모습을 표현하고, 특정 색채의 선호를 통해 자신의 이미지까지 축적해 낸다. 머리 색깔도 마찬가지다. 옛날엔 머리에 물을 들이면 양공주로나 취급 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조금 튄다는 사람이면 누구나 울긋불긋하게 물을 들인다. 그저 형태의 차별화가 아니라 색상의 차별화를 통해 자신을 보다 강하게 표현한다.
무채색에서 유채색으로의 변화는 먹는 음식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난다. 하얀색 사이다와 검정색 콜라로 대표되던 음료시장은 빨강, 파랑, 노랑과 같은 원색으로 더해졌다. 오랫동안 한가지 색깔뿐이던 감자스낵조차도 '색시감자'라는 이름으로 색을 더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빨간만두, 녹색 케첩 등 원래의 색이 아닌 파격적인 색을 이용한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천편일률적이던 주택의 색상이 가공하지 않는 자연색으로 회귀하려고 움직이고 있다. 빨간색 벽돌로 상징되던 단독주택, 녹색을 덧칠하던 촌스러움을 조금씩 벗어 던지고 있다. 하얗고 까맣기만 하던 자동차도 이미 빨간색, 노랑색 등의 파격을 입고 있다.
지금은 色시대!
그렇다면 왜 이렇게 빨리 세상이 色에 물들어 가는 것일까? 그것은 기업과 변화된 소비자의 욕구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먼저 기업의 측면에서 살펴보기로 하자. 예전에는 획기적인 기술 하나를 개발해내면 그것만으로도 소비자를 유혹할 수 있었다. 그것이 가장 강력한 커뮤니케이션의 도구였기 때문이다.
전화기를 개발했을 때, 냉장고를 개발했을 때, 캠코더를 개발했을 때… 그것은 바로 구매와 직결되었다. 제품품질, 기술적 성능과 같은 상품 본연의 특성이 제품선택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다. 기술의 수준은 어느 정도 비슷해졌기에 제품의 품질과 성능만으로는 경쟁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기술만으로 시장을 노리기에는 한계에 부딪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아름다움, 감성, 개성표현 등과 같이 제품의 부가적인 효용을 중시하는 시대가 되었다. 따라서 기업들은 자기 제품만의 이미지를 만들고 그 이미지를 파는 것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컬러가 돋보이는 마케팅 수단이 된 또 하나의 이유는 새로운 매체의 대두다. 영화나 TV, 비디오의 보급, 컴퓨터를 통한 인터넷의 생활화는 사람들의 눈을 더욱 화려하게 자극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로 소비자들은 따지고 이해하기보다는 순간적인 느낌으로 정보를 접하고 감각적인 것에 더 매력을 느끼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타깃의 등장이다. 신세대라고 불리우는 그들은 청각과 활자 중심의 매체에서 화상 중심으로 옮겨간 세대들이다. 그들은 모으기보다는 맘껏 쓰기를 좋아하는 감각의 세대들이다. 그들은 색을 자신의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냥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자기와 동일한 또 하나의 이미지를 사는 것이다. 그것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표현한다. 그들에겐 싼 것이, 기능이 탁월한 것이 좋은 것이 아니다. 그저 느낌으로 좋으면 좋은 것이다.
색없는 마케팅은 앙꼬없는 찐빵이다
외국에서는 우리보다 훨씬 앞서 컬러마케팅이라는 개념이 도입되었다. 다 아는 얘기겠지만 컬러마케팅의 효시는 1920년 파커사가 내놓았던 빨간색 만년필이다. 지금이야 여러가지 울긋불긋한 색상의 컬러 만년필들이 많지만 당시 대부분의 만년필은 하나같이 검은색이거나 갈색이었다. 여성용 만년필 조차도 굵기만 조금 가늘었지 색깔은 모두가 천편일률적이었다. 하지만 한 여성직원의 제의로 만들어진 빨간색 만년필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파커 만년필은 급격한 매출신장을 이룩했다. 이후 제너럴 모터스사는 컬러를 자동차에 도입해 또 하나의 성공신화를 이루어냈다. 당시 경쟁사였던 포드사는 일순간의 유행일 뿐이라며 검은색 자동차만을 고집했으나 결국 색 앞에 두손을 드는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사례들은 모두 물건을 판다는 개념이 아니라 물건을 사고 싶도록 만들어 줬기 때문이 가능했던 일일 것이다. 사람의 눈을 사로잡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이다.
色깔 찍자! 코닥필름
그렇다면 이제 세계의 광고들이 어떻게 컬러를 커뮤니케이션에 적용하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코닥칼라 하면 밝고 선명한 노란색을 연상하게 된다. 반면에 후지칼라는 녹색을 연상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소비자에게 지속적인 마케팅 활동을 통해 강력한 시각적 자극과 심리적 연상작용을 주었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던 브랜드 자산일 것이다. 심플하게 표현된 이 광고는 코닥칼라하면 노란색을 떠올리게 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광고라고 할 수 있다
色을 마신다 - 코카콜라
코카콜라는 늘 동일한 이미지로 세계인에게 어필하고 있다. 1986년부터 평면적인 물결 무늬 부분에 회색선을 병행시켜 입체감과 세련미를 강조시킨 것이라든지, 코카콜라 레드라고 까지 붙여진 빨간색을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용기라고 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 코카콜라의 빨강색은 색 자체의 높은 명시도로 눈에 잘 띈다. 빨강색이 결코 파란색보다 시원해 보이지 않는 색깔임에도 코카콜라의 빨강을 보면 시원한 느낌을 주는 것, 이것이 칼라의 힘이 아닐까 한다. 이 광고는 빨강과 하얀색만으로 코카콜라 병모양을 형상해 냈다.
옷이 아니라 色을 입는 베네통
컬러하면 빠지지 않는 패션브랜드, 바로 베네통이다. 다소 패션제품과는 무관한 그림에 'UNITED COLORS OF BENETTON'이라는 녹색로고가 붙으면 베네통의 색깔이 된다. 탯줄을 자르지 않는 갓 태어난 신생아, 콘돔광고, 피묻은 옷, 신부와 수녀의 키스 등의 센세이션은 결국 베네통 앞에선 동일한 이미지일 뿐이다. 그리고 그 앞에서 사람들은 밝고 화려한 색상에 대한 기억을 가지게 된다. 그것은 다양한 피부색, 머리카락의 독특한 색, 눈동자, 입술 등의 색감마저도 베네통 컬러에 녹여 내기 때문이다. 특별히 헤드라인을 제시하는 경우도 드물다. 그저 메시지보다는 그냥 보고 느끼도록 하는 심플한 광고다.
모토로라는 色으로 통화한다?
얼마전까지도 휴대폰은 검은 색이 다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검은색 휴대폰을 가지고 있다면 아주 올드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것이다. 이미 휴대폰에는 패션의 개념이 도입되었으며, 타깃들에겐 통화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가장 소중한 액세서리가 되었다.
모토로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주황색 창과 녹색의 이미지를 강렬하게 표현해 내고 있다. 패션을 상징하는 주황색 안경이라든지 녹색 모자는 타깃의 욕구와 동일시 된다. 하지만 그것은 그냥 아무런 색깔이 아니다. 제품과 연결되어 있는 아주 훌륭한 마케팅 수단이다.
시간에도 色이 있다면?
TIMEX의 시계광고다. 광고는 소비자가 직접 구매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상품의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매개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는 광고표현의 전체적인 느낌, 즉 광고의 이미지를 상품 이미지와 동일하게 생각하고 구매 욕구를 느끼게 된다. 다른 요소를 배제하고 심플한 컬러를 돋보이게 하는 광고 기법이 바로 그 구매 욕구일 것이다.
햄버거는 노랑 빨강 ?
맥도날드는 M자의 독특한 형태를 통해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싶게 한다. 하지만 소비자가 먹고 싶은 것은 독특한 형태 때문 만은 아니다.
그곳에는 노랑색과 빨강색의 조화가 들어가 있다. 먼데서도 저 색깔만 보면 배가 고파진다. 그리고 달려가게 된다. 이 광고는 그 형태적인 특성을 위트있는 카피와 함께 표현하고 있다. 이런 표현방법은 옐로우 페이지 광고에도 잘 드러나 있다.
色이 있어야 먹고 싶지...
역시 색이 있어야 먹고 싶어지는 것일까? 하겐다즈 광고는 쿠키와 크림의 이미지를 사람의 색과 연결해 표현하고 있다. 검은색 쿠키는 흑인 남자의 팔을 그리고 하얀 아이스크림은 녹이고 싶은 여자의 이미지로 표현하고 있다. 색과 색의 강렬한 대비, 저절로 침이 꿀꺽 넘어갈 것 같은 느낌이다.
더 色視해 보이는 원더브라
갈색으로 재미를 보고 있는 원더 브라 광고이다. 내용은 다르지만 어떤 원더브라 광고를 보더라도 배경색은 동일하다. 그리고 그 배경색은 로고를 힘있게 살려주는 힘이다. 시선의 분산을 막아 주제를 돌출시키기 위한 섬세한 의도가 돋보인다.
J&B와 커티샥에 나오는 컬러는 딱 3가지 색이다. 너무 많은 색을 써서 하나도 돋보이지 못하게 하는 우를 범하고 나면 다시 심플함에 고개를 숙이게 된다.
로고 칼라를 돋보이게 처리해 재미있는 크리에이티브에 맛을 더해주고 있다.
서비스도 눈에 보인다?
비자 골드카드는 골드라는 카드의 특성을 화면 전체에 담아내고 있다. 골드 카드만으로 누릴 수 있는 특성을 고급스럽게 연출함으로써 일반 카드와 확연하게 차별화 한다. 카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다. 하지만 오래된 포도주나 맛깔스러운 음식은 비자 골드카드의 서비스를 눈으로 보이게 한다.
로고色은 가장 강력한 마케팅 무기
로고의 색과 메시지의 키 포인트를 연결하는 방법은 자동차광고에서도 마찬가지다. 폭스바겐의 광고다. 안전의 색깔을 캥거루의 아기 주머니와 연결하고 있다. 만약 아기주머니를 노란색이나, 빨강색을 썼다면 잘 보이기는 해도 폭스바겐의 이미지를 쉽게 연상할 수 없을 것이다. 비씨 쉬즈 카드와 레포츠 카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색깔있는 카드의 특성을 여자의 옷을 통해, 그리고 남자의 넥타이를 통해 이미지업시키고 있다
민트가 광고 속으로 들어왔다
ALTOIDS의 색깔은 푸르름이다. 그것은 곧 민트의 청량감이다. 로고칼라와 대비되는 그린색을 씀으로써 전체적인 느낌은 매우 상쾌함을 준다. 그리고 가운데 놓여있는 제품의 모습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제품의 컨셉 이미지에 맞는 색을 메인칼라로 쓰고 제품만을 심플하게 놓아 제품 이미지를 상쾌하게 표현했다.
빨강은 흥분? 검정색은 스릴?
한 케이블TV 광고는 전체적인 통일감보다는 채널의 특성을 절묘하게 색으로 표현해 냈다. 빨간색으로 흥분감을 더해준다. 그것은 다름아닌 에로틱 채널이기 때문이다. 어드벤처의 주간에는 검정색을 쓰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냥 검정색이 아니다. 그것은 모험과 공포를 대변해주는 색으로 승화되었다. 만약 두 광고의 색깔이 바뀌었다면? 에로틱 채널에 검은 색? 올라오던 흥분감도 가라앉고 말 것이다.
사람들은 색이라는 창을 통해 세상을 본다
이상으로 컬러마케팅에 대한 간략한 개념과 사례를 살펴보았다. 이 세상의 모든 정보는 눈을 통해 들어온다. 인간의 오감 중에서 정보능력이 가장 우수한 것이 시각이고 시각적으로 판단하는 인상 중에서 80%가 색채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눈이야 말로 이미지를 얻어내는 가장 소중한 수단인 것이다. 성능보다 감성에 비중을 두는 시대! 색은 더욱 더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해 나가고 있다. 기술의 평준화로 상품의 차별화가 거의 없는 시대에 색은 무엇보다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요소인 것이다. 이제, 눈을 사로잡지 못한다면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