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6장의 첫 본문은 오병이어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공관복음서에도 모두 기록되어 있는데, 요한복음과 공관복음의 기록이 거의 같지만 몇 군데서 차이가 납니다.
마가복음의 기록을 원본으로 하는 공관복음서는 모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모인 무리에게 먹을 것을 주라고 하셨고, 제자들이 “우리에게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밖에 없습니다.” 라고 대답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요한복음에는 제자들이 아니라 ‘한 아이’가 보리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공관복음서에서는 빵과 물고기를 제자들이 나누어준 것으로 되어 있는데, 요한복음에서는 예수께서 직접 나누어주신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또한 요한복음에는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남은 부스러기를 다 모으고 조금도 버리지 말라’고 말씀하신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다른 복음서에는 그런 언급이 없습니다.
이어지는 본문은 예수께서 물 위를 걸으셨다는 이야기인데, 마태복음과 마가복음에도 같은 내용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두 가지 기적사화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신 분은 마태복음 14장 강해를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기적사화의 내용은 거의 같아도 의미까지 같은 것은 아닙니다. 공관복음서에서의 기적사화는 예수님이 메시아임을 드러내는 것으로, 그 자체로 중요한 목적을 갖습니다. 그러나 요한복음에서의 기적사화는,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며 또한 하나님의 대리자이심을 드러내는 수단일 뿐입니다. 그래서 기적이나 이적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sign’ 즉 표적이라는 말을 쓴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어지는 본문에는 예수님의 긴 설교와 제자들과의 대담이 담겨있습니다. 설교의 주제는 ‘생명의 빵’입니다. 예수님 자신이 스스로를 생명의 빵이라고 하시면서 그 말이 갖는 영적인 의미를 제자들에게 깨우쳐주시는 내용으로 되어 있습니다. 35절을 보겠습니다.
35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생명의 빵이다. 내게로 오는 사람은 결코 주리지 않을 것이요, 나를 믿는 사람은 다시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47~48절을 보겠습니다.
47 내가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믿는 사람에게는 영생이 있다.
48 나는 생명의 빵이다.
51~56절을 보겠습니다.
51 나는 하늘로부터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이 빵을 먹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나의 살이다. 그것은 세상에 생명을 준다."
52 그러자 유대 사람들은 서로 논란을 하며 "이 사람이 어떻게 우리에게 자기 살을 먹으라고 줄 수 있을까?" 하고 말하였다.
53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인자의 살을 먹지 않고, 또 인자의 피를 마시지 않으면, 너희 속에는 생명이 없다.
54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에게는 영생이 있을 것이요, 마지막 날에 내가 그를 살릴 것이다.
55 내 살은 참된 양식이요, 내 피는 참된 음료다.
56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있고, 나도 그 사람 안에 있다.
63절도 보겠습니다.
63 생명을 주는 것은 영이다. 육은 아무 데도 소용이 없다. 내가 너희에게 한 그 말은 영이요, 생명이다.
긴 내용 중에 핵심적인 부분만 인용해보았습니다. 정리하면, 예수님은 생명의 빵이므로, 영생을 얻고자 하는 사람은 예수님의 살을 먹고 피를 마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본문은 이후 기독교의 중요한 예식인 성찬식의 의미를 설명하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성찬예식을 통해, 예수님의 살을 상징하는 빵을 먹고 피를 상징하는 포도주를 마심으로써 예수님과 영적으로 하나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육적으로 태어난 옛 사람은 장차 썩어 없어질 것이지만, 성찬예식을 통해 영적으로 예수님과 하나가 된 새 사람은 영생을 이미 얻은 것과 다름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생명을 주는 것은 영이고 육은 아무데도 소용이 없다고 본문의 예수께서 선언하고 있습니다. 요한복음이 영지주의의 영향을 깊이 받았다는 증거로 현대신학자들은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