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문학공간』 통권 290호(2014년 1월)에 실었습니다*
모든 쇼핑은 인터넷에서
심양섭
낮에 집에 있다 보면 택배 차가 한 시간이 멀다 하고 아파트단지를 들락거린다. 어쩌다 경비실에 택배 물건을 찾으러 가보면 경비실이 비좁을 정도로 택배 물건이 쌓여 있다. 십년 전까지만 해도 택배업이 이렇게까지 성행할 줄 몰랐다.
2000년 어느 대학교수의 특강을 듣는 중에 아마존(Amazon)이라는 인터넷 서점이 미국에 생겼고, 앞으로 인터넷이 세상을 온통 바꾸어 놓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만 해도 한 편의 동화처럼 다가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마존은 책만이 아니라 갖가지 물건을 다 파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인터넷 쇼핑몰이었다. 2013년에는 마침내 아마존이 워싱턴포스트 신문을 인수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바야흐로 온라인상의 가상세계(virtual world)가 실제세계(real world)를 지배하고야 만 것일까.
이제 안방에서 컴퓨터로 인터넷에 접속하여 마우스로 클릭 몇 번 하면 웬만한 물건은 다 살 수 있다. 시간이 돈인 세상에서, 그리고 이동하는 데에 만만찮은 돈이 소요되는 오늘날과 같이 복잡한 도시생활에서 굳이 물건을 사러 시장이나 점포를 찾아갈 필요가 없다. 어쩌다 오프라인 가게에 들러도 쭉 훑어본 후에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메모해 두었다가 집에 와서 인터넷으로 구입한다. 무겁게 들고 왔다 갔다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텔레비전을 ‘안방극장’이라고 한다면 인터넷 쇼핑몰은 ‘안방장터’인 셈이다.
경제학에서는 물건을 사고파는 과정에 들어가는 돈을 ‘거래비용’이라고 한다. 옛날 물물교환 시절에는 거래비용이 매우 비쌌지만 요즘 같은 인터넷 천국에서는 거래비용이 극히 저렴하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경제학 교과서를 보면 “지식기반사회에서는 거래비용이 거의 없게 되어 낮은 인플레이션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인터넷 거래가 물가를 낮추어 주었다는 이야기다. 그야말로 디지털 혁명인 것이다.
주중에 직장생활로 바쁜 아내는 주로 주말에 집 근처에 있는 대형할인마트에 가서 한 주일치 먹을거리들을 사온다. 서울에 사는 처형과 함께 양재동 코스트코(Costco)에 가서 질 좋은 생필품들을 싼 가격에 대량 구입하여 오기도 한다. 내가 가사(家事)에 이래저래 많이 간여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곳간 열쇠를 내놓지 않는 아내이니만큼 이러한 쇼핑 패턴에는 지금도 큰 변화가 없다.
그러나 아내가 구입하는 물건의 양은 점점 줄어들어 이제는 예전의 절반 정도에 그치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내가 집에 앉아 인터넷으로 많은 것들을 쇼핑하기 때문이다. 아내로서는 일석삼조(一石三鳥)이다. 우선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다음으로 무거운 것들을 낑낑대며 들고 올 필요가 없다. 게다가 자기 지갑에서 나가는 돈을 줄일 수 있다. 이제는 당연하다는 듯이 나에게 “이거 다 먹었어요” “저거 사주세요”라고 말한다. 아내가 부탁하면 나는 군말 없이 응한다. 그러다보니 나의 월간 신용카드 지출 규모가 상당하다. 수십 만 원을 훌쩍 넘어갈 때도 없지 않다.
강아지 또또를 포함해서 네 식구, 그나마도 학기 중에는 재현이가 기숙사에 들어가므로 세 식구밖에 안 되는데도 사야할 것은 언제나 많고, 상용(常用) 물품의 구입주기도 매우 매우 빨리 돌아온다. 그만큼 바쁘게 살아간다는 증거일까? 먹는 것만 해도 참 많이 구입한다. 들고 가라면 못 들고 가도 먹고 갈 수는 있다는 이야기가 떠오를 정도이다. 그리 크지 않은 사람 배에 들어가는 게 참 많다는 느낌이 든다.
문득 내가 과소비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본다. 혹은 나 스스로 쇼핑중독을 의심해 보기도 한다. 어려운 국가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지만, 집에서 마우스 클릭 한 번만으로 온갖 물건을 다 사다 보니 필요 이상의 지출을 하는 것도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쇼핑은 매력적이다. 무엇보다도 시간을 아낄 수 있어 좋다. 현대인들에게 있어서는 그야말로 시간이 곧 돈 아닌가? 인터넷 쇼핑몰 판매상들 간의 경쟁으로 오프라인 매장에서보다 싼 값에 필요한 물건을 구입할 때도 적지 않다.
물건을 직접 보지 않고 사다 보니 반품하는 소동도 더러 벌어진다. 그럴 때 반품 쿠폰이 없으면 가욋돈이 들어간다. 아내에게도 혼(?)이 난다. 한 번은 가정용이 아닌 업소용 청소기를 샀다가 마치 굉음(轟音)과도 같은 소음 때문에 온동네를 시끄럽게 한 적도 있다.
내게 주부생활은 아직 초보이니만큼 그런 실수들은 어쩌면 당연한 학습과정일지도 모른다.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거치는 동안 인터넷에서 짧은 시간에 가격과 택배비 유무를 비교하고, 질이 좋으면서도 값은 싼 물건을 찾는 안목이 조금씩 형성되고 있다. 그래도 백전노장 ‘줌마들’을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다. 그러니 이래저래 나는 아직도 좌충우돌형 ‘남성전업주부’인 셈이다.
모든 쇼핑은 인터넷에서(수정 12매).hwp
모든 쇼핑은 인터넷에서(17.5매).hwp
첫댓글 여기도 인터넷 쇼핑 많이 합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검색해서 오다하면 몇시에 물건 보냈다는 것 볼 수 있고
편리한 세상 커퓨터 없을 때는 어떻게 살았는지! 고지서들 "Click to pay" 편리하고 좋은 세상에 살고 있지요.
재미있는 글 감사합니다. 새해에는 심 선생님의 문운과 가정에 평강을 기원합니다.
인터넷 오더가 유행하기 전엔 메일 오더가 있었습니다. 이것도 괜찮았습니다. 그래서 대문 밖에 나갈 일이 없었죠.(일종의 과장법?) 식품은 단골집에 전화하면 배달해 주었고요. 이렇게 27년째인가 살고 있는 중입니다. 비슷한 체험기 읽으며 절대 공감.ㅎㅎ
이경자 선생님, 공순해 선생님, 감사합니다^^신용카드와 인터넷 쇼핑의 결합, 과소비로 이어지는 것 같아 고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