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를 정돈하면서 전도연의 인기 연기로 유명한 굿와이프를 보았다.
3월 하대동에서 학과회식을 할 때 우리학과 교수에게 했던 말이 생각난다.
아버지를 닮았던 아버지를 닮지 않았던, 어느 시점이 되면 다 개자식이야..
문제는 내가 그 개자식의 엄마가 될지 말지 선택을 해야 해..
여전히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극중 전도연을 보면서 저 여자가 사는 두통어린 방식이 와닿는다.
고통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구나.
일단 받아들이는구나.
자기 삶을 낯설어 하지 않는구나.
전도연의 남편, 저 끔찍한 개자식에 대한 전도연을 볼까.
전도연은 내게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라는 우울증을 유발하는 고민에 자신을 구겨넣지 않는다.
나의 기여가 물거품이 되었다는 슬픔에 주춤하지 않는다.
그냥 산다.
나도 안다.
지금 내가 나를 더 힘들게 한다는 것을.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그동안 한 일들은 다 무엇이었을까.
내 인생은 무엇일까.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나를 아프게 하는 나의 이면에는 유치한 내가 있다. 아이같은 내가 있다.
열심히 했으므로, 기여했으므로, 다 잘되어야 한다는 참 유치원생 같은 자기신념이 나를 베고 있다.
내가 무엇인가를 잘해서 유익을 누리는 경우가 드물다. 그냥 그렇게 되는 거다.
타고난 재능, 운수, 우연 이런 것으로 성공했으면서 마치 전부 나의 노력인양 달뜰 때가 있다.
내가 무엇인가를 잘못해서 이 시련을 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그냥 이렇게 된 것이다.
학내 정치상황, 악운, 악연 이런 것이 엮여서 나를 때리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도 볼 수 있다.
그나마 이 정도일 수 있는 이유는, 그나마 내가 나였고 나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간이 지나면 그 때 반성하고 지금은 나를 때리지 말아야 한다. 적어도 나는.
전도연의 변호사 연기는 좀 어눌하다.
좀 더 멍한 듯 재판 과정의 어느 부분에서만 광기어린 집중을 보이는 여자 변호사를 연기해야 저 역할 저 상황과 맞지 않나..
1회만 보아서 섣부르게 판단하는 건가.
근데, 수사드라마라서 편안한 마음으로 끝까지 다 볼 수 있을래나..ㅋㅋ
하나님. 나에게 거울같은 친구가 있디면, 나는 도움을 요구하거나 징징거리는 짓 따위는 하지 않을 것 같아요. 자존심이지요.
그러나, 최소한의 재보증일 수 있는 지금 현재의 계획을 들려주고, 이 계획을 평가받고 생각해 볼 수 있는 반영기전으로는 삼을 것 같아요.
사람들 역시도 내게 이 정도만 했으면 좋겠어요.
적어도 지금과 같을 때에는.